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의 기원 : 무에서 예로, 예를 인으로 (양장)

중국 사상의 기원 : 무에서 예로, 예를 인으로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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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국 문화의 근원은
무사巫史 전통이다
무巫’라는 심연에서 비롯한 무사 전통이
예禮’와 ‘인仁’이라는 반짝이는 물결을 빚어낸
무와 예와 인의 삼중주를 펼쳐 보인다.

“주공이 ‘예악을 만들어’ 외재적 무술 의례를 이성화하는 최종 과정을 완성했다고 한다면, 공자는 ‘예’를 해석하여 ‘인’으로 귀결시킴으로써 내재적 무술 정감의 최종 과정을 완성했다. 이들 두 사람의 위대한 역사적 위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_ 「무사 전통을 말하다」

“요컨대 저는 주공이 ‘예악을 만든 것’은 원시 무술을 외재적으로 이성화한 것이며, 공자가 ‘예를 인仁으로 귀결시킨 것’은 주나라 초의 ‘경’ ‘덕’을 계승하여 그것을 내재적으로 이성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바로 ‘무에서 예로’ ‘예에서 인으로’, 즉 무를 안팎에서 이성화한 중국 전통이지요.” _ 「무에서 예로」

“주공은 외재적인 체제·제도의 측면에서, 공자는 내재적인 심리·정감의 측면에서 원고시대 무술을 이성화함으로써 중국인의 인문과 인성을 형성했어요. 주공은 ‘무에서 예로 나아갔고’, 공자는 ‘예를 해석하여 인으로 귀결’시켰지요. 예악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예’를 위해서 무술 신명을 대체할 견실한 근거를 찾아야 했는데, 그게 바로 공자의 ‘인’입니다.” _ 「예를 해석하여 인으로 귀결시키다」
저자

리쩌허우

저자:리쩌허우
동서양철학을넘나들며독자적사상체계를구축한현대지성계의거목.1930년중국후난성창사長沙에서태어나베이징대학철학과를졸업했다.이십대에미학대논쟁에참여해당대저명한이론가들에맞서실천미학을대표하는논객으로명성을떨쳤지만대약진운동과문화대혁명의여파로20년간학문적암흑기를겪는다.그시절남몰래칸트저작을읽으며『비판철학의비판』저술에몰두한다.오랫동안폐쇄적인지적환경에눌려있던지식인과학생들은마르크스주의로칸트를보완하고자한이책에열광했다.
왕성한저술활동을시작한리쩌허우는‘사상사3부작’인『중국근대사상사론』(1979),『중국고대사상사론』(1985),『중국현대사상사론』(1987),미학3부작인『미의역정』(1981),『화하미학』(1988),『미학사강』(1989)을차례로완성했다.톈안먼사태이후1992년미국으로떠나콜로라도대학객원교수로재직했다.류짜이푸劉再復와의대담집『고별혁명』(1995)은급진적‘혁명’에반대하고,‘경제건설’과‘민주와법제’를주장해큰파장을일으켰다.
미국에머무는동안『논어금독』(1998),『기묘오설』(1999)을썼고,2000년대에들어서는후기사상의주요개념들인도度본체와정情본체,실용이성과문화-심리구조등을본격적으로논한『역사본체론』(2002),『실용이성과낙감문화』(2005),『인류학역사본체론』(2008)등을펴냈다.팔순이넘어서도『중국철학은어떻게등장할것인가?』(2012)같은대담집을통해자신의학문여정을회고했다.학술사상의총결로서,무사전통의프리즘으로중국사상의기원을추적한『중국사상의기원:무에서예로,예를인으로』(2015)를펴냈다.2021년미국콜로라도주에서별세했다.

역자:이유진
연세대학교중국연구원연구교수.연세대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중국신화의역사화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오늘날우리시각으로중국역사와문화를읽어주는인문학자로,복잡한중국역사를대중적인언어로소개하는작업을꾸준히해왔다.
지은책으로는『중국을빚어낸여섯도읍지이야기』『상식과교양으로읽는중국의역사』『한손엔공자한손엔황제:중국의문화굴기를읽는다』『차이나인사이트2018』(공저)등이있다.옮긴책으로는『중국고대건축의이해』『진붕:진시황에서유방까지』『신세계사』『미의역정』『중국철학이등장할때가되었는가?』『중국철학은어떻게등장할것인가?』『중국신화사』(공역)등다수가있다.한국연구재단의지원으로연세대학교중국연구원에서추진하고있는‘당송예악지역주총서’프로젝트에참여중이다.
EBS「클래스e」에서‘여섯도읍지로보는중국’을강연하고,SERICEO에서「도읍지로중국읽기」를강연했다.EBS「세계테마기행」‘신선의땅인간의마을-중국무릉도원’의큐레이터로출연했고,EBS라디오「니하오차이나」의‘중국신화전설’코너를진행했으며,『주간경향』에「이유진의중국도읍지기행」을연재했다.

