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사랑

최선의 사랑

$16.00
Description
“이 책은 아마도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폴리아모리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인디펜던트 워커, 정예인의 삶과 사랑
정예인을 둘러싼 단어들은 대개 낯설다. 그가 자신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로 내세우는 폴리아모리polyamory, 오픈릴레이션십 등의 키워드는 오늘날 한국에서 여전히 자극적이거나 도발적인 방식으로만 기능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너무 문란한 것 아니냐고!” 같은 반응도 쉽게 불러일으킨다. 모노가미monogamy, 즉 일대일 연애관계가 지극히 당연한 체제로 여겨지며 여성/남성의 성역할이 명확히 구분된 한국 사회에서, ‘비독점적 다자연애’라거나 ‘비-일부일처제’ 같은 단어는 파문을 일으키고 안정적인 세계의 표면에 금을 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파문 혹은 금에 주목하기 전에, 이 단어들을 정체성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삶들을 먼저 살펴보겠다. 세계에는 실제로 ‘비독점적인’ 그리고 ‘비배타적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 자신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느껴지거나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에서 소외된다고 해도, 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 그 방식이야말로 그들이 최선을 다해 사랑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정예인을 둘러싼 단어들로 돌아와보자. 여기 출판편집자이자 기획자, 인디펜던트 워커, 그리고 ‘폴리아모리로 점철된 삶’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그간 퀴어 문화를 비롯해 장애와 몸, 페미니즘과 하위문화 연구 등에 관한 책을 기획·편집하며 동시에 자신의 삶을 이루는 정체성에 관해 부단히 고민해왔다. 누군가를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내면에 자리한 본연의 외로움을 마주할 방법을 찾기 위해, 그는 다양한 이를 사랑하고 각각의 차이를 끌어안는 방식을 계속해서 탐구해왔다. 그는 오늘도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위해, 무엇보다 최선의 사랑을 위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걸음들을 비롯해 끊임없는 고민과 싸움, 사랑과 탐구를 담은 저자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

정예인

저자:정예인
출판편집자이자기획자.10년동안회사원이었고현재는인디펜던트워커로살아간다.퀴어문화를비롯하여장애와몸,페미니즘,하위문화연구등에관한책을기획및편집했다.‘세상에이런사람(삶)도있다’에서‘이런사람’을맡고있다.
안가본길로가는걸좋아한다.사람들을연결하는일에관심이많고거기에나자신도포함된다.새로운관계맺기방식,가족의의미를만들어나가고자한다.날카로워지고자쓰고,약해지려고사랑한다.

목차

프롤로그
진단

1.날카로운칼날銳刃
2023년3월,지각변동
난리끝에도달한0
한사람만보이는세계
어쩔수없이각주가가장많은글
커밍아웃의즐거움과무거움
너무많은일이있었고숫자세기를포기했다
이런게사랑이라면
메모장
처음부터끝까지한글자도안맞아
격리를위한음악
나의첫번째결혼생활
기대지않고기대하기
이긴기분
산책의핑계
상실과획득을동시에수용하는과정
부부끝
슬픔목록

2.끌어당기다曳引
안내문
2018.12.13.~
2021.7.29.
무휴
2021.8.2.~
2022.11.13.
perfectlysplendid

3.하는사람藝人
삭제불가
신혼
같은세탁기를쓰는사이
자해상상
nobody
어떻게밖으로나갈까
도움받아서도움닫기
무기력하게싸우기
회사원이아니어도
우리는자주웃는다
내가있는자리

출판사 서평

“이책은아마도많은사람을불편하게만들것이다”
‘폴리아모리로점철된삶’을살아가는인디펜던트워커,정예인의삶과사랑

정예인을둘러싼단어들은대개낯설다.그가자신을이루는주요한요소로내세우는폴리아모리polyamory,오픈릴레이션십등의키워드는오늘날한국에서여전히자극적이거나도발적인방식으로만기능한다.그의말을빌리면“너무문란한것아니냐고!”같은반응도쉽게불러일으킨다.모노가미monogamy,즉일대일연애관계가지극히당연한체제로여겨지며여성/남성의성역할이명확히구분된한국사회에서,‘비독점적다자연애’라거나‘비-일부일처제’같은단어는파문을일으키고안정적인세계의표면에금을내는듯하다.
그러나이런파문혹은금에주목하기전에,이단어들을정체성으로끌어안고살아가는삶들을먼저살펴보겠다.세계에는실제로‘비독점적인’그리고‘비배타적인’사랑을실천하기위해노력하는이들이있기때문이다.때로자신이“지구에불시착한외계인”처럼느껴지거나국가와사회의안전망에서소외된다고해도,이들은자신이살아가는방식을바꾸지않는다.그방식이야말로그들이최선을다해사랑할방법이기때문이다.
다시정예인을둘러싼단어들로돌아와보자.여기출판편집자이자기획자,인디펜던트워커,그리고‘폴리아모리로점철된삶’으로자신을소개하는사람이있다.그는그간퀴어문화를비롯해장애와몸,페미니즘과하위문화연구등에관한책을기획·편집하며동시에자신의삶을이루는정체성에관해부단히고민해왔다.누군가를소유하지않고사랑하기위해,그리고내면에자리한본연의외로움을마주할방법을찾기위해,그는다양한이를사랑하고각각의차이를끌어안는방식을계속해서탐구해왔다.그는오늘도더나은관계를위해,새로운형태의가족을위해,무엇보다최선의사랑을위해미지의세계에발을내딛고있다.이책은이러한걸음들을비롯해끊임없는고민과싸움,사랑과탐구를담은저자의첫번째책이다.

