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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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고의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쟁의 압박 속에서 현재를 다룬 역사학자의 기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전쟁에 대한 엄정하고도 명쾌한 분석
전쟁의 압박 속에서 써내려가다
전장의 횡적 공간과 역사의 종적 연대기를 교차하며 이뤄낸 걸작

2022년 초 코로나의 악몽이 진정될 무렵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날 이후 세계는 또다시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세계 무역은 곳곳에 구멍났고 대량 인명 피해와 인권 압살이 일어났다. 그러나 러시아의 압승은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을 등에 업은 채 반격에 나섰고 일부 도시를 탈환하더니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섰다. 교량을 폭파해 보급선을 끊는가 하면, 드론을 띄워 군사시설을 요격하는 등 재래전과 첨단전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면서 앞날은 안갯속의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자 이 전쟁은 어디서 어떻게 단추가 끼워졌고, 그 안에서 부풀어오른 해묵은 갈등 요소는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런 면에서 전쟁 전반을 전문가적 식견으로 정리해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필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우크라이나 역사 전문가인 세르히 플로히의 이 책은 비록 2023년 초반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전쟁의 역사적·정치적·국제적 성격을 정확하고 심도 있게 짚어내 우리의 안목을 크게 넓혀준다.
저자는 책의 서두를 전면전의 전날인 2022년 2월 23일 빈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예감하며 쓴다. 하버드대학 교수인 그는 연구년을 맞아 빈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은 제1~2차 세계대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도시다. 거기서 저자는 푸틴이 세계를 상대로 벌일지 모를 전쟁의 소식을 들었다.
그의 생각은 곧 몇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전쟁은 동시대의 횡적 공간을 침공하는 행위지만, 역사가의 머릿속은 종적 연대기로 향하는 법이다. 24일 아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시작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는 정장 차림부터 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맡은 바 직분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옷깃을 여민 것이다. 이후 전쟁의 한가운데인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 그는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역사학자다. 독자들은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역사학자인데 눈앞의 현실을 기록해도 되는 걸까? “과거의 어둠을 탐험하는 안내자”인 역사가가 현안을 서술할 때는 늘 찬반 논란이 뒤따랐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의식해 “시사 문제에 관한 한 역사학자는 최악의 해석자”이지만 보통 사람보다는 낫다는 처칠의 말을 믿고 난관을 뚫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저자의 강점은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그 셋이 과거-현재-미래라는 관점에서 두드러진다는 점도 새겨볼 만하다. 첫째, 저자는 현재의 사태를 역사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과거’의 연대기를 서술한다. 중세 역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 열쇠다. 러시아는 키이우 기원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자국의 역사를 해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떨어질 수 없는 하나’로 여기는데, 이는 1462~1505년 이반 3세의 통치에서 기원한다.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사상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푸틴의 머릿속 지도도 모두 여기서 나왔다. 나아가 제국주의 권력을 향한 투쟁의 맥락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알려면 19세기 역사는 반드시 이해해야 하며, 20세기에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얼마나 빠르게 벗어났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이 책은 ‘현재’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묘사한다. 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푸틴의 핵 위협을 분석해 패턴을 찾는 것이다. 셋째, 국제관계를 사회과학적으로 고찰해 ‘미래’의 지정학적 재편을 그려낸다. 핵 정치와 군사 등 안보 정치 분야에서 뛰어난 저자이기에 신뢰할 만한 분석이다. 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결속력이 더 단단해졌고, 러시아는 중국 옆에 붙어 조연으로서 존재의 빛을 꺼뜨리고 있다. 한편 사태의 향방을 좌우할 가장 강력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되지 않았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최초로 이뤄진 영토 합병)과 돈바스 국지전에서 이미 싹은 텄고, 이후 8년간 하이브리드 전쟁이 지속됐다. 따라서 여전히 생생한 8년 전 기억과 주요 인물들의 행동을 되짚어보면 이 전쟁의 기원 및 과정을 더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데, 바로 거기서 일련의 패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쟁은 언제나 불확실성에 관한 것이므로 현재진행형인 이 전쟁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대 러시아 민주주의의 실패’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의 확립’이 부딪치며 일으킨 갈등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을 우크라이나의 독립 전쟁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회색 지대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쟁을 읽고 쓰기
과거는 어떻게 귀환하는가

