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16.80
Description
“평생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달리는 법을 배우려 노력했다.”

왜 여성은 자연스레 스포츠로부터 멀어지는가?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과의 투쟁
여자들에게 스포츠를 되돌려주기 위한 전력 질주의 기록
이 책은 여성 장거리 달리기 챔피언의 회고록이자, 여성 스포츠를 위한 선언문이다. 저자는 대학 리그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고 5000미터 미국 챔피언 타이틀을 두 차례 석권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다이아몬드 리그 2회 우승을 포함해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역경을 겪고 극복해나가는 서사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여성이 겪는 불합리함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이 책을 단순 회고록이 아닌 ‘선언문’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관련 통계와 연구 자료까지 충실히 인용해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여성 운동선수는 일차적으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교묘하게 배제하고 착취하는 시스템과 싸우고, 여성으로서 본인이 지닌 신체와도 끊임없이 불화한다. 책을 읽다보면 세 가지 싸움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여성 운동선수의 복잡하고 지난한 투쟁을 진솔한 태도와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냈다. 그렇게 이 책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여자들에게 바치는 한 편의 선언문이 되었다.

저자

로런플레시먼

저자:로런플레시먼
미국역사상가장화려한경력의장거리달리기선수중한명으로,은퇴해코치와작가로활동하고있다.
스탠퍼드재학시절올아메리칸에15회선정되었으며,5000미터종목에서세해연속우승한것을포함해NCAA선수권대회챔피언을다섯차례석권했다.2006년에는전국선수권대회5000미터에서우승했다.2007년런던과2008년뉴욕에서열린다이아몬드리그대회에서3000미터우승을차지했으며,2010년에는전국선수권대회5000미터에서두번째우승을거머쥐었다.2011년대구에서개최된IAAF세계육상선수권대회5000미터결승에서는당시까지미국여성선수로서최고순위였던7위에올랐다.
스탠퍼드대학에서인간생물학을전공했으며,교육학석사학위를취득했다.졸업후에는나이키와선수계약을맺고스포츠모델로대중앞에서기도했다.여성용의류회사인와젤Oiselle의브랜드전략고문이자천연식품회사피키바스PickyBars의공동창립자다.『뉴욕타임스』와『러너스월드』에글을기고하며선수의권리와스포츠공정성을정립하기위한활동을이어가고있다.

역자:이윤정
한국외국어대학교와한동대학교통번역대학원에서공부하고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무의식적편견』『시너지셀링』『나만의커피레시피북』,ThePlantsofUlleungdoandDokdo,Dokdo:TheBrilliantHistoryofits1500years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1약속
2분열
3여자치고잘뛰네
4누가이기는가
5모험
6여성선수의성과기복
7뛰어넘지못한것
8프로가되는길
9내면의투쟁
10나를객관화하라
11가장좋아하는것
12마땅히받아야할것
13판도를바꾸다
14용기의C
15새를키우는곳
16레인너머
감사의말
자료와출처

출판사 서평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2023년윌리엄힐올해의스포츠도서상수상
*『파이낸셜타임스』2023년최고의스포츠도서
*작가황선우,안정은,맬컴글래드웰강력추천

이제모든남자애들한테질거라는얘기예요?

내가슴은어떻게변할까?엄마처럼귤모양이될까,아니면생일풍선처럼될까?마치우리모두가총살형장에늘어서있고,사수들중한명만빈총을가지고있는것같았다.과연나는가슴과엉덩이가가져오는혼란에서벗어날수있는사람일까?나는운이좋을까?(65쪽)

저자는중학생시절내내달리기1등을놓치지않았으나,졸업을앞두고사춘기를맞은남학생에게갑자기1등을빼앗기고만다.남자와여자는스포츠와관계맺는방식이다르다는사실을알아차린건그때부터였다.시선을돌리자점점운동을꺼리게된동료여학생들이눈에들어온다.여학생들은가슴이커진만큼운동하기가힘들어지고,월경이라도하는날에는활발하게움직일수없게된다.점차성애화의대상이되어가는시기이기에운동을하다가도옷매무새를신경쓰기시작한다.
청소년들에게사춘기는당연하고자연스러운과정이지만,현재의스포츠교육환경과제도는이를제대로뒷받침하지못하고있다.저자가인용하는통계에따르면여학생들은14세가되는시점에또래남학생의두배에달하는비율이스포츠를그만둔다.17세가되면중단비율은여학생전체의절반으로늘어난다.사춘기는피할수없는것이지만,사춘기를맞고도스포츠를포기하지않을수는있다.하지만저자에따르면이에대한제도적인대안이꾸려지기는커녕관련연구조차적절히진행되지않고있는실정이다.
이런압력을뚫고기어이스포츠로뛰어든여자아이들은심각한혼란을겪는다.남자처럼행동해야우수한선수가될수있다는식으로잘못된관념을내재화하는것이다.그런관념은자기몸을부정하고신체이미지를왜곡하는방향으로이어지며,정신적·신체적건강에악영향을미치기시작한다.