“나로살아가는일은위험하다.기어코이런글을쓰는것도그일환이다”
주류의바깥혹은그너머의영역을향해발을내딛는이의사랑이야기

본격적인이야기를시작하기전,저자는자신의삶을이렇게‘진단’한다.
“2007년처음연애한남자와2015년결혼했다.2020년그와오픈릴레이션십에대해진지하게이야기했다.그해여름,나에게여자친구가생겼고2년반동안안정적인폴리아모리관계를유지했다.2023년우연히서정을만난첫날사랑에빠졌다.이로인한관계의역동끝에큰변화를선택하거나받아들여야했다.”
저자가‘진단’에서이야기하는관계는보편적으로거의보이지않거나,제대로말해지지않는다.자유연애및결혼의개념은근대에와서야확립되었지만,오늘날대부분의‘로맨스’와‘사랑’은연애와결혼의형상으로다뤄진다.이형상은다양한매체안에서무수한콘텐츠로제공되며,많은이의관심을불러일으키고감정의곡절을유도한다.물론이때로맨스를이루는이들은주로두명이며,많은경우여성과남성으로이뤄지고,대개시스젠더이며,일대일관계를통해사랑을싹틔운다.
이런식의사랑이야기에공감하기란쉽다.오늘날의사회에서가장많은이가사랑하는방식과닮았기때문이다.소위‘정상’적인이야기이기도하다.그러나실제세상은정상의이야기로만작동되지않는다.세상의어귀,변두리,근방……즉‘주류’를일컫지않는단어속에서도사랑은싹트며기운차게움직인다.조금만눈길을돌린다면그운동을마주할수있을것이다.그것은‘퀴어’로호명되는이들의움직임,그리고주류의생각보다훨씬더넓고방대한관계와사랑의면면이다.
이책에서이야기하는오픈릴레이션십은성적.낭만적관계에서“한명이상의당사자가관계외부의사람과도성적.낭만적으로연결될가능성을열어두기로함의한관계를뜻”한다.이는1970년대부터인식된개념이며,그로부터여러사람의시도와경험을거쳐온방식이기도하다.그중에서도특히유명한사례인보부아르와사르트르의계약결혼의1항(‘서로사랑하고관계를지키는동시에다른사람과사랑에빠지는것을허락한다’)을보자.도발적으로만읽혀왔던이들의계약은관계를맺는두사람이서로를독점하거나소유하는대신,상대를더포괄적으로사랑하기위한시도였다.그들이기존에확립된사랑의틀을깨고자했던이유는결국한결나은방식으로서로를대하고자했기때문이다.
‘정상’에서한참벗어난존재로자기자신을정의하는정예인의이야기또한마찬가지다.그가기존의안정적인구조,즉회사원이나‘정상가족’의일원이라는신분을포기하며선택한것은불안정하며앞날을예측할수없는미지의영역이다.그가이러한선택을하는것은자기자신으로살아가는삶을간절히바라기때문이다.“내가더내가되어갈수록살갗을스치는공기는사포처럼따갑게느껴”지지만,그는자신의‘최선’을포기하지않는다.저자의사랑은이처럼‘최선’을위해끊임없이고민하고싸우는과정으로가득하다.

