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소문 속에 살았다 : 여든 살 반전의 사상가가 회고하는 일본

전쟁의 소문 속에 살았다 : 여든 살 반전의 사상가가 회고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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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국가는 올바르지도 않을뿐더러 반드시 패배한다.
이 국가의 패배는 ‘나라’를 짓밟을 것이다.
그때 나의 ‘나라’와 함께 패배하는 쪽에 서 있고 싶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쓰루미 슌스케 회고록


패배한 나라의 여든 살 사상가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필패를 직감하고도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청년은 귀국 후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가 되었다. 전후 평화운동의 중심에서 맹활약하던 이 사상가는 수십 년이 흘러 어느덧 초로의 나이에 접어들어 인생을 회고한다. 그의 회고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든 살이 되었다. 어린 시절 길에서 보던 느린 걸음의 노인들이 떠오른다. (…) 그들이 페리 제독의 흑선을 처음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페리 원정으로부터 시작된 일본의 개항, 그리고 그 후 세계사 속에서 일본이 걸어온 길은 러일전쟁, 중일전쟁 그리고 종국엔 태평양전쟁으로까지 치달았다. 그리고 거기에 “팔십오 년을 전쟁의 소문 속에 살았다”는 쓰루미 슌스케의 삶도 있었다. 사상가로, 혹은 참전인으로, 그리고 때로는 그저 한 노인으로 여든 살부터 여든여섯 살까지 7년 동안 그가 이어온 이야기 속에는 ‘패전국’의 지식인으로서 그거 한평생 품어온 고민과 모순이 녹아 있다.

열아홉, 패배하는 쪽에 서기로 선택하다
저자

쓰루미슌스케

저자:쓰루미슌스케
일본을대표하는사상가겸철학자.1922년도쿄아자부구산겐야정(현미나토구모토아자부)에서태어났다.아버지와외할아버지모두정치이력을가진유력한가정에서자랐으나반항적인청소년기를보내다1937년다니던중학교를중퇴후미국으로건너가하버드대학철학과에입학했다.1941년태평양전쟁발발후일본으로돌아와자카르타해군무관부군속으로전쟁을경험했다.패전직후마루야마마사오등전쟁에반대하는지식인들과함께1946년『사상의과학思想の科學』을창간하며본격적인활동을시작했다.평화운동에지속적으로힘을쏟았으며반전시민운동인‘소리없는소리의모임’,평화헌법9조를지키기위한‘9조모임’등에주도적으로참여했고,베트남전쟁이발발하자반전운동‘베트남에평화를!시민연합’을이끌며미국과대립하기도했다.이외에도2015년타계할때까지70여년간다양한분야를횡단하며수많은연구와매체,사회운동을이끌었다.학술적으로는‘전향’을20세기전반기일본의사상체계를집약적으로드러내는엘리트들의집단적체험으로새로이규정한것으로유명하다.주요저서로『전향』『전후일본의대중문화』『전후일본의사상前後日本の思想』(공저)등이있다.

역자:김성민
홋카이도대학대학원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원교수.전문분야는미디어문화연구,음악사회학,한일관계사.1976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언론정보학과에서석사학위를,도쿄대대학원학제정보학부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저서로『日韓ポピュラ―音樂史:歌曲からK-POPの時代まで』『PostwarSouthKoreaandJapanesePopularCulture』『케이팝의작은역사』『K-POP新感覺のメディア』『일본을금하다:금제와욕망의한국대중문화사1945-2004』『戰後韓國と日本文化:「倭色」禁止から「韓流」まで』등이있다.

