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 :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밑바닥에서 :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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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김수련이다. 1991년에 태어났고
빼어날 수秀에 단련할 연鍊 자를 쓴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이것은 내가 간호사로서 7년간 겪어온 경험의 기록이다
“나는 실체를 가진 간호사로서 침묵을 깰 의무를 지닌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간 간호사 생활을 했다. 그가 『밑바닥에서』라는 책을 펴냈다. 위의 문장이 바로 저자가 책을 쓴 이유다. 그가 간호사로서 쓴 경험은 이제껏 드러난 적이 거의 없는 내용이다. 그는 자신을 밑바닥 존재로 규정지었다. 바닥은 더럽고 깊고 어둡다. 그 바닥에서 울리는 자기 목소리를 사람들이 달갑잖게 여길까 두려웠지만, 절망이 평생 계속될까봐 입에 메가폰을 댔다. 그 소리는 멀리 깊게 퍼져나간다. 그의 정직하고 다정한 글을 통해서.

저자는 2017년을 잊지 못한다. 자신이 한계가 많은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그해 한 선배 간호사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가혹했다(물론 다른 많은 선배는 너그럽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저자는 격무에 시달려 우울증을 깊이 앓던 중이었고, 수면장애를 겪었다. 하지만 강바닥 같은 현실에서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수면 밖으로 내밀면 선배의 발이 자신을 밟아 물속으로 밀어넣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 이른바 ‘태움’으로 자기 삶을 끝낸 박선욱 간호사의 부고를 접하면서 저자는 내가 바로 그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사와 간호사의 수직 구조에서 발생하는 짓이기는 슬픔도 이 책에서 자세히 드러난다. 간호사들 업무 중 상당수는 의사의 결정이 있어야만 이뤄지는데, 레지던트들은 저들대로 바빠 종종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서 이렇게 소통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는 간호사들의 책임으로 돌아와 그들은 근접오류 보고서를 쓰곤 한다. 나아가 너무나 뻔하게 이뤄지는 의사의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이들 간호사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털어놓는다. 성희롱한 의사지만 그의 도움 없이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때가 많았다. 그게 두려워 그들은 종종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모두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폭력이다. 간호사가 선 자리에서 저 위를 올려다봐야만 원인이 파악된다. 저자는 간호사 충원을 계속 미루며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서만 운영되는 병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통계와 자료를 세세히 들어가며 지적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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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수련

신촌세브란스병원암병원중환자실CAICU에서간호사로약7년간근무했고,2020년코로나19확산초기에대구의코로나19중환자실에파견되어근무했다.‘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의운영위원으로,간호사1인당환자수법제화,대한간호협회직선제촉구,직장내괴롭힘피해간호사연대와같은간호사처우개선운동과공공의료강화운동에참여했다.현재국경없는의사회소속파견인력으로미파견기간중미국적십자재난의료팀AmericanRedCrossDisasterHealthServicesTeam멤버로활동중이며,뉴욕시립병원외과계외상중환자실Surgical-TraumaICU에서근무하고있다.공저로『포스트코로나사회』가있다.

목차

추천서문:철저하게무너지다_강경화한림대간호대학교수
추천서문:현실을방치하면되돌아오는것들_최규진인하대의과대학교수

문을열며─여기목소리가있다
들어가며

1장

밑바닥에서
말벌들
작고예쁘고소소한것
소용돌이
아가미

2장

미나
아버지에대하여
영광과시간
외도
말할수없는
죽음의모양
반인반수와공감:우리마음은비어있어야한다
하지못한말

3장

강가에고요히앉아
진술서(박선욱간호사:프리셉터제도의문제점)
원내사고발생신고서
늑대가나타났다

문을닫으며─그럼에도불구하고

출판사 서평

24시간,매초가그들을갉아내린다

간호사들의근무는3교대로이뤄진다.데이출근날이면그는새벽3시에눈을뜬다.신규때는밤새얕게잠들거나아니면아예못잤다.장독같은이불에서몸을빼병원에도착하면4시.전산을보며환자의병력과현상태를살피고적는다.5시,병동에들어가야간근무자들과교체하고물건개수를처치개수와대조하며센다.정맥주사용빈카20게이지짧은것40개,22게이지40개,폴리카테터18프렌치2개,16프렌치5개,투명테이프10개….물건은종종개수가안맞거나가위같은게사라져그는똥묻은기저귀와가래묻은휴지가뒤섞인쓰레기통을뒤진다.6시전인계를받는다.인계속도는너무빨라긴장되고꼭실수가생긴다.

