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존엄사 : 의사 딸이 동행한 엄마의 죽음

단식 존엄사 : 의사 딸이 동행한 엄마의 죽음

$16.80
Description
삶의 의미를 잃고 고통만 남았을 때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

재활학과 의사가 엄마의 죽음을 배웅하는 길
연명치료의 굴레를 벗어나다
21세기 의학의 발전은 수명 연장뿐 아니라 중증 질환으로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안겼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도 아픈 몸에 꼼짝없이 붙들려 지내는 사람 또한 늘어났다.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거나, 어떤 한계에 부딪혀 그저 연명 상태에 지체해 있는 것이다. 스스로는 먹을 수도,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삶.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 없고,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침몰시키고 마는 삶.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닌,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을 견디며 사는 삶.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을 사는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 혹은 타인의 선택을 제한할 자격이 있는가?
재활학과 의사인 저자 비류잉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며 겪은 사례와 함께 치매, 유전병 등으로 고통스러운 여생을 보냈던 가족 및 지인들의 삶을 풀어놓는다. 타이완의 내정부 통계에 따르면 사망 전 건강하지 않은 상태(와상 상태,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보내는 여명이 평균 8.47년에 달한다고 한다. 당사자가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다면 모든 선택은 보호자에게 달려 있고, 환자 본인이 사전에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혔더라도 가족들이 끝내 반대하면 병원에서는 의료 분쟁을 피하기 위해 무의미한 치료를 멈추지 못한다. 너무 사랑해서, 혹은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차마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이 의도찮게 환자를 더 힘겨운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다. 옴짝달싹 못 한 채 관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욕창에 시달리는 환자 본인도 고생이지만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 또한 크다.
호주의 구달 박사와 타이완의 유명 방송인 푸다런 선생은 존엄하게 삶을 끝내는 방법으로 스위스에 가서 안락사하는 것을 택했다. 이는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물리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드는 일이기에 일반적인 선택지가 못 된다. 아무리 완화의료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 하더라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평생 죽음의 공포를 연구해온 어빈 얄롬 박사 또한 막상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아내 매릴린은 강력한 진통제에 의지하다가 결국 의사의 도움을 받아 조력사망했다.
저자

비류잉

저자:비류잉
타이완대학의학과를졸업한뒤타이중시립재활병원원장,중산대학의학과교수직을거쳐현재위생복리부타이중병원재활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어머니의마지막을배웅한『단식존엄사』가베스트셀러에오른뒤그인기에힘입어타이완현대의료,타이완건강보험의강점과개선점,단식존엄사의법률및윤리문제와타이완국내외사례를담은『단식존엄사2』를출간했다.

역자:채안나
1992년인천출생.한국외국어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문학석사를받고KT&G상상마당‘차이나는출판번역’5기와9기를수료했다.『같이산지십년』을기획하고번역했다.

목차


머리말존엄사와의거리
들어가며죽음에대한사고,죽음마주하기

1장소뇌실조증유전검사
2장가엾은소녀의눈물
3장그때그때사랑하기,손잡고여행하기
4장재활과열정적인생활
5장아버지의영면,어머니의자유
6장간병인과함께하는나날
7장스스로선택한존엄사
8장손을놓는것이야말로사랑의가장큰경지
9장단식의길
10장생전장례식
11장세번의장례,세가지정
12장발관존엄사라는뜻밖의여행
13장존엄사권리에대한입법역사
14장안락사가허용되지않는자력구제

후기1어머니의명예로운죽음,아버지와의화해
후기2가장소중한수업:죽음에초연했던어머니
후기3삶과죽음의난제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삶의의미를잃고고통만남았을때
우리에게죽음을선택할권리가있는가

재활학과의사가엄마의죽음을배웅하는길
연명치료의굴레를벗어나다

21세기의학의발전은수명연장뿐아니라중증질환으로위기에처한환자들에게새로운삶을안겼다.그러나치료를받고도아픈몸에꼼짝없이붙들려지내는사람또한늘어났다.아직치료법이개발되지않았거나,어떤한계에부딪혀그저연명상태에지체해있는것이다.스스로는먹을수도,걸을수도,말할수도없는삶.진통제없이는버틸수없고,본인뿐아니라가족까지침몰시키고마는삶.나을수있다는희망이아닌,벗어날수없는지옥을견디며사는삶.이책은바로그런삶을사는당사자와그가족에게구체적이고도현실적인대안을제시한다.그리고묻는다.우리에게죽음을선택할권리가있는가?혹은타인의선택을제한할자격이있는가?
재활학과의사인저자비류잉은의료현장에서일하며겪은사례와함께치매,유전병등으로고통스러운여생을보냈던가족및지인들의삶을풀어놓는다.타이완의내정부통계에따르면사망전건강하지않은상태(와상상태,타인의돌봄이필요한상태)로보내는여명이평균8.47년에달한다고한다.당사자가의사표현이불가능하다면모든선택은보호자에게달려있고,환자본인이사전에연명의료거부의사를밝혔더라도가족들이끝내반대하면병원에서는의료분쟁을피하기위해무의미한치료를멈추지못한다.너무사랑해서,혹은도리를다해야한다는이유로차마포기하지못하는마음이의도찮게환자를더힘겨운상황으로내모는것이다.옴짝달싹못한채관을통해영양분을섭취하고욕창에시달리는환자본인도고생이지만그걸옆에서지켜보는가족의고통또한크다.
호주의구달박사와타이완의유명방송인푸다런선생은존엄하게삶을끝내는방법으로스위스에가서안락사하는것을택했다.이는까다로운심사와함께물리적으로시간과비용이크게드는일이기에일반적인선택지가못된다.아무리완화의료로환자의고통을덜어준다하더라도분명한한계는있다.평생죽음의공포를연구해온어빈얄롬박사또한막상아내의죽음을받아들이지못했고아내매릴린은강력한진통제에의지하다가결국의사의도움을받아조력사망했다.

