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 : 다시 보는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 : 다시 보는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18.44
Description
“애덤 스미스는 누구보다 널리 알려졌으나
그만큼 잘못 알려져 있다”
300년이 지나 신화가 된 사상가, 애덤 스미스
자유의 반석을 다진 조용한 혁명을 다시 읽다
어떻게 그의 사상은 사회ㆍ경제 이론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나

올해는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다. 『국부론』으로 대표되는 그의 사상은 자유와 경쟁을 세계의 지고한 이상으로 자리매김시켜 현대 자본주의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가 오늘날의 세계를 본다면 “후세가 만들어낸 낯선 자신”을 보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그가 그린 이상은 반쪽짜리로, 그마저 어설프게 실현돼버린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왜곡된 채 살아남은 반쪽은 그의 『국부론』이며 시간 속에서 유실된 반쪽은 『도덕감정론』이다. 그의 사상은 진보ㆍ보수, 좌파ㆍ우파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진영 논리로 덧칠한 신화가 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재조명이 유독 더뎌, 그를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자나 시장 만능주의자로 여기고 있다.
이 책은 스미스에 관한 오래된 신화를 탈색시킨다. 각기 다른 자유를 말하는 진영들이 이념의 전투를 벌일 때, 애덤 스미스는 양날의 칼이 된다. 그의 가장 유명한 은유인 ‘보이지 않는 손’만 해도 그렇다. 정작 스미스가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 세 번뿐이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시장에 전부 맡기라는 자유방임의 철학이라 믿고, 다른 이는 특권과 독점을 폐기하고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라는 혁명 구호로 풀이한다. 이렇게 해석이 엇갈리는 와중에, 이 책은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 하기보다 되도록 애덤 스미스의 본래 모습을 되찾으려 한다. 『국부론』의 빛에 가려 있었던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를 다시 보고, 놀라울 만큼 평등주의적인 그의 생각을 바로 읽자는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경제지 기자로서 한국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 탐색을 해왔다.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만나왔고, 그들의 책을 꾸준히 번역했으며, 애덤 스미스 문제와 번역에도 천착해왔다. 그런 이력을 살려, 저자는 두 원전 텍스트를 재번역하여 상투적인 해석과 오랜 편견을 걷어낸다.
이 책은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사상이 수용되는 바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보려는 의도에서 쓰였지만, 이야기의 서두는 강진의 바닷가에서 스미스와 정약용이 대화를 나누며 시작된다. 유럽은 청어잡이로 부를 쌓았는데, 조선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렇게 스미스를 통해 300년 전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이 책엔 저자가 토마 피케티, 아마르티아 센과 같은 경제학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도 녹아들어가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와 같은 작가를 경유하여 자본주의와 자유, 공감의 문제를 짚기도 한다. 국내에서 스미스를 편파적으로 해석하는 사례를 모아 부록에 담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

장경덕

작가겸번역가.33년동안저널리스트로서자본주의정글을탐사하며석학들을두루만났다.매일경제신문런던특파원,금융팀장,논설실장을지냈다.『증권24시』『부자클럽유럽』『정글노믹스』『정글경제특강』을썼고,『렉서스와올리브나무』『21세기자본』『불평등을넘어』『좁은회랑』등을옮겼다.

목차

프롤로그:타임슬립,300년의대화

제1장여왕의스타킹
부국클럽|비스킷공장에서|국가는왜실패하는가?
제2장조용한혁명
무기가된애덤스미스|지킬인가,하이드인가?|우리는저마다다른자유를말한다
제3장내마음속의위대한재판관
공감이란무엇인가?|가난한집아들|나는사랑받을만한가?
제4장물고기의정의를원하는가?
플루트는누가가져야할까?|작은물고기를보라|먼곳의목소리
제5장보이지않는손의신화
마법의손|거인들을공격하다|거품속에서
제6장호모에코노미쿠스는없다
빵집주인은무엇으로사는가?|가장속이기쉬운사람|다시사람을보라
제7장우리에게모든것을
대상속의시대가왔다|누가애덤스미스의이름으로불평등을합리화하나?|막걸리도둑의미래
제8장손목을자르리라
2+2=1|감자칩과반도체칩|절인청어이야기|금이냐황소냐
제9장우리는모두상인이다
상업사회와자본주의|체스판의말처럼|혁신의예언자
제10장스미스씨의벌통
세상에서가장멍한사람|당파와광신|나는더많은일을할수있었네

에필로그:상상하라
행복은판돈에있지않다|미래는우리손에달려있다
부록:마술의교과서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애덤스미스문제