목차


책머리에

1장무사전통을말하다
무·군합일
‘무’의특질
‘무’에서‘사’로
‘덕’과‘예’
‘인’과‘성’
도가와중국문화의기본범주

2장‘무사전통을말하다’에대한보충
무에서예로
예의특징:종교·윤리·정치의합일
천도와천주

3장무에서예로
활동속의신명
‘예’의세가지특징
역사적사명감

4장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키다
유정우주관
내재적초월?
‘성’과‘정’,어느것이‘본체’인가?
하나의세계
주공·공자가공자·맹자를대체하다

부록1중화문화의근원기호
물고기:생명의기호
용:권위와질서의상징
한자:결코구두언어의기록이아니다

부록2유학의심층구조설

부록3왜공자에칸트를더해야한다고말하는가
‘학이제일’과‘알수없는공동의근원’
“너에겐편안하겠느냐?”와정언명령
의지·관념·정감과‘최고경지’
인간은목적이라는것과관계주의
사실과가치는둘로나뉘지않는다
역사가형이상으로진입하다
“신은죽었다”그이후

옮긴이의글_무와예와인의삼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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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중국문화의근원은
무사巫史전통이다

무巫’라는심연에서비롯한무사전통이
예禮’와‘인仁’이라는반짝이는물결을빚어낸
무와예와인의삼중주를펼쳐보인다.

“주공이‘예악을만들어’외재적무술의례를이성화하는최종과정을완성했다고한다면,공자는‘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킴으로써내재적무술정감의최종과정을완성했다.이들두사람의위대한역사적위치가바로여기에있다.”_「무사전통을말하다」

“요컨대저는주공이‘예악을만든것’은원시무술을외재적으로이성화한것이며,공자가‘예를인仁으로귀결시킨것’은주나라초의‘경’‘덕’을계승하여그것을내재적으로이성화한거라고생각합니다.이것은바로‘무에서예로’‘예에서인으로’,즉무를안팎에서이성화한중국전통이지요.”_「무에서예로」

“주공은외재적인체제·제도의측면에서,공자는내재적인심리·정감의측면에서원고시대무술을이성화함으로써중국인의인문과인성을형성했어요.주공은‘무에서예로나아갔고’,공자는‘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켰지요.예악이붕괴되었기때문에‘예’를위해서무술신명을대체할견실한근거를찾아야했는데,그게바로공자의‘인’입니다.”_「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키다」

