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스토리텔링과역사적지식의결합
이책은다섯가지독보적인특징이있다.첫째,‘초세독超細讀’이라는방식으로조리있게전체그림을해설했다.둘째,열정적인연구자세와충만한애정으로문화적·심미적공간을개척해냈다.셋째,매력적인스토리텔링이다.길바닥에엎드려서잠든우체부,길에서꽃을파는아저씨등숨은이야기는독자들을강하게흡인한다.넷째,지식이풍부하다.그림의역사적배경과화가의관점,민속문화,그림의유전,후대의모본등도함께소개한다.한가지장면을예로들어보면한주점에서두사람이주거니받거니술잔을기울이고있다.탁자위에놓인술주전자와사발은송대도자기산지로유명한경덕진景德鎭에서발굴돼베이징고궁박물원에전시되고있는청백유각화주호靑白釉刻花注壺와주완注碗이다.저자는이작은사발하나도놓치지않고이야기를풀어낸다.다섯째,그림과해설이서로긴밀하게배치되어독서에몰입할수있다.저자의안내를따라책장을펼쳐나가다보면도시근교부터부두에이르기까지이야기가한다발이고,본격적으로펼쳐진상가와관부의떠들썩함속에각업종의생활백태와노동자의땀구슬이굴러다니며,그외에도이별하는사람,술마시는사람,가면을쓰고연기하는배우등이채로운풍광이끝도없이펼쳐진다.
당나귀등에실린짐은무엇인가?
도입부한장면을보도록하자.「청명상하도」를펼치면옅은안개속에서걸어나오는당나귀무리가맨먼저보인다.길과들판은텅비었고느릿느릿걸어오는당나귀무리외에다른이는보이지않는다.조용한새벽녘으로추측된다.
이무리는당나귀다섯마리와두사람으로구성되었다.당나귀등마다광주리가두개씩실려있고광주리안에검은색의가늘고길쭉한것이보인다.저것이무엇일까?숯과매우유사하다.남송시대장작莊綽의『계륵편?肋編』에따르면장택단이「청명상하도」를그렸을무렵부터이미변경의모든가정에서주로쓰는연료가숯에서석탄으로바뀌었다고한다.“옛날변하수도의가구대부분은모두석탄에의지했고나무를때는집은하나도없었다.”변경은당시세계에서가장거대한도시였다(인구100만이넘고인구밀집도가후세사람들의상상을초월했다).땔감부족문제가심각했는데이후땔감을대신해석탄이주요연료가쓰이고나서야비로소땔감부족문제가해결되었다.
그래서일부사람들은당나귀등에실은목탄이술을데우는용도라생각한다.이생각을뒷받침하는근거가있기는하다.송나라사람들은지나치게술을사랑했다.간혹구호물품에도술이포함됐을정도니술을데울필요가있었을것이다.이밖에도이숯들을수도의부유층에난방용으로지급했다는의견도있다.북송말중국의기후는‘소빙하시대’로접어들어당시청명절은지금보다훨씬추웠다.
맨앞에있는소년을자세히보면‘총각總角’머리를하고있다.소년이무리의맨앞에앞장서고맨뒤에는수염이덥수룩한성인남성이있다.소년과남성은틀림없이부자지간인게틀림없다.이들부자는날이밝기도전에숯을팔러경성으로길을나섰을것이다.다시소년과맨앞의당나귀를유심히살펴본다.그들은작은다리근처에이르렀다.소년의시선은계속앞을향한반면곁에있는당나귀는다리를향해스스로머리를돌려방향을틀려고한다.이미여러차례가본길이기때문에당나귀는어린주인이몰지않아도스스로모퉁이를돌아야한다는걸알고있다.
