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역사 : 침묵하던 여자들의 개인사는 어떻게 여성사가 되었나

여성의 역사 : 침묵하던 여자들의 개인사는 어떻게 여성사가 되었나

$18.29
Description
여성사의 ‘대모’라 불리는 사학자가 다시 써내려간 여성의 역사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계속되고 있었던 주체적 성 혁명을 재발견하다
- 여성의 외모와 신체, 성적 욕망에 대한 인식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가
- 창작이나 정치 분야가 여성에게 그토록 폐쇄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최근까지의 성 혁명은 근대화의 결과일 뿐일까, 아니면 여성의 투쟁이 얻어낸 결실일까

여성들에게도 역사가 있는가? 어떤 이는 새삼스러운 질문이라며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의 이야기가 언제나 역사로서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여성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여성에 ‘대한 담론’은 과할 정도로 많았지만, 여성‘의 역사’는 자발적인 침묵과 타의적인 (주로 남성에 의한) 은폐로 인해 흐릿한 그늘에 가려 있었다.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여성사의 ‘대모’라 불리는 저자는 옛 행정 및 재판 기록, 여성들의 사적 기록과 공적 출판물 등 수많은 자료를 찾아내 여성의 존재를 비로소 볕으로 끌어낸다.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여성‘의’ 이야기, 그 생생한 목소리를 침묵의 저편으로부터 구해낸 것이다. 이 책은 문인, 음악가, 배우, 연구자, 기자, 여성운동가 등 각자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선명한 족적을 남기려 발버둥 쳤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모자이크다. 여자들의 개인사는 역사가 되지 못하는 이야기 조각일 뿐이지만, 저자는 그 조각들을 가지고 ‘여성사’라는 더 큰 무대를 그려낸다.
저자

미셸페로

MichellePerrot
1928년생.프랑스의대표적인역사학자로현재파리디드로대학의명예교수로재직중이다.노동운동의역사에관한작업을해왔고에르네스트라브루스,미셸푸코등과함께연구활동을했다.여성의역사와젠더출현의문제등여성학분야의개척자다.오늘날에도활발하게여성사에관한학문활동을펼치고있을뿐아니라여성운동의실천에도앞장서고있으며,우리나라여성사연구자들사이에서는대모격으로널리알려진인물이다.
여성사연구외에도넓은학문세계를구축했으며,무엇보다1971년계량화작업을토대로파업과경제주기의상관관계를분석한국가박사학위논문「파업하는노동자들」을통해사회사가로우뚝섰다.조르주뒤비와함께『사생활의역사』(1985~1987)총서작업을주도하면서페로의학문세계는넓고깊고섬세해졌다.이후여성사연구에집중하며『서구의여성사』(1991~1992),『공적여성들』(1997),『여성들혹은역사의침묵』(1998)등을출간하면서특히조르주상드에관심을보였다.2001년에는『역사의그늘』을통해감옥의역사를선보였다.2009년에는기념비적인역작『방의역사』로프랑스페미나상을수상했다.

목차

편집자서문

1장여성:역사에서누락된존재
여성사연구의계기|역사속으로들어온여성들|여성에대한담론과이미지|매체속에서나타나는여성의모습들
2장여성의몸
나이에따른여자의삶|여성의외모:머리카락|여성의성|출산과육아|신체의예속과속박
3장여성의정신세계:여성의종교와교육,그리고창작활동
여성과종교|이단과마녀|지식으로의접근|여성의창작활동:글쓰기|예술가로서의삶
4장여성과일
농민|가사노동|여성노동자|3차산업의새로운직종:회사원,교사,간호사등|배우
5장시민으로서의여성
여성의공간적변천사:이동반경의확대|여성들의역사적활약|여성의단체활동|페미니즘

오늘날의현황

출판사 서평

기록을남기지못한여자들,기록이된여자들
여자들이역사의주체가되지못한이유는무엇일까?첫째,여성들은공적영역에서눈에띄는경우가별로없었다.역사학자들은주로인물의대외적활약상에관심을두었는데,여성들은집안에서가사활동에전념했던탓에세간의주목을받을일이없었던것이다.게다가여자들은스스로흔적을지워버리기도했다.자신과관련된모든흔적이하찮다고여긴탓이다.여자가역사에이름을남기려면아주독실한성녀가되거나떠들썩한파문을일으킴으로써기록의대상이되어야만했다.
18~19세기에이르러여성작가의등장으로여성의전기나일대기가늘어나기시작했다.그리고1960년대들어비로소영국과미국에서‘여성사’라는학문분야가태동했다.사학자폴벤과조르주뒤비는폼페이벽화의그림을통해당시여성들의모습과욕구를추정했다.화가콜레트드블레는미켈란젤로등여러유명화가의작품들을바탕으로여성들에대한시선을연구했다.그런가하면사학자아를레트파르주는파리의고문서를뒤져옛파리에살던여성시민의삶을복원해냈다.대혁명시기여성들의폭동을연구한장니콜라,그리고1870~1930년여성들의사생활과부부관계를분석한안마리손도있다.또한아니크틸리에는19세기여성들의주요범죄사례를통해그열악했던생존환경을드러냈다.

