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 (‘모른 체하기’와 개입의 존재론)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 (‘모른 체하기’와 개입의 존재론)

$16.35
Description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
꿈, 종교 체험, 시詩, 심리, 지혜
그리고 철학을 거쳐 딛는 끝이자 새로운 시작
이 책에는 ‘경행’ ‘호흡’ ‘꿈(예지몽)’ ‘무의식’ 등의 개념이 자주 나온다. 이것을 학문의 범주에서 논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내고자 머리로 익힌 것을 몸으로 새기고 삶에 자리잡도록 부단히 힘써온 저자는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로 ‘앎-삶’을 한번 매듭짓고 새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즉 제도권 대학이 놓치고 수행자들이 풀지 못한 인간의 이치를 밝히고자 한다. 새로운 인식의 획득에만 기댄다면 깨우침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무의식의 기원’으로부터 실험해보며 새로운 실천에 진입해볼 것을 권한다.
여기 실린 글들은 언뜻 낯설고, 그로부터 펼쳐지는 이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지식이 아직 몸과 삶에 뿌리내리지 못했거나, 개인의 기질상 인식론의 범주를 넘어서는 앎을 경원시하거나, 혹은 수행하면서 안이하게 내재화하는 우를 범하는 등 다들 자기 ‘그림자’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체계 바깥으로 밀려난 지혜들을 끊임없이 캐어 올린다. 이로써 인지人智의 총체적인 확장과 심화를 시도한다.
이 글들의 논의는 쉽사리 사담이나 비학문적인 것으로 치부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학문은 이른바 ‘애매한 텍스트’에 대한 논의를 삼갔다. 하지만 불교적 지혜나 양자물리학, 정신분석학 등이 기존 인식론의 범위를 넘나들듯이 저자는 스스로 일궈온 개념인 ‘알면서 모른 체하기’ ‘자기 개입’ 등을 통해 앎-삶의 차원을 더 확장하고자 한다. 이 영역은 객관성과 주관성이 하나 되며, 호흡이 몸과 마음을 매개하고, 느낌이 몸과 마음의 매개적 연합체라는 이치와도 빼닮았다. 저자는 학學과 술術, 철학과 종교, 유물과 유심, 주체와 객체, 정신과 자연을 통섭하는(불이不二) 좁은 공부길을 열기 위해 이런 논의를 펼친다.

이 같은 공부는 실재들 사이를 잇는 접면interfaces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이치들은 말끔히 해명되지 않는데, 저자는 이들을 끌어안는 글쓰기가 위험을 내포하면서도 강력한 창의성을 일군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에둘러 통과하려 노력하거나, 그만두거나. 바꿔 말해 현명해지거나 어리석어지는 갈림길이다.
이로써 얻게 되는 깨우침은 무엇일까? ‘깨우친다’는 것은 우선 사무친다는 뜻이다. 사무친다는 것은 깊이 스며든다는 것으로, 이것은 인식론적 차원을 넘는다(왜냐하면 인식론의 안팎을 오가는 표상들은 대개 사무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깨우침은 내용중심적이거나 인식의 협궤 속으로 구겨져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며, 머리·몸으로 체득한 뒤 의욕으로써 살아내야 한다. 이해, 체득, 의욕은 사람마다 다른데, 의욕이 하얗게 되는 자리를 확보한 이들이 바로 우리가 성인이라 일컫는 공자나 소크라테스다.
저자는 실천의 방식으로 알면서 모른 체하기와 자기 개입 등을 말한다. ‘알면서 모른 체하기’는 나를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윽고 나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가능성이다. ‘자기 개입’이란, 인간의 존재는 이미/늘 타자와 연루해 있다는 사실이며, 이 사실에 대한 에고론적 무명無明이고, 그래서 매사 타자에 현명하고 관후하게 응하려는 윤리를 말한다.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마당으로 나와 타자와 대면하자마자 나둥그러지는 사람은 아직 공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반면 응하기에 성공한다면 그 자리에 아름다움이 지필 것이다. 타자에 응해 개입하면서 우리 각자는 자신의 윤리적 차원을 얻는다.