깡마른몸으로달리는여자들

경기가절반도넘게남은그때,연승중이던그마른선수가선두그룹에있다가쉽게앞서가는모습을보고나는무력감을느꼈다.분노와실망감이나를짓누르기시작했다.지난몇년동안다른많은선수가그랬던것처럼그여자도스스로를죽이면서우승할것이라는생각이들었다.(...)나는그선수가,그리고중병을앓고있는그가경기에출전하도록내버려둔코치가우리모두에게상처를주고있다고생각했다.(114쪽)

마른몸이아니면빨리달릴수없다는생각에섭식장애의늪에빠지는동료들이있었다.어떤선수는깡마른몸으로엄청난성과를내며잠깐주목받았다가,건강을지키지못해아무도모르게사라졌다.이런문제는전세계모든여성팀에서나타난다.하지만스포츠코치와팬들은,심지어선수들본인마저도,그이유를정확히묻기보다개개인과스스로를비난하기만한다.
18~22세에남성은신체적전성기를맞이하는반면,여성은호르몬의작용으로운동과관련없는조직이발달하며체중의변화폭이커진다.이시기남녀운동능력은당연히다를수밖에없는것이다.문제는스포츠제도를결정하고팀을이끄는이들이대부분남성이라는데있다.이들은여성의신체를이해하지못하며,그저‘남자처럼’운동할것을강요한다.선수들은어쩔수없이자연스러운신체변화와불화하고건강을착취하게된다.
저자는여성운동선수가겪는혼란을아주솔직하게,그리고정확하게고백한다.저자본인도그런혼란에서자유로울수없었다.어떤시기에는남성중심적사고를내면화해스스로를채찍질하기도했다.‘미국에서가장빠른5000미터여자선수’로화려한커리어를쌓는와중에도신체에맞지않게훈련하다가피로가누적되어,올림픽선발전때마다부상으로좌절했다.저자는수년간부침을반복하면서스포츠시스템이여성을진정으로포용하지않는다면이모든문제가다음세대의어린선수들에게까지반복되리라는것을깨닫는다.

나에게로돌아가는달리기

“올림픽출전만이중요하다는생각을거부합니다.그건잘못된생각이며,스포츠에도좋지않은신념입니다.다른좋은이야기들도많이있습니다.(...)대부분의사람들은이경기에출전한것만으로도승리한것입니다.”
“그렇다고해서대표팀선발이올림픽선발전의핵심이라는사실은변하지않는데요.”기자가말했다.
“아니요,핵심이무엇인지는제가결정할수있습니다.”(249쪽)

여성선수에대한압박은그들에게임금을지불하는대형스포츠기업및소비자들과도얽혀있다.저자가오랫동안소속선수로활동했던나이키가대표적인예다.여성소비자를끌어들이려노력하면서도소속선수와직원들에게는남성적인권력을휘두른다는나이키의모순을저자는적나라하게증언한다.나이키는남녀임금에격차를두는것은물론이고,출산에우호적이지않은방식으로계약을맺어여성선수들을경력단절로내몰기도한다.
저자는적극적으로나이키에의견을개진하지만,돌아오는말은“먼저올림픽에나가우승해라”였다.여기에서여성스포츠의구조적인악순환이드러난다.여성선수를제대로대우해주지않는스포츠자본의세계에서살아남으려면,혹은영향력을행사하려면,외형이아주매력적이거나경기성과가그야말로독보적이어야만한다.그결과여성선수들은마치경주마처럼혹독한경쟁에내몰리고선수가아닌여성으로서착취당한다.저자는어느순간달리기가어릴적만큼즐겁지않으며내가아닌타인을위해뛰고있음을깨닫는다.
스스로를위한달리기를되찾는것과여성들이잃어버린스포츠를되돌려주기위해활동하는것은저자에게있어결국같은일이었다.은퇴후여성코치로서여성으로만이루어진달리기팀을맡은저자는어떤대가를치르더라도승리가중요하다는패러다임에도전한다.승리를위해여성으로서의자기와불화해야만하는선수들의처지를바꾸려시도한다.

책의말미에서저자는‘스스로에게서멀어지게하는힘으로가득한세상에서나에게로돌아가는방법을배우고또배웠다’고고백한다.그러니이책은잃어버린삶을되찾는기나긴달리기코스이기도한셈이다.변화를촉구하는강력한선언문이자개인의감동적인성장서사이기도한이책을통해,독자들또한어떤힘에의해무엇을잃어버리며달려가고있는지를고민해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