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키보드 : 법의학의 성지, 독일 최고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강력범죄의 세계

죽음의 키보드 : 법의학의 성지, 독일 최고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강력범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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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분명히 말하지만, 죽음에는 아주 특수한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다.”
법의학의 성지, 독일 최고의 법의학자 미하엘 초코스가 들려주는 강력범죄의 세계
‘법의학’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인상은 대개 엇비슷하다. 차가운 부검대, 안경을 쓴 전문의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번득거리는 각종 수술 도구…… 『죽음의 키보드』의 저자 미하엘 초코스는 서문에서부터 그보다 더 넓은 법의학의 세계를 보여주겠노라 선언한다. 이 세계에서 법의학자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를 오가며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엇갈린 상황을 바로잡는다.
미하엘 초코스는 법의학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에서 가장 명망 있는 법의학자 중 한 사람으로, 과학수사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 중이다. 논픽션부터 소설 집필 등 여러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글감은 주로 자신의 직업생활에서 나온다. 저자의 기록에는 법의학에 관한 대중적인 인상처럼 ‘차가운 부검대’나 ‘각종 수술 도구’도 들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방대하고 풍성한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 있다. 거짓과 진실, 범죄와 폭력, 또 구원과 해명에 관한 이야기들 말이다.
미하엘 초코스는 법의학자들이 지닌 전문 지식과 능력을 “죽음의 키보드”라고 일컫는다. 본문에 따르면 모든 죽음에는 아주 특수한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다. 법의학자들은 이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진실을 찾아낸다. 그들이 밝혀내는 사실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주로 ‘범죄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이다. 특히 범죄의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법의학자의 키보드는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는 주요한 매개가 된다.
『죽음의 키보드』는 바로 그러한 전달과 매개의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죽음의 갖가지 얼굴과, 이를 둘러싼 복잡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제대로 보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조금 더 들어가보자.
저자

미하엘초코스

1967년독일킬출생.독일에서가장유명한법의학자로,국제적으로저명한과학수사분야의전문가다.베를린모아비트에있는주립법의학?사회의학연구소소장과샤리테의과대학법의학연구소소장을맡고있다.법의학자로서의경험을담은논픽션과함께다수의스릴러소설을집필했다.저서로는부검사례를모은『죽음의흔적을쫓아서DemTodaufderSpur』『시신을읽는사람DerTotenleser』등이있으며,독일의대표적인스릴러작가제바스티안피체크와함께쓴소설『차단Abgeschnitten』은2018년크리스티안알파르트감독의영화「컷오프」로만들어지기도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죽음의키보드
2장퍼즐살인범
3장살인유령
4장가짜단서
5장목숨을위협하는모성애
6장소리없는죽음
7장인터넷애인
8장강간살인
9장남은것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개개인은저마다독특하며,개별적인죽음하나하나도마찬가지로독특하기마련이다.”
원인모를죽음,조작된단서,사라진범인……법의학으로풀어가는사건의미스터리들

저자가몸담은강력범죄의세계에서벌어지는사건들은자주자극적이며종종잔혹하다.죽음이끼어든사건이라면그충격과잔인함의밀도는더짙어진다.
미하엘초코스를포함한법의학자들이다루는죽음은‘비자연사’혹은‘사인불명’의죽음이다.칼이나총에의한폭력범죄나,알수없는원인으로벌어진죽음이이부류에속한다.이처럼‘외부’요인이죽음에영향을줬다고생각될때법의학자들은사건속으로발을디딘다.그들의참여가필요한이유는명료하다.사건의진실을풀어내기위해서는가능한한객관적인사실이필요하기때문이다.
법의학자들은과학기술을이용한조사나물리적인부검등다양한방법을통해서범죄의이면에서어떤일이발생했는가들여다본다.물리적인폭력이개입된사건이라면,가해자의증언이실제벌어진상황(부상)과알맞은지대조하기도한다.그러한면에서보았을떄법의학자들의역할은우리가잘아는고전적인탐정과도가깝다.다만이들에게필요한건돋보기가아닌조사용도구그리고법과신체에대한지식이다.

