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18.00
Description
“나는 예전부터 요괴를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내는 예언과 경고, 비밀의 세계.
기담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야릇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이상야릇’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뭔가 평범치 않고 묘한 것, 또 낯설거나 독특한 일들을 볼 때 ‘이상야릇하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의 열세 가지 이야기는 ‘기담’의 정의와 제대로 맞물린다.
이 책을 엮은 히가시 마사오는 일본의 장르문학 편집자이자 작가로서, 일본의 많은 대문호가 ‘괴기환상문학’에 관심이 깊었다고 증언했다. 히가시 마사오의 말에 따르면 나쓰메 소세키는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대문호인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문학 작가’ 중 한 사람”이었으며 스스로 ‘요괴와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세키는 에도 시절의 도쿄부터 런던과 중세 유럽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기담들을 통해 매혹적인 ‘이상야릇함’을 펼쳐낸다. 그의 기담들은 정형화된 유령이나 요괴들을 다루는 대신에 대신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렇기에 더욱 기묘한 순간과 정서들을 파고든다. 그 탐사의 과정이 일상적 삶의 면면까지 돌이켜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쓰메 소세키만의 독특한 깊이가 드러난다. 본문을 구성하는 ‘기담’들의 다양한 형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서 소세키는 단편소설뿐 아니라 신체시와 하이쿠, 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관한 에세이까지, 여러 형식의 글을 넘나들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은 소세키만의 문학세계와 ‘요괴와 만날 자격이 있’는 작가로서 그가 지닌 새로운 면모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이 책에 너울거리는 예언과 경고, 비밀의 세계에 한 걸음 내디뎌보자.
저자

나쓰메소세키

저자:나쓰메소세키
1867년2월9일,에도우시고메바바시모요코초(현재의도쿄신주쿠)에서태어났다.도쿄제국대학문과대영문과를졸업하고,마쓰야마와구마모토에서교편을잡았다.1900년,문부성지원으로영국유학길에오르고,도중에파리엑스포를방문하기도했다.귀국후1905년에《나는고양이로소이다》를발표,연재를시작했다.1906년에《도련님》과《풀베개》를연이어발표하며명실상부한인기작가로등극했다.1907년,《태풍》을발표한그는〈아사히신문〉에입사,《우미인초》를연재하며전업작가로서집필에만전념했다.《갱부》(1908),《산시로》(1908),《그후》(1909),《문》(1910),《행인》(1912),《마음》(1914)등의작품을꾸준히연재하며독자들의사랑을받지만,거듭되는신경쇠약과위궤양에시달리면서집필활동에심각한차질을빚었다.신경쇠약과위궤양이극심해지는가운데결국1916년12월9일,위궤양악화로49세나이에생을마감했다.

엮음:히가시마사오
1958년카나가와현요코스카시출생.문학평론가이며,「환상문학」,「유(幽)」편집장을역임하였다.2011년『토오노모노가타리와괴담의시대』로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수상하였다.저서로는『햐쿠모노가타리의괴담사』,『문학의극의는괴담이다』가있으며,편찬서로는『문호괴담걸작선』,『문호괴담주니어셀렉션』등다수있다.감수서로는『괴담그림책』등이있다.

역자:김소운
일본어전문번역가.옮긴책으로『모두를위한분배』『인체,진화의실패작』『바스러진대지에하나의장소를』『제자리걸음을멈추고』『춤춰라우리의밤을그리고이세계에오는아침을맞이하라』『국제정세한눈에꿰뚫기』『고흐37년의고독』등이있다.

목차

귀신이곡하는절에서의하룻밤
물밑의느낌
열흘밤의꿈
긴봄날의소품(발췌)
하룻밤
나는고양이로소이다(발췌)
환청에들리는거문고소리
취미의유전
런던탑
환영의방패
해로행
맥베스의유령에관하여
소세키요괴구절모음집
편집자해설히가시마사오

출판사 서평

“나는예전부터요괴를만날자격이있다고생각했다.”
일본의대문호나쓰메소세키가그려내는예언과경고,비밀의세계.

기담의사전적정의는‘이상야릇하고재밌는이야기’다.‘이상야릇’하다는것은무엇일까.우리는뭔가평범치않고묘한것,또낯설거나독특한일들을볼때‘이상야릇하다’고표현한다.이러한관점에서볼때『나쓰메소세키기담집』의열세가지이야기는‘기담’의정의와제대로맞물린다.
이책을엮은히가시마사오는일본의장르문학편집자이자작가로서,일본의많은대문호가‘괴기환상문학’에관심이깊었다고증언했다.히가시마사오의말에따르면나쓰메소세키는“근대일본을대표하는대문호인동시에‘잘알려지지않은괴기환상문학작가’중한사람”이었으며스스로‘요괴와만날자격이있다’고생각했다고한다.
이책에서소세키는에도시절의도쿄부터런던과중세유럽등,시공간을가로지르는다양한기담들을통해매혹적인‘이상야릇함’을펼쳐낸다.그의기담들은정형화된유령이나요괴들을다루는대신에대신우리가현실에서마주할수있는,그렇기에더욱기묘한순간과정서들을파고든다.그탐사의과정이일상적삶의면면까지돌이켜보게만든다는점에서,나쓰메소세키만의독특한깊이가드러난다.본문을구성하는‘기담’들의다양한형식역시주목할만하다.이책에서소세키는단편소설뿐아니라신체시와하이쿠,또셰익스피어의『맥베스』에관한에세이까지,여러형식의글을넘나들고있다.
『나쓰메소세키기담집』은소세키만의문학세계와‘요괴와만날자격이있’는작가로서그가지닌새로운면모를두루포함하고있다.이책에너울거리는예언과경고,비밀의세계에한걸음내디뎌보자.

