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전쟁 :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 - 걸작 논픽션 28

영원의 전쟁 :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 - 걸작 논픽션 28

$20.08
Description
가장 근거리에서 영혼까지 들여다보고 담아낸 극우파와 대안우파에 대한 기록
인류학자의 집요한 인터뷰가 극우 논리의 의식적 패턴을 밝혀내다
심도 있는 분석과 르포 정신이 빛나는 책
벤저민 타이텔바움의 『영원의 전쟁: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은 두 명의 거물급 인물의 정신세계를 탐구해 오늘날 급부상하는 전통주의·우파 포퓰리즘의 사상지도를 그려낸 인류학적 르포르타주다. 이 책이 쓰인 과정은 비밀공작을 방불케 했다. 저자는 녹음기를 들고 럭셔리한 호텔에 드나들면서 암호를 대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위험하고도 비밀스러운 사상을 지닌 두 사람은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마주 앉자 저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저자를 의심할 법도 한데 특별한 방어 기제도 없이 자기 사상, 기획, 비전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콜로라도대학 민족음악학 교수로 인류학자이자 극우 정치 전문 연구자다. 그가 콜로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과 워싱턴 DC로 날아가 만난 사람은 스티브 배넌이다. 바로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수석 전략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푸틴의 배후 사상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두긴이다.
저자는 연구 대상을 만나 묻는다. “당신은 전통주의자인가요?” 전통주의Traditionalism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중세의 종교적 전통을 고집하는 사상적 흐름으로 18~19세기에 태동해 100여 년간 지하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온 철학적·영적 입장이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이민주의적 내셔널리즘과 결합해 이데올로기적 급진주의로 흐르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것을 쫓는다.
학자이지만 그는 곳곳에 연락책을 두고 있다. 여러 인맥을 통해 1년 넘게 공들인 결과 배넌과의 첫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다. 두긴은 저자가 다년간 유럽 급진 극우파에 대한 민족지학적 연구를 하면서 쌓은 인맥으로 만날 수 있었다. 북유럽 음악을 연구했더니 이들이 극우파와 연이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거기엔 전통주의 사상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때마침 세계는 극우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콘이자 핵심 권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미국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에게서도 전통주의의 낌새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잘 듣는 귀를 가졌다. 음악을 전공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원이다. 잘 듣는다 함은 상대에게 공감해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능력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움직이는 두 거물의 머릿속 생각을 캐내, 전 지구적 극우 포퓰리즘의 반란을 작동시키고 있는 협력관계를 밝혀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벤저민R.타이텔바움

저자:벤저민타이텔바움BenjaminTeitelbaum
콜로라도대학볼더캠퍼스민족음악학교수이자전노르딕연구책임자.인류학자이자정치평론가및극우정치·극우운동권전문가다.인류학자로서전통주의자들을다년간인터뷰하다가이들의이야기가공적정치권력과연결돼있음을알게됐다.즉민족음악학박사논문을쓰기위해스칸디나비아내셔널리즘운동권활동가들을취재하던중극우포퓰리즘정당이나북유럽네오나치무장운동까지폭넓게연구해나갔다.
첫저서인『북방의사자들』은음악이북유럽급진내셔널리즘단체에서하는핵심역할을혁신적인시각으로분석해널리호평을받았다.특히그의민족지학적현장조사와공감에바탕을둔연구방법론,이로부터도출해낸논리는탁월한성과로꼽히고있다.
『포린폴리시』『월스트리트저널』『로스앤젤레스북리뷰』『애틀랜틱』등에기고해왔으며,『뉴욕타임스』에다수의논평문을발표했다.

역자:김정은
고려대철학과를졸업했고동대학원동양철학석사과정과한국고등교육재단한학연수장학생과정을수료했다.미디어와영상번역,국제영화제자막작업등에참여했다.옮긴책으로『온라인청년극우의정신분석학』이있다.현재전세계에서진행중인극우포퓰리즘정치운동을추동하는문화적·철학적연원에관심을갖고있다.남편,세아이와함께독일트리어에거주하고있다.

