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미술 대담 : 동시대 한국 퀴어 미술의 현장

퀴어 미술 대담 : 동시대 한국 퀴어 미술의 현장

$19.36
Description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란 무엇 혹은 누구를 뜻하는가?
퀴어 미술을 둘러싼 대담을 통해 펼쳐지는 퀴어의 영역과 범위
적어도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계에서 ‘퀴어’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미술, 문학, 연극,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퀴어는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사 매체에 등장하는 허구의 ‘퀴어한’ 등장인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퀴어한’ 예술은 작가의 정체성으로서, 작품의 주제의식으로서, 서사의 주된 정서로서 점차 경계를 확장하며 그 역할과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혹은 여태껏 충분히 탐구되거나 논의되지 못한 퀴어 예술의 갖가지 면모가 이제야 광범위하게 발굴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본문에서 이야기하듯 오늘날 퀴어는 “일종의 유행”이 된 듯 보이거나 “과포화”된 듯 여겨지기도 한다.
『퀴어 미술 대담』은 퀴어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어색하지 않게 언급할 수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란 무엇(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는 대화의 장이다. 그간 국내 미술비평계에서 퀴어라는 주제로 꾸준히 비평하고 활동해온 두 저자, 이연숙과 남웅이 “현재, 서울에서, 비평가”로서 퀴어 미술의 정체와 주체를 탐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두 저자는 “사태를 섣불리 봉합하지 않”으면서, 그간 미술 현장에서 각자 쌓아온 경험과 고민을 지렛대 삼아 퀴어 예술의 시공간을 구축해나간다.
국내의 작가와 작품, 전시 등 현장을 두루 톺아보는 두 저자의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로 불리는 것 이면에 어떤 관점과 담론 들이 도사리는지 고민해볼 수 있을 테다. 또는 두 저자가 서문과 발문에서 이야기하듯 앞으로 우리가 ‘퀴어’와 더불어 ‘예술’ ‘성차’ ‘관계’ ‘대화’ ‘언어’ 등의 키워드를 어떻게 계속하여 끌고 나가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을지 물을 수도 있겠다. 두 저자가 번갈아 이야기하듯이, 이 대담에 내포된 무수한 질문이 독자에게로 이어지며 또 다른 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이연숙,남웅

저자:이연숙
닉네임리타.대중문화와시각예술에대한글을쓴다.소수(자)적인것의존재양식에관심이있다.2015년크리틱엠만화평론우수상,2021년제4회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시각문화와퀴어부정성을다루는책『진격하는저급들』,일기를모은책『여기서는여기서만가능한』을썼다.블로그http://blog.naver.com/hotleve를운영한다.

저자:남웅
미술비평과인권운동을한다.2011년「동성애자에이즈재현에관련된논의」로제4회플랫폼문화비평상미술비평부문에당선되었고,2017년제2회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소수자난민네트워크에서활동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이연숙(리타)

1부#퀴어#미술#비평
2부#공동체#하위문화#액티비즘
3부#정서#자긍심#부정성
4부#재현#욕망#불화

나가며-남웅

더읽을거리
도판목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여전히퀴어라는품이넓은단어가가진정치적인힘을활용하고싶어요.”
각기다른영역에서미술비평을지속해온두저자가펼치는네번의대화
퀴어라는이름안에서전개된예술과언어,활동의영역과그너머의가능성들

총4부로구성된『퀴어미술대담』은각부에서중심적으로다뤄지는키워드를지표삼아대화를이어나간다.때로이키워드는‘미술’‘비평’처럼책전체의내용을고루고루일컬으며,‘자긍심’‘부정성’처럼현대한국의퀴어에서(분야를막론하고)핵심적으로작동하는정서들을끌어온다.‘하위문화’‘재현’등의단어를통해퀴어미술이작동되는방식을한층더깊이들여다보며,‘공동체’나‘욕망’같은키워드로한국퀴어(예술)의현장을짚어보기도한다.

이책을만들기위해처음으로직접대면한두저자는그간각자작업한‘퀴어비평’의영역과범위부터살피고대조한다.대중문화·시각예술에관한비평과함께에세이·일기등사적인글을써온이연숙(리타)비평가와미술비평과인권운동을함께하는남웅평론가의내력은공통점만큼이나많은차이점을가질수밖에없다.각저자의방법론에서도마찬가지다.두저자는서로가겪어온길이겹쳐지거나분기되는지점을꼼꼼히표시해가며,현재한국퀴어미술씬scene의형태와구조를그려본다.대담에서도몇차례언급되듯이이지도에는많은공백이존재한다.이책은그공백을지우거나새로메우는대신,그빈자리들이어떤맥락에서탄생하는지주시하는방식을택한다.