어머니의단식존엄사
자녀들에게남긴마지막수업

저자의어머니는이미중년이넘은나이에소뇌실소증이라는가족유전병이발병한사실을알게된다(외삼촌과사촌들은이때문에비참하게삶을마감했다.부모중한사람이걸리면그자녀는2분의1의확률로걸리는병이었기에어머니는삼남매또한무조건검사받기를원했고,저자와여동생은검사결과유전되지않았음을확인했다.다만남동생은자식이없을뿐더러치료법이없는병이기에굳이검사하지않겠다고버텼다).그동안이병에걸린친척들의불행한말로를목격해온터라어머니는의사인큰딸에게자신의마지막을부탁한다.평소꾸준히요가를해온덕분에발병시기가늦춰졌고추가로재활운동을하지않아도될만큼건강한어머니였지만병이진행되자삶에의의지를잃고하루빨리고통에서벗어나고싶어한다.그러나타이완에서안락사법안이통과되는일은요원해보였기에,모녀는자주적단식을통한존엄사에대한이야기를나누고어머니는이듬해생일이지나면실행에들어가겠다고결심한다.
어머니는곡기를끊고식사량을점진적으로줄여나갔다.곡기를끊는단식존엄사방식은의사나카무라진이치가‘5곡7일끊기,10곡7일끊기,야생식물과과일섭취7일,수분7일끊기’의방식으로구체화해제시한바있다.생선이나고기는먹지않고죽과삶은채소,과일을주식으로했으며허기를덜느끼고사레들리는것을방지하기위해오일과연근물을섭취했다.단식11일후부터는고형음식을모두끊었고이틀뒤연근물도끊었다.18일째부터숙면하는시간이길어지더니21일째되는날어머니는편안한얼굴로떠나셨다.
어머니는마지막까지흔들림없는강인한의지를보였고,가족들도평소죽음에대한이야기를자연스럽게하며서로의생각을공유해왔기에어머니의결정을존중해주었다.그렇다고이모든것이아름답게만흘러간것은아니다.어머니는단식하는과정에서육체적인괴로움을호소했고,그모습을지켜보는가족들은가슴을움켜쥐어야했다.그럼에도불구하고삼남매에게이모든과정은어머니가해주신수업이기도했다.반세기전에는집에서임종하는사례가흔했지만,현재는약80퍼센트가병원이나요양기관에서사망한다.나카무라진이치는임종직전에병원에실려가무의미한치료를받고,심폐소생술까지행하는‘의료사’대신집에서자연사하는것을권장하며그것이다음세대에게남기는마지막유산이라고했다.달라이라마는죽음을긍정적으로생각하며다음과같이말했다.“오래되고낡고찢어진옷은바꿔입어야하는것처럼육체도망가지면이와같은이치다.죽음이란이처럼간단하며,신비하거나어두운일이아니다.”
또한병원에서는가족끼리충분한시간을보내다가작별인사를나누기어려운경우가많지만집에서자연사하면가족들과함께둘러앉아마음을나눌시간이충분히주어진다.실제로저자의가족은생전장례식을치르면서어머니와함께그동안의삶을회고하며어머니가얼마나훌륭한분이고열심히살아오셨는지에대해존경과감사를나눈다.이를통해떠나는사람과남겨지는사람모두회한없이가족간의깊은정을느낄수있다.

‘사망자결권’은어떻게존중되어야하는가

1980년대에저자가타이완대학병원에근무할당시식물인간왕샤오민의어머니는20년동안이나딸을간병했지만차도가없자딸이더이상고통받는것을원치않는다며안락사법의필요성을제기해사회적인논의가이뤄지는계기를만들었다.타이완에서는호스피스완화의료를시작으로‘안녕완화의료조례’및‘환자자주권리법’을시행하게됐다.이로써환자들이현재처한고통에서벗어나거나차후에그렇게할수있도록미리자신의의사를밝힐수있다.다만적용대상과시기와관련해서는아직보완해야할점이많다.
한편의료계와종교계등에서는여전히안락사법에반대하는목소리를낸다.그이유를살펴보면첫째,환자의생명을끝내는것은더나아질기회를없애버리는것과같다는의견이다.이에대해저자는의사는신이아니기에의료에한계가있을수밖에없음을지적한다.스위스에서안락사를택했던푸다런선생은완화의료의도움으로도해결되지않는고통과모르핀알레르기때문에심각한부작용을겪었다.둘째,안락사는의학윤리에위배된다는의견이다.저자는안락사법이통과되더라도의사개인에게는여기에참여하지않을선택권이있다고말하며,의학계가모든의사에게동참하지말것을종용할권리는없다는의견을펼친다.앞으로는환자의‘사망자결권’을더존중하는방향으로나아가야하며,환자의평온한죽음을돕는것또한의료의일부라는사고의개선이필요하다.그외에도일명‘산사태효과’에대한염려가존재한다.안락사법이통과되면사회적약자에게죽음을선택하도록종용하거나당사자가그런선택을해야한다는압박을받을상황을의미하는데,이또한미국과네덜란드의통계를참조하면우려와현실이다르다는것을확인할수있다.
‘웰다잉’,즉존엄사에대한논의는더이상추상적으로죽음을미화하거나다른누군가의사건으로축소되어서는안될것이다.이책은타이완사회의현황과사례를주로다루지만고령화사회,노인빈곤,환자의자기결정권등이이슈가되고있는한국사회에도첨예한논쟁거리를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