“아름다운많은사람의아름다운많은꿈을…….”
삶과꿈,일상과환영을누비는소세키의매혹적인밤들
꿈결속삽화를통해이어지는‘너와나’

별일없이일상을살아가다가도종종기이한감각에맞닥뜨리곤한다.평소에도몇번이나지나치던거리가갑작스레낯설어보이고,내주위를지나가는사람들의얼굴역시괜히미심쩍다.한편으로는평생한번도본적없는이의얼굴이아주친숙하게여겨지기도한다.멀리서날아가는새의울음소리가오로지나를위한것인듯느껴질때도있다.
『나쓰메소세키기담집』에는꿈이나유령을비롯해우리가보통‘불가사의’하다고표현하는순간들,그리고이미지들이등장한다.혹은우리가너무나익숙해진이미지들사이를파고들어어떤불협화음을찾아낸다.낯선이미지들이나불협화음은세계에관한이질감을가져다주며,이낯선감각은우리가미처몰랐거나제대로들여다보지않았던새로운세계를열어젖힌다.세계가열리는순간삶의층위는풍성하고도다양해진다.이렇듯소세키는꿈과현실,과학과환상등서로다른관계를지닌항목들을연결하거나마찰시킨다.접촉의순간태어나는‘기이한감각’은이책의기담들을이루는중추다.
가령히가시마사오가소세키의환상문학작품중대표작으로꼽은「열흘밤의꿈」은우리가꿈결에서마주한‘기이한감각’을구체적이고도강렬하게묘사하고있다.이소설은제목그대로어느화자가열흘간꾼꿈들의삽화를그리는데,여기서‘화자’가서로동일인물인지서로다른인물인지는구체적으로나타나지않는다.꿈속의이미지들역시인과관계에따라설명되지않고,둘둘말아둔걸그림을조금씩펼치듯낯선이미지들을차츰드러내는데집중한다.다른세계를엿보고온결과물인듯한장면들은현실에서의논리를요구하지않는다.그저세계의다른가능성을제시하듯세밀하게묘사될뿐이다.
소세키의꿈을응시하는과정에서우리는그의이야기속인물들에서서히녹아든다.어느날갑작스레세상을떠난연인을100년간기다리고,정체모를아이를버리기위해밤길을바삐걸으며,목적지를알수없는큰배에서매일별을바라보는탑승객이된다.꿈속의세상은잠에서깨어나현실로돌아온후에도우리에게어떤영향을미친다.본문에서도소개하는신체시「물밑의느낌」을인용하여설명하자면,꿈속세상은‘꿈의아닌꿈의생명’처럼우리안에스며들어‘전생의인연,깊이가라앉은,오래살지않은너와나’를보여준다.한밤중내몸을떠나꿈속으로스며든나는지닌적없는인연에매이고,그과정에서또다른‘너와나’로거듭난다.탈피와접속의과정에서우리의환상과욕망은겹겹이깊어지며또다방면으로넓어지는것이다.결국이확장의과정은문학을비롯해이야기를읽(보)는사람들이오래도록겪어온공통의경험이기도하다.이책에서가장몽환적인이야기중하나인「하룻밤」에서,작가는마루에앉아대화하는세사람에관해이렇게얘기한다.“내가묘사한하룻밤은그들의생애다.”

“죽음이이토록사람의마음을흔들어놓으리라고는이제껏알지못했다.”
어둡고혼란스러운밤,까닭모를개짖는소리,건넛마을유령소문……
그리고기담뒤편에서찾아낸사람들의이야기