지금우리가본장면을그림원본의도입부가아니라고추측하는학자들도있다.「청명상하도」가500년간이리저리떠도는사이두루마리의앞부분(약1척정도로추정한다)이소실돼버렸고명나라말에표구장인이찢어진부분을잘라내표구작업을새로이했다.잘라낸그림에는무엇이담겼을까?아득히먼산과수목들이담겼으리라추측한다.학자들의추측이맞는지진실은확인할길이없지만나는역시지금의도입부가가장좋다고생각한다.위대한작품은웅대한장면으로시작할필요가없다.도리어보잘것없는도입부가보는이의마음을뒤흔들어버리는작품의아름다운풍격을완성할수도있다.「청명상하도」는어린소년하나와고개돌린당나귀한마리로시작한다.충분하지않은가.
초롱과오색천으로화려하게장식한손양정점孫楊正店
성안으로들어가자마자‘경성정점72호’중하나인손양정점에바로눈길이간다.홍교다리에있던각점脚店의단청누각과오색비단으로장식한환문歡門은크기만컸을뿐손양정점만큼화려하지는않았다.꽃봉오리,꽃가지,수놓은비단수구繡球같은장식물이있고,원형과마름모형의장식도보인다.또거위를본따만든조형물여섯마리도있다.환문좌측의나무기둥에는깃대하나가꽂혀있고“손양점”이라쓰인푸른색과흰색의깃발이달렸다.문과깃발외에네개의등도눈길을끈다.그것은치자등으로치자열매의모양을본딴것이다.치자등이빛나는변경의밤이얼마나아름다웠을지상상할수있다.
손양정점의호화롭고화려한입구밖의가까운곳에서먼곳까지근사한이야기들이기다리고있다.정문의좌우양측모두꽃을파는노점상인이있는데꽃을사는사람들이각기다르다.좌측노점앞고객은남자하나와여자하나로남자옆에있는어린아이는분명그의시종일것이고여자의오른쪽에는신분이불명확하지만얼굴생김새가고운것으로보아아마도여자아이인것같다.행상이꽃을팔려고열을올리는반면남자손님은영관심이없고여자손님은더관심이없다.여자와남자의거리가가깝고여자는남자의목에왼손을두른채거리를향해고개를돌리고있다.거리맞은편에있는가마두대중앞쪽가마꾼이여자에게눈길을빼앗겨자기도모르는가마머리를돌려버렸다.그오른쪽에선남자아이와여종이오른손을들어방향을지시한다.“빨리오세요,그쪽이아니에요!”하고가마꾼에게소리치는듯하다.
술집인가무기점인가,그도아니면무엇인가
이제건물밖의오른편으로거리에면해있는상점의바깥에는큰들통이여덟개가있고가게안에는세사람이있다.가운데사람은활시위를당겨활쏘는자세를취하고왼쪽사람은두손으로긴천을펼쳐들어허리보호대를묶으려하며,오른쪽사람은손목보호대를휘감는것같다.그럴듯해보이긴하지만그들은그저시늉만할뿐진짜활쏘기연습을하는게아니다.
이상점에대해서는서로다른해석이존재한다.하나는활과화살을파는점포라는해석과또다른하나는군병들을위한주포로큰들통안에든것이모두군병들을위한술이라는해석이다.이세사람은명령을받들어술을호송하는어림군의사졸인데마실술이생겼으니순간흥이올랐고힘겨루기시합을해보려는것이다.
그러자저자는두가지해석에모두동의하지않는다.이곳이“군순포옥軍巡鋪屋”이라는작은규모의소방서였을것이라고추정한다.이런소방서는보통정점옆에설치했는데도성의고액납세자들을보호하는데주력했다.세사람은바로소방포병이다.그렇게생각하는이유가무엇일까.바로담장에기대어세워둔두개의긴막대기때문이다.막대기의끝에동그란것이달렸는데이물건이『동경몽화록』에서언급한“구화가사救火家事”로불을끄기위한“마탑麻搭”이라는도구다.이처럼세밀한읽기는우리에게정확한역사적사실을알려주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