애덤스미스에대한해석은특정시간과장소의산물이다.이를테면마르크스는스미스를계승하면서도그를“엉터리부르주아경제학자”로몰아가며,그의이론이자본가계급을보호하는무기가되었다고지적한다.반면20세기중반미국자본주의이론의병참기지였던시카고에서애덤스미스는시장경제의놀라운비밀을밝힌영웅으로격상된다.인간의행동을분석할때합리적이익을추구하는성향을유일하게타당한전제로삼았으며,정부의‘무거운손’이아닌시장의‘보이지않는손’만이개인의정치적자유를보장해준다는식이었다.
애덤스미스는한사람인데,상반되는두주장의근거로그의사상이활용된적도있다.1795년영국에서식량가격이급등하자농업노동자를위한최저임금법이발의되었다.이때찬성측은‘인구전체를먹이는노동자는그생산물중에서몫을갖는것이공평하다’는스미스의주장을인용했다.동시에반대측에서도‘자유로운경제활동에관한원칙들이제한없이작동’해야한다며,스미스의말대로거주이동의제한을철폐하는것으로충분하다고주장했다.어떻게이런일이가능할까?스미스의사상은일관성이결여된것일까?
‘애덤스미스문제’라는말이있다.그의사상에모순된것처럼보이는두면이공존한다는것이다.가령『도덕감정론』에서그는타인의운명에관심을갖고그들의행복에즐거워하는것이야말로인간본성이라고주장했다.반면『국부론』에서는모든사람이자기이익만을실현하기위해애쓴다고했다.
저자는스미스의‘공감하는인간’과‘자기이익을좇는인간’을대립항으로놓을필요는없다고말한다.시장이자유롭고공정하다면개인의이익추구가사회적으로유익하다는게그의주장이다.그런데시장이공정하려면신뢰와공감과정의가있어야한다.결국‘보이지않는손’은‘도와주는손’의존재에달려있다.사람들은각자의입장에서스미스의한쪽얼굴만바라봤던것이다.

스미스가비판한자유방임주의

이책은애덤스미스를편파적인오해에서구해내기위해‘자유’라는개념부터다시파헤친다.그가말한자유는기본적으로‘자연적자유’다.특혜나제한을주는모든체제가완전히제거되면자연적자유가확립된다.이때자기처지를개선하려는개인의노력은강한원동력이되어,권력이나법률의개입없이도사회에부와번영을가져다준다.다만스미스는여기에“정의의법률을어기지않는한”이라는단서를붙였다.자연적자유를침해하는법률은철폐돼야하지만,모든규제와제도가사라지면사회는개인들의이익이부딪치면서붕괴될것이다.
스미스시대에영국에서지역간자유로운이동을금했던것이자연적자유를침해하는제도의대표적인예다.마음에드는곳에서일할자유가없다면노동수요와공급의불균형이해소되지않고,경제의비효율성이커지며국가는부유해질수없다.농업인이중간상의역할을겸하게하거나제조업자가소매업을겸하지못하게한제도도마찬가지였다.이렇게자유로운상거래를막으면상품이원활히흐를수없으며,어리석은법률과행정이특정계층에게만이익을안겨줄뿐이다.
하지만스미스는신뢰와질서,정의를유지하기위해도입해야하는법률도있다고주장했다.더큰자유를위해어떤자유는제한할수있다.서민들이마시는맥주보다는증류주에세금을더많이물려야한다.노동자보다지주에게높은세금을부과해야한다.건축물에방화벽을세우도록의무화해야한다.낭비벽이심한사람과투기꾼만대출을받는것을막기위해이자율상한을정해야한다.공공기반시설을확충하고공립학교를세워야한다.이렇듯그가주창한자유는자유방임주의가아니었다.오히려야경국가체제로는수행할수없는,부정의를막고이익의충돌을중재하는적극적개입에기반한자유였다.따라서‘보이지않는손’에대한맹신은오해의극단을보여준다.자연적자유는저절로주어지는것이아니며,오랜고민과갈등과조정을거쳐추구해나가야하는이상이다.

빈자의편에선애덤스미스

애덤스미스가이기심의옹호자라는해석은또하나의단편적인오해다.오히려그는일생동안『도덕감정론』의개정을거듭하며공감하는인간상,이타적인인간상을정립하려애썼다.이책은스미스의도덕론을세심하게살피며평등의길을모색한도덕철학자의모습을그려낸다.그는노예해방선언보다한세기앞서서노예제를비판했고,분배적정의를실현하기위한국가의역할을강조했으며,가진자와못가진자의이해가부딪칠때면거의예외없이못가진자편에섰다.
그는『도덕감정론』첫머리에서공감이무엇인지를먼저설명한다.아무리이기적이라해도,인간에게는다른이의처지를상상하고거기에공감하는능력이있다.다만그상상의과정에서내면의‘가장공정한재판관’이법정을세운다.이재판관은상황에따라타인이나내감정이적정한지그렇지않은지도덕적으로승인한다.이때승인의기준은‘효용’이나‘이득’이아님을애덤스미스는분명히한다.자기이익을좇는마음은경제활동을추동하는힘이지만,그것이도덕의기준이될수는없다.
이공정한재판관의판단능력은타인과의상호작용을통해끊임없이발전한다.절대자에의해주어지는것이아니라,서로이해하고인정하고거부하는과정을거치며점점다듬어지는것이다.스미스의이런시각은빈곤과불평등문제에유용한통찰을던진다.우리는마음속의재판관과대화함으로써더정의롭게행동할수있다.더낮은목소리,더먼곳의목소리까지듣는능력을기를수있다.이판관의눈,즉우리내면의눈을통하여,내이익을위해타인에게해를끼치는부정의가왜흉측한지알수있다.애덤스미스가꿈꾼것은분명지금의약육강식,각자도생의정글자본주의세계가아니었을것이다.

