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사건들은호수에던진돌과같다.큰소리와함께파문이번지지만호수의바닥에내려간돌은시간이지남에따라진흙에깊이파묻히고수면은다시잔잔해진다.개혁개방이후중국의현대화는극적일정도로가파르게진행되었고,많은것이수면위로떠올랐다가가라앉았다.1990년대의선전특구,2000년대의상하이,2008년베이징의올림픽개최로이어진현대적중국의탄생은그변화의역정만큼이나깊고넓은호수를만들어냈다.현대화의충격이그것을겪어낸인간의내면에내놓은크레이터라고할까.바닥에가라앉아있는변화의잔해들은,아직바닥까지는파고들지못하고볕이좋은날엔일렁이는물결사이로그천연색의몸을보여주며,지켜보는이들로하여금그것을발굴하고픈욕구를불러일으킬수도있을것이다.만약호수에던져지는돌들을하나하나바라본이가있다면,그리고틈날때마다어부한명을고용해호수중앙으로나아가그밑바닥을내려다보고,서로뒤섞인채덮여가는누적된시간의텍스처를한결한결만져본사람이있다면,『갑골문자:중국의시간을찾아서OracleBones:AJourneyBetweenChina’sPastandPresent』를쓴피터헤슬러가바로그런인물일것이다.
이책의원제는오라클본OracleBones,우리말로갑골문자다.갑골문甲骨文은중국상商나라은허유적에서발굴된고대의문자다.자연이나인간의행위를본떠서만든이상형문자는왕이점치는과정을기록한은허복사殷墟卜辭로남아우리에게고대세계의일부를전해준다.햇볕에드러난문자는현대인에게암호와도같아,그것을해독하는작업을거쳐야그속의의미가오롯하게떠오른다.중국의시간도마찬가지이지않을까.서양,그것도미국인기자의눈에중국사회는해독하기쉽지않은텍스트였을것이다.현대중국을다룬이책의제목이갑골문이된이유는그해석행위의유사함을충동적으로붙잡은결과일수도있을것이다.책에서작가는이유를말해주지않는다.“모든경계와정의가때로유동적이듯이시간자체도그러했다.(…)과거속으로더멀어짐으로써역사적의미를만드는방법”이라는서문의짧은말로대신할뿐이다.
책을집필할당시피터헤슬러는『월스트리트저널』베이징주재소의기사스크랩인력이었다.그의상사이자책임자는2001년파룬궁보도로퓰리처상을받은언론인이언존슨이었다.(헤슬러의공도있을것이다.)헤슬러는얼마전까지쓰촨성의푸링(지금의충칭시푸링구)이라는작은도시에서사범대학학생들에게영어와영미문학을가르쳤다.교사가부족한때였는지라그의제자들은졸업후전국중고교교사로곧바로부임되었다.그는제자들에게영어로이름을지어주었다.푸링사범학교에서의2년은『리버타운』이라는책으로묶여나왔고,그는영어권주요저널에중국관련취재이야기를싣고원고료를받아생활하는논픽션프리랜서작가의길에접어들면서스크랩인력으로그스타트를끊었다.상사인존슨은곧그를사무실밖으로내보냈고,기자아닌기자가된그는본격적인중국관찰을시작한다.1999년부터2004년까지5~6년간헤슬러라는‘렌즈’는꽤변칙적으로작동하면서중국사회의여러층위를발굴하게되는데,그가읽어내려는것은주로표정이었으며,말을얼버무리는인물들의내면,때로는돌이킬수없는상처로남은경험들이지시하는방향을따라시간을3000년이나거슬러올라가는일이기도했다.
이책은논픽션이지만표현은무척장르복합적이고구성자체가독특하다.크게두줄기의흐름을갖는데하나는1장부터24장까지의내용이다.중국,미국,신장이나타이완각지를오가며넓은활동범위와함께언급하는장면과인명도부지기수다.난징(베오그라드중국대사관폭격에대한시위),톈안먼사건10주년기념일취재,단둥의북한관련취재,백두산유람,불야성의도시선전,창춘의전분제조공장,푸저우연해의밀입국브로커,톈안먼광장의파룬궁시위장면,홍콩,베이징후퉁쓰허위안철거현장취재등과민감한시기였던1999년5월의나토폭격사건,베이징올림픽주최권유치과정,WTO가입신청의최후단계,2001년남중국해해상영공의충돌사건,9·11세계무역센터폭파사건,동투르키스탄문제,미국대통령부시의중국방문등이다.
