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와일드 :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26.43
저자

이원영

저자:이원영
야외생물학자이자동물행동학자.관찰과기록을직업으로삼아동물행동에담긴진화의시간과과정을연구한다.서울대학교행동생태및진화연구실에서까치연구로박사과정을마쳤고,지금은극지연구소선임연구원으로남극과북극을오가며동물을지켜보고있다.정원이있는집에서새를관찰하는이가되어늙어가기를희망한다.지은책으로『여름엔북극에갑니다』『물속을나는새』『펭귄은펭귄의길을간다』『펭귄의여름』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관찰자의눈
2장동물의짝고르기
3장동물의짝짓기
4장동물의색
5장모여사는동물들
6장공생의기술
7장이동하는동물들
8장동물을관찰하는새로운방법
9장추위와더위
10장동물의잠
11장동물의지혜
12장동물의의사소통
13장고통과슬픔
14장잃어버린야생
15장야생의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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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물이살아움직이는곳,
그곳이현장이다

“동물은한곳에가만히있지않고이리저리자유로이움직인다.따라서동물이살아움직이며돌아다니는곳이라면어디든야외생물학자의현장이라할수있다.(…)그곳이어디든,동물이나를찾아와주지않으니내가동물을찾아가는수밖에없다.”(9)어린시절잠자리와매미를잡겠다고온동네를뛰어다니던소년은이제전지구로탐색범위를넓혀남극에서펭귄을,북극에서기러기를따라다닌다.하지만동물을만나는방식은완전히달라졌다.곤충을채집하며기뻐하던어린시절과달리,이제는펭귄을포획하며미안해어쩔줄몰라하고그들의현재와미래를걱정한다.살금살금조심스레다가가그저조용히바라보는그의눈앞에서,동물들은먹고자고쉬고놀고싸우고사랑하는모습을있는그대로보여준다.‘관찰자의눈’은그렇게생겨난다.

저자도이것을그냥가지게된건아니다.더이상‘그릇된사랑’으로동물을괴롭히지않겠다고다짐한후책으로호기심을채우며동물학자가되겠다는꿈을키운그는,조상들과선대연구자들이쌓아온과학적지식으로동물을만나는법을배웠다.쇼베동굴의벽화를그린크로마뇽인,진화생물학의시초가된찰스다윈,처음동물행동학자가되겠단꿈을갖게해준제인구달……그리고이제는지구곳곳에서최첨단기술로동물행동의새로운비밀을밝혀내고있는동료과학자들까지모두가스승이다.직접이름을붙여준연구동물인젠투펭귄‘남극이’와‘세종이’도과학이가르쳐준방식으로만났다.이책은이렇게동물을만나는법을조금씩알아가며비로소관찰자의눈을갖게된학자로서그의여정에서부터시작되었다.

야생동물을제대로만나기위한동물행동학의기본과응용,그것의이책의핵심이다.독자가야생의세계에발을들여자기만의탐험을해내갈수있도록,동물행동학자가되기까지배우고익힌과학기술과지식,오늘날그와동료들이최전방에서밝혀내고있는새로운사실들,현장에서몸소부딪히며터득한태도와요령을모두녹여냈다.“이것을알면야생동물을전과조금은다른방식으로만날수있고,나아가그들과특별하게연결될수도있다”(15)는게저자의설명이다.

그래서이책은동물의행동을과학적으로연구하는과정과방법을다룬다.동물행동학의주요주제인생존과짝짓기,이주,공생,먹이활동과휴식을비롯해의식과감정,인지능력과의사소통까지두루살펴보면서,오늘날동물삶의위기와직결되는주제인동물윤리와기후위기문제도논의해보고자했다.그여정에는미생물부터유인원까지다양한동물이등장하지만,높은비중을차지하는종은펭귄을비롯해내연구종들이속한조류다.이책에는전세계과학자들의다양한연구사례가언급되는데,이들을따라가다보면동물행동학의큰줄기를파악할수있을것이다.그중에서도특히내가현장에서사용하는동물행동연구의새로운방법들을상세히소개해보았다.이대목에선바이오로깅으로펭귄을비롯한극지동물의잠수행동과의사소통,수면에관해새로운사실을알아내고,드론으로흰죽지꼬마물떼새둥지를찾거나분홍발기러기를추적하는과정도엿볼수있을것이다.
_15쪽

