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짧은 낮 - 거장의 클래식 3 (양장)

가장 짧은 낮 - 거장의 클래식 3 (양장)

$23.00
Description
“슬픔의 강을 자비의 강으로 바꾸는 놀라운 서사”

단편소설의 대가 츠쯔젠
30년간 쓴 100편의 단편에서 열여섯 편의 정수만 담다
얼굴과 대기와 땅에 시간을 차곡차곡 쌓다

츠쯔젠은 단편소설의 대가다. 등단 후 30년간 10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고, 그중 열여섯 편의 정수를 작가가 직접 골라 『가장 짧은 낮』으로 펴냈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색채 감각이 두드러진다. 그런 감각이 작가가 자란 중국 북방의 자연 풍경과 겹쳐지며 등장인물들의 심상心象을 드러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시간을 얼굴에 차곡차곡 축적해와 “청포도 두 알 같은 눈두덩이”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검버섯” “뇌우가 닥치기 전의 하늘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먹구름 같은 검버섯”으로 묘사된다. 사람뿐 아니라 대기와 땅도 시간에 사로잡혀 나이를 먹어왔다. “조금씩 노쇠해가는 하늘” “누런 가을처럼 늙어 있는 날들” “밤새 타고 남은 회색 재인 달”…….
츠쯔젠의 소설은 늘 계절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펼쳐지는 일상에서 사건을 포착한다. 「해빙」은 작은 봄에서 큰 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작은 봄에 얼음이 녹으면 샤오야오링 마을 사람들은 진흙길에 신발이 붙들려 나동그라지고 자빠진다. 관절이 부실한 노인들은 넘어지는 순간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 가사를 도맡고 있는 주부들은 쌓이는 빨랫감에 신경이 곤두선다. 작은 봄의 어느 날 초등학교 교장인 쑤저광에게 긴급 문건이 내려왔다. 문화대혁명 때 하방된 적이 있던 그는 혹시 또 험지로 보내질까봐 불안에 떤다. 진흙 묻은 옷 빨래를 하다가 돌연 남편과 떨어질까봐 초조해진 아내 리쑤산, 그러면서도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줄지 모를 이웃 남자 왕퉁량을 향해 품는 욕망, 마침내 남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모든 욕망이 무위로 돌아가 짜증만 덕지덕지 달라붙게 된 평온한 일상. 시간이 흘러 이내 큰 봄이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는 얼음이 녹을 때 사람들의 욕망도 함께 꿈틀거려, 그들의 마음에 달라붙는 계절의 모습은 더없이 감각적이다.
저자

츠쯔졘

저자:츠쯔젠

1964년중국헤이룽장성모하에서출생해다싱안링사범대학을졸업했다.대학생시절인1983년부터소설을발표하기시작해지금까지100편에가까운작품을발표했다.북방의자연과조화를이루며사는생명력넘치는사람들의풍경과아름다운인성을소박하고순수한필치로가장잘표현해내는작가로평가받고있다.단편소설「무월의외양간」「세상의모든밤」「깨끗한물」등으로루쉰문학상을수상했고장편소설『어얼구나강의오른쪽』으로제7회마오둔문학상을수상하는동시에호주에서‘제임스조이스창작기금’수혜자로선정되었다.대표작으로『위만주국』『뭇산들의꼭대기』등이있다.현재헤이룽장작가협회주석직을맡고있다.



역자:김태성

한국외국어대학중국어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타이완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중국학연구공동체인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운영하면서중국문학및인문저작번역과문학교류활동에주력하고있다.중국의문화번역관련사이트인CCTSS고문,『인민문학』한국어판총감등의직책을맡고있다.『인민을위해복무하라』『사람의목소리는빛보다멀리간다』『고전의배후』『방관시대의사람들』『마르케스의서재에서』『번화』등140여권의중국저작물을우리말로옮겼다.2016년중국신문광전총국에서수여하는‘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내문학의강

1.깨끗한물
2.해빙
3.가장짧은낮
4.그들의손톱
5.스촨
6.말장화를삶다
7.무월霧月의외양간
8.돼지기름한항아리
9.눈커튼
10.말한필,두사람
11.꽃잎죽
12.가는비내리는그리그해의황혼
13.친구들아눈보러와
14.감자꽃
15.백설의묘원
16.어골

옮긴이의말:아름다운북방의동화

출판사 서평

햇빛과별빛을마음에흩뿌리며어른의문턱에서는아이들

츠쯔젠의소설에서는동사,형용사의사용이인상적이고직유법이작품을빛나게만든다.생선알만한물방울,연륜이다른두가닥의푸른콧물,어둠덕분에목숨이간들간들한별빛들,물고기비늘을깎는듯한눈내리는소리…….

