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서예의 미 - 장쉰의 미학 강의

한자 서예의 미 - 장쉰의 미학 강의

$26.00
Description
한 편의 아름다운 서사시로 읊어낸 서예의 역사
비석과 서찰, 편액과 대련, 간판과 표식, 춤과 회화……
5000여 년 전,
여명과 서광을 상징하는 최초의 한자가 출현했다.
문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창조되어 나온 것으로
동물의 뼈와 금속, 돌, 죽간, 종이와 비단에 기록되었다.
각 시대마다 신중함과 질박함, 발양과 완곡,
엄중함과 웅대함, 제멋대로 광기 어린 서법의 필획은
각 시대 미학의 가장 집중된 표현을 완성했다.
오늘날 한자는 사라지지도, 잊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유구해지고 활력을 지닐 것이다.
산과 들 혹은 바다로 나가 대자연의 곳곳에 움직이고
흐르고 있는 필획의 아름다움을 보며
자신의 삶에서 문자의 순례를 느껴보길 바란다.


***

글자는 더 이상 문자가 아니라 이를 느끼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에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환희다. 저자 장쉰은 “서예는 호흡이며, 양생이고, 신체의 운동이며, 개성과 성정의 표현이며, 사람 됨됨이를 배우는 것이며, 삶의 안정과 가호를 비는 행위이며, 삶의 현실 속에서의 기억이며, 처음 서예로 자신의 이름을 배울 때의 초심으로 환원하는 것”이라 했다.
이 책은 독특한 미학 정서로 감동적인 한자 서예의 옛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서예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고 읽어줌으로써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서예 테마 화랑을 걷는 기분을 안겨준다. 서예의 경이로움과 그 내부의 희열이 우리 가슴속에도 피어나도록 한다.
크게 구성을 살펴보면 이 책은 한자의 기원과 변천, 한자 서예의 역사, 한자 서예의 아름다움 등 세 가지를 논한다. 눈이 넷 달린 창힐倉頡이 한자를 창제하기 전 인류 최초의 문자이자 서예는 매듭이었다. 그 까닭은 매듭을 지어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혼돈 속에 있던 인류에게 창힐이 한자를 발명하자 하늘은 좁쌀을 비처럼 내리고 귀신은 밤에 울고, 용은 깊이 숨었다고 한다.
최초의 문자는 교과서에서 상나라 때 갑골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얼룩덜룩한 소뼈나 거북 복갑에 그려진 馬(마)와 같은 상형문자는 그림 같기도 하고 글씨 같기도 한 서화동원書畫同源과 5000년이라는 유구한 세월 전승되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사용되는 표의문자로서의 한자의 위대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한자가 갑골을 벗어나 청동기나 돌에 새겨지면 금문과 석고문이라 한다. 물론 한자가 쓰인 재질은 비단과 죽간, 종이 등 다양했다. 한자의 서예 역사상 이름과 작품이 유전되는 최초의 서예가가 이사李斯다. 진시황이 세운 공적을 기록하기 위해 쓴 이사의 비문碑文은 대전大篆과 소전小篆 세대교체의 전범으로 여겨진다. 전篆은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듯 동그란 자형에 장식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순전히 실용과 필요에 의해 파원위방破圓爲方의 예서隸書가 되고, 예서가 확립된 후 20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예서에서 다시 해서楷書로 변해 지금까지 줄곧 큰 변화가 없다.
한자는 영원과 불멸의 사이쯤 있는 듯하다. 한자에 쓰는 이의 개성이 담기면 그만의 독특한 풍격이 형성되어 서체書體, 서법書法을 만든다. 행초와 광초, 장초와 금초 등 서법과 서체에 글쓴이의 마음이 담기면 한자의 미학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집서蘭亭集序」가 그렇고, 안진경顔眞卿의 「제질문고祭侄文稿」가 그렇고, 소식蘇軾의 「한식첩寒食帖」이 그렇고 서위徐渭의 「초서시축草書詩軸」과 「반생낙백半生落魄」이 그렇다.
저자 장쉰은 이 책에서 서위라는 인물을 재발견했다. 반 고흐와 닮아 있는 서위는 아내를 살해하고 감옥에서 7년을 지내면서 저술한 『기보畸譜』에서 스스로를 기형畸形이라고 했다. 기괴하고 특별한 운명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서위의 서법 돈좌頓挫에서도 일생의 고달픔과 좌절이 절절이 배어 있다. 그의 돈좌 필획은 유난히 멈춤과 꺾기가 많다. 필획마다 완강하고 고집스러우며, 괴상하고 제멋대로다. 그러나 발묵潑墨의 기법으로 알알이 맑고 투명한 포도알과 잎을 그리고 ‘반생낙백’으로 시작하는 그의 시는, 수차례 자살 시도, 광기와 초조, 불안에 휩싸인 패륜적인 살인마보다는 오히려 뜻을 펼치지 못한 지식인으로서 거듭했던 정상적인 고뇌가 가슴에 ‘확’ 와 닿는다. 단지 극도로 민감하고 삶에 대해 극렬한 열정을 품은 것에 더해 현실의 좌절이, 보통 사람은 표현할 수 없는 창조력을 가진 그를 평생토록 의욕과 혼백을 잃어버리게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파멸로, 파국 미학의 극치를 이룬 「초서시축」의 필획을 따라가보면 소식이 「한식첩」에서 읊은 자욱한 물안개에 포위된 막다른 길목을 만난다. 정말 완적阮籍처럼 통곡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섬뜩한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이 책은 장쉰의 많은 작품 중 백미白眉라고 할 만하다. 대부분은 영원불멸의 한자의 기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장구한 역사만을 서술하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연원에서부터 예술로 승화된 한자와 서예의 아름다움을 종횡무진, 자유자재로 공시와 통시, 거시와 미시의 관점에서 촘촘하게 짜냄으로써 스스로 걸작임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 시대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의 실제 사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버무려 때로는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나와 같은 문외한도 한자와 서예의 아름다움에 침잠沈潛할 수 있다.
저자