다른하나는상나라은허유적의발굴현장을따라다니며발굴대장이나전·현직고고학자등관련된인물들을인터뷰하는유물A부터유물Z까지의여정이다.이글들은장과장사이에삽입되어있으며실제로도현실에잘못끼어든삽화같은느낌으로몽환적인분위기를조성하면서주로과거의상처를헤집고있다.저자는특히천멍자陳夢家(1911~1966)라는갑골문학자의비극적인생애와그에얽힌미스터리를풀어가는형태를취하고있다.은허발굴현장의전·현직고고학자들은갑자기천멍자와직간접적으로맺은인연때문에증인신분으로바뀌며스스로도완벽히이해하지못한역사를증언하는괴로운노정에오르게된다.저자는천멍자의선후배동료는물론이고,박물관관장,총대를메고그를인신공격한고고학계의거두리쉐친,수문지질학자로은퇴한85세의남동생천멍슝까지인터뷰하며1957년마오쩌둥의반우파투쟁이한지식인의영혼을파괴하는과정을입체적으로그려내지만,그결과는선과악이분명한스토리와는거리가멀다.
인터뷰한사람으로는위구르족폴라트와그의친구들,고고학자징즈춘,난징대학살기념관의비둘기관리인,중국고대문화연구가임레갈람보스,한국전쟁에참전한노병,‘살아있는사전’이라불리는타이완의갑골학자스장루,안양고고발굴단단장탕지건,선전방송국의라디오진행자후샤오메이,소설가먀오융,베이징의자오징신,청동기연구가로버트배글리교수,고고학자쉬차오룽,싼싱두이황금가면발견자쉬원추,쓰촨성박물관부관장천셴단,안양의고고학자양시장,미국인화교우닝쿤,자오선생을통한갑골문학자천멍자의생애추적,갑골문학자데이비드키틀리,베이징시부시장류징민,2008년에열린제29회베이징올림픽에관한취재,농구선수출신의방송인으로1988년서울올림픽에도참여했던쉬지청,미국인류학자존맥칼룬,역사학교수앨프리드센,시퉈구지역촌장선거장면에서만난주민과경찰,갑골문학자다카시마겐이치교수,외교부의스장타오,타이완민진당국제사무부주임톈신,타이완신주시부시장린정제,타이완무소속입법위원천원첸,타이완중앙연구원인류학자스레이,미국의‘라디오프리아시아’의특파원메메오메르카나트,상하이박물관의마청위안,‘하상주단대공정’의책임자이자고문자학자리쉐친,미국언어학자존드프랜시스,원로언어학자저우유광,인빈융,왕쥔,교육부관리장롄중,천멍자의동생천멍슝,워싱턴의알링턴국립공동묘지,천멍자의제자왕스민,우웨이박물관관장톈즈청,중국학교수빅터메이어,영화감독장원등이있다.
과거를향해멀어지는것으로역사적의미를만들어낸다는건어떤것일까.어쩌면그것은역사라는것의복잡한동력을이해해야한다는의미같기도하다.저자는천멍자의생애를추적하는한편으로계속역사가만들어지는현장을취재한다.베이징쥐얼후퉁의400년된쓰허위안을철거하려는구區정부와목숨걸고이걸막아내려는자오징신이라는82세집주인노인의줄다리기를다루는9장에서헤슬러는집중인터뷰를통해묘하고도씁쓸한여운이남는이야기를기록하게된다.“후퉁과쓰허위안은다른나라에없어요.이집은미국보다더오래되었지요.”노인의첫마디다.이어서구정부의무리한행정과쓰허위안의역사적가치에대한연설이계속된다.그는고소로맞섰고,중국에는오래된마을이북방의핑야오와서남쪽의리장만남았다고역설하는노인은“중국인으로서저는이곳을보호할책임이있어요.저는스스로물러서지않을겁니다.그들에게저는‘움직이지않는다Notmoving’두단어를말할따름이죠”라고말했다.철거는베이징을비롯해변화하는대도시가마주한숙명이었다.헤슬러는그것을상징하는문자를하나제시한다.바로‘?’(차이)라는글자다.베이징에서이글자는철거를알리는건축물에칠해져있는데,도시의노후지역도처에서볼수있다.“글자는보통1미터크기의동그라미안에쓰는데무정부주의자의상징표시A와같다.”도처에서?가보이니이를활용한말장난도생겨났다.“우리는‘차이날??兒’에산다네.”이는영어차이나처럼들린다.구정부를상대로한노인의소송은중국기자들의관심을모았다.텔레비전에서인터뷰하고돌아갔지만뉴스로나오지는않았다.시간은계속지나가고쥐얼후퉁의모든집이벽돌과먼지로변해버렸다.마지막남은건자오징신부부뿐이다.노인의태도는갈수록강경해졌다.“법원사람도오고경찰도오고구급차도오겠죠.그때가되면볼만하겠죠.”그러나강제집행전날노인은집을버리고자발적으로떠난다.노인부부는떠났지만아침8시30분경50명이넘는경찰들이철거현장을둘러쌌고곡괭이를든인부들이도착해벽돌을깨고먼지에물을뿌렸다.석회,진흙,벽돌.먼지,먼지,먼지.?,?,?.늦은오후가되자쓰허위안은역사가되어버렸다.그역사를만든노동자의하루임금은2.5달러에미치지못했다.반면,노인은얼마의돈을보상으로받았을까.그런건여백에조차적혀있지않다.