매스미디어에서주로비치는모습과는달리,법의학자들은죽은자들만조사하지않는다.범행용의자나범죄의생존자역시도법의학자의조사를받는다.이때조사결과는사건의판결을좌우할만큼전체국면에큰영향을미치기도한다.수사당국이법의학자에게던지는질문들은실제로사건해결에필요한핵심을담고있다.가령피해자라고주장한이가말한대로실제범죄가발생했는가?스스로진술하기어려운상태의피해자는어떻게부상을입었으며,그원인은무엇인가?가해자의진술과피해자의부상형태는일치하고있나?법의학자들은현장에머물던신체와사물들을조사하며왜곡혹은망각과싸워나간다.저자가말하듯바로그러한의미에서법의학을통한조사는어딘가위안을준다.‘설사사망자가평소에누구에게도관심을받지못했다해도,그가피해를당했는지아닌지검증하는마지막단계가존재하기때문이다’.

저자가법의학자로근무하면서맞닥뜨린사건들은대부분충격적인것들이다.서문에서말하듯그안에는인간이지닌타락과비극의구체적인면모가곳곳에배어있다.베를린곳곳에조각낸시신을유기한범인이나,경찰또는국가를속이기위해만들어낸가짜범죄들,화학물질을이용한‘침묵’의죽음,의료적조작을통해아이를사지로몰고간부모…….
책속에서다루는사건들은간혹감당하기어려울정도로비극적이라눈을돌리고싶지만,그렇기에더더욱저자가말하는‘법의학의존재이유’에동조하게도만든다.개인의이해관계와무관하고시스템적으로원활하게작동하는‘객관적인법의학’은피해자의억울함을일부나마해소하고가해자가합당한처벌을받을수있도록돕는다.법의학자들은사체조사를통해서그가겪었을죽음의과정을재구성한다.피해자의몸에남은상처에서가해자의진술과대치되는부분을확인하여범인이제대로된처벌을받도록돕기도한다.범인이국가또는타인을위협하기위해조작한단서들에서어떤요소가과학적으로어긋나는지확인해서,경찰수사만으로알기어려운사건의이면들을밝혀낸다.
이처럼무거운책임을지닌직업이기에법의학자들이가져야하는직업적태도역시한결엄격하다.미하엘초코스는법의학자는타인과상황을함부로판단하지말아야하며,누구의의견에기대지않은채사실을탐구하려는태도를갖춰야한다고이야기한다.이러한태도야말로법의학자가‘의사이자자연과학자이며동시에탐정’의역할을할수있는토대일테다.

나날이교묘해지는범죄와의싸움은앞으로어떤변화를맞이하게될까?
법의학의지식과기술로미래의범죄를들여다보다

현장의경험이쌓이고기술이진화할수록법의학은진보한다.그러나이러한‘진보’는범행현장에서도마찬가지로벌어진.범죄의양상은날이갈수록다양하고교묘해진다.미하엘초코스가마주한사건들에서도그렇다.본문에서집중하여다루는사건들은이러한과정을잘담고있다.2장‘퍼즐살인범’의가해자는어떻게범행의흔적을지워서경찰의(그리고법의학자와검사의)그물망을벗어나려한다.4장인‘가짜단서’는가상의범행혹은가짜무죄를증명하기위해얼마나많은속임수가쓰이는지보여준다.6장‘소리없는죽음’에서는법의학자가아닌이상가늠하기어려운형태의죽음들을소개하기도한다.
저자는자신을포함한동료법의학자들이어떤방식으로조사를진행하는지,또이조사가법적판결에어떤영향을주는지도세부적으로묘사한다.이들은CT스캐너등최신장치를통해사체를검사하거나DNA추출로시체의신원을알아내는등관련기술을적극적으로활용한다.실제검시와전문지식을활용한조사등전통적인방식으로도수사를진행한다.신체기관에대한과학적지식은사인의구체적양상을밝혀낼뿐아니라,가해자의진술에서옳고그름을판명해내는근거가되기도한다.최신기술이건기본적인지식이건,가장중요한것은어떻게적재적소에이도구를투입하여사건에깃든진실을알아내는가다.