장쉰

저자:장쉰蔣勳

푸젠福建창러常樂사람으로1947년시안西安에서출생했으며,타이완에서성장했다.타이베이의중국문화대학사학과와예술대학원을졸업했다.1972년국립파리대학예술대학원으로유학을떠나1976년타이완으로돌아왔다.월간『슝스雄獅미술』편집장을역임했으며문화대학,푸런대학,둥하이대학미술과에서교편을잡았다.현재는『롄허聯合문학』대표다.

장쉰의문필은청려하고유창하며또한명쾌하다.감성과이성의아름다움이글에배어있으며,소설,산문,예술사,미학에관한작품이수십종에달하며미술전도여러번개최하여호평을받았다.최근중국·타이완의미학을널리보급하는데전력을기울이고있다.

주요저서에는『고독육강孤獨六講』『세상에있는아름다움天地有大美』『아름다움의각성美的覺醒』『신체미학身體美學』『아름다움의서광美的曙光』『아름다움에대한명상美的沈思』『춤추는백사전舞動白蛇傳』『춤추는홍루몽舞動紅樓夢』등이있다.



역자:김윤진

고려대중어중문학과를졸업한후한국외국어대에서박사과정을마쳤다.타이완사범대학번역연구소에몸담고있었으며,현재톈진天津외국어대학에서부교수로재직중이다.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며옮긴책으로장쉰의『고독육강』,츠쯔젠의『어얼구나강의오른쪽』,한샤오궁의『산남수북』,자핑와의『즐거운인생1·2』과『친구』,궈징밍의『무극』을비롯하여『눈부시게새빨간부겐빌레아』『인재를파멸시키는게임의법칙』『소설사마천』『왕도』등이있으며,공저로『베이징이야기』『중국어문법무작정따라하기』,저서로『황제의꿈베이징』이있다.

목차

서문_上,大,人:최초의가장아름다운글자체
프롤로그_최초의한자

1장한자의변화와발전
매듭짓기|매듭|창힐|상형象形|붓毛筆|갑골甲骨|금문金文|석고石鼓|이사李斯|전서篆書에서예서書로|진나라예서秦|간책簡冊

2장서예미학
한나라예서의가로획|왕희지의「난정집서蘭亭集序」|비碑와첩帖|행초에서광초狂草로|당나라해서唐楷|송나라때의서예|원·명의서예와문인화|민간으로걸어들어간청나라의서예

3장감지하는능력
위부인의「필진도筆陣圖」|제1과점點,고봉추석|제2과일一,천리진운千里陣雲|제3과수竪,만세고등萬歲枯藤|제4과삐침,육단서상陸斷犀象|제5과익,백균노발百鈞弩發|제6과역力,경노근절勁弩筋節|제7과착,붕랑뢰분崩浪雷奔

4장한자와현대
건축물위의한자|한자서예와현대예술|먹:빛속에흐르는연기|첩帖과삶|서예윈먼雲門:신체와의대화|신앙의원점으로의회귀

옮긴이의말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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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글자는더이상문자가아니라이를느끼고감동을받은사람들의마음에느껴지는아름다움과환희다.저자장쉰은“서예는호흡이며,양생이고,신체의운동이며,개성과성정의표현이며,사람됨됨이를배우는것이며,삶의안정과가호를비는행위이며,삶의현실속에서의기억이며,처음서예로자신의이름을배울때의초심으로환원하는것”이라했다.