몸에새겨진여성사
역사학자들사이에서최근들어‘몸’에대한관심이고조되기시작했다.몸에는역사가함축되어있기때문이다.특히여성의몸을살펴보면성별에대한관념이역사의흐름속에서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알수있다.가장두드러지는예중하나는머리카락이다.여성의머리카락은신체중성적매력이집약된부위로여겨졌다.회화에서마리아막달레나는항상풍성한머릿결을한모습으로등장한다.르네상스화가들은여성의음울하고관능적인모습을구불거리는머리카락을통해표현했다.보들레르또한머리카락을‘사방으로넘실대는바다’에비유하며관능미와황홀감을읊조렸다.키르케고르는머리카락의매혹적인위력에서두려움과증오심을느끼기까지했다.머리카락은이렇게유혹과매력의도구이면서원죄의상징이기도했다.
여성의성욕에대한시각도비슷했다.성욕이과한여성은위험한존재로여겨졌다.그래서성관계를할때도남성상위이외의체위는마녀의체위로취급받았다.여성의신체는남성을위한것으로그의미가제한되었기에,결혼첫날밤은남편이아내를소유하는의식이었다.기독교적인영향으로여성은‘처녀성’과정조관념을절대적으로지켜야만했다.그러나16세기여성시인페르네트뒤기예의관능적인작품등,은폐된여성의성생활을드러내는자료들은분명남아있다.1900년무렵에는금기시되어왔던여성의동성애까지수면위로떠올라,파리에서내털리클리퍼드바니,르네비비앵,콜레트등여러여성문인이성정체성을자유롭게넘나들며연애를하기도했다.

여자들은방안에만있지않았다
창작은오로지남성의전유물이라는사고는오랫동안정설로받아들여졌다.그리스인들은여자들에게는조물주의숨결인‘프뉴마pnuema’가없다고생각했고,19세기말까지도생리학자들은여성의뇌가남자보다작고가벼우며밀도도낮다면서성차의물리적근거를내세웠다.하지만여성은분명문학,연극,회화,음악등예술의여러분야에서활동해왔다.조르주상드가대표적인예일것이다.수도원에서‘미친듯이글을쓰고싶었던’상드는‘곡괭이질’을하듯수많은작품을집필했다.그러나(남성)평론가들은상드가‘젖소에서우유를짜내듯’작품을써낸다고비판했고,심지어남자들이대필을해주었을거라는망발까지일삼았다.이는여성이문인으로활동하기가얼마나어려웠는지를보여주지만,그와중에도19세기와20세기에제인오스틴,브론테자매,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프랑수아사강등수많은여성문인이여성문학을꽃피웠다.
여성들은예술외에도다양한분야에서점차집밖으로나섰다.특히양차대전을거치며전장으로나간남성들을대신해여성들이일자리를채우기시작했다.또한교육수준이높아지면서사무직,의료계,학계에여성들이진출했다.1930년대소르본대학에서‘여자는목소리가작아대규모강의에적합하지않다’는이유로여성학자준비에브비앙키를교수로임용하지않은것을보면분명쉬운과정은아니었다.교육수준이높아지자여성들의정치참여도활발해졌다.프랑스대혁명을전후하여여성참정권을요구하는목소리가커졌으며,가장유명한활동가로는1791년여성인권선언을작성하고단두대에올라간올랭프드구주가있었다.17~19세기식량폭동을연구한바에따르면,상인과정부에가장먼저달려가목소리를높인건살림을책임지는여성들이었다.

이책이발견한수많은여성의목소리는남성위주의오랜역사뒤편에서여성의혁명이계속되고있었음을선명히드러낸다.단지그간드러나지않았을뿐이다.하지만성별간위계에대한논쟁이어느때보다격렬하게전개되고있는지금그혁명은온전히완수되었다고볼수없다.오랜분투의기록이끝내살아남아이책을통해우리와만났듯이,지금도계속쓰이고있는여성의역사는언젠가다른여성들을만나이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