기러기를따라하늘로,
물범을따라물속으로

이책은짝짓기,색과체형,집단생활,공생,이주행동,체온조절,수면,인지와감정,의사소통,동물윤리,기후위기까지동물삶과관련된다양한주제를아우른다.그런만큼길고복잡할것같지만,마음먹고읽으려고하면하루만에도다읽을수있다.페이지마다흥미진진한연구사례와그에딱들어맞는생생한동물사진이가득실려있기때문이다.인간의시선이아닌동물의입장에서적힌세밀한설명에는그동물로산다는게어떤생일지상상해보게끔하는매혹이있고,함께실린사진에는그상상에색채와표정을부여하는동물삶의다이내믹이있다.

암컷이더큰몸집과화려한깃털로경쟁을벌이며여러수컷을차지하는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한번부부의연을맺으면50년이상을해로한다고알려져있는일부일처제조류나그네앨버트로스,꿀벌의생김새를흉내내독침없이도독침을지닌효과를누리는꽃등에,평소엔초록색등으로위장을하고있다가위험상황에선배를뒤집어붉은색으로경고를보내는무당개구리,섭씨영하90도의극한환경에서허들링을하며체온을나누는펭귄들,사냥감에따라무리규모를조절하는사자,항문냄새로개체를인식하고소속집단을확인하는하이에나,발광세균인비브리오피스케리Vibriofischeri의도움을받아어두운바닷속에서빛을내며포식위험을낮추는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해마다북극그린란드와남극해를오가며지구상에서가장먼거리를이동하는북극제비갈매기,600미터이상잠수하며수중에서40분넘게숨을참는웨델물범,작고통통한귀로열손실을줄이는북극여우와더운아프리카에서큰귀로열을발산하는박쥐귀여우,비행을하면서잠을자는큰군함조,나뭇가지로도구를만들어쓰는뉴칼레도니아까마귀,늑대의하울링과꿀벌의8자춤과오징어의피부패턴과코끼리의초저주파와침팬지의그루밍,인간의언어를구사하며자기의사를표현하는회색앵무……말그대로첫장부터마지막장까지다나열할수없을만큼수많은동물의특별한이야기가끊임없이이어진다.

다종다양한동물의삶이더욱생생하게그려지는건무엇보다저자자신의연구를소개하는대목에서다.이책은그동안의저서에서상세히언급되지않았던저자의연구도소상하게다룬다.관악산까치가개체수준에서인간을구별한다는사실을밝힌대학원시절첫논문이그시작이다.이후극지연구소에서연구를수행하며저자는펭귄의장내미생물군집을분석해이들이단식기간스트레스를견디는데도움을준다는사실을밝혔고,턱끈펭귄에게바이오로거를부착해이주경로를확인했으며,드론에열화상카메라를덧붙여흰죽지꼬마물떼새의둥지를식별해내고분홍발기러기의깃갈이행동을관찰했다.그밖에런던자연사박물관의나비표본300여종을활용해유럽나비의체색과체온조절간의상관관계를밝혀내기도했고,턱끈펭귄의뇌파신호를분석해이들이평균4초씩11시간쪽잠을잔다는사실을알아냈으며,젠투펭귄에게비디오카메라를부착해이들이바다에서음성신호로의사소통한단걸확인하기도했다.

이와같은연구의의미는특정연구종의어떤행동하나를진화적관점에서살피는차원에그치지않는다.특히극지동물들은기후변화의영향을가장가혹하고민감하게경험하는종으로서,이들의먹이활동,의사소통방식,수면패턴,이동경로등에관한연구는기후변화에대한동물의행동반응을연구하는데있어중요한기초작업이된다.이러한작업이쌓이면쌓일수록,동물행동연구는특정개체군보호,특정서식지보호차원을넘어더많은종을포괄하고광범위한지역을아우르는보호전략의신뢰도높은근거가되고,생태학적·보전학적으로커다란의미를지니게된다.