미하엘초코스의기록은바로이러한진실을찾아가는과정을담고있다.가령퍼즐살인범이남긴사체일부를조사한법의학자들은부검과정에서시신의특징과사망의구체적원인을알아낸다.이를토대로써범인을찾아내고범행의형태를밝혀낼수있도록돕는다.방화등가해자가모호한사건에서는(법의학자가아니었다면스쳐지나갔을)결정적증언을잡아사건해결의증거를찾아낸다.신체의작동원리를꿰고있는전문가들답게,그들은‘신체’를이용한거짓말은쉽게넘어가지않는다.법의학자들은상처를포함한몸의흔적을따라가며그원인이무엇인지집요하게추적한다.이를테면피해자의몸에남은흔적을통해서상처를입힌공격이의도적이었는지여부를확인하며,현장에남은증거를통해자살과타살을구분한다.법의학의조사과정은현장에남은신체및공간끈질기게추적함으로써처벌받을이들을잡는데큰몫을한다.법의그물망을벗어나려던가해자의거짓진술을정확히꿰뚫기도한다.
실화를바탕으로쓴만큼책에서다루는사건들은생생하고구체적이다.저자가법의학자로서마주하는이들의마음에깃든어둠은우리주변에서도찾아볼수있는것이다.책에서다루는각종범행에는다양한감정이얽혀있다.갑작스러운분노,질투,배신감,오랜학대로생겨난트라우마나도망치고픈욕망……모두살아가며한번씩은느낄법한감정들이비극으로변모하는과정을,저자는담담하고도냉정한눈길로지켜본다.실화를배경으로했기에씁쓸한뒷맛이남는에피소드들도있다.영화나드라마와달리,현실에서는가해자가형벌을피하거나피해자가억울한과정에휘말리는일도심심치않게나타난다.
저자는그간마주한‘운좋은범인들’,그리고‘너무늦게’찾아낸피해자들의이야기를기록하면서도,과학수사과정을비관적으로보는시선을경계한다.모든것이올바른방향으로풀리지않더라도,그는법의학자들이계속해서조사의‘고정나사’역할을해야한다고역설한다.
본문에서여러차례강조하듯현실에서일어나는사건들은소설이나영화속일들보다훨씬다종다양하며그렇기에이에대응하는방법역시꾸준히발전해야한다.그발전을위해저자를포함한법의학자들은현재자신의업무에집중한다.그들은사체에깃든성분을검사하고,신체에남은흔적과진술을대조하며,현장에남은갖가지증거를수집한다.이모든과정은죽은자의목소리,혹은스스로말할수없는자의목소리를대변해주는일이다.

생과사를넘나들며피해자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법의학의기록들
어떤편견에도휘둘리지않고자신의눈과손으로부검대너머진실을파헤치는사람들

인류의역사에서범죄가사라질날이올까?상상하기어려운일이다.억울하거나갑작스러운죽음들이사라지는일은그보다도더묘연하게느껴진다.그렇다고해서희망을아주버릴수는없다.범죄현장에서싸우는다른직업인들과마찬가지로,법의학자들역시계속하여자신들의기술을제련하고지식을확장하는일을멈추지않는다.그들의노력이언제어디서벌어질지모르는비극을방지하고,억울한상황에부닥친이들을도울수있음을알기때문이다.
『죽음의키보드』는법의학의지식이나기술을체계적으로설명하거나그역사를설파하는책은아니다.그보다는법의학분야에서선두를달리고있는독일의현장에서직접일하는전문인이‘법의학의세계’에서어떤일이겪었는지기록한경험담에더가깝다.매스미디어에서주로다루는살인이나강간등의강력범죄로부터,증거조작처럼좀더세분된범죄들,뮌하우젠증후군이나이산화탄소중독등특수한상황에서비롯된비극을다루기도한다.저자는자신이어떻게이사건들에법의학자로서참여하여부검이나조사등을통해사건에해결에결정적열쇠를제공했는지기록한다.동시에그는자신이접한사건들너머에늘인간들의드라마가있었음에주목한다.

저자가마주치는다양한범죄현장은아무런전조없이발생하지않는다.대부분사건에는그상황을촉발한인과들이있다.저자는의도적으로범죄현장을조작하는이들의구체적인상황을다루면서도그들의심리저편에더깊은트라우마가있었을지도모른다고추론한다.이산화탄소중독으로목숨을잃은일가족을수사하던경찰은그들의죽음이전에난방시설을방치한기업시스템이있었음을깨닫는다.물론보편적으로황당무계한요인이나,도무지이해되지않는심리상태에서비롯되는사건들도있다.그런경우저자는억울하게희생된피해자들에주목하거나,비슷한사건을방지할대책을찾는다.요점은그가대하는범죄사건이천재지변이아닌인간의일임을인지하는데있다.
그렇기에법의학자들에게필요한것은타인의편견에휘둘리지않는태도다.모든사건혹은사람의이면에는언제나예상을뛰어넘는이야기가있다.그안에깃든과정과관계를알기위해서는자신의눈과손으로진상을보고더듬어야한다.‘완전히선입견을배제한상태’에서사건의진실을맞닥뜨렸을때,그들은사건의국면을뒤흔들수있는증거를쥐게된다.이증거야말로법의학자들이‘죽음의키보드’를두드려얻을수있는,또얻어내고자하는결과물일것이다.

