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 편의 아름다운 서사시로 읊어낸 서예의 역사
비석과 서찰, 편액과 대련, 간판과 표식, 춤과 회화……
비석과 서찰, 편액과 대련, 간판과 표식, 춤과 회화……
5000여 년 전,
여명과 서광을 상징하는 최초의 한자가 출현했다.
문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창조되어 나온 것으로
동물의 뼈와 금속, 돌, 죽간, 종이와 비단에 기록되었다.
각 시대마다 신중함과 질박함, 발양과 완곡,
엄중함과 웅대함, 제멋대로 광기 어린 서법의 필획은
각 시대 미학의 가장 집중된 표현을 완성했다.
오늘날 한자는 사라지지도, 잊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유구해지고 활력을 지닐 것이다.
산과 들 혹은 바다로 나가 대자연의 곳곳에 움직이고
흐르고 있는 필획의 아름다움을 보며
자신의 삶에서 문자의 순례를 느껴보길 바란다.
***
글자는 더 이상 문자가 아니라 이를 느끼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에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환희다. 저자 장쉰은 “서예는 호흡이며, 양생이고, 신체의 운동이며, 개성과 성정의 표현이며, 사람 됨됨이를 배우는 것이며, 삶의 안정과 가호를 비는 행위이며, 삶의 현실 속에서의 기억이며, 처음 서예로 자신의 이름을 배울 때의 초심으로 환원하는 것”이라 했다.
이 책은 독특한 미학 정서로 감동적인 한자 서예의 옛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서예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고 읽어줌으로써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서예 테마 화랑을 걷는 기분을 안겨준다. 서예의 경이로움과 그 내부의 희열이 우리 가슴속에도 피어나도록 한다.
크게 구성을 살펴보면 이 책은 한자의 기원과 변천, 한자 서예의 역사, 한자 서예의 아름다움 등 세 가지를 논한다. 눈이 넷 달린 창힐倉頡이 한자를 창제하기 전 인류 최초의 문자이자 서예는 매듭이었다. 그 까닭은 매듭을 지어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혼돈 속에 있던 인류에게 창힐이 한자를 발명하자 하늘은 좁쌀을 비처럼 내리고 귀신은 밤에 울고, 용은 깊이 숨었다고 한다.
최초의 문자는 교과서에서 상나라 때 갑골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얼룩덜룩한 소뼈나 거북 복갑에 그려진 馬(마)와 같은 상형문자는 그림 같기도 하고 글씨 같기도 한 서화동원書畫同源과 5000년이라는 유구한 세월 전승되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사용되는 표의문자로서의 한자의 위대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한자가 갑골을 벗어나 청동기나 돌에 새겨지면 금문과 석고문이라 한다. 물론 한자가 쓰인 재질은 비단과 죽간, 종이 등 다양했다. 한자의 서예 역사상 이름과 작품이 유전되는 최초의 서예가가 이사李斯다. 진시황이 세운 공적을 기록하기 위해 쓴 이사의 비문碑文은 대전大篆과 소전小篆 세대교체의 전범으로 여겨진다. 전篆은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듯 동그란 자형에 장식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순전히 실용과 필요에 의해 파원위방破圓爲方의 예서隸書가 되고, 예서가 확립된 후 20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예서에서 다시 해서楷書로 변해 지금까지 줄곧 큰 변화가 없다.
한자는 영원과 불멸의 사이쯤 있는 듯하다. 한자에 쓰는 이의 개성이 담기면 그만의 독특한 풍격이 형성되어 서체書體, 서법書法을 만든다. 행초와 광초, 장초와 금초 등 서법과 서체에 글쓴이의 마음이 담기면 한자의 미학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집서蘭亭集序」가 그렇고, 안진경顔眞卿의 「제질문고祭侄文稿」가 그렇고, 소식蘇軾의 「한식첩寒食帖」이 그렇고 서위徐渭의 「초서시축草書詩軸」과 「반생낙백半生落魄」이 그렇다.