작가가특히섬세하게조명을비추는것은어린아이들이다.「깨끗한물」에서여동생톈윈은요염한자태를흉내내며서둘러어른의세계로진입하려한다.반면오빠톈두는별빛과달빛을제마음속에담아두는아이로,그마음은기억을향해뒷걸음질친다.흔히유년기는어른이되어되새김질하는가운데서정적역사로각색되곤하지만,톈두는어린아이인데‘회고’라는것을할줄안다.게다가아이는할머니몸에서나는냄새를맡으며노추老醜의역사를미리읽기도한다(은하로통하는하늘길이자신에게쏟아져내려마음속에쌓인울분을씻어주길바라면서).1년에한번목욕하는설날,가족들의목욕물데우기를도맡게된톈두는이일을싫어하면서도가족이한명한명목욕을마치고나오면뜨겁고깨끗한물로갈아준다.물을데우려고장작을때며중간중간허리를펴고위를쳐다보면,하늘은톈두의마음에별빛을흩뿌려준다.마침내그가목욕할차례가왔고,소설의마지막문장은아이의시같은언어로마무리된다.“특별히별빛이쥐엄나무꽃으로변해내가목욕하는목욕통안으로쏟아져내렸다고!”

「무월의외양간」의주인공바오주이는양아버지,엄마와한방에서자다가언젠가부터집밖으로나와외양간에서소들과함께자기시작했다.사실아이는어릴적아침부터밤까지안개가잔뜩끼는무월霧月에양아버지에게맞고여물통난간에부딪혀추락한뒤지적장애가생겼다.말하자면머릿속에도회색안개가껴기억도끄무레해진건데,이일을범한양아버지는자신의과오를아무에게도말하지않아엄마나바오주이는꿈에도이사실을알지못한다.세월이흘러양아버지가죽을때쯤또무월이찾아왔다.이때가되면마을에서일어나는모든일은안개속에서자취를감추고,햇빛도사라져농작물들은자기키를키우지못한다.이번무월에는양아버지가죽었다.그리고얼룩소쥐안얼이태어나며,곧안개는걷힌다.문밖에떠다니는햇빛을무한한경탄과함께바라보며행여햇빛을밟을까싶어조심스레한발내딛는이소는바오주이삶의안개도걷히며한조각햇볕이내리쬘거라는희망을독자가품게만든다.

사람들의마음에달라붙는풍경의감정
문체에서들려오는소리

블라디미르나보코프는“문체란구조가작동하는방식”이라고말했다.츠쯔젠은투명하고부드러우며음률적인문체를구사해거기에묘사나이미지들이덧붙여져작품은앞으로나아간다.「깨끗한물」에서는몸에서냄새난다고손자의핀잔을산뒤설움을쏟아내는할머니의울음소리에나이가그대로담겨있다.노인의울음은“산속동굴에서물방울이똑똑떨어지는소리”로은유되는데,수천수만년의세월을간직한동굴속에서떨어지는물방울의비유는적격이다.또한츠쯔젠의많은비유는시간의흐름을담고있어마치시간이우리를내려다보고있는느낌을준다.

「가장짧은낮」은대장항문과전문의인주인공이수술을마친후한화물기사의차를얻어타고기차에올랐다가그대로되돌아오는아주짧은낮을다룬작품이다.돈벌려고수술하는이중상류층의사가속물일것같다는독자의예상과달리이소설에서는“똥구멍몇번찢고돈을번다”며의사를부러워하는화물차기사나,이어서올라탄기차의도시락판매원,승무원들이오히려더매너리즘과고정관념,물질주의에빠져있어중국의단면을보여준다.그중유일하게한승무원만이지루한낮잠같은의사의삶에한줌의각성이되어준다.

소설가쑤퉁과아라이,문학평론가쩡진난은자연을완벽하게문학적으로체현하고있는데서츠쯔젠의천재성을발견했다.이단편들의거의모든문장에서자연의풍경과소리가들려온다.즉문장도그림이되거나음악곡이될수있다는것을그의작품은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