과학의객관성안에서‘관계’를고민하다
―연구자와연구종의상호작용

“연구대상인동물을마주할때면늘‘관계’에대해고민한다”고말하는저자가이책의후반부를동물윤리와기후위기라는무거운주제를다루는데할애한것은필연적인전개처럼보이기도한다.

동물의행동을과학적으로연구하려면객관적인입장에서철저히관찰자의역할을유지해야한다.연구자들은행여나주관적인해석이들어가거나자칫동물의행동과생태에개입하지않기위해늘경계한다.하지만종종난처한상황이생기기도한다.동물을연구하는사람들은대체로동물을너무나도좋아하는사람들이라서그들을애정할수밖에없고,그러다보면동물의삶에심정적으로깊이빠져들어그들의안위를걱정하게된다.(…)나와같이펭귄을연구하는학자들은대부분펭귄의미래를걱정한다.남극에선지구온난화가빠르게진행되면서펭귄개체군도변화를겪고있다.제인구달이아프리카의밀림보호를위해활동하는것과같은맥락에서,극지동물을연구하는이들은남극해보호를외치는보전생물학자가되기도한다.
_30쪽

야생동물을연구하는저자는그래서야생의위기를이야기할수밖에없다.이는야생성의박탈이라는개체(군)수준의위기에서부터야생자체의파괴라는전지구적위기까지다양한층위에서나타난다.갇혀살며조련당하는삶에서벗어나기위해스스로숨을참아죽음을택한돌고래캐시,‘갈비사자’로불리며열악한사육환경과극심한굶주림에시달리다구조된사자바람이,그밖에극단적으로줄어든활동반경과심각한행동제약,생태적특성이고려되지않은사육환경등으로신체적·정신적고통에시달리는동물들,애초실험과도축을목적으로길러지는동물들까지,야생성을빼앗긴사육동물들의모습은이책중후반부까지등장하며역동적인생명력을보여주는야생동물의모습과극명한대비를이룬다.그러나저자가직시하듯,야생에서살아가는동물이라고해서위기를겪지않는것은아니다.잘보존된자연속에서도생존을위해끊임없이적응하며진화를거듭해야겨우제자리를유지할수있는삶인데,인류세와기후변화라는―생활환경과적응방식을송두리째뒤흔드는위기가닥쳤다.모래온도에따라알의성별이결정되는바다거북은점차뜨거워지는모래로극심한성별불균형을겪으며개체군전체가소멸위험에처해있는가하면,외뿔고래는바다얼음이불안정해지면서숨쉬러나올구멍을찾지못해질식해가고있다.아남극권에사는남방큰재갈매기와황제펭귄이남극권에서발견되고,빙산조각에길이막혀먹이활동을하지못하게된펭귄번식지는둥지마다굶어죽은새끼들로넘쳐난다.

저자는이런상황을목도하며“시시각각변하는야생의환경에서동물을관찰하며내마음을가장무겁게짓누르는것은그들의위기앞에서아무것도할수없다는무력감”이라고말한다.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는동물의삶을이야기함으로써의미있는지속을,좀더바란다면희망을말하려한다.사육시설에서고통받는동물들의사정끝에는,법인격체로인정받아동물원에서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풀려난오랑우탄산드라이야기가나온다.붕괴되는빙하를두눈으로바라보고온난화로지구상에서사라져가는펭귄개체군을구체적인숫자로확인하면서도직접관찰하고이름을붙여준동물한마리한마리에게‘목소리를내겠다’는약속을한다.그래서이책은야생에서동물을만나려는독자를위한것이지만,한편으로연구동물을위해낸현장에서의목소리이기도할것이다.그는여전히스스로왜동물을관찰하는지아직잘모르겠다고말하지만,어쩌면그동안의저서에담긴간절한바람에그목적이담겨있는듯도보인다.이세상의모든동물이자기자리에서자기모습으로살아가기를.이책은그바람을목적삼아오늘도야생을누비는저자가우리에게내미는자연으로의,자연을위한행동으로의초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