일본의물리학자이케우치사토루는우키치로와『눈은하늘에서보낸편지』에관해이렇게썼다.
나카야우키치로는1930년홋카이도대학에부임하여1962년숨을거둘때까지눈과얼음에관한연구를활발하게해오면서도많은수필과사회평론을쓴실험물리학자다.그는(…)데라다도라히코의제자로,연구방법뿐만아니라그림이나시에취미를두었던것과그리고수필을쓴것까지도은사데라다도라히코의영향을많이받았다.대상을세심하게관찰하고그이면에서어떤현상이일어나는지머릿속에그린후그내용을정확한문장으로표현할줄아는것,과학연구틈틈이수필을써온것까지은사를빼닮았다.이책에실린그의글을읽다보면어떤말인지족히이해할수있을것이다.
나카야우키치로의위대한점은홋카이도라는북쪽지방의특성을잘살린연구를했다는점이다.그때까지아무도관심을기울이지않았던눈,얼음,안개,번개,서릿발등을연구대상으로삼고정밀한실험을통해그생성조건을밝혀냈다.특히눈결정에관한연구는세계적으로알려졌는데,그는야외관찰에만머물지않고저온실험실을만들어공기중의수증기량과온도를변화시켜자유자재로눈결정을만들어내는데성공했다.또한알래스카와그린란드에도다녀와지구각지에서나타나는눈과얼음의성질을분석했고,세계최초로설빙학이라는과학분야를개척했다.
그는생전에눈과얼음에관련된연구주제뿐만아니라사회적인문제를폭넓게다룬30여종이상의산문집을남겼고,과학자의눈으로사회를바라보려고했다.이점에서는스승인데라다도라히코보다더폭넓은시야로과학과사회의관계를파악한과학자라할수있지않을까?그는과학이사회에뿌리내릴수있기를바라며강연활동도꾸준히해왔다.과학적으로생각하는이가많아져야나라가발전할수있다고굳게믿었기때문이리라.
이책에는나카야우키치로의수많은산문가운데북쪽지방에서의연구와그가교류했던과학자들과의추억,일상에숨어있는과학과비과학등독자가재미있어할만한글들을주로실었다.마지막으로그가젊은이들에게주려고했던메시지를가슴깊이새겨주기를희망한다.
이책을엮은그의말처럼표제작「눈은하늘에서보낸편지」와함께책에는일상의풍경을담은글에서부터엄격한과학정신을논한글까지나카야우키치로의다양한에세이가실렸다.나뭇가지를‘마녀의머리칼’처럼헝클어놓는다는매서운눈보라가몰아치는홋카이도의설국,심지어섭씨영하20도이하로유지되는저온실험실에서꽁꽁언몸으로연구를계속하던그의글엔어딘가따뜻함이서려있다.동료과학자들과의일화,젊은이들과후대를위해적은글,자연에순종하며그안에서살아가는이름없는사람들과의추억은쓰인지한세기가까이가지나고그들모두가떠난지금까지도여전히생생하고어쩌면그리운감각을선사해준다.또과학의발달로지금은완전히구시대이야기가된과학계이야기역시,과학을정밀한학문으로대하며세상을과학적시각으로바라보는마음과태도에있어서는낡음이없다.
책속에서
“눈이참많이도내린다.겨우내눈이안내리는날이거의없다.눈으로뒤덮여새하얘진세상을아침해가붉게물들이는맑은날에도,저녁무렵이면어김없이아름다운자태의수지상결정눈이이슬비처럼살포시내려온다.(…)눈결정연구를시작한지벌써5년이나지났지만,처박아두었던현미경을툇마루로가지고나와난생처음완전한눈결정모양을보았을때의감동은좀처럼잊히지않는다.수정바늘이모여이뤄진듯한눈결정의정교한형태는교과서에서보았던현미경사진과는차원이달랐다.냉철한결정모체,날카로운윤곽,그안에박힌다양한꽃모양,그어떤탁한색도섞여들지않은완벽한투명체인눈결정은무엇과도비교할수없을만큼아름답다.”
_본문에서
언뜻생각하기에영하10도면작업하기가무척고될것같지만직접경험해보면이정도추위가눈연구에는딱좋은기온임을알수있다.나도추위에강한사람은아니지만이상하게도이하쿠긴소에서나흘,닷새연구를계속하면아침부터자정까지밖에서서일을해도추위를그다지심하게느끼지못한다.물론한시간간격으로집에들어가몸을녹이고나오기는하지만그래도신기한일이다.난방시설이없으면몸이자연에적응하기마련이지만이런때도기온변화가적으면훨씬더유리하다.또영하10도정도되면눈이녹을염려가없기때문에눈결정을마음놓고만지고자르며연구할수있다.
_「눈만들기」
번개가구름속을휘젓고다녀구름전체가밝게빛나는현상을막전幕電이라고한다.이막전은끊임없이변화하며빛을내는데말하자면빛의연주라고할수있다.막전은높낮이가다양한천둥소리의연주와하모니를이루며머리위에서울려퍼진다.빛과소리의연주를배경삼아번쩍번쩍빛나는선모양의낙뢰가구름바닥에서지상으로내리꽂힌다.처음엔비구름이다가오는쪽에서만번개가보이다가구름이머리위까지오면사방에서빛기둥이사정없이솟구친다.번개는구름과구름사이를수평으로,대각선으로마구누비며돌아다닌다.이상태가되면당연히천둥과방전放電의시간차를측정할수없게되고빛과소리가서로뒤엉키며관측소안도전쟁터처럼아수라장이된다.(…)천둥번개가일찍지나가고나면맑고깨끗한저녁공기만이남는다.아카기산은푸르른자태를뽐내며서있고저멀리이런저런모양의나무와농가가띄엄띄엄조그맣게보인다.대기는차고,황혼빛에둘러싸인산과들,심지어공기까지맑고투명한푸른물빛을띤다.
_「뇌수」
제2차세계대전이끝난1945년의겨울은자연의맹렬한기세에극심한식량난까지겹쳐최악의고비를겪어야했다.눈에보이는땅은샅샅이눈으로뒤덮여있었다.눈보라치는날에는눈조차하얗기보다죽은듯한잿빛이었다.잎이떨어진활엽수는물론눈덮인침엽수에서도녹색은전혀찾아볼수없었다.녹색이라곤한점도없는세상,모든세상이잿빛으로덮인세상에서는식량난의불안이더욱엄습해왔다.사람들은어서빨리봄이와눈도녹고두릅이든뭐든파란싹이나오기를간절히바라며힘없이한숨을내뱉었다.
홋카이도의긴겨울방학을나는가족들과이피난처에서보냈다.피난처에는아이들이갖고놀만한것도읽을만한책도변변치않았다.특히세찬눈보라가연일계속되는날에는아이들이옛날이야기를들려달라고졸랐다.난로에불을지피고그주위에모두둘러앉았다.다행히장작은많았다.활활타오르는장작소리가밖에서불어대는거센바람소리를간신히잠재우며근근이살아가는밤이연일계속되었다.전등불빛마저침침했다.세찬바람소리에둘러싸여세상은우울하고적막했다.
_「이구아노돈의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