리쩌허우를추억하며

지난2021년늦가을,리쩌허우가향년91세로별세했다.리쩌허우(1930.6.13~2021.11.2),이제그는고인이되었다.리쩌허우가팔순이되었을때“저는지금조용히살고있고,또조용히죽어가려합니다”라고했다.떠들썩한생일잔치를마다한그는팔순에세식구가집에서함께밥을먹은것으로되었다고했다.구순까지살라는축원도의미가없다고했지만10년뒤그는또조용히구순을맞았다.
일찍이리쩌허우는자신에게네가지의‘조용함’이있다고했다.조용히글을쓰고,그렇게쓴글이독자들에게조용히읽히고,조용히살아가며,조용히죽는것이바로그것이다.그의조용함은결코적막하지않았다.그가조용히써서낸글은세상에큰반향을일으켰다.평범한독자들은그의글을조용히읽으며큰울림을받았다.강연과티브이출연을거절하며조용히살아갔지만많은이가그의목소리를듣고그의얼굴을보고싶어했다.그의뜻대로다른사람이염려하지않도록가족들만알게조용히죽어갔을
테지만,그의죽음은이튿날바로매체를통해세계곳곳에알려졌다.
현재리쩌허우의뇌는‘냉동보관’중이다.그의유언에따른조치라고한다.리쩌허우가자신의그런뜻을
밝히긴했지만실제로이행되었다는사실이새삼스럽다.묘지명에뭐라고쓸것인지에대한물음에그는이렇게대답한바있다.“저한테묘지명은없을거예요.저는장래에뇌를냉동보존시킬작정이랍니다.300년이나500년쯤지난뒤에다시꺼내게할거예요.(…)어떤사람은부활을바라지만,저는부활하는건불가능하다고생각해요.저는문화가대뇌에영향을미치는지를증명하고싶답니다.수백년뒤에제뇌에서중국문화의자취를발견할수있는지,저의누적-침전積澱이론을증명할수있는지말이지요.만약문화가대뇌에끼치는영향을증명한다면,그건저의모든책을합한것보다도더큰공헌이라고생각합니다.”자신의냉동보관된뇌를통해자신의‘누적-침전’이론을증명하는것이야말로자신의모든책을합한것보다도더큰공헌이될것이라고정말로믿었던것이다!그가뇌과학에그토록관심을가졌던것도이해가간다.
‘누적-침전’설에대하여리쩌허우는“자신의모든연구를둘러싸고있는동심원의중심”이라고밝힌바있다.아마도그의책가운데가장많은이에게읽혔을『미의역정』(1981)은‘누적-침전’설을적용한대표적인저서로,중국의예술과문학과역사와철학을한데녹여낸역작이다.구석기시대부터청대에이르는미의순례를통해리쩌허우는그토록오래된것들이오늘날에도여전히감동과흥분을주는이유가무엇인지질문을던지고,인류의심리구조에서그답을찾는다.즉역사가누적-침전된산물인심리구조
가예술의영원성을창조한다는것이다.‘누적-침전’은인간의심리에실천과역사와문화가누적되고침전된것으로,리쩌허우의철학·미학·사상사는모두이‘누적-침전’이라는동심원에속한다.
1980년에발표하여세계적으로반향을일으켰던「공자재평가」(『중국고대사상사론』(1985)에수록)에서리쩌허우가공자를그누구보다높게평가한이유는,누적-침전되어형성된‘중국민족의문화심리구조’의기틀을마련한인물이공자라고보았기때문이다.이문화심리구조는이책「유학의심층구조설」에서말한것처럼“‘하나의세계’를기초로하고‘낙감樂感문화’와‘실용이성’을특징으로”한다.
“인생과삶을대하는적극적이고진취적인정신,이성에복종하는깨어있는태도,실용을중시하고사변을경시하는것,인간사를중시하고귀신을경시하는것,집단과의조화에능숙한것,인간사의일상속에서정욕의만족과균형을유지하는것,반反이성적인광적열광과맹목적복종을피하는것등은결국한漢민족의집단무의식의원형原型현상이되어민족적문화-심리구조를구성했다.공학孔學이중국문화의대명사처럼된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공자재평가」)

무에서예로,예를인으로

일찍이‘정情본체’를주장했던리쩌허우는‘정감’을중요시하는것이중국사상의특징이라고강조한다.그는‘정본체’의단서가바로무술의례에있다고본다.무사巫師와참가자는모두강렬한정감이발현된광적상태에빠져드는데,그움직임이세밀한의례와결합되고광적인정서가이지적인억제력에의해제어됨으로써인간특유의정감(공포·경모·용기등을포함한고급의복잡한정감)상태로발전한다는것이다.무술의례의특징으로,정감요소가중요하다는것외에도리쩌허우는다음몇가지를꼽는다.인간사를위하여행해지는실용적인것이고,일련의복잡한규범이수반되며,인간이주동적으로천지귀신을제어하고주재한다.리쩌허우에따르면,이러한언급은결국‘무巫’의특징이인간과신이분리되
지않는‘하나의세계’에속함을말하고자한것이다.그가말하는‘하나의세계’란,절대적신과초월할다른곳이있는‘두개의세계’에서비롯된서양전통과변별되는중국의전통이다.
사실동서양을막론하고초기에는모두‘무巫’에서시작했다.그렇다면차이는과연어디서비롯한것일까?서양은무巫에서과학과종교의두길로나아간반면중국은‘무’에서‘사史’로나아갔으며‘예禮’와‘인仁’이라는이성화단계로이행했다고리쩌허우는말한다.정감과이성이분리되는서양의루트와달리중국에서는정감과이성의결합이해체되지않았다는말인데,중국의경우신과통하는무의능력은역사적사명감과사회적책임감이라는개체의정감-이성구조로변했고무의신비함은예와인의신성함으로변했다는것이다.
리쩌허우는무巫에서사史로나아가는데있어서,즉중국문화의기본정신을다진‘무사巫史전통’이형성되는데있어서핵심적일환으로거북점과시초점,수數,역易및예제禮制체계의출현을꼽는다.그중에서도‘무에서예로나아간것’을관건으로꼽는다.
‘무사전통’은결국무가이성화된것으로,원시무술의례에각종생활습속을결합해일련의예의禮儀제도를전환적으로창조한것이바로‘무→예’라는중국상고시대의독특한이성화루트라고리쩌허우는말한다.또한예가고도로이성화되었을지라도무의신성성이보존되어있었기에,예는인간세상의규범을뛰어넘는우주의보편적법칙으로서신성성을지닌것으로강조되었다고한다.
리쩌허우가보기에공자가요구한‘인仁’역시궁극적으로는상고시대의신성한무술의례에보존되었던두려움·공경·정성등의진실한정감요소,즉신성한마음상태일따름이다.이러한신성한정감을세속으로가져옴으로써일상생활과인간관계가신성한의미를지니도록한것,즉‘예’를윤리심리학적으로새롭게해석한것(리쩌허우는이것역시‘전환적창조’라고했다)이바로공자가주공을계승하여이룬중대한공헌이라고리쩌허우는역설한다.그는‘무’의이성화과정이주공과공자에의해서최종적으로완성되었음을강조한다.
책의부제인‘무에서예로,예를인으로’는바로주공과공자가무를안팎에서이성화한중국전통이라할수있다.주공은무에서예로나아갔고,공자는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켰다.2000년중국을지배한예악전통이이렇게형성된것이다.