이같은측량의대화는1부에서특히두드러진다.“우리는어쩌다이렇게만나게되었을까요?”라는남웅비평가의질문으로시작하는1부는이연숙(리타),남웅이라는두미술비평가가어떻게‘퀴어미술’이라는질문을꾸준히이어왔는지서로끈질기게묻고답하는과정을다룬다.이는두저자의개인적인맥락을짚는자리이기도하지만,이연숙비평가의말처럼“미술비평을하기위해모두에게알려진루트―가령어디학과를나와야한다거나,이런조건이명문화되어있는게”아닌한국사회에서,각개인이어떠한“구체적인욕망”과“‘어쩌다’의경로”를통해“퀴어판”에접속하게되었는지따져묻는기록이기도하다.동아리활동이나연애등사적경험을통해다른이들과소통할수있는언어로서미술비평을택한경우가있는가하면,단체에서활동하는과정에서투쟁의계보와이를지탱하는문화예술적인기반을접하면서그안에“감기기도”한다.

“퀴어라는품이넓은단어”의가능성과힘을탐구하며미술비평으로실천하는과정에서두저자가참고하는것은다름아닌이전의기록이다.여기서‘기록’은기존의퀴어전시와작품,텍스트들을포함한다.그러므로“우리가어쩌다만나게되었을까요?”라는남웅비평가의질문에‘처음에는국내의퀴어비평을모은선집을만들고자했다’는이연숙평론가의답은그들이지금의실천에이르기까지어떠한자료들을참조해왔는지가늠할수있게한다.이책에서두저자가번갈아참조및논의하는기존의퀴어비평들은‘퀴어’라는용어가함의한의미만이아니라여성·퀴어주체나장애의·퀴어한“몸”,성적일탈자(“변태”)의섹슈얼리티등다양한주제를연구해왔다.이들의연구는이연숙과남웅이라는현재의두‘젊은’평자가고민하는바탕이되어주는동시에,그간충분히다뤄지지않았거나미처짚지못한빈자리를찾게도만든다.저자들이여러차례언급하듯,이때만들어지는계보는기존의전통과족보를일목요연하게정리한장이아니다.이연숙비평가의말에따르면이계보는“수평적인”그리고“아주지저분한퀴어예술의계보”그리고“슬픔의,눈물의아카이브”에더가깝다.또한남웅비평가의말처럼“파열과불화가생겨도여기서생겨야한다”는다짐속에서이어진대화의기록이라고도부를수있겠다.

“커뮤니티혹은당사자로서누가우리곁에있는가”
공동체와하위문화에서자긍심과부정성까지……
동시대한국을가로지르는퀴어문화의정서와예술의기록

책의1부가각저자의맥락과그들이참고해온‘퀴어미술비평’의계보를참조해온과정이었다면,2부와3부는지금의한국미술현장에서퀴어가어떻게재현또는전승되는지알아본다.퀴어미술뿐아니라퀴어문화전체에서주요한키워드인‘공동체’나‘자긍심’등의키워드를통해현재퀴어가어떤식으로읽히는지(또는읽히지않는지)묻고답하는대화라고도할수있겠다.

2부「#공동체#하위문화#액티비즘」에서는극장,클럽,SNS상의‘뒷계’(구‘트위터’인‘X’에서비밀리에운영하는‘뒷계정’을뜻한다)등공동체를구성하거나표상하는요소를다룬다.이러한표상은퀴어미술의배경이나소재,핵심적인정서로나타나곤한다.공동체는이연숙비평가의말마따나“미술(예술)과활동의경계”그리고“시각문화-예술과같은하위주체”를함께이야기할수있는주요한키워드이기도하다.동시에한국사회에서충분한안전과선택지를보장받지못하는‘퀴어공동체’의불안정성은3부의「#정서#부정성#자긍심」과더불어논의된다.

