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별빛을마음에흩뿌리며어른의문턱에서는아이들
츠쯔젠의소설에서는동사,형용사의사용이인상적이고직유법이작품을빛나게만든다.생선알만한물방울,연륜이다른두가닥의푸른콧물,어둠덕분에목숨이간들간들한별빛들,물고기비늘을깎는듯한눈내리는소리…….
작가가특히섬세하게조명을비추는것은어린아이들이다.「깨끗한물」에서여동생톈윈은요염한자태를흉내내며서둘러어른의세계로진입하려한다.반면오빠톈두는별빛과달빛을제마음속에담아두는아이로,그마음은기억을향해뒷걸음질친다.흔히유년기는어른이되어되새김질하는가운데서정적역사로각색되곤하지만,톈두는어린아이인데‘회고’라는것을할줄안다.게다가아이는할머니몸에서나는냄새를맡으며노추老醜의역사를미리읽기도한다(은하로통하는하늘길이자신에게쏟아져내려마음속에쌓인울분을씻어주길바라면서).1년에한번목욕하는설날,가족들의목욕물데우기를도맡게된톈두는이일을싫어하면서도가족이한명한명목욕을마치고나오면뜨겁고깨끗한물로갈아준다.물을데우려고장작을때며중간중간허리를펴고위를쳐다보면,하늘은톈두의마음에별빛을흩뿌려준다.마침내그가목욕할차례가왔고,소설의마지막문장은아이의시같은언어로마무리된다.“특별히별빛이쥐엄나무꽃으로변해내가목욕하는목욕통안으로쏟아져내렸다고!”
「무월의외양간」의주인공바오주이는양아버지,엄마와한방에서자다가언젠가부터집밖으로나와외양간에서소들과함께자기시작했다.사실아이는어릴적아침부터밤까지안개가잔뜩끼는무월霧月에양아버지에게맞고여물통난간에부딪혀추락한뒤지적장애가생겼다.말하자면머릿속에도회색안개가껴기억도끄무레해진건데,이일을범한양아버지는자신의과오를아무에게도말하지않아엄마나바오주이는꿈에도이사실을알지못한다.세월이흘러양아버지가죽을때쯤또무월이찾아왔다.이때가되면마을에서일어나는모든일은안개속에서자취를감추고,햇빛도사라져농작물들은자기키를키우지못한다.이번무월에는양아버지가죽었다.그리고얼룩소쥐안얼이태어나며,곧안개는걷힌다.문밖에떠다니는햇빛을무한한경탄과함께바라보며행여햇빛을밟을까싶어조심스레한발내딛는이소는바오주이삶의안개도걷히며한조각햇볕이내리쬘거라는희망을독자가품게만든다.
사람들의마음에달라붙는풍경의감정
문체에서들려오는소리
블라디미르나보코프는“문체란구조가작동하는방식”이라고말했다.츠쯔젠은투명하고부드러우며음률적인문체를구사해거기에묘사나이미지들이덧붙여져작품은앞으로나아간다.「깨끗한물」에서는몸에서냄새난다고손자의핀잔을산뒤설움을쏟아내는할머니의울음소리에나이가그대로담겨있다.노인의울음은“산속동굴에서물방울이똑똑떨어지는소리”로은유되는데,수천수만년의세월을간직한동굴속에서떨어지는물방울의비유는적격이다.또한츠쯔젠의많은비유는시간의흐름을담고있어마치시간이우리를내려다보고있는느낌을준다.
「가장짧은낮」은대장항문과전문의인주인공이수술을마친후한화물기사의차를얻어타고기차에올랐다가그대로되돌아오는아주짧은낮을다룬작품이다.돈벌려고수술하는이중상류층의사가속물일것같다는독자의예상과달리이소설에서는“똥구멍몇번찢고돈을번다”며의사를부러워하는화물차기사나,이어서올라탄기차의도시락판매원,승무원들이오히려더매너리즘과고정관념,물질주의에빠져있어중국의단면을보여준다.그중유일하게한승무원만이지루한낮잠같은의사의삶에한줌의각성이되어준다.
소설가쑤퉁과아라이,문학평론가쩡진난은자연을완벽하게문학적으로체현하고있는데서츠쯔젠의천재성을발견했다.이단편들의거의모든문장에서자연의풍경과소리가들려온다.즉문장도그림이되거나음악곡이될수있다는것을그의작품은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