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 쪽방촌 공공개발과 주거의 미래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 쪽방촌 공공개발과 주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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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빈곤의인류학연구팀

연세대학교문화인류학과2022년1학기수업<빈곤의인류학>교수와학생들이모였다.학과도학년도살아온삶도천차만별이지만,빈곤이란주제를통해새롭게연결됐다.우리시대빈곤을더깊이이해하기위해함께현장연구를했고,연대의마음으로책을썼다.강미현,강우향,김명재,김민재,김진하,김흥준,류서영,문유빈,문해민,박경찬,박동찬,박주현,반제연,방예원,서주은,신예진,윤지현,윤채원,이유진,이지원,이채윤,이호재,임지현,최명빈,황규철,황인선,그리고조문영이함께했다.

목차

들어가며
용어설명
동자동공공주택사업타임라인

1부정책과운동의교차
1장서울역앞쪽방촌공공개발
2장주거권운동,개발지형을바꾸다

2부공공과사유의부딪침
3장생성중인공공
4장“노력만이살buy길이다”

3부동자동주민들
5장소유주는누구인가?
6장쪽방주민들의집만들기

나가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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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서울스퀘어가바라다보이는서울역에서오른쪽으로고개를돌리면마주할수있는곳.높이솟은마천루뒤로서울최대쪽방촌동자동이있다.어린시절가족과떨어진,경제위기의직격타를맞은,불법강제노역의피해를입은이들이모여드는곳이자K수식어로전세계를사로잡은대한민국의심장,서울의이미지와어쩐지상충하는그곳은서울시용산구의한행정구역,빈민밀집지역을뛰어넘어개발을둘러싼모순이응축된‘핵심현장’이다.

이책은그러한동자동에들려온새소식,‘서울역쪽방촌주거환경개선을위한공공주택및도시재생사업추진계획(이하동자동사업)’이발표됐음에도여전히주거권을외쳐야하는쪽방주민들을비춘다.공공개발계획이발표된지2년여가흘렀음에도이렇다할진전이없는현실에주민들은이시각에도서울전체아파트의평균평당월세보다네배나더높은월세를감당하며두평남짓쪽방에살아가고있다.

경제적합리성을제일의가치로내세워온우리나라의개발사는강제퇴거와강제이주를초래하는민간개발을중심으로쓰여왔다.동자동사업은공공주택을먼저지어세입자들을정착시킨뒤민간분양주택을건설하는선先이주선善순환방식을채택해이러한관성에제동을걸고자했다.그러나이윤극대화라는부동산투자문화의확고부동한목표앞에서공공이표방하는대의는‘사회적합의’를이유로자꾸만뒤로밀려나고있다.

연세대문화인류학과2022년도1학기수업<빈곤의인류학>의교수와학생들로이루어진저자들은현장연구를수행하는관찰자로서주체들의욕망과행위를나열하기보다는참여자이자연루자로서쪽방주민,소유주,정부가각기주장하는자신들의이해에귀를기울이는한편,때로는갈등하고때로는합종연횡하는그들간의관계성을예리하게짚어낸다.이러한과정을통해저자가강조하고자하는바는결국“전선이복잡해졌어도달라지지않는것은가난한사람들의비참”(10)이라는사실이다.

정부는어째서동자동사업을결정하게되었나

서울한복판에가난한이들이살아갈집다운집과마을이들어설수있을까?2021년2월5일,국토교통부와서울시,용산구는이질문에대한답이될만한재개발사업계획을발표했다.바로세입자주거권을보장하는공공개발형식인동자동사업이었다.주민재정착을위해공공이토지를직접수용해직접개발하는동자동사업은재개발이진행될때마다선주민이쫓겨나야했던기존의개발논리를뒤엎는그야말로획기적인계획이었다.

그간우리사회에서도심재개발은대체로이윤추구의장이었고,재산권보호는주거권보장에앞섰다.하지만이러한상황에서도변곡점은계속해서등장했다.한사업의부작용을다스리기위해새로운사업이도입됐고,그과정에서공공의역할이중시되면서‘재생’‘포용’과같은새로운가치들이기존과다른개발의장을형성했다.동시에국일고시원화재사건과같은사회적사건이여러개발담론과교차했고,비주택에거주하는이들의목소리를조직화해환경개선필요성을역설한반빈곤운동단체들의활동은정부가공공주택사업결정을내리는데영향을미쳤다.