저자 장쉰은 이 책에서 서위라는 인물을 재발견했다. 반 고흐와 닮아 있는 서위는 아내를 살해하고 감옥에서 7년을 지내면서 저술한 『기보畸譜』에서 스스로를 기형畸形이라고 했다. 기괴하고 특별한 운명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서위의 서법 돈좌頓挫에서도 일생의 고달픔과 좌절이 절절이 배어 있다. 그의 돈좌 필획은 유난히 멈춤과 꺾기가 많다. 필획마다 완강하고 고집스러우며, 괴상하고 제멋대로다. 그러나 발묵潑墨의 기법으로 알알이 맑고 투명한 포도알과 잎을 그리고 ‘반생낙백’으로 시작하는 그의 시는, 수차례 자살 시도, 광기와 초조, 불안에 휩싸인 패륜적인 살인마보다는 오히려 뜻을 펼치지 못한 지식인으로서 거듭했던 정상적인 고뇌가 가슴에 ‘확’ 와 닿는다. 단지 극도로 민감하고 삶에 대해 극렬한 열정을 품은 것에 더해 현실의 좌절이, 보통 사람은 표현할 수 없는 창조력을 가진 그를 평생토록 의욕과 혼백을 잃어버리게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파멸로, 파국 미학의 극치를 이룬 「초서시축」의 필획을 따라가보면 소식이 「한식첩」에서 읊은 자욱한 물안개에 포위된 막다른 길목을 만난다. 정말 완적阮籍처럼 통곡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섬뜩한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이 책은 장쉰의 많은 작품 중 백미白眉라고 할 만하다. 대부분은 영원불멸의 한자의 기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장구한 역사만을 서술하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연원에서부터 예술로 승화된 한자와 서예의 아름다움을 종횡무진, 자유자재로 공시와 통시, 거시와 미시의 관점에서 촘촘하게 짜냄으로써 스스로 걸작임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 시대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의 실제 사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버무려 때로는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나와 같은 문외한도 한자와 서예의 아름다움에 침잠沈潛할 수 있다.
여명과 서광을 상징하는 최초의 한자가 출현했다.
문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창조되어 나온 것으로
동물의 뼈와 금속, 돌, 죽간, 종이와 비단에 기록되었다.
각 시대마다 신중함과 질박함, 발양과 완곡,
엄중함과 웅대함, 제멋대로 광기 어린 서법의 필획은
각 시대 미학의 가장 집중된 표현을 완성했다.
오늘날 한자는 사라지지도, 잊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유구해지고 활력을 지닐 것이다.
산과 들 혹은 바다로 나가 대자연의 곳곳에 움직이고
흐르고 있는 필획의 아름다움을 보며
자신의 삶에서 문자의 순례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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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는 더 이상 문자가 아니라 이를 느끼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에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환희다. 저자 장쉰은 “서예는 호흡이며, 양생이고, 신체의 운동이며, 개성과 성정의 표현이며, 사람 됨됨이를 배우는 것이며, 삶의 안정과 가호를 비는 행위이며, 삶의 현실 속에서의 기억이며, 처음 서예로 자신의 이름을 배울 때의 초심으로 환원하는 것”이라 했다.
이 책은 독특한 미학 정서로 감동적인 한자 서예의 옛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서예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고 읽어줌으로써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서예 테마 화랑을 걷는 기분을 안겨준다. 서예의 경이로움과 그 내부의 희열이 우리 가슴속에도 피어나도록 한다.
크게 구성을 살펴보면 이 책은 한자의 기원과 변천, 한자 서예의 역사, 한자 서예의 아름다움 등 세 가지를 논한다. 눈이 넷 달린 창힐倉頡이 한자를 창제하기 전 인류 최초의 문자이자 서예는 매듭이었다. 그 까닭은 매듭을 지어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혼돈 속에 있던 인류에게 창힐이 한자를 발명하자 하늘은 좁쌀을 비처럼 내리고 귀신은 밤에 울고, 용은 깊이 숨었다고 한다.
