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의 도서관

책 사냥꾼의 도서관

$18.50
Description
“책이라네, 책, 그리고 다시 한번 책이라네. 책은 우리의 주제라네.”
고대의 철학자와 태고의 왕부터 왕비와 교황, 도둑과 처세가까지
책 속에 파묻히고 도서관에 묶이고자 하던 이들의 이야기
책이 융성하던 시대가 있었다. 책의 장정, 제지, 제본에 많은 사람이 열 올리고 왕족과 성직자마저 희귀한 책을 탐내서 훔치던 시대. 지식의 보고로서뿐 만 아니라, 미적 취미의 대상이자 문학적이고도 역사적인 유물로서 책이 다뤄지던 시대. 영상이나 게임 등 각종 미디어가 넘쳐나는 현대에도 책에 애정을 품고 그로부터 눈 돌리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시기는 그야말로 호시절이라 부름 직하다.
물론 그 시기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쓸려나간 과거는 역시 책 속에 고스란히 보관됐다. 앤드루 랭과 오스틴 돕슨의 『책 사냥꾼의 도서관』은 책을 무척이나 사랑한 덕에 종내는 책으로서 전해지게 된 애서가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접하는 책들을 찾아내고 보존한 사람들의 발랄하고도 생생한 모험담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책 사냥꾼’은 거리와 경매장, 시장통 등 다양한 장소에서 책을 ‘찾고’‘낚는’ 애서가들을 뜻한다. 그들은 매일 책 사냥에 나서며 오래도록 소망하던 장서를 찾아내길 꿈꾼다. 그 과정은 때로 무척이나 극적으로 나타난다.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가장 사랑하던 작가가 남겨둔 꽃잎을 발견하고 밤새 잠 못 이루던 수집가부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한 도시의 책을 “회오리바람이 나뭇잎을 모두 휩쓸어간 듯”(64쪽) 사들인 학자, 본인이 탐내던 책을 사들인 자들을 공격한 책 도둑까지. 이 책 속에는 ‘한 권의 책’을 위해 살아가던 이들의 유쾌한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책이 가장 귀중하고 위대하던 시대, 누구보다 책을 사랑했던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 속으로 한 발짝 내디뎌보자.
저자

앤드루랭,오스틴돕슨

AndrewLang
스코틀랜드의셀커크에서태어났다.시인이자소설가,문학평론가이며인류학·역사학·고전학등다방면에서활동한민속학자로서문학과신화등다양한분야에공헌했다.유럽을비롯해아프리카와아시아등여러지역의신화와민담,전설,전래동화를수집한것으로도잘알려져있다.대표작인『요정이야기』시리즈는빨강·파랑·초록등색깔별로구성된동화집으로,그의아내리어노라랭과공동작업했다.그외에도시집·역사서·에세이등60여권의작품을남겼다.

목차

책을시작하기에앞서-8
1장책사냥꾼을위한변명-17
2장도서관-61
3장수집가의장서-125
4장삽화가들어간책◆오스틴돕슨-193
찾아보기-266

출판사 서평

“이상이책수집에대한우리의변명이다.”
책을찾고,구하고,모으고,지켜내던열정적인‘책사냥꾼’들의시대
자신만의도서관을만들고자시장통과거리,경매장을헤매던사람들