애덤스미스,현대자본주의의열쇠

저자는스미스를충실히재해석한이후,지금을사는우리곁으로그를데려온다.지구의부는어디로이동하고있나?21세기는아시아의세기가될까?대한민국은지난세기의발전을이어갈수있을까?앞으로는어떤사람들이변화를선도하고부를창출할까?스미스가명쾌한답을내줄수는없다.새로운기술이낡은체제를뒤엎고,초국가적거대기업이시장을지배하며,극심한양극화가사람들을갈라놓는오늘날의사회를보지못했기때문이다.하지만인간본성에관한그의통찰은지금도깊은시사점을준다.이책은애덤스미스의다면성을이해하려시도함으로써오늘날의경제와사회를다시바라볼단초를제공한다.
이책의부제처럼『도덕감정론』과『국부론』을재해석함으로써우리는현대자본주의사회를다시제대로읽어낼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애덤스미스는현재의역사다.21세기사람들은21세기의눈으로그를본다.사람들은흔히그에게서보고싶은것만본다.그는누군가의정치적무기가된다.그를자유방임과시장근본주의의원조로예찬하는이와바로그런이유로그를공격하는이모두그의책에서자신의무기를발견한다.그의사상은양날의칼이다.잘쓰이면참으로유용하나잘못쓰이면매우위험하다._13쪽

도덕철학자애덤스미스와정치경제학자애덤스미스는다른사람이아니다.서로다른두스미스라는생각은뿌리깊은오해에서비롯되었다.공감하는인간과자기이익을추구하는인간을굳이대립항으로놓고볼필요는없다.스미스는자유롭고공정한시장에서는개인의이익추구가사회적으로유익한결과를낳을수있다고보았다.그러나이때도덕적가치와규범이아예필요없다거나작동하지않는다고주장한적은없다._57쪽

스미스가말한“단순하고명백한자연적자유의체제”는인간의자유를최대한발휘할수있는체제다.그것은자연적으로이미정해져있는체제가아니다.사회적으로건설하고유지하고발전시켜야할체제다.순수하게자연적으로만들어진질서가아니라사람들이만들어가는체제다.자연적자유의체제는누구든무엇이든제맘대로할수있는체제가아니다.스미스가옹호한시장의자유는절대적인것이아니다._73쪽

애덤스미스는부자체에대한도덕적판결을내리지는않는다.그러나빈자에대한경멸과무시는도덕적타락임을분명히한다.지혜롭고덕있는이들이받아야할존경과찬사는흔히부유하고지위가높은이들에게주어진다.어리석고악한이들에게향해야할경멸은종종가난하고약한이들에게돌아간다._96쪽

공정한관찰자는우리의“가장뻔뻔한열정”에대해죽비를내리칠수있는존재다.(...)그는다른이들의더큰이익을위해자신의최대이익을단념하는것이왜적정한지,자신의최대이익을위해다른이들에게아주조금이라도해를끼치는부정의가왜흉측한지보여준다._105쪽

스미스는“정의가제거되면인간사회의거대한구조물은틀림없이한순간에무너져가루가될것”이라고했다.또“완전한정의와완전한자유,그리고완전한평등을확립하는것이모든계급에최고수준의번영을효과적으로확보해주는아주단순한비법”이라고밝혔다.이두문장만보더라도그가정의의가치를얼마나중시했는지를알수있다._116쪽

애덤스미스는자유로운시장을중시했다.그러나그가자유방임을주창하며정부의역할을무시했다고보는것은오해다.그는자유방임을믿지않았다.그런말자체를쓰지도않았다.오히려그것을주장한중농주의를유토피아적이라고비판했다._150쪽

스미스는상업사회의그늘을외면하지않았다.그는“상인과제조업자들의비열한탐욕과독점욕”을누구보다강도높게비판했다.산업현장에서끊임없이단순작업만반복하는노동자가“예상하지못한어려움을해결하기위해창의력을발휘할기회”를잃고“가장어리석고무지한상태”에이를수있음을경고했다.또상업사회는상무정신을감퇴시키고“부자와권력자를거의숭배하는”풍조때문에가난하고약한이들을소외시킬것으로봤다.스미스사후시장경제와자본주의체제가드러낸문제를모두그의잘못된교리탓으로돌리는것은터무니없다._260~261쪽

그는시장을정치경제학의중심에올려놓았다.그러나그시장은규범과도덕을초월한세계가아니었다.그는사람을보라고했다.이기적이고합리적인인간이아니라공감하고상상하는인간을._3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