선과악,전통과현대,피해와가해.모든것은하나로해석할수없는복잡한문제였다.이책에는학교선생이된제자들의눈을통해변화하는중국의모습을스냅숏으로잡아내는부분이많다.그는선생으로서졸업한제자들과교류를이어갔다.그중선전으로간에밀리와원저우로간윌리엄포스터는각각하나의렌즈로두대도시의변화를그려내고헤슬러에의해종합된다.교사가되기를포기하고선전의한공장에영어인력으로취업한에밀리를통해서는거대한장벽을세워도시내부와외곽을구획한,하루아침에생겨난이가공할만한도시에대한다양한이야기가펼쳐진다.주로타이완에서건너온사장들의노동착취와오입질,고향을떠난젊은이들의외로움과사연을읽고조언해주는밤의라디오진행자후샤오메이,선전을잘포착해낸소설로판금조치를당한29세의소설가먀오융,그녀의소설은선전관내화이트칼라를겨냥한돈밝히는이야기라고싫어하는제자에밀리,그녀와동거하는주윈펑.“집에서멀리떠난외로운사람과같은선전의분열”을보고“이모든것이최종적으로어떻게조화를이루어응집력있는것으로만들어질지”가궁금한외부자헤슬러.“그게중국에어떤변화를가져올까?”라고저자는제자에밀리에게물었지만,24세의청년인에밀리에게그런것은그리중요한문제가아니었다.에밀리는대들었다는이유로최근자신을괴롭히고있는사장에게살해협박편지를익명으로써서보냈다.스승의질문에는웃으며“몰라요”라고답했다.
저장성의원저우로간윌리엄포스터는이책에서가장인상적인인물이다.그는영어를광적으로좋아했고,진심으로영어를잘하고싶어하는,그러면서스승에게보내는편지에서“아침에작은새는노래하지않나요?”라고스스럼없이음담패설을하는,정말시골스러운유전자로언어라는문명적요소를편집증적으로섭렵해변화의시대를딛고올라서려는유형의인간이다.그는사범학교시절만난낸시와함께원저우근처작은도시의학교로초빙되어갔지만,그리고그과정에서서류문제때문에두번이나거액의뇌물을바쳤지만결국임용사기를당하고만다.그를초빙해데려간왕선생이란사람은쓰촨출신인윌리엄에게젊은시절자신이쓰촨북부를여행했을때끔찍한환경에서살아가는가난한사람들을보고울음을참지못했다고자주말했다.이는자신이비록임용사기에가까운저임금에학교같지도않은곳으로그를데려왔지만,쓰촨에서벗어나게해주었으니고맙게여기라는말이었다.윌리엄이혐오하는왕선생의근엄한중산복,인색함,오입질등중에서도이쓰촨사람에대한동정이가장혐오스러웠다.윌리엄은왕선생을벗어나웨칭이란도시에서제대로된일자리를얻지만이도시에서는사람들이때때로맨홀뚜껑을훔쳐고철로팔아버리는바람에밤길을걸을때조심해야했다.그의동료교사는표준어를완벽히마스터해서이웃장쑤성사람으로행세하는윌리엄에게“쓰촨이주민이훔쳐갔다”는말을하며넌더리를냈다.윌리엄은아무대답도하지않았다.윌리엄은‘미국의소리’라는라디오방송을통해영어를계속공부했고,대학졸업이후에만영어사전세권을독파했다.드디어2000년가을에열린영어경연대회에참가한윌리엄은500명의교사중1등상을받았다.“영광이죠.제가이길수있었던원인은제가미쳤기때문이라고생각합니다.”
하지만선전에서의에밀리처럼웨칭시에서의윌리엄도곧거대한사회적부조리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