온몸으로사랑하는이의일상과창작,그리고싸움과대화의과정
“매일무언가를알게된다.알고싶지않아도어쩔수없다.이길로와버렸다”

오랜기간만나온남편과오픈릴레이션십에관해논의하고본인의정체성과상황모두긍정하는여자친구와의만남을시작한이후,저자는어머니에게자신의정체성에대해털어놓기로마음먹는다.본문에서그방식은더할나위없이담백하게이뤄진다.
“사실사람이평생한사람만사랑하긴어렵잖아.그리고동시에여럿을사랑할수도있잖아.근데이걸하려면사랑하는사이에서도상대를소유하거나모두통제하지않으려고노력해야되는거지.규칙도필요하고.”
“와,그거되게좋은거네?앞으로점점그런쪽으로세상이바뀔수도있겠다.”
“그치?그좋은걸내가하고있어.”
여전히‘커밍아웃’하면심각하거나비장한분위기를떠올리는한국사회에서,본인의삶과사랑을얘기하는저자의태도는산뜻하고분명하다.그는자신이추구하는관계의형태를“좋은것”이라고분명히말하며,그관계속자신의모습도거침없이드러낸다.
그렇다고해서저자가겪는삶과사랑의형태가언제나깔끔하거나단순한것은아니다.실은그반대라고해야옳을테다.저자는“사랑만붙잡고서겨우목숨을부지하고있”는순간을종종통과하며,기존에쌓아올린안정적인관계와상황을무너뜨리는상황에서“여러양가감정사이에짓눌려있다”.그와중에자신이겪는상실을덥석끌어안아이별의모양을낱낱이살핀다.저자에게있어사랑은한순간의행복과풍요만을뜻하지않는다.그는사랑이가져다주는불안과슬픔또한목록으로기록하며,그로써벌어지는비극을들여다보길멈추지않는다.
이러한끈기는그가일하는태도에서도드러난다.편집자인저자는출판업이점차영세사업으로여겨지는시기에책을만들면서,여전히책이세상을변화시킬수있노라고생각한다.그런생각에민망한웃음을흘린다해도일을대하는태도자체는변치않는다.저자에게책을만들고글을쓰는일은사랑의형태를만들어가는일과마찬가지로‘나로살기위해분투하는일’이다.그렇기에언제든두렵고어색하면서도“매일실패하는기분을견디”게만들어주는과정이기도하다.업무로인한번아웃증후군때문에집바깥에나가는것이두려워지는순간도,무엇도하지못하고자괴감에빠지는나날도생기지만,그는그시간역시기록하며끈질기게바라본다.가장바닥을들여다보는일에서부터어떤변화가생길수있노라고믿는사람처럼.
최선을다해사랑한다는것은어쩌면삶의순간순간에집중한다는뜻이다.혹은자기자신이되기위해계속해서세계를응시한다는의미다.그렇기에저자의분투에는여러모로불편한구석이있다.그는꾸준히공격적이며본인의못난면을숨기지않는다.기존의사회와제도에대한비판과설움을펼치는동시에타협하지않는방식의삶을계속해서발명해나간다.때로는불편하고간혹당황스러운이발명속에,자기삶을스스로만들어나가는이특유의뜨거움이도사리고있다.

그리하여다시,최선을다해사랑한다는것
낯선관계의이름사이를걸어발견한또다른사랑과관계

낯선것은주로흥미롭다.멀리서바라볼때라면특히그렇다.그러나기존사회의통념과다른존재혹은개념이세상에변혁을요구하는순간,이들은거센질타를받는다.세상이그들의낯섦을경계하는이유는결국그들이불러오는균열때문이다.일견안정적으로보여왔던세계에서그간‘없던것’,즉그동안‘보이지않던것’의등장은필연적으로제도나인식등의변화를요구한다.그리고많은경우변화는기존의안정을누리던이들의평화를깨트린다.
이책에서저자는안정적으로보이는지금의사회가실은다양한소수자의목소리를억압함으로써유지되는체계임을지적한다.그는친족관계나이성애중심적으로구성된가족의개념에반기를든다.기존에없는가족의명칭을만드느라종종“골이아프고진이빠지기도”한다.저자는회사와가족제도에서벗어난자신이계급적으로나경제적으로하강하는과정부터,기존관계와분열하는방식등을세세히그려낸다.또한자신을구성하는관계가국가및사회의안전망바깥에있기에느끼는“불안과소외감”을끈덕지게드러내보인다.더불어자신이고른‘선택가족’이어떻게삶을충족하며나를‘나’로만드는지이야기한다.
그러므로저자가말하는‘최선의사랑’은관계에투사하는감정만이아니다.그의최선의사랑은관계를맺는이들이자기자신으로존재하기위한싸움이며,세상의변화를촉구하는여정이기도하다.저자는지금껏가본적없는길,안해본방식,누구도아닌애매함을단단히끌어안고자신만의길을가고자한다.이책은기존과는조금다른관계맺음의방식을통해새로운지평선으로나아가고자하는이의여정이자,지금의세계에균열을일으켜더다양한색채를불러오고자하는몸짓이다.그의첫책을통해정예인의말하는다양한사랑에다다를수있길,또그가확장하는사랑의세계에한걸음들어서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