이대담들에서두저자는그간대중적으로가시화되지못했으나끊임없이존재해온퀴어공동체와여기결부된작가와작품들을번갈아살핀다.리처드케네디의개인전《리처드케네디:에이시-듀시》(2023)나《이스트빌리지뉴욕:취약하고극단적인》(2018)처럼해외의퀴어작가들을소개하는전시가한국과어떻게상응하는지따지는한편,국내의퀴어작가와공동체가충분히자생할환경이없는맥락또한짚는다.이처럼불안정한환경에서도꾸준히명맥을유지해왔던퀴어공동체의모습은다양한작품과프로젝트,공간을통해드러난다.과거크루징cruising이이루어지던공간중하나인바다극장을기록한홍민키작가의영상작품〈낙원〉(2023),퀴어커뮤니티의당사자가주체로등장하는권아람감독의〈홈그라운드〉(2022)나이영감독의〈불온한당신〉채록이나비평의방식으로퀴어커뮤니티를기록한텍스트등이사례가될수있겠다.대담에서이러한전시와작품,프로젝트와텍스트는서로연결되거나비교되며그의의를조명받는다.대담의주제는퀴어예술과비평에만한정되지않는다.통상“퀴퍼”로불리는‘퀴어퍼레이드’나퀴어공동체내의‘약물’문제등도대화의긴주제가된다.가령3부에서는퀴어퍼레이드에서외치는‘프라이드pride’,즉자긍심이어떻게선언으로이어지는지탐구하며그와연결된운동과재현을논의한다.자긍심의반대편에있는‘부정성’이어떻게퀴어공동체에서핵심적인정서로작동하는지,그리고이부정성을어떻게“슬픔의,눈물의아카이브”로기록할지문답한다.이아카이브를이루는작품들,즉자긍심과부정성에서말미암은회화·퍼포먼스·영상·설치작품등은대담속에서각기위치를바꾸거나서로의맥락을형성한다.HIV/AIDS운동과약물의제에관한활동또한마찬가지다.각자의‘퀴어판’을거쳐온저자들의대담에서퀴어미술이라는현장은정치와정서,신체와감각을두루거치며범위를넓혀나간다.

“바득바득”과“구구절절”의비평론을통해드러내는퀴어미술의장
해답없는질문을이어가며그려내는‘퀴어’의재현과욕망,불화의지도
그리고대담이라는표지뒤로이어지는무수한대화의가능성

4부「#재현#욕망#불화」은앞서말한아카이브가어떤표상과요소들로이루어지는지살피는동시에이제까지의퀴어‘재현물’이어떤욕망과불화에기초하는지등을다룬다.저자들은유튜브와인스타그램등SNS를통해드러내는퀴어재현의이미지부터,《Bony》(2021)와《Benchside》(2023)와같은전시에서보이는퀴어표상까지두루돌아본다.이러한돌아봄의과정은결국퀴어예술을무엇으로엮어낼수있는지고민하는일과맞닿는다.두저자는퀴어미술의장을명확하게분리하거나통합하는대신“‘무엇을참조하는가’묻는것과더불어‘무엇이전승되거나탈각되는가’를묻는일”에집중한다.이로인해저자들의대담은퀴어미술을한가지정의로구분짓는대신그안에서벌어지는만남과관계(혹은그안에서의갈등과불화)를꾸준히주시하고담아내는과정으로확장된다.오혜진문학평론가의말처럼“바득바득”(남웅)과“구구절절”(이연숙)의비평론을벼린이들은퀴어미술의땅을한지점으로봉합하는대신더큰가능성의영역으로확장하는듯보인다.대담속에서넓힌땅이새로운누군가가대화를나눌수자리가될수도있을것이다.

다시처음으로돌아가보자.‘퀴어’는지금한국의문화예술계에서심심찮게찾아볼수있는무엇이되었다.그러나동시에퀴어미술(예술)이라는‘무엇’을구성하는요소나그동력원은여전히충분히논해지지않았다.이연숙과남웅이라는두미술비평가의대화는그요소와동력원을탐구하는과정인동시에,퀴어미술을이루는성질의가능성을확장하는작업이기도하다.이책이“기념비”로남기보다“등산로표식”처럼,“할말”을쏟아낼성긴틈새로기능하길바라는저자들의말역시이러한확장의의도로볼수있을테다.그렇다면이들이만든틈새로쏟아져나올“할말”은과연어떤모습으로,어느경로로도착하게될까?『퀴어미술대담』을통해지금껏다방향으로펼쳐진‘퀴어’의지도를살피며,앞으로나타날“할말”의모습과경로를함께그릴이들을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