목차


저자의말
프롤로그

1.전통의기둥
2.토착올챙이:1980년1월홍콩
3.제다이마스터
4.킬링타임:2008년7월츠힌발리근교
5.태양의유럽
6.민중의형이상학
7.호랑이목을조르다
8.영혼의인종:2009년8월,인도뭄바이
9.시간을거스르는사람
10.비밀의회합
11.현대성을초월합시다
12.정상회담
13.대사관만찬
14.글로벌대안세력
15.마법의국경
16.세상을갈기갈기찢다
17.대안우파기업
18.배넌,세상에맞서다
19.우파대연합궐기대회
20.딥스테이트
21.최후의심판
22.영원의전쟁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극우포퓰리즘을작동시키는은밀한협력관계

배넌은저명인사다.그는트럼프를권좌에올린배후의인물이다.트럼프의3대공약(해외에서일자리되찾아오기,이민자줄이기,해외참전중단)은그가조합해낸메시지다.트럼프재임기간에배넌은미국과러시아의입장이하나가되도록만들었다.또한전세계의내셔널리즘정당들을힘껏지원하는한편,유럽연합과중국공산당에대해서는견제책을폈다.저자는배넌의행동동기와사상을추적하다가그의배경이실로복잡하고은밀한것을깨닫고오래전의샌디에이고와홍콩의뒷골목에까지들어서게된다.

배넌은원래부터진지하고무언가를갈구하는사람이었다.해군엘리트출신인그는동료들이밤문화를즐기러쏘다닐때인근의형이상학서점을찾았다.그는육체·정신·영혼의발전소가되고싶다는목마름으로불교와힌두교주변을기웃댔다.월가의골드만삭스에서일할때도금융분석을하는와중에혼자역사,철학,영성등의지식을익혔다.본인회사를창업하고서도독서와영성추구는게을리하지않았다.그가태어난집안은좌파노동계급쪽이었지만배넌은점점우익정치에대한신념이강해진다.2012년그는우익언론매체브라이트바스뉴스의CEO가된다(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의부사장도겸하고있었다).그는자본주의를끔찍해한다.인간을상품으로대하는이사회는너무천박하다.그러니영성에복종해야한다.

알렉산드르두긴.그는한번도직접적·공식적으로푸틴의조언자였던적이없다.하지만정치인들에게화법을제공한사람,일방적외교협정을주선한사람,민병대에자금을지원한사람모두그였다.두긴은1980년에유진스키서클이라는지하지식인운동에가담했다.이들은파시즘,나치즘,내셔널리즘,오컬트주의,신비주의에관심을가지며영적세계로입문했다.두긴은야성적이고카리스마넘치며지적이었다.그는낮에는허드렛일을했지만,밤이면등불밑에서대출받아온책을탐독했다.

우리가주목할주요인물은두명더있다.바로그농과에볼라다.그농은전통주의의창시자이고에볼라는거기에우파정치적방향성을부여한계승자다.에볼라를알게된두긴은그의저작을번역하기위해이탈리아어까지배웠다.그책들이러시아에도움이될거라고확신했기때문이다.두긴은원래러시아의공산주의에반대했다.하지만현대서구를점점더접할수록소련을향한공감과동경이생겨났다.진짜적수는미국이기때문이다.이런문제의식에서그는국가볼셰비키당을창설했고,이후붉은군대안에있는오컬트주의자를매개로고위층에까지연줄이닿았다.두긴은『지정학의기초』를집필하면서러시아가유라시아영역을지배할운명이라고말한다.그는푸틴의집권아래서도여당인통합러시아당에들어가지않고친정부성향의정당을만들어지정학적영적비전을주장하는편이더유리하리라판단했다.그래서다시유라시아당을창당했다.시간이지날수록사람들은푸틴의말이누군가의발언과닮았다는것을알아차린다.물론두긴이었고,그는언론을통해발언강도를높여갔다.‘세계는다극성이어야한다.미국의헤게모니에맞서기위해러시아가역사의무대에재등장해야한다!’

배넌과두긴,두인물은트럼프와푸틴이이끄는우익정치의중심에들어섰다.얼핏보면미국과러시아는적대관계일것같지만,저자의눈에는그렇지않았다.이두사람은과연어떤관계일까?그들은서로를존경하며,뭔가로엮여있을까?둘의공통점은많다.소프트파워를행사하고,문화와지성주의를통해영향력을끼치려한다.둘다정부를위해일하고,공통된목적은이민축소와유럽연합의파괴다.물론차이점도있는데배넌은서구유럽의온건한우익정당에침투하려는반면,두긴은더급진적인반페미니즘·반민주주의우익에손을뻗으려한다.두사람은각자저자타이텔바움과인터뷰한다.하지만오히려저자를가교삼아둘이서대화를이어가는분위기다.저자는어느새전통주의의내부자가되어있는자신을발견한다.그리고이런결론을내린다.“배넌은미국의두긴이고,두긴은러시아의배넌이다.두사람모두전근대사회의가치를부활시키기위해싸우고있다.”