목차

1스크랩북
기억속의노인들/학교라는계단/상황에서배우다/전쟁의버팀목/미스마플의추리법/중도하차/사자병풍/선집의편집자/영화의수명/내게와닿는목소리/미니신문/모아둔것의행방

2희미한기억들
사신과의경주/통하는것과통하지않는것/넘쳐흐르는것/핀으로고정하기/갈림길에서/올타임베스트/변하지않는척도/‘천천히’부터시작하기/정치사의맥락/넘침에관하여/무소처럼걸어라/에드거앨런포의되감기

3나만의색인
기억의재편집/별명으로시작하기/조사/보이지않는노력/별명/반동의사상/조상찾기/서서히친해지는친구/여름방학이끝나고/망각록/내부에살고있는외부/슬픈결말

4쓰지않은말
언어의사용법/인간의언어를뛰어넘는꿈/자랑스럽다는말/김학영의“얼어붙는입”과일본/꿈에서만나는일본어/말뒤에있는말/‘만약’이금지될때/나도모르는내안의언어/번역의틈새/말에묻어나는통찰력/이순/부재한채전해지는언어

5그때
그가한발을내디뎠다/두개의사건/크게파악하는힘/1904년의반전론/제일처음한방울잡담의역할/내면의소극장/써내지못한문제/일본교육사외전/미국과의단절/보이지않는수집품/자신을지키는길

6전쟁의나날
소문속에서자라다/부분점수/기억속에서커가는존재/나는왜교환선에탔는가/내가바라는것/탈주의꿈/전기를읽다/투란도트공주/‘대동아전쟁’은어디에있었나/역사의그림자/서로/나의독일어

7미국,그안과밖
폭풍우의밤/화성으로부터의침공/미국인가족/미일전쟁/체험을통해다시읽기/바위위의헌법/공자가말하길/멕시코에서미국을바라보다/고대왕국/대화를나누는장소/국가군으로이루어진세계에서/농락당한사람/다쓰지못한말_277

후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이국가는올바르지도않을뿐더러반드시패배한다.
이국가의패배는‘나라’를짓밟을것이다.
그때나의‘나라’와함께패배하는쪽에서있고싶다.”

일본을대표하는사상가쓰루미슌스케회고록

패배한나라의여든살사상가는무엇을기억하는가?필패를직감하고도태평양전쟁에참전했던청년은귀국후일본을대표하는사상가가되었다.전후평화운동의중심에서맹활약하던이사상가는수십년이흘러어느덧초로의나이에접어들어인생을회고한다.그의회고록은이렇게시작한다.“여든살이되었다.어린시절길에서보던느린걸음의노인들이떠오른다.(…)그들이페리제독의흑선을처음보았을때얼마나놀랐을지.”페리원정으로부터시작된일본의개항,그리고그후세계사속에서일본이걸어온길은러일전쟁,중일전쟁그리고종국엔태평양전쟁으로까지치달았다.그리고거기에“팔십오년을전쟁의소문속에살았다”는쓰루미슌스케의삶도있었다.사상가로,혹은참전인으로,그리고때로는그저한노인으로여든살부터여든여섯살까지7년동안그가이어온이야기속에는‘패전국’의지식인으로서그거한평생품어온고민과모순이녹아있다.

열아홉,패배하는쪽에서기로선택하다

열아홉살,쓰루미슌스케는미국의전쟁포로수용소에있었다.미국은“일본으로돌아가는교환선에타겠느냐”고물었고그는“타겠다”고했다.쓰루미슌스케의전일생의기로를가른결정이다.그는일본이반드시질것이라고예상했고,일본의전쟁은정당하지않다고보았다.하지만그럼에도그자신은“패배하는쪽에서있고싶다”고생각했다.자신이전쟁을일으킨‘정부’에반대하는것과별개로일본은자신의뿌리이며,그곳의가족,친구가곧자신의‘나라’이기때문에이‘나라’가패배할때함께패배하는쪽에서있고싶었다는것이다.이는그의‘나라’,곧가족과친구가실제전쟁으로다치고죽을동안미국수용소한편에서편안히지낼수없다는결의이기도했다.

