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 (신에게 몸을 빌려준 아버지)

빙의 (신에게 몸을 빌려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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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이 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기록한 딸
신이 자기 몸을 벗어나 아버지에게 들어갈 때면
아버지 몸속의 한 칸이 마치 그릇처럼
영혼의 자리를 신에게 내어주었다
신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래서 영혼과 신이 터널을 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웠다
그 순간 그는 내 아버지가 아니라 신이었다
저자

린처리

林徹俐
타이완남쪽타이난지방의작은마을완리灣裡에서태어났다.둥하이대학에서중문학석사학위를받았고현재중정대학중문과에서박사과정을밟고있다.푸청府城문학상,쯔징紫荊문학상등다수의문학상을수상했다.1999년부터밴드오월천五月天의열렬한팬이다.

목차

추천사:신의자녀들이글을쓰는중입니다_장야니蔣亞妮

빙의전:믿음

1장빙의에들어가며:아버지이자신
아버지신
소년아버지의기묘한표류
신의몸
뭇신에게묻사오니
혈연에의지할수없는운명
선남선녀
다리를건너
귀여운말
부적을태우다

2장일상:신이없는곳
계근대
놀이공원
빛이있는곳
아직무너지지않은장소
바다가보이는비밀경로
소공원
바람이불어오면

3장빙의에서물러나며:신이외의이야기
아버지의도시
잠못드는사람들
TheF
나는유머로위로할줄모른다
경계를넘어
철새
믿음그후:영원의영원에이르기까지

출판사 서평

무속인의딸이써내려간10년간의기록

“아버지가아침식사를막마치자신이그의몸속으로들어왔다.아버지는신으로빙의되어두손에칠성검과자구刺球를들고서은은히피어오르는향불가운데새벽부터줄을선사람들을위해나무의자에훌쩍뛰어올랐다.그는청향淸香세대와십이간지,성별카드를손에든신도들의액운을하나하나끊어냈다.그순간아버지의눈빛은굳건했고,검은색천단화를신은두발로진지하게칠성보법을밟았다.위풍당당한자신감과기세가온몸에흘러넘쳐키가170센티미터도채안되는아버지는거대해보였다.”

이책은신에게빙의되어신과인간사이의매개체로서,찾아오는사람들의고통에귀기울이고해결하고자한“아버지신”을딸이지켜보며기록한에세이집이다.안개가자욱한가운데뭔가가아버지의몸속으로들어갔고그는다른사람,즉신이되었다.신이존재할때아버지는존재하지않았다.
저자는어릴때부터아버지가신의대리인이라는걸알았다.집거실에서사람들이모인가운데그녀는신들이아버지의몸을통해인간의온갖문제를해결하는것을목격했다.처음엔친숙한사람들이찾아왔지만,입소문을타면서낯선사람들이점점집을점유하기시작했다.낯선사람들은이내더많은낯선사람을데리고왔다.
“지금때가안좋은지사업에실패하고밑천만까이고있어요.어떻게하면좋을까요?”
“우리딸이여행한뒤계속고열에시달리고있어요.병원에가도소용없는데어떻게해야하나요?”
별의별난제가탁자위에올라왔다.생로병사,실업,진학,결혼문제……그러면아버지는미간을찌푸리고손가락을짚으며점을쳤다.결과가나오면붓을붉은먹물에찍은뒤노란종이에신비로운문자와그에어울리는부호를그렸다.건네줄때는이부적을몸에지니고다니라거나금로金爐주위를세번돈다음태워서그재를음양수로만들어몇모금마시라고했다.혹은부적에불을붙여주문을외우며상대의머리위에빙빙돌렸다.
“신의말씀을공경히청하나이다.아무개는본명궁本命宮몇세이며이러이러한곤란을겪고있습니다.”
말을마치면다시붉은먹물을묻힌붓으로이마에부호를그리거나점을가볍게찍었다.사람들이각자의궁금증과고민을다해결하면이제신이물러날시간이었다.아버지는두팔을한번들었다내리며안쪽으로구부렸고치아사이로천천히숨을뱉어냈다.긴장이풀린몸을앞으로살짝구부린다음팔꿈치를허벅지에올리면어머니가따뜻한인삼차를건넸다.아버지는의자등받이에몸을기대고차를천천히몸속으로흘려넣으며일상으로되돌아왔다.
이런아버지를봤지만저자는의심의끈을늦추지않았다.“신은정말존재하는것일까?”집에발걸음하는이들중에는독실한신도들도있었지만,또다른많은이는욕망을끝없이내비쳤다.이들의욕망은때로아버지의신성한힘을압도했다.이책이신의영역을다루면서도인간세속으로부터가장큰상처를입은한남자와그딸에관한오랜서사를풀어놓는이유는여기에있다.