무의식보다 의식적인 것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들은 모든 일에 해석을 가한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성취이자 ‘그림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의식 너머 실재의 총체성을 파악하는 데 그 그림자는 계속 따라붙어 시야를 환히 열지 못하게 한다. 마치 플라톤의 동굴 속 존재들처럼. 이 책의 제목은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이다. 과연 제목처럼 우리는 그림자 없이 빛을 볼 수 있을까. 그것은 ‘나보다 더 큰 나’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
저자

김영민

시인이자철학자이며숙명여대교수다.'철학과상상력'(1992),'서양사상사의구조와철학'(1993),'철학으로영화보기,영화로철학하기'(1994),'현상학과시간'(1994),'컨텍스트로,패턴으로'(1996),'탈식민성과우리인문학의글쓰기'(1996),'소설속의철학'(1997),'손가락으로,손가락에서:글쓰기와철학'(1998),'보행'(2002),'사랑,그환상의물매'(2004),'산책과자본주의'(2007),'동무와연인'(2008),'동무론'(2008),'집중과영혼','옆방의부처'등20여권의책을썼다.천안과서울등지에서인문학학교‘장숙藏孰’(http://jehhs.co.kr/)을열어후학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서문_한끝

1장무의식의기원에서정신을보다
나의경행법|신독과경행그리고장소화|몸,무의식그리고기계:주체화의다른길들|자유,혹은금지禁止의형식이개창한것|자유의비밀|‘마침내果’|선繕이다|알면서모른체하기1:동시긍정의길|무의식의기원에서정신을보다|하카라이가없애려는게곧하카라이이므로|시인들|지혜는어디에있는가?|동중정의지혜|함부로말하지않는다면거의모든것에대해말할수있는|성聖은성좌처럼비현실적가상으로서길을밝힐뿐이며|끝은겉에있는것|심원시망지심여환心元是妄知心如幻|운명에관한다섯가지상식|모든해석은실패한다|깨침이란무엇인가1|깨침이란무엇인가2|개입과불이1|개입과불이2|툇마루에앉아물레를생각한다|버지니아울프가말하지않는것|의욕이하아얗게되는자리|허실인정虛室仁庭|권태로운일에도평심을지키며|시작이다|낙타의혹을뗄수있느냐|오늘아침도인간만이절망이지만|알면서모른체하기2:기파其派|알면서모른체하기3:마하리쉬의경우|알면서모른체하기4:비인칭非人稱의세계|임사체험과유체이탈체험|절대지의단상|여든하나|겨끔내기의원리

2장미립과징조,혹은‘알면서모른체하기’
내가내그림자를없앤채로는빛을볼수없다는것|목검은어떻게넘어지느냐|‘모른다,모른다,모른다’-예지몽의경우1|‘지진이끝났다’고,지진이‘말’했다|꿈을만들듯이현실을만들수있는가|유사한사례들,일곱|박정희가죽는다|관심은,앎은,어떻게전해지는것일까|젊은네가죽었다,혹은‘전형성’이라는개입의흔적|개꿈의구조|우연의한계|애매한텍스트들|여담하나,‘나도알고있어요.엄마배속에서다들었어요!’|몸은섣부른말을싫어한다

3장너는그누구의꿈으로존재하는가
반딧불이는다만반딧불이이지만|질투,이상한|고양이를만나다|천혜의것|악몽|왜어떤말은사람의영혼을단번에오염시키는것일까|와일드신드롬|성자오달|인간의말이아니었지만|너는그누구의꿈으로존재하는가|잘있거라,내것이아닌것들아|시종여일법|‘되기’와‘생각하기’|이렇게말했다|겨우,곁눈질|내인생이었던독서|한걸음이탄탄할수록|죽어가는것,살아있는것|도회韜晦의내면|설명의영웅주의|어긋나는세속을지나면서도가능한지혜가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