표준국어대사전의정의에따르면책이란‘종이를여러장묶어맨물건’이며,‘일정한목적,내용,체재에맞추어사상,감정,지식따위를글이나그림으로표현하고적거나인쇄하여묶어놓은것’이다.글과그림으로묶인이발명품은오랜시간인류의기억과기록을책임져왔다.
『책사냥꾼의도서관』은책이라는매체가여전히강력하고독자적인힘을발휘하던(비록작가는당시에도영국의독자들이줄어드는중이라고불평하지만)시대에적힌‘책이야기’다.저자인앤드루랭과오스틴돕슨은국내에19세기의중후반과20세기초반을두루겪었던작가들로문학과역사에대해다양한책을펴냈다.소설가이자민속학자,시인이자전기작가등다양한분야에서저자로서활동하던그들에게‘책’은분명히대체불가능한존재였을테다.책첫머리에들어간오스틴돕슨의짤막한시(“그작고진귀한책,고색창연한그책”을칭송하리라)만으로도충분히그사실을짐작할수있다.
이책의주저자인앤드루랭은디브딘박사의말을인용하며서문을연다.“사람은누구나자신만의도서관사서가되고싶어한다”(19쪽).21세기를사는우리에게이말이얼마나큰공감을불러올지는잘모르겠다.그러나뒤이어랭이펼쳐내는각종애서가의일화를보면오랜역사에서‘자신만의도서관’을만들고자고군분투하던이들이얼마나많았는지알수있다.호메로스,단테와밀턴,셰익스피어와소포클레스등우리가잘아는빛나는이름들부터리브리나뒤몽스티에처럼해당분야에깊이관심을품지않으면분명히낯설이름들이연달아등장한다.책을사랑하고탐내던이들의계보는꾸준히이어진다.그로부터파생된이야기는가끔오싹하고때론우스꽝스러우며종종감명깊다.헌책방에서우연히루소의저작을발견하고밤새잠못이루던수집가는책장사이에서루소가보관한페리윙클꽃잎을보고“극한의행복”을느꼈다.자신이원하던귀중한기도서를찾아내기위해500킬로미터를한달음에달려간수집가도있다.어떤책도둑은본인이놓친책을포기하지못하여책수집가들을습격하고그들의집을불태웠다.이다종다양한애서가들이끝내바라던풍경은모두같았다.세상의진귀한책들을한데모아둔자신만의도서관이그것이다.
대규모로제작된책들을살수있게된오늘날,현대의독자에게『책사냥꾼의도서관』속의이러한일화들은아무래도낯설게다가온다.그렇다고아주멀기만한이야기는아니다.이미절판된책들,혹은아주오래전사람의손으로만들어져세상에단한권뿐인책들은여전히어마어마한가격아래팔려나간다.이책들을찾아내기위해비밀스러운거래에뛰어드는자들도존재한다.19세기이건20세기이건21세기이건간에,이들의목적은모두같다.우리가잘알거나아직모르는목적,사상,체제에맞추어사상,감정,지식을충실히옮겨놓은발명품.『책사냥꾼의도서관』은바로그발명품의가치가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말하고있다.


우리는책속에서시대를뛰어넘어과거의작가와손을마주잡는다
“문학적유물”이자“타인의영혼”이담긴책들을구하는여정

앤드루랭은책의가치를‘아름다움’‘희귀함’‘기묘함’등세부적인항목으로구분한다.비록문학적관점에서는별다른가치가없을작품일지라도,책자체로는유의미한작품도있다.먼과거에제작되어만든이의손길이고스란히느껴지는책이라거나,희귀한삽화가수록된작품등이좋은사례다.마리앙투아네트나뒤바리부인,나폴레옹등역사적으로저명한인물이소유한책역시큰관심을받는다.알두스마누티우스처럼전설적인출판인이펴낸책에는마니아들이따라붙는다.
랭은이러한책수집의매력을“감상적인측면”으로설명한다.“고서들은문학을사랑하는이들에게문학적유물로서신성하고귀중한가치”를지니며,“이는종교의신자들이종교적유물을신성하게여기는것과다르지않다”(49~50쪽).책을모으는이들은한때작가가미래를전혀예견치못한채설레고도두려운마음으로출판한바로그작품을바란다.작가가제작에직접의견을내고,훗날부끄럽게여길작품을손수다듬어수록한바로그책말이다.독자는“이런판본을통해작가의영혼에한걸음더가까이다가선다”(50쪽)고느낀다.책이란여러기록이담긴인쇄물을넘어,타인의영혼을가까이서접할수있는유물이기도한것이다.
그러므로『책사냥꾼의도서관』은책을읽기를위한도구로만다루지않는다.본문에서책이란오래될수록귀하며,희귀할수록탐나는대상이다.『몽테뉴의수상록』은현대한국에서도당장읽을수있는책이지만,1698년에암스테르담에서펴낸판본이주는감동은어디서도느낄수없다.해당판본속삽화에는17세기파리의대중이본복장을그대로차려입은등장인물의모습이수록되어있으며,독자는이를통해먼과거의사람들과연결됨을느낀다.이때책은‘읽기’를위한도구일뿐만아니라한시대가여실히드러나는흔적이된다.저자는“우리가책에생생한애정을느끼는까닭은바로이감상적인측면”에있다고설명한다.“책을통해우리는이미오래전에죽은위대한시인들,학자들과교류할수있다.우리의손은시대를뛰어넘어그들의손을마주잡는다”(56쪽).우리는마주잡은손에서시와소설을발견하고,기도나노래를마주하기도한다.
이처럼타인과교류할수있는가장강력한매체가책이었던시절,사람들은각자의방식으로책에열정을쏟아부었다.본문에서는이과정을무척생생하게묘사한다.장서와서가를관리하는법은지금보아도흥미롭다.자신만의책장을가꾸거나오래된책을고치는요령모두현대에는거의배울수없는것들이기때문이다.이책이쓸당시만해도작가는책표지에광택제를바른다거나책장안에흑단을대는일이완전히생소해지리라고는예상치못했을것이다.『책사냥꾼의도서관』이‘책’이어떻게과거와현재를연결하는지에주목하고있음을떠올리면,19세기에쓰인이책과오늘날우리가만나게되었다는사실은새삼스레묵직한울림으로다가온다.