“제가학교다니던1980년대를보면,그때는노동운동도많이했지만빈민운동을굉장히많이했어요.(…)그때우리가했던게뭐냐면,거기살고있는세입자들에대한주거대책을세워주면서지역개발을해라,그런오래된요구였어요.(51)”

김현미전국토부장관의위발언에서도읽을수있듯,사업의중심행위자인586세대가지닌사회에대한도덕적부채감도공공주택사업을가능하게한배경으로꼽힌다.젊은시절노동?빈민운동을아우르는민주화운동의경험을공유한정책입안자들이빈곤과주거문제를해결해야한다는의지를갖고쪽방촌개발사업을적극적으로추진한것이다.

사는buy집아닌사는live집으로

이책에서집은재화였다가,가옥house이었다가,끝내보금자리home가된다(215).쪽방소유주들에게쪽방이사고파는물건,중산층에서의탈락을막아주는저지선,투자이익을현실화시켜줄수단,미래를담보해줄보험과같이재화로존재한다면,쪽방주민들에게집은눈과비를피하고몸을맘편히누일수있는물리적공간,거리생활을막아줄최종보루로기능한다.“좁디좁은공간일지라도누군가에게는꼭지켜야할주거지이자이웃,세상과연결돼살아가는삶의터전”(66)인것이다.

실제로주민들은집을단순히물리적공간으로한정하지않고교류와보살핌의장으로확장하고있다.주민당사자조직인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와동자동사랑방운영진은동자동새꿈공원과협동회?사랑방사무실을주민조직정신에대해공부하고,생활필수품을공동구매하며,명절과어버이날에모여잔치를열고,서로의안부를묻는커뮤니티공간으로꾸려나가고있다.서로가서로를돌보는돌봄네트워크로서의집,즉보금자리를만들어낸것이다.“살면서자원과기회의제약을통감해온가난한사람들한테필요한것은‘나’의집이아니라‘우리’의집이다”(91)라는책의주장처럼,공공개발은단순히‘새집’을제공하는사업이아닌사회적교류가있는,인간다운삶을살수있는‘환경’을조성하는사업이어야한다.이들은삶의터전을가꾸는데서나아가더나은터전을적극적으로쟁취해내기위해용산대통령집무실,국회앞을찾아공공개발을촉구하는결의대회를열기도한다.

자본논리가공론장을잠식하는동안
짙어지는'느린폭력'의그림자

이책전반을관통하는저자의심리는조바심이다.정책이의미있는진척을보이지못하고있는사이,쪽방주민들의건강은날로악화되고있다.열악한집은살을파고든다.최혜성(가명)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표는주거형태를바꾸지않는한건강문제를해결할수없다고단언한다.취사시설이부실하니끼니가부실해지고,화장실이열악하니소화기질환이악화된다.몸을뻗기힘드니근골격계에무리가가는것도당연하다.최대표가동자동에서의료봉사한지2년이넘었지만,건강이좋아진주민은극소수다.그는특히외로움이주민들의건강상태에심각한영향을미친다고말했다.“술이랑담배도갈때마다하면안된다고말씀드려요.그런데처지가달라지지않으니까,위안을주는술과담배를끊을수없는거예요.(217)”한주민은혼자눕기에도비좁은쪽방에이웃이나지인을초대할수없다고토로하며,어둡고더러운방에고립되어있다보면부정적인생각이들기에온종일텔레비전을보거나술을마신다고털어놨다.

폭염과혹한등기후재난을정통으로맞아야하는쪽방의조건은일상생활을그야말로재난에맞서는분투로만든다.일상이된재난은쪽방이라는물리적구조에서스멀스멀뿜어져나와주민들의삶과생각,몸과마음에천천히차곡차곡쌓인다.환경학자롭닉슨(2011)은이를‘느린폭력slowviolence’이라고불렀다.기후재난은취약한사람들한테서서히다가와일상의형태로자리잡은뒤,어느순간커다란재난으로증폭된다.

이책을엮은연세대문화인류학과교수조문영은이렇게서문을맺었다.“개발방식을둘러싼대립으로정부가2021년12월로예정됐던지구지정을무기한연기하고당국내부에서도서로책임을미루는사이,동자동쪽방촌에서는부고가수시로날아들었다.사업이발표된2021년2월5일부터2년동안(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집계로만)주민육십명이세상을떠났다.”이책은스물여섯명의저자가그간재산권의그늘에가려져자본주의공론장의중심에놓이지못했던주거권담론을전면화해보려는,그렇게‘공공을다시금생성’해보려는의지의소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