최초의 문자는 교과서에서 상나라 때 갑골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얼룩덜룩한 소뼈나 거북 복갑에 그려진 馬(마)와 같은 상형문자는 그림 같기도 하고 글씨 같기도 한 서화동원書畫同源과 5000년이라는 유구한 세월 전승되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사용되는 표의문자로서의 한자의 위대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한자가 갑골을 벗어나 청동기나 돌에 새겨지면 금문과 석고문이라 한다. 물론 한자가 쓰인 재질은 비단과 죽간, 종이 등 다양했다. 한자의 서예 역사상 이름과 작품이 유전되는 최초의 서예가가 이사李斯다. 진시황이 세운 공적을 기록하기 위해 쓴 이사의 비문碑文은 대전大篆과 소전小篆 세대교체의 전범으로 여겨진다. 전篆은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듯 동그란 자형에 장식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순전히 실용과 필요에 의해 파원위방破圓爲方의 예서隸書가 되고, 예서가 확립된 후 20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예서에서 다시 해서楷書로 변해 지금까지 줄곧 큰 변화가 없다.
한자는 영원과 불멸의 사이쯤 있는 듯하다. 한자에 쓰는 이의 개성이 담기면 그만의 독특한 풍격이 형성되어 서체書體, 서법書法을 만든다. 행초와 광초, 장초와 금초 등 서법과 서체에 글쓴이의 마음이 담기면 한자의 미학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집서蘭亭集序」가 그렇고, 안진경顔眞卿의 「제질문고祭侄文稿」가 그렇고, 소식蘇軾의 「한식첩寒食帖」이 그렇고 서위徐渭의 「초서시축草書詩軸」과 「반생낙백半生落魄」이 그렇다.
저자 장쉰은 이 책에서 서위라는 인물을 재발견했다. 반 고흐와 닮아 있는 서위는 아내를 살해하고 감옥에서 7년을 지내면서 저술한 『기보畸譜』에서 스스로를 기형畸形이라고 했다. 기괴하고 특별한 운명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서위의 서법 돈좌頓挫에서도 일생의 고달픔과 좌절이 절절이 배어 있다. 그의 돈좌 필획은 유난히 멈춤과 꺾기가 많다. 필획마다 완강하고 고집스러우며, 괴상하고 제멋대로다. 그러나 발묵潑墨의 기법으로 알알이 맑고 투명한 포도알과 잎을 그리고 ‘반생낙백’으로 시작하는 그의 시는, 수차례 자살 시도, 광기와 초조, 불안에 휩싸인 패륜적인 살인마보다는 오히려 뜻을 펼치지 못한 지식인으로서 거듭했던 정상적인 고뇌가 가슴에 ‘확’ 와 닿는다. 단지 극도로 민감하고 삶에 대해 극렬한 열정을 품은 것에 더해 현실의 좌절이, 보통 사람은 표현할 수 없는 창조력을 가진 그를 평생토록 의욕과 혼백을 잃어버리게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파멸로, 파국 미학의 극치를 이룬 「초서시축」의 필획을 따라가보면 소식이 「한식첩」에서 읊은 자욱한 물안개에 포위된 막다른 길목을 만난다. 정말 완적阮籍처럼 통곡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섬뜩한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이 책은 장쉰의 많은 작품 중 백미白眉라고 할 만하다. 대부분은 영원불멸의 한자의 기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장구한 역사만을 서술하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연원에서부터 예술로 승화된 한자와 서예의 아름다움을 종횡무진, 자유자재로 공시와 통시, 거시와 미시의 관점에서 촘촘하게 짜냄으로써 스스로 걸작임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 시대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의 실제 사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버무려 때로는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나와 같은 문외한도 한자와 서예의 아름다움에 침잠沈潛할 수 있다.
한자 서예의 미 - 장쉰의 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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