인계가끝나면환자상태를머리부터발끝까지확인한다.약개수를세고아침약을투여한다.정맥투여되고있는약물의잔여량을확인한다.배액관,카테터,환자의피부와가래상태,인공호흡기투석기투여량,체온계의배터리등을점검한다.불행히도이중뭔가하나에는늘문제가일어나고,그걸놓치면뒷일들이줄지어꼬인다.그와중에보호자들이전화를걸어와환자상태를설명해달라고요구한다.

매듀티마다해야하는일의목록은이렇다.투약,환자체위변경,구강간호,석션,검체검사,처방처리,전동과입실준비….검체검사결과이상이있으면레지던트에게전화해알려야하지만그들은종종전화를인빋거나혹은통화도중끊어버린다.간호사들은늘빚쟁이처럼레지던트를따라다니며달라붙는다.그러는동안환자에게서갑자기혈뇨가나오거나인공호흡기서킷이분리되거나모니터를붙인잭이헐거워져알람이울린다.만약레지던트에게재차전화하는걸잊은채근무가끝나면‘근접오류보고서’를써야한다.일종의시말서다.

많은간호사의일상은꼬인실타래같다.모든것이갑자기엉킨다.수많은펌프를꽂을전원이부족한데잠깐미루면배터리알람이울리고,환자가기침했는데전화를먼저받으면인공호흡기서킷이가래로더러워지고,환자가잠들도록투여하는약의농도가모자라투약을먼저하면환자가몸부림치기시작해투약라인이빠져줄줄샌다.투석기에연결할투석액에모자란전해질을섞으려고혈액검사결과를기다리면그사이다른일들이닥쳐처리한후급하게달려와전해질을섞고,그전해질을섞는동안다른환자를재우는약이다닳았다는알람이울려댄다.

환자의목숨을돌보는간호사들은너무많은일을하고,급한마음때문에실수를연발한다.인계를하고나면정확하지못한일처리때문에선배간호사들의화가기다리고있다.엄청난일의압도감은완벽하지못한수행으로나타나고,제실수를매일거울처럼들여다보는이들은자기비하에능한사람이된다.‘그래,나는답없는인간이지.아무것도아닌놈이지.원래나란존재는엉망이야.’그러다컴컴한거리를헤매면서자기뺨을때린다.

짓이기는시스템,강요당한슬픔

위내용은신규간호사시절저자가매일같이겪은일상이다.그는20대의자신이“노인처럼늙어가면서가끔머릿속에죽음을떠올렸다”고썼다.이시절은모두지나갔지만,지금그때의자신처럼똑같은일상을마주하고있을후배들을위해기억을헤집고,병원시스템을파헤치며,서로에게위해를가하고괴롭히는근본원인들을짚는다.그시절차지간호사로부터의괴롭힘은여러양상으로펼쳐졌다.저자가결막염에걸리자꾀병부리지말라했고,어느날엔리넨장으로끌고가‘너를이제없는사람취급하겠다’고협박했다.‘여기네편아무도없어.다너싫어해!’어떤선배는손바닥으로등을때렸다.또목덜미를끌고다니며환자들앞에서망신을줬다.이건간호사들사이에서흔히‘태움문화’라불리는폭력행위다(하지만저자는이용어에반대한다).

저자는2017년을잊지못한다.자신이한계가많은사람이란건알았지만,그해한선배간호사는견딜수없을만큼가혹했다(물론다른많은선배는너그럽고좋은사람들이었다).당시저자는격무에시달려우울증을깊이앓던중이었고,수면장애를겪었다.하지만강바닥같은현실에서있는힘을다해고개를수면밖으로내밀면선배의발이자신을밟아물속으로밀어넣는것처럼느껴졌다.그시절이른바‘태움’으로자기삶을끝낸박선욱간호사의부고를접하면서저자는내가바로그였을수있다고생각했다.

의사와간호사의수직구조에서발생하는짓이기는슬픔도이책에서자세히드러난다.간호사들업무중상당수는의사의결정이있어야만이뤄지는데,레지던트들은저들대로바빠종종전화를받지않거나문자에답장을하지않았다.의사와간호사사이에서이렇게소통부재로발생하는문제는간호사들의책임으로돌아와그들은근접오류보고서를쓰곤한다.나아가너무나뻔하게이뤄지는의사의성희롱이나성추행을이들간호사는두려움에벌벌떨며털어놓는다.성희롱한의사지만그의도움없이는업무수행이불가능할때가많았다.그게두려워그들은종종입을다물었다.