이책은독특한미학정서로감동적인한자서예의옛이야기를서술하고있다.서예를한폭의그림처럼보여주고읽어줌으로써고대로부터현대까지이어진서예테마화랑을걷는기분을안겨준다.서예의경이로움과그내부의희열이우리가슴속에도피어나도록한다.

크게구성을살펴보면이책은한자의기원과변천,한자서예의역사,한자서예의아름다움등세가지를논한다.눈이넷달린창힐이한자를창제하기전인류최초의문자이자서예는매듭이었다.그까닭은매듭을지어역사적인사건을기록했기때문이다.혼돈속에있던인류에게창힐이한자를발명하자하늘은좁쌀을비처럼내리고귀신은밤에울고,용은깊이숨었다고한다.

최초의문자는교과서에서상나라때갑골문이라고기록하고있다.얼룩덜룩한소뼈나거북복갑에그려진馬(마)와같은상형문자는그림같기도하고글씨같기도한서화동원書同源과5000년이라는유구한세월전승되어오늘날에도변함없이사용되는표의문자로서의한자의위대함을잘표현해주고있다.

한자가갑골을벗어나청동기나돌에새겨지면금문과석고문이라한다.물론한자가쓰인재질은비단과죽간,종이등다양했다.한자의서예역사상이름과작품이유전되는최초의서예가가이사李斯다.진시황이세운공적을기록하기위해쓴이사의비문碑文은대전大篆과소전小篆세대교체의전범으로여겨진다.전篆은향이은은하게피어오르듯동그란자형에장식적인성격이강했다면순전히실용과필요에의해파원위방破圓爲方의예서가되고,예서가확립된후2000여년이지나는동안,예서에서다시해서楷書로변해지금까지줄곧큰변화가없다.

한자는영원과불멸의사이쯤있는듯하다.한자에쓰는이의개성이담기면그만의독특한풍격이형성되어서체書體,서법書法을만든다.행초와광초,장초와금초등서법과서체에글쓴이의마음이담기면한자의미학은절정으로치닫는다.왕희지王羲之의「난정집서蘭亭集序」가그렇고,안진경顔眞卿의「제질문고祭侄文稿」가그렇고,소식蘇軾의「한식첩寒食帖」이그렇고서위徐渭의「초서시축草書詩軸」과「반생낙백半生落魄」이그렇다.

저자장쉰은이책에서서위라는인물을재발견했다.반고흐와닮아있는서위는아내를살해하고감옥에서7년을지내면서저술한『기보畸譜』에서스스로를기형畸形이라고했다.기괴하고특별한운명으로점철된삶을살았던서위의서법돈좌頓挫에서도일생의고달픔과좌절이절절이배어있다.그의돈좌필획은유난히멈춤과꺾기가많다.필획마다완강하고고집스러우며,괴상하고제멋대로다.그러나발묵潑墨의기법으로알알이맑고투명한포도알과잎을그리고‘반생낙백’으로시작하는그의시는,수차례자살시도,광기와초조,불안에휩싸인패륜적인살인마보다는오히려뜻을펼치지못한지식인으로서거듭했던정상적인고뇌가가슴에‘확’와닿는다.단지극도로민감하고삶에대해극렬한열정을품은것에더해현실의좌절이,보통사람은표현할수없는창조력을가진그를평생토록의욕과혼백을잃어버리게하지않았을까짐작해본다.파멸로,파국미학의극치를이룬「초서시축」의필획을따라가보면소식이「한식첩」에서읊은자욱한물안개에포위된막다른길목을만난다.정말완적阮籍처럼통곡이라도해야될것같은섬뜩한아름다움을마주한다.

이책은장쉰의많은작품중백미白眉라고할만하다.대부분은영원불멸의한자의기원에서현대에이르기까지그장구한역사만을서술하기에도벅찼을것이다.그러나이책은,그연원에서부터예술로승화된한자와서예의아름다움을종횡무진,자유자재로공시와통시,거시와미시의관점에서촘촘하게짜냄으로써스스로걸작임을유감없이보여주고있다.또한각시대대표적인작품과작가의실제사례에대한재미난이야기를버무려때로는소설을읽는듯한착각에빠져들어나와같은문외한도한자와서예의아름다움에침잠沈潛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