엮은이의말에따르면,이책의단편「환청에들리는거문고소리」는소세키의“‘요괴취미’를더욱직접적으로구현”한작품중하나다.어느날친구로부터유령이야기를들은화자가어둑한밤언덕길을걸어가며독백한다.“그동안어쩜그리천하태평으로살았을까?(…)살고싶은마음이이리도간절했던적은이번이처음이다.”
‘유령이야기’가우리에게어떤두려움을안기는이유는그것이죽음과연관되어있기때문이다.러브크래프트의크툴루신화처럼까닭모를‘초자연적인것’이주는두려움도물론있지만,우리에게가장직접적으로다가오는공포는역시죽음과직결된감정일테다.그래서인지소세키의기담속에서도죽음과관련된이미지들은심심찮게모습을보인다.가령「나는고양이로소이다(발췌)」는죽음을받아들이는사람들의다종다양한반응을서늘하고도쓸쓸한시선으로다룬다.살아있을적엔그저평범하고때로는귀찮게까지느껴지던존재가죽음이후에는새삼영묘한것으로다뤄진다.‘유령’이주는두려움이‘사람’이주는공포보다신비롭고불가사의한점은‘죽음’이라는미지의벽이그사이에버티고서있기때문이다.
또한‘죽음’은‘삶’의반대항인만큼,‘삶’을다시강렬하게느끼도록만든다.매일반복되었기에익숙하던‘삶’이그끝을인지하고나자새삼절실하게다가오는것이다.「환청에들리는거문고소리」는유령이야기를들은주인공이밤길을걸어가는과정을통해유령,즉죽음이주는공포가역설적으로삶을얼마나간구하게만드는지묘사한다.사람이란본래한치앞도볼수없는존재며,죽음은그중에서도가장두려운암흑-즉볼수없는무엇이다.특히사랑하는이가있는자에게이암흑은한층더두텁게느껴진다.자신의미래뿐아니라사랑하는자의미래까지함께걱정해야하기때문이다.이처럼기담의불가사의는단순히공포심만불러일으키는데서끝나지않고,막막한두려움속에서어떻게소중한것들을대할수있을지고민하도록만든다.
소세키의기담에서삶과사랑은‘미지에의공포’속에서도꾸준히자라난다.가령소세키는중세서구문학의틀을빌려온단편「환영의방패」에서“아득한시대의보이지않는괴력을빌린,‘일편단심’순애보를그리고싶었다”라고말한바있다.기담이란본디‘이상야릇한이야기’인만큼,계속하여정체모를존재나사건들이등장한다.다만그런존재또는사건을마주한이들이품은애정과간절함은어느시대나장소에서든충분히공감할수있는것이다.현실의삶에서접할수없는초자연적이고기이한일들속에서누군가의희노애락이나애정,희망등은더욱빛을발한다.우리가전혀다른시공간을그리는이야기에깊이배어들수있는이유는바로이같은감정혹은생각들의짙은색채덕분이다.

“눈앞에,붓끝에정령이다가온다”
시공간을넘나드는환상과불가사의를통해삶을들여다보다
물밑과물위를가로지르는아름답고기이한이야기들

낯설거나기이한,때론섬뜩하기까지한이야기에이끌리는이유는뭘까?우리는유령이야기처럼인과를뚜렷이알수없는수수께끼에쉬이매혹당하곤한다.아마이런이야기들이우리삶곳곳에비밀을심어주기때문일테다.
불가사의한것,감춰진것,혹은일부만드러난것은세상을더욱알아가고싶게만든다.기담은매일반복적으로이어지는듯한삶속에존재하는여러층위를끄집어낸다.그안에는지금껏보지못하거나쉽게지나쳤던이미지들이도사리고있다.이미지를엿본우리는이전과다른눈길로세상을바라보게된다.어떤나무로자라날지모르는씨앗처럼,비밀스러운이미지를품은세상은기대감을증폭시킨다.나쓰메소세키가꿈이나유령을단순히소재로대하지않고,삶을비유하는일화로삼은데는이러한이유들이있을것이다.
『나쓰메소세키기담집』의열세가지이야기는‘기담’이란말을들었을때흔히떠올릴법한‘무서운이야기’와는사뭇다르다.유령이나요괴가불쑥나타나지도않고,초자연적인존재가우리를위협하지도않는다.대신소세키의기담에는우리가잘알던세계가조금씩어그러지는순간이존재한다.꿈과현실을나누던단단한벽이허물어지고,합리적이라고믿던규칙들이갈라지는소리가난다.
소세키가그리는미지의세계는현실저너머에있지않다.익숙한생활의단면곳곳에녹아들어어느순간바깥으로돌출한다.돌출된지점을만난우리는다시한번고개를들고세상을둘러보게된다.온몸으로나날이겪은탓에어느덧익숙해졌던이세상은얼마나묘한비밀로가득차있는가.때론「나는고양이로소이다」의인물처럼죽음을대하는인간의태도를보며흠칫놀라기도하고,「환청에들리는거문고소리」나「환영의방패」처럼극한의상황속에서본인안에자라나던사랑을새로깨닫기도한다.「런던탑」이그려내는이국의역사를보며우리와영영맞닿을일없는인물과사건에흠뻑매료될때도있다.기이한이야기가불러낸세상의불협화음은이렇듯우리의시야를넓혀더깊은곳까지시선을돌리게만든다.소세키의말마따나“눈앞에,붓끝에정령이다가”오는것이다.물론그시선의안내자로서,나쓰메소세키는더할나위없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