이것은모두시스템에서비롯되는폭력이다.간호사가선자리에서저위를올려다봐야만원인이파악된다.저자는간호사충원을계속미루며자본주의논리에따라서만운영되는병원시스템의문제점을통계와자료를세세히들어가며지적한다.

우리도환자를살리고싶다

한환자가있었다.그는신장암수술을받고중환자실로옮겨져의식을회복하던중혈압이조금떨어졌다.담당간호사가수술부위를확인하려고복대를열었다가다시매는순간환자는아프고짜증났던것같다.그래서갑자기간호사얼굴을후려쳤다.또다른환자가있었다.그는복강내출혈로출혈부위혈관을막고왔었다.시스가들어간오른쪽대퇴동맥을구부려서는안되었기에간호사는움직이지말것을당부했지만그는계속움직였다.안전을위해간호사가오른다리를편상태로억제대를적용하자환자는화가났던지휴지에침을뱉어바닥에던졌다.
간호사가쓰레기통을침대위로올려주자쳐서바닥에떨어뜨리더니말했다.“야,너는허드렛일좀해.”이런환자도있었다.그는찬물을떠달라고했는데간호사가준물이충분히차갑지않았던모양이다.물컵을던지며그가말했다.“다시떠와.너이게찬물이야?내가병신인줄알아?”저자는말한다.“우리일은인간의가장소소한욕구와지저분한일까지돌봐주는것이다.그게전인간호다.그렇지만우리가괄시받고화풀이대상까지되어야할까?”환자의자세를바꿔주고옮기느라허리와손목이망가지지만간호사들은사실늘환자에게공감하고픈마음이있다.하지만쉽지않다.어느날한후배는괴로워하며말했다.“제가환자를물건처럼보게되는것같아요.그냥너무힘들고자꾸퉁명스러워져요.”

저자는“병원은간호사들이기계가되길바라는것같지만우리는섬세한감정을가진인간이다”라고말한다.그래서병원에요구하며목소리를높일수밖에없다.간호사들은덜바쁘고덜힘들고덜비참하면환자에게더친절하고더관대할수있다고말한다.그러려면간호사를더충원해야한다.그런법을제정할기회가수십번있었다.하지만국가와병원은그걸놓쳤고그래서간호사들은자신이반은인간이고반은환자에게공감못하는짐승이라느낀다.

2020년봄,1차팬데믹때저자는대구의중환자실에파견돼코로나19환자들을돌봤다.그녀가그곳에서맡은환자들은모두예외없이죽었다.이에그녀는더목소리높여말한다.‘국가는공공병상을확대해야한다.’감염병이나외상같이돈벌이는안되지만필수적인의료영역은국가가운영해야한다는것이다.

환자의가장가까이서그들의상태를수시로간파하며기민하게움직여야할간호사들은매순간완전히소진된상태로병원을떠난다.2020년,두려움속에서희생해온간호사들은안전과인력충원을호소했지만그들의목소리는지워졌다.지금도OECD평균의3분의1밖에안되는간호사들이OECD평균의5배나되는병상을감당한다.그들은늘착취당하고,바쁘고,지쳤다.환자와간호사의비율은환자의사망률과매우뚜렷한상관관계를보인다.간호사한명이담당하는환자가한명증가할때마다환자의사망률은7퍼센트증가한다.담당환자가한명더늘면14퍼센트,거기서한명더늘면31퍼센트.이숫자는끝도없이늘어난다.이퍼센티지는그자체로누군가의목숨이다.

대부분의사람은간호사가하는일이정확히뭔지잘모른다.저자는주사놓고똥치우고환자손발닦는일말고자신들이무슨일을하는지이책에자세히풀어놓았다.그들은속도가관건인환자에대한대응을일선에서하고있다.중환자를보는데있어모든것은속도와시기에대한문제고,그래서간호사들이치료의질을결정한다.트레이닝된간호사들의능숙함과판단력,빠른실행력에환자들의목숨이달려있을때가많다.하지만이책에서지적하듯간호사들의프리셉터-프리셉티교육제도는고질적인문제로남아있고,여러제도적난관이그들을그만두게만든다.우리는누구나환자가될수있다.병원과국가와사회가간호사의입을틀어막은값을지금도병원으로실려오는우리모두가치를가능성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