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기인』의구성과인물면면
손재주를비롯한몸을사용한각종재간,기발한장사수완,권력자나악당을혼내주는기기묘묘한착상,세상을티끌만하게여기는도도한처세에서나오는고급술수등이책은세속을헤쳐나가는민간고수들의다양한에피소드를단편길이로연쇄적으로다루고있다.
「이쇄자刷子李」는한미장공의전설적인이야기를담고있다.톈진에는는업종마다놀랄만한재주를지닌살아있는신선이여럿있었다.이를테면벽돌무늬새기는유각전(각전유刻?劉)*,진흙인형빚는장니인(니인장泥人張),연만드는위풍쟁(풍쟁위風箏魏),기계고치는왕기기(기기왕機器王),미장공이쇄자(쇄자리刷子李)등이었다.이가운데이쇄자는허베이대가河北大街에있는건축회사의숙련공이었다.특히나기가막힌것은,그는매번위아래모두까만옷을입고회칠을하는데일이끝날때까지옷에하얀점하나묻히지않는다.
는사실이었다.행여나일하다가하얀점이하나라도묻으면그날은돈을받지않고공짜로해준다는것이었다.어느해어느날인가,이쇄자는조소삼曹小三이라는견습공을받았다.견습공이되면처음에는스승의찻잔을들고담뱃불을붙이고스승을따라다니며물건을날랐다.조소삼도물론스승의특기에대해들은적은있지만줄곧반신반의하던터라,이참에반드시두눈으로똑똑히확인할작정이었다.천장회칠이특히힘든작업이다.멀건석회액을담뿍먹인붓솔을머리위로쳐들면서무슨수로한방울도안떨어지게하랴?하지만촥촥소리가날때마다천의무봉의솜씨로하얀줄이빈틈없이그어졌고,붓솔이지나간벽은마치반듯하게펼쳐놓은새하얀병풍같았다.이쇄자가마지막벽을다칠하고앉았을때였다.스승에게담뱃불을붙여주던조소삼은뜻밖에도스승의바지에서콩알만한하얀점을발견했다.검은색속의흰색은흰색속의검은색보다훨씬눈에잘띈다.맙소사!스승의실수가드러나다니,그는신선이아니었던것이다.조소삼의마음속에서전설속그태산같던형상이와르르무너지고말았다.하지만조소삼은스승이난감해할까두려워감히말도못하고똑바로쳐다보지도못했다.그래도눈길이자꾸그리로쏠리는것은어쩔수없었다.그때이쇄자가문득말했다.
“소삼아,네가내바지의하얀점을봤구나.이사부의재주가가짜이며명성도속임수라고여기는게냐?멍청한녀석,더자세히살펴보거라.”
그러면서이쇄자는손가락으로바지를집어살짝당겼다.그러자하얀점이온데간데없이사라졌고,그러고서다시바지를놓자점이다시나타났다.이무슨조화란말인가!조소삼이얼굴을바짝대고유심히살펴보니그하얀점은작은구멍으로속에입은흰내의가비치는것이었다.
「술꾼노파酒婆」는매일2각의돈을써서잔뜩취하는외로운노파를묘사했다.노파는오후가되면어김없이수선가首善街에자리잡은작은술집에나타났다.이술집에서파는술은딱한가지였다.말린마로빚은술인데값이싸고맛이독했다.수선가일대에서는여태껏집에서기르는고양이를잃어버린적이없었다.고양이가길을잃어도독한술냄새를좇아집을찾아왔으니말이다.노파가계산대에돈2각을놓으면주인은‘불꽃술’을반사발남짓따라주었다.사발을건네받은노파는손을쳐들고고개를젖히고그대로사발을뒤집어입안에술을털어넣었고,그러면술통에쏟아붓듯술이노파의뱃속깊은곳으로쭈욱내려갔다.그러고서노파는바로술집을나섰고,그순간부터비틀거리며두발로땅바닥에괴발개발낙서를하기시작했다.노파는동으로휘청,서로휘청하면서북쪽으로걸어갔다.술집에서백걸음쯤떨어진곳에네거리가있는데,수레가오가다가종종사고가나는곳이었다.허나곤드레만드레취한노파를보면서마음졸일필요는없었다.건널목에다다를즈음이면노파는어김없이정신을번쩍차렸으니!그렇게노파는보통사람과똑같이조금의취기도없이멀쩡하게큰길을건너가곤했다.하루도빠짐없이날마다똑같은모습이었다.
사실그이유는주인이술에물을타희석시켰기때문이었다.어느날주인은개과천선해서다시는술에물을타지않겠노라다짐했다.그후진짜술을마신노파가건널목에이르러서도술이깨지않고뱅뱅도는전대미문의일이벌어지고야말았다.이후노파는사라졌다.그래도사람들은노파야말로진정한술꾼이라고했다.언제나안주없이술을마셨고,늘단숨에사발을비웠으며,술탐을부리지않고취기만돌면만족했고외상한번없었다.진정한술꾼이란이처럼스스로즐길줄알고남에게해를끼치지않는사람이라고말이다.