중국문화의근원인무사전통

그런데‘무에서예로,예를인으로’라는순서가아닌예와인의근원으로서의‘무사전통’을읽어내는것이야말로이책의핵심일것이다.리쩌허우의말처럼그가중국의문화와사상을설명하고자제시했던실용이성,낙감문화,정감본체,유가와도가의상호보충,유가와법가의호용,하나의세계등의개념이결국은‘무사전통’이라는용어로통섭되기때문이다.그가중국문화의특징을묘사하는데‘무사전통’이라는용어를사용한이유는중국문화의근원이바로여기에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리쩌허우는「무사전통을말하다」(1999)에서본격적으로‘무사전통’을이야기한이래로10여년동안끊임없이이주제를다루면서,예악으로대변되는중국(유교)전통의기원과본질을무사전통이라는프리즘으로조명했다.리쩌허우학술사상의최종단계에서천착한주제이기에더욱주목하지않을수없다.책의영문판제목은TheOriginsofChineseThought:FromShamanismtoRitualRegulationsandHumaneness다.중문판제목은부제로삼고‘중국사상의기원’이라는제목을따로단것이다.책의내용과저자의의도가잘드러나는제목이다.
리쩌허우는‘무巫’라는심연에서비롯한무사전통이‘예’와‘인’이라는반짝이는물결을빚어낸무와예와인의삼중주를펼쳐보인다.책은「무사전통을말하다」「‘무사전통을말하다’에대한보충」「무에서예로」「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키다」의본편4편과부록3편으로구성되어있다.본편4편은‘무사전통’을본격적으로다룬내용이다.리쩌허우에따르면부록의「중화문화의근원기호」는무사전통이전에대한내용이고,「유학의심층구조설」은예를해석하여인으로귀결시킨이후에대한내용이며,「왜공자에칸트를더해야한다고말하는가」는지금과미래에대한이야기다.까마득한과거로거슬러올라가훑어내려오면서인류의미래까지전망하고자하는바람이읽히는책이다.
마지막글에나오는다음내용이야말로조용히자신의책을읽는독자들에게리쩌허우가진정전하고싶은말일듯하다.“비록고생스럽고비참하고고통스럽더라도신에게의지할필요없는길을흔들리지말고굳세게걸어가는겁니다.인류스스로가인류를만들고스스로역사를창조하며미래의길을창조하는것이기도하지요.그것은시종일관온갖불확정성과예측불가능성과우연성속에서분투하며전진할겁니다.루쉰이말했지요.‘세상엔본래길이없었지만지나가는사람이많아지면길이된다’라고요.”지극히평범한말이다.그런데이지극히평범한말이큰울림을준다.
신이죽었어도인간은여전히앞으로나아갈것이라는리쩌허우의외침에서는신성한비장감(어쩌면신성한희열?)마저느껴진다.자신의철학을요약하자면,‘인간이살아가는것’(중국전통의‘생생불식生生不息’)으로서양전통의Being을대체하는것이라고하지않았던가.리쩌허우가만년에무사전통이라는주제에천착한이유도범속한이세계가갖는신성성의자원이바로그것에있다고여겼기때문이리라.그가보기에그신성성의자원은오늘날까지도연속된다.그리하여정감-이성구조를지닌문화의누적-침전규칙이인류를앞으로나아가도록이끌어준다는것이다.
리쩌허우는자신의여러책가운데가장마음에드는세권으로『윤리학신설술요倫理學新說述要』『인류학역사본체론』과더불어이책을꼽았다.2015년싼롄서점에서처음출간했고,2022년에런민문학출판사에서다시출간했다.리쩌허우생전에판권을허락한마지막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