정치에침투한영성,하층계급구원을말하다

배넌은트럼프의대선캠페인을펼칠때다른어떤곳보다구좌파의핵심강세지역인미국중서부위쪽을공략해야한다고말했는데,이유는그곳이영적이며형이상학적인힘을지닌다고봤기때문이다.자신만의고유한전통주의체계를세운배넌은포퓰리즘과내셔널리즘을대담하게융합했다.그에따르면전통주의의기본개념은“현대성,계몽주의,물질주의를거부하는것”이다.그리고“진정한문화는내재성과초월성에근거한다”.

배넌이자신의영적스승들과입장차이를보이는곳이한군데있다.그는스승들이귀족계급을상위레벨에둔것과달리,진정성을추구하는데더적합한유형은노동자계층이라고주장했다.바로이들이현대의영향력에서벗어나삶을진실되게한다면서‘민중의형이상학’이라는개념을썼다.배넌은물질보다영성이중요하다고했지만,그럼에도노동계급을구하기위해서는경제에중점을둘계획이라고밝혔다.즉실용적인경제계획으로이들을악순환에서구원할텐데,이는곧상속세인상이라는구체적인정책으로제안된다.

배넌은종종거대한‘행정국가’를해체해야한다고말했다.“미국을다시위대하게.”트럼프의이표어는영원성을다시획득하려는시도이고,여기에순환적시간관의역설이있다.배넌은이것을가장즐겼다.진보와미래가중요한게아니다.영원은손자세대와선조들을이어주는신비한통찰이고,시대순환은다시중앙의영원한진실로돌아오는움직임이다.

저자는배넌의이주장에서1930년대의전통주의자에볼라를떠올리고,당시가무솔리니의통치가시작됐던시점임을되새긴다.배넌은이렇게말했다.“미국을다시위대하게만들려면어떻게해야하냐면,먼저혼란에빠뜨려야재건할수가있어.”배넌이보기에는트럼프가“혼란을일으키는자”다.게다가트럼프의파괴행위에는질서,방향,목적이있다.

두긴의영향력도날로커졌다.그가오컬트주의,신비주의,전통주의를교묘하게숨긴것이영향력에보탬이됐다.두긴이러시아의교육시스템과정책입안자문에끼워넣은텍스트는지정학에집중돼있었다.물론그이면에는패권에대한광신적야망이감춰져있었지만,그는실용적어휘로지정학을서술했다.그는서구정치에서떠오르는극우정치세력의진면목을포용하는동시에영향을확대해나가려던참이었다.공산주의와급진적내셔널리즘이전지구적으로판치는게그의바람이었다.“자유주의자들이현대성을손아귀에넣었습니다.계속가지라지요.우리는현대성을초월합시다.전통주의적사회에살아숨쉬던영원성을위해투쟁해야합니다!”두긴은하이데거의‘현존재’와문화인류학적개념을동원해자신의정치학을설명했다.

처음에저자는두긴의이런말에누가귀를기울일까,과연러시아바깥에도그의말을듣는사람이있을까의심했다.하지만두긴의독자는국경너머에도있었고,심지어거물급인사였다.핵심독자는바로배넌이었다.배넌은두긴의저서『제4차정치이론』을너무나좋아했다.둘은2018년11월에만나하루종일시간을함께했다.두긴이말했다.“우리는무無와중에태어났소이다,배넌씨.”배넌이고개를끄덕이며답했다.“그래도용케길을찾아냈지요.바로전통입니다.”둘은사실그날견해차가커설전을벌였다.이때미국에는뿌리가없다는두긴의말에맞서며배넌은두긴을설득했다.“오늘날목도하고계신트럼프운동이뿌리입니다.그리고우리둘다유대기독교서방세력이니함께해야합니다.내셔널리즘과포퓰리즘,전통주의를향해서요.바로영성과물질성의투쟁입니다.본질적으로우리는똑같습니다.”
배넌은미국과러시아가손잡고서방전통을대표해중국,튀르키예,이란무리에맞서야한다고말했다.영적철학의급진적추종자인이두사람은호랑이등에올라타더니지정학적질서를조정하려했다.저자는둘의커넥션을눈앞에서목격하고있었다.