쓰루미슌스케는자신이이결정을끝까지후회하지않았다고적었다.그러나그는이결정으로인해민간인신분으로나마전쟁에참여하게됐다.그는일본점령지에서해군군속으로매일간부를위한신문을만들었고,그신문은어떤식으로든일본군에기여했을것이다.패전후그가펼친평화·반전운동과는관계없이이또한사실이다.그는자신이말한‘나라’,즉가족과친구와함께사선에서며그들을배반하지는않았을지는모른다.그러나그는이때문에자신이반대하는‘국가’로부터벗어나지도못했다.‘나라’의편에서는동시에‘국가’의죄에일부동참한그의선택은이에세이내내반추되며집단의죄와개인의윤리에대한질문을던진다.

미국과일본,그안과밖

쓰루미슌스케는일본에서‘불량소년’으로지내다중학교를중퇴후열다섯살부터열아홉살까지미국에서유학했다.자연스럽게그의학문적정체성도미국의것과가깝게형성됐다.그는실제로이책에서“여든다섯살이된지금도내철학의고향은미국이다”라고고백하기도한다.그러나그는또한누구보다도전후일본에서미국을‘지식의종가’로삼고흉내내는데비판적인사람이었다.이에세이곳곳에서그는정답을정해놓는일본의학교시스템과미국을비롯한서구를스승으로좇는일본학계를지탄하며고정된의미에서‘넘쳐흐르는것’‘모호한표현의효과’등에집중한다.그런것으로부터사고가넓어지고탄력이생겨난다는것이다.쓰루미슌스케는그러한확장된사고를한인물로‘존만지로’등러일전쟁이전의일본인이나‘크로버’일가,‘헨리데이비드소로’등미국문명밖에서새로운탐구를한인물,그리고‘가네코후미코’‘김학영’등일본내부의이방인을소개한다.

미국에서도‘하버드대학의유일한일본인학부생’으로서내내외부인이었고,일본에서도학계에종속되지않고일찍이경계에서서‘학제적’방법론으로연구활동을했던쓰루미슌스케의독특한시각을이러한대목들에서읽을수있다.그러나미국과일본을대립시키며미국을극복하는데역점을두는그의시각에서일본은때때로‘미국에패배한나라’‘강대국에점령된나라’로서만드러나곤한다.그사이에서진정으로피해를입었던한국등은아주잠깐씩‘그바깥’으로서만언급될뿐이다.이는앞서말했듯“패배하는쪽에서있고싶다”고고백하며자신의나라를‘패배한나라’로규정한쓰루미슌스케가끝까지스스로안고있던모순이다.

여든,망각하는자의사상

여든살부터여든여섯살까지연재한이에세이에서쓰루미슌스케는‘노화’‘죽음’에대해서도솔직하게써내려갔다.먼저떠난친구와제자의이야기가등장하기도하고(일부는전쟁에서죽었다),죽은후의자신을상상하기도하며,‘잊어버리는것’에대한공포를토로하고,‘망각록’이라는것을적고있다고이야기한다.전쟁을겪고또수십년동안평화운동을했으며일본을대표하는철학자이기도했던한늙은사상가의내면이솔직하게서술돼있다.그는나이가들면서도자신의내면에끝까지남아있는것들,그리고마지막까지자신을지탱해주는것들에대해썼다.

건망증을자각한후망각록을적어가면서까지무언가를기억하려고하고,또한편으로‘자신이무엇은잊고,무엇은기억하는지’알고자노력했던쓰루미슌스케의기록은그자체로울림이있다.사실여든의노인이써내려간이에세이자체가그가잊을수없었던것에대한‘망각록’이기도하다.그가잊을수없던것들,소학교친구들의별명,미국하숙생시절작은아파트에서의티타임,전쟁의포화속에서겪은죽음의공포,군병원에서간호사들이했던연극,전후가족들과찾아간아우슈비츠수용소등에대해듣고나면자연스레이러한질문이마음이남게될것이다.동시대역사속에서,그리고우리의삶속에서우리가마지막까지기억할것은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