책속에서

우리법의학자들은‘죽음의키보드’를다룰줄안다.분명히말하지만,죽음에는아주특수한키보드가장착되어있다.지금부터내가포괄적으로보여주려고하는죽음의목록이너무학술적이고삭막해보일지도모른다.그러나일상적인사인이열거된그런목록만으로는죽음의갖가지얼굴과,이를둘러싼복잡하기그지없는상황을결코제대로볼수없다.개개인은저마다독특하며,개별적인죽음하나하나도마찬가지로독특하기마련이다.빠르건느리건사람을저승으로보낼수있는방법은수천가지가넘는다.하지만이많은방법을사망유형별로구분하면‘자연사’‘비자연사’‘사인불명’딱세가지로압축된다.법의학자가담당하는것은뒤의두가지다.-12~13쪽

수사관이나법의학자라면누구나현장의단서가조작될수있음을안다.가령자살로보이는현장의유서나시신의손에들린총기등은살인을숨기기위해서의도적으로연출할수있는단서들이다.심지어실험실의결과나중대형사범죄의피해를입은생존자의신체부상까지도위조할수있다.다음의몇가지엉뚱한사례가보여주듯이,아이디어의풍요에는끝이없는것같다.(…)그러나노련한법의학자를속이기위해서는〈덱스터〉나〈CSI:마이애미〉시리즈몇편을시청하는것만으로는충분치않다.최근베를린의한의사가뼈저리게체험했듯이의대졸업증도충분한자격이되진않는다.-94쪽

이런생각은직감에지나지않았지만,나는직감의신호에주목하는것이몸에밴사람이다.사람의직관은잠재의식이오랜세월겪은경험의전체적인합계로서나타날때가많다.이번사건에서내직관은이사건이일산화탄소중독과관련있다고말해주고있었다.
시신의혈액은선홍색으로변색되었지만그것만으로는뭐라고진단할수없었다.나는연구소독물학자들에게혈액의헤모글로빈에함유된일산화탄소농도를측정해서즉시결과를알려달라고부탁했다.이때포름알데히드검사같은비전문적인속성검사는도움이되지않는다.이것은장클로드부아니가족전체의목숨이달린일일수도있었다.사망자의혈액이선홍색으로바뀌었다는것이올바른판단인지시급히확인해야했다.-196쪽

반데라의말에따르면그와케스트너는서로칼을잡으려고티격태격했고그때칼날이케스트너의몸을향했다.이는납득할수없는설명이었다.케스트너가정말반데라로부터칼을빼앗으려고했다면,칼끝이자신의몸으로향하게만들지는않았을것이었다.그랬다면우리가검시할때케스트너의손이나팔뚝에서방어흔이확인되어야했다.
이뿐만이아니었다.부검결과는반데라가묘사한범행과정과완벽히불일치하는현상을두가지더보여주었다.첫째,케스트너의하복부를거의수평방향으로찌른약14센티미터길이의상처는쌍방의싸움에서는절대생길수없는것이다.절창으로생긴구멍은방어할틈도없이기습적으로공격당할때만생길수있다.둘째는한층더중요한데,케스트너의복부부상은공격자가반드시‘두번’찔렀을수밖에없는형태를보여주었다.-264쪽

현실에서의법의학은범죄소설작가의상상력보다훨씬더다양한모습을보여준다.물론나역시도텔레비전시청자와범죄소설독자가법의학에매혹되는일에얼마든지공감할수있다.이곳에속한나또한의학과기술,실험실,건강한인간의오성五性이보여주는인식에,또사인을조사하는과정에서발생하는예기치못한반전에매일새롭게전율하곤한다.
법의학자에게는유익할뿐아니라필수불가결한성격적특성이몇가지있다.일단우리는선입견없이유연하게사고해야한다.편견이나다른사람의의견에기대서는안되고,완전히선입견을배제한상태에서사망사건을대할자세를갖춰야한다.-3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