헝가리의맨오른쪽과멕시코의트럼프

저자의이동반경은넓어진다.그는택시를잡아타고헝가리의도나우강다리로향했다.헝가리의우익정당인요비크의전직당대표보너가보르를만나기로한것이다.그는주요정치인중전통주의자임을드러낸거의유일한인물이고,배넌·두긴과교류했다고인정한극우정치인이다.보너는전통주의에심취했고,2014년경두긴과만났다.2012년보너가영적조언자로서자문역에임명한인물은버러니티보르였다.저자의연락책에따르면버러니는세계에서가장진지한전통주의자다.

이로써헝가리는보수정당보다더오른쪽에서들어오는압력을수용해야했다.요비크당배후에는두긴이있었고,헝가리총리는스티브배넌과손잡게된다.두긴은극우지하세계의가장궁벽한곳에서공감의파도를만들려고노력했다.두긴의철학적가르침은유럽의행동가들에게이데올로기를제공했다.한편배넌은새로운미디어와광고로혁신을도모해유럽연합을공략했고이두사람의노력은하나가돼유럽우익내셔널리즘을성공으로이끈다.

우익의큰손은다른데서도나타났다.보우소나루,즉‘열대의트럼프’가브라질대통령으로선출된것이다.주목할것은보우소나루의조언자가올라부지카르발류라는사이비철학자라는점이다.올라부는버지니아주시골에거주하면서온라인스트리밍으로정치와문화에대해잡담하며전통주의를몸소실천하는사람이었다.연금술과점성술에심취한그는오컬트전문지인『플라네트』의필진이었으며,밀교에탐닉했다.올라부도물론그농의저작을독파했다.밀교에입문한그는사이비종파를접한뒤이를열대지방으로퍼뜨리며훗날브라질대통령의조언자가되고,전세계의유력한전통주의자들과힘을합친다.

저자는2018년하반기를최고권력층에연결된전통주의자두긴,배넌,올라부사이의인맥과커뮤니케이션을추적하는데보냈다.이들에게는몇몇공통점이있었다.비슷한시기에반자유주의적이며독재적인지도자와손을잡고권력을수중에넣었다.모두전통주의와긴밀한관계를맺고,행동주의형식도유사했다.이들은모두정치인이아니며,자문역이자전략가이면서인기를얻었다.이들은특정지도자의당선을넘어서는장기적관점에서거대한변화를구상했다.또목적추구를위해정치적·메타정치적도구를정비했다.

시간이갈수록저자는은밀한소통의내부로얽혀들어갔고,마침내미국의배넌과러시아의두긴이인터뷰어인저자를가운데에두고서로의생각을주고받는지경에까지이른다.저자를돕던연락책들은언젠가부터저자를의심하기까지했다.

전통주의가정치계에스며들면언제나예외없이인종이데올로기와반유대주의를동반했다.이현상의원인은생각보다뿌리깊다.전통주의를탄생시킨개념적연원자체에이러한병리적현상이들어있기때문이다.특히저자가가장우려하는것은전통주의를관통하는‘시간순환론’이다.이들은영원을대리하여싸우고자한다.이점이전통주의자가보수주의자와뚜렷이구분되는지점이다.그리고현대성에서가장먼저떨어진사람들은바로노동계급,민중이다.이들의행복을보장하는것이국가의임무다.

그럼에도저자가인터뷰를하고관찰연구를수행하면서느낀것은,새로운전통주의자들은실천적혁신을전혀이뤄내지못했을뿐아니라이것은포퓰리즘시위대의조악한구호와꽤유사한울림을지녔을뿐이라는것이다.

우리시대의수많은스티브배넌은남들이패배하는곳에서승리를모색한다.그들이쓰는무기와군대는가끔은겉으로드러나기도하고가끔은뒤로숨겨지기도한다.그들은급진적으로다른시각을통해세상을바라본다.구조속에서혼란을목격하고,폐허에서질서를찾아낸다.그들은미래에서과거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