아버지는어떻게신이되었나

아버지는갑자기신이되었다.아버지가자신의누나집을방문한어느날이었다.조카딸이아파몸져누워있었고의사의치료를받았지만소용없었다.절망에빠진누나와조카를보더니아버지는갑자기고대민난어로말하기시작했다.
“내이름은유하이遊海이고스무살이오.그대의동생은내주군이오.린씨집안에보은하고싶소만나도아직정식신은아니라서말이오.딸을어서마전궁에데려가고마왕야에게유하이의소개로왔다고하시오.그대의딸은코에종양이있소.마왕야에게약을지어달라고해서먹으면금방나을것이오.”
유하이의말대로마전궁에가서약을처방받았더니이것을먹고조카딸은씻은듯이나았다.첫빙의가이렇게찾아왔지만,아버지는여전히자기몸에생긴변화를이해하거나받아들이지못했다.그저우연히발생한기이한사건으로만여겼다.얼마후아버지의친구가법사를만나러가면서아버지를데려갔다.아버지는신을믿지않아구경이나하려고따라갔건만그곳에서또다시빙의되었다.당시의주신은지부천세池府千歲였는데,법사들이아버지몸에붙은성황신을악령으로오해해서때리자아버지가갑자기웃음을터뜨리며호통쳤다.“이어리석은법사들아,너희가나를얼마나아느냐?너희가이렇게나를억누르려하지만그게어디쉬운줄아느냐?”
유하이성황신이처음찾아왔을때아버지는그신과완벽히통하지못했다.신의계시는언제나갑작스레내려와젊은아버지의삶도함께화를입었다.게다가당시유하이는저승의일을판단할지지地旨만가진상태로조상,왕자,혹은상극살,귀신들림등을처리할권한은지녔던반면,인간세상의일을판단하는천지天旨는없었다.즉,범인들의운세,운도,사업,감정,수행등에개입할권한이아직없었다.
시간이흐르면서아버지의신성은점점강해졌다.오부천세다섯신의강림을감지한다거나,마더우지역의천상성모天上聖母를집으로초대해주요가신家神으로삼게되었다.성모의강림은아버지의인생을온전하게만들어젊은유하이가천지를받도록도왔다.
천지를받은이후로유하이의신격은완벽해졌다.나중에무슨일이생기면뭇신들은반드시성황신을통해지시를내렸다.아버지는신앞에서완강하게벼텼지만,유하이는아버지에게세상을구하러왔다며‘자네의몸을빌려주면천문지리학을가르쳐주겠노라’고했다.아버지는한동안망설이다가점점받아들였고결국은자원해서신대신인간세상에서행하는사자가되었다.
아버지가입을열어말할때면음색은여전히그였지만말투에어떤어조가가미되어옛날가락처럼들렸다.목소리가살짝올라가고단어마다끝을미세하게늘어뜨려서평소의남부억양은자취를감추고고대민난어를말하는순간,그는이미인간이아닌신이었다.

신이아닌아버지그리고성과속이만날때

저자는원래아버지에관한책을낼계획이없었다고한다.자신이아버지에관해기록하는순간너무많은말을쏟아낼까봐두려웠기때문이다.그렇지만결국“나는최소20년이상한여름의울창한숲속유일한별을느껴왔다.우리아버지말이다”라면서아버지를위해이책을썼다.그는글을통해온전히이해하지못했던아버지를이해하고또자신에대한이해를구한다.
독실한아버지는신의후광을벗으면보통사람들처럼분주하고고민많은존재가되었다.두세계를넘나드는그는평생신뢰와배신사이를돌고돌았다.마음이몹시약했고,신에빙의될수있으면서도그것으로생계를유지하거나이득을취하려하지않았다.늘측은지심이일어남들을도왔다.이런성정을감지한사람들은이를볼모삼아돈을빌려달라면서찾아왔다.아버지는그들에게기꺼이돈을내주거나빚을대신갚아주기도했다.그것이그에게멍에가되어돌아올줄은알지못한채.어느날사정이좋지않아돈부탁을한번거절했더니인터넷에는이런글이나돌았다.‘내가못나갈때는냉담하고잘나갈때만다정하다.’‘친척간에는서로도와야하지않는가.’선의는대개상처로되갚아졌고아버지는늘후회를반복했다.
저자는자신이신을믿는지안믿는지확신할순없지만,아버지가빙의되어몇시간동안신이된다는것은믿는다.그가했던모든말을사실로믿는다.그렇기에아버지의상처,선함,좌절의무게를견디기위해글을쓰기로마음먹었다.“아버지에관한글을쓸때마다운명의고리를한번씩자르는느낌이었다.계속잘라나가기위해서는나자신도굳건한장벽이되어야했다.”
어떤경험의깊이와고통은영원히묘사해낼수없지만,시간과문자사이의틈을“신”이라고생각했다.글을다쓰고나면아버지와자신앞에더나은삶이기다리리라는희망을품으면서.
“신은있는가?이질문에관해나는항상의문의한가운데에있었다.물론나는신이있기를바란다.하지만내가신이마땅히있어야한다고생각했던순간에신은대부분없었다.”
물론저자는자신이사는도시에항상귀신(신)이있다고느꼈고,이런공포가온몸구석구석에스미다가산산이흩어지곤했다.공포가남기고간흔적과무력한감정을숨기고싶었지만불가능했고,그리하여그감정들은이책에서활자화된다.그렇다고이것이고통의기록인것은아니다.저자는이글이“아버지를위한콘서트”라고말한다.글속에서두사람은각자의노래를합주하며서로를대신하여말하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