기도가담긴책,삽화가아름다운책,오래도록살아남은책
19세기의애서가들이현대의우리에게건네는‘책을향한연가’

책의1장과2장이애서가와책수집가,그리고그들의기록에대해두루다룬다면3장과4장은고서와삽화책이라는더욱구체적인주제에집중한다.이중3장이주목하는고서는‘필사본’으로,유물로서의책중에서도그가치가가장높이평가된다.‘세상에단한권뿐인책’이라는필사본의특징은많은수집가에게사랑받기충분한조건이었다.앤드루랭은같은장에서채식필사본을수집하는이들이배워야할여러지식을전수하는데,중세의서체나책장차례의순서,낙장조사방법등이그것이다.
물론오늘날의독자중에서필사본을수집하는이는매우드물것이다.그럼에도,어쩌면그렇기에필사본을손에쥐고자온힘을다하는수집가들의노력은더욱인상적으로다가온다.가치를모르는이에게는사소한오자나얼룩으로다가옴직한책의오류조차애서가들에게는과거의세계를들여다볼수있는통로가된다.15세기이탈리아에서필사된성서에서발견된“책을끝냈으니,우리는언제나그리스도안에서산다”(147쪽)는구절은그러므로더욱강렬한반향을준다.오늘날책은더는가장큰주목을받지못하며,귀족과도둑을막론하고온갖사람의욕구를불러일으키는대상도아니게되었다.그러나여전히책장속활자들은시공간을뛰어넘어독자와작가를연결하고있다.
물론활자만이책속의연결고리인것은아니다.오스틴돕슨이쓴4장「삽화가들어간책」은그림책이나삽화를좋아하는이들에겐선물과도같은장이다.오스틴돕슨은책이쓰일당시만해도신식문화였던‘삽화’가어떻게책의울림을더하고아름다움을배가하는지서술한다.르네상스의대표적화가로알려진알브레히트뒤러나빛의묘사로이름을떨친윌리엄터너,『이상한나라의앨리스』시리즈의삽화가로잘알려진존테니얼이그린그림과그뒷이야기는지금보아도흥미롭다.돕슨은삽화라는예술분야가어떤식으로성장하고발전해왔는지를다양한사례를통해짚어나며,이과정은책이우리에게주는다양한감각적접근을골똘히생각해보게만든다.
책이융성하던시절은이미떠나갔다.다만책은여전히쓰이고,만들어지며,읽히고있다.이책을비롯하여과거의책들은다시다채로운글과그림으로살아나현대의독자에게전해진다.우리는여전히인쇄된글과그림을통해타인과맞닿으며다른시공간을체험한다.때로는책안의내용에만감동하지만,어떤때에는책이라는사물그자체에지극한애정을품는다.『책사냥꾼의도서관』은이감동과애정의근원을파고들어가는책이다.19세기유럽을살았던애서가들의삶을정확히공감할수야있겠으나,그들이‘책을향해바치는’연가의진실성에는충분히고개를끄덕일수있다.이연서역시책을통하여우리에게전해졌다는사실에놀라워하면서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