「장니인泥人張」은천경관안의작은충돌을묘사했다.재물이많은소금장수해장오,사람들은앞에서는그를장나리라고부르고뒤에서는해장오海張五라고불렀다.톈진은장사꾼이제일인곳으로돈만많으면누구나떵떵거릴수있었다.하지만손재주로벌어먹고사는수공업자는그렇지않았다.장니인은술을마시고안주를들며이리저리둘러볼뿐해장오를거들떠보지도않았다.누군가가목소리를낮춰이렇게말했다.
“장니인은무대아래서공연을보면서소매속에서진흙을주물러인형을빚는다더군.꺼내놓으면무대위배우들모습하고완전히똑같대.”
그러자해장오가걸걸한목소리로말했다.
“뭐어디서주물러?소매속이라고?사타구니속이겠지!”
그러고는낄낄대며장니인을비웃었다.
천경관에서식사하던모든사람이이얘기를들었다.사람들은재주좋고배짱두둑한장니인이어떻게받아칠지궁금해졌다.진흙덩어리라도집어던지려나?그런데장니인은아무말도못들은양왼손을탁자밑으로내리더니신발밑창에서진흙한덩이를후벼파냈다.오른손으로는여전히술잔을기울이고,두눈은탁자에놓인안주를바라보고있었다.그러면서왼손으로는진흙덩어리를연신주무르는데손가락움직임이마술사유독자劉禿子보다도교묘하고민첩했다.
과연장니인의솜씨였다.호두알만한진흙인형의완성품은해장오보다더해장오같았다.사람들은감탄했고해장오조차2장쯤떨어진곳에앉아서도자신임을알아볼수있었다.문을나서는장니인의뒷모습을향해해장오가소리쳤다.
“저따위형편없는손재주로돈을번다고?아무리싸게팔아도아무도안사겠네.”
장니인은뒤도돌아보지않고우산을펼쳐들고는유유히사라졌다.하지만톈진에서는이야기가이리심심하게끝나는법이없으니―다음날,북문밖구이가에있는작은노점여러곳에해장오진흙인형이줄줄이진열되어있었다.이번에는몸통까지붙어앉아있는데거들먹거리는태도마저영락없었다.게다가틀로찍어대량으로만들었는지똑같은인형이족히100~200개는되었다.노점마다흰종이가한장씩붙어있었고,종이에는붓글씨로‘해장오염가판매’라고적혀있었다.
「소칠원蘇七塊」에서는전설적인정골의사를다루는데,접골과추나로는그를따를자가없었다.소의원은손가락으로살짝건드려만보고도피부안쪽에어떤문제가생겼는지즉각알아냈다.이어그의두손이한쌍의백조마냥환자의몸을위아래로번개처럼오가면우드득우드득소리가나면서환자가고통을느낄새도없이부러진뼈가이어졌다.그러고서고약을바른뒤석고판으로고정하면환자는집에돌아가알아서나았다.만약환자가다시찾아온다면필경큰절을올리고커다란액자를선물하며소의원의은혜에사의를표하려는것이었다.
재주있는사람에게는괴팍한면이있기마련이다.소의원또한자신을찾아오는환자는부자든가난뱅이든친척이든이웃이든무조건먼저은전7원을진찰대에올려놓아야한다는원칙을내세웠다.이게무슨원칙이란말인가?사람들은소의원이돈밖에모르고의술도7원어치밖에안된다고욕하면서소금산蘇金傘인본명을두고그에게‘소칠원蘇七塊’이라는시답잖은별명을붙여주었다.
하루는그가친구들과마작을하는데인력거꾼장사張四가뛰어들어오더니오른손으로왼쪽팔꿈치를받친채문에기대고섰다.머리에서땀이비오듯흘러목주변적삼이흥건히젖어있는데,보아하니팔이부러져몹시아픈것이틀림없었다.하지만하루벌어하루먹고사는인력거꾼에게은전7원이어디있겠는가?장사는일단치료만해주면나중에꼭갚겠다고끙끙거리며사정을했다.그런데웬걸,소의원은듣는둥마는둥계속패만들여다보며뭘내놓을까궁리할뿐이었다.
같이마작을하던화의원은사람이좋기로유명했는데상황을보다못해소변을보러가는척장사를불러호주머니에돈을찔러주었다.그러고는아무일도없는것처럼돌아와마작을계속했다.이후장사는무사히치료를받고돌아갔다.그날의마작은이리저리승패를주고받으며계속이어지다가,불을밝힐시간이되고저마다배에서꼬르륵소리가나고서야다들자리에서일어났다.문을나서려할때소의원이할얘기가있다면서야윈손으로화의원을붙잡았다.다른두친구가나간뒤,소의원은자기가딴돈더미에서은전7원을집어화의원의손에쥐여주었다.당황스러워하는화의원에게소의원이말했다.
“할말이있네.나를심보고약한사람으로여기진말아주게나.나는내가세운원칙을깨뜨릴수없는것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