전쟁에 대해 쓰고 읽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저자는 “충격과 고통, 좌절, 분노”에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정작 글 속에서 감정은 눌러지며 학문적 거리를 유지한 채 냉정한 분석을 한다. 마찬가지로 전쟁서를 읽는 독자들도 전쟁터에서 들리는 포격 소리와 비명에서 한발 떨어져 사태의 추이와 역사의 향방 두 가지를 가늠하려 한다. 현재 예측되는 바는 지독한 교착 상태, 우크라이나의 갑작스러운 승리, 푸틴의 전복, 전면적인 핵전쟁 등으로 나뉘어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저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만큼은 명철한 분석과 설명을 제시해 앞으로 펼쳐질 세계질서에 대한 혜안을 갖게 한다.
대부분의 역사학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를 다룰 때 러시아 사료들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1차 사료들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더욱이 러시아 제국의 역사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를 확고히 설정한 가운데 몇 세기에 걸친 복잡한 역사적 순간들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데서 탁월함을 입증한다. 책을 마칠 즈음 전장에서 들려온 저자 지인의 동생 올레피렌코 중위와 사촌 홀로포우의 전사 소식은 서두의 문장들과 겹쳐지면서 이 책이 어쩔 수 없이 역사가의 자아가 투영된 기록임을 상기시킨다.
이 책의 전반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역사를 짚는다. 부제가 ‘역사의 귀환’이듯 러시아가 수백 년 동안 구축해온 ‘하나의 러시아’에 대한 신화를 분석해야 그 제국주의적 집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지상전으로 이어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푸틴이 원칙과 실용주의를 혼합해 정책을 펴는 인물이라면서, 그의 왜곡된 역사의식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졌는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푸틴은 “키이우는 러시아 도시의 어머니다. 우리는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중세에 두 나라는 긴밀한 관계였다가 19세기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발흥했고 1917년 가을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이 수립됐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연방 관계를 유지하길 바랐는데 1918년 1월 볼셰비키의 침공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이후의 역사에서 특히 주목할 시점은 1991년 12월 1일이며, 이때 우크라이나인들은 국민투표에서 소련으로부터 벗어나 독립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이고 슬라브계이며 러시아 기원의 신화를 보유한 우크라이나가 빠진 연방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니 소련의 붕괴에서 우크라이나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1990년대 내내 긴장이 이어졌고, 최대의 긴장 고조는 2014년 돈바스 국지전으로, 2022년에는 마침내 전면전으로 번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살상과 파괴, 난민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이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도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완충지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인가?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는 유럽 쪽으로 한 발씩 더 옮겨가고 있고, 그에 대한 전망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자세히 다뤄진다. 2022년 6월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회원국 후보 자격을 얻었다. 또 핀란드와 스웨덴은 같은 달 나토에 가입하도록 초대받았다. 이 두 가지는 푸틴의 전략적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전쟁이 전개될수록 서방은 더 강하게 결속되고 나토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면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 및 우크라이나 군대와 시민들의 대응에 대해 저자는 탁월한 전문가의 감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군사행동과 외교 정책, 전쟁의 전략 전술을 오가는 해석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이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 또한 놓치지 않는다.
2022년 가을 우크라이나군은 드디어 하르키우와 헤르손 등을 탈환했는데, 이는 러시아 제국의 신화에 균열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정체성에 새로운 서사를 열어주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세 가지 점에서 전쟁 수행을 잘했다. 첫째, 군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둘째, 나토가 제공한 무기는 러시아산 무기보다 훨씬 더 우수했다. 셋째,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독트린이 놀랍도록 변했다. 이전과 달리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상황 속에서 내려진 어떤 결정에 대해서든 처벌하지 않고 적극적인 결정을 하도록 보장해줌으로써 러시아군이 상대적으로 구식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플로히는 2023년 2월 이 책의 집필을 마쳤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제시한 단서들은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푸틴은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러시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정학적 변화는 어떤 궤도를 따르게 될까? 이 전쟁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저자

세르히플로히

저자:세르히플로히
1957년옛소련고리키(현러시아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태어났다.드네프로페트롭스크대학을졸업한뒤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고,1990년타라스ㅤㅅㅖㅂ첸코키이우국립대학에서국가박사학위를받았다.1983년부터드네프로페트롭스크대학에서강의하다가1991년캐나다로이주해앨버타대학역사학과교수로재직했다.2007년부터는하버드대학역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현재하버드대학우크라이나연구소소장을맡고있다.
참사생존자이자역사학자로서체르노빌원전사고의포괄적역사를다룬『체르노빌히스토리』로베일리기퍼드상과푸시킨하우스도서상을수상했고,2015년우크라이나어로쓰인뛰어난문학작품과연구에수여하는안토노비치상을수상했다.『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역시푸시킨하우스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다.그외에지은책으로『슬라브민족의기원』『잃어버린제국』『유럽의문우크라이나』『마지막제국』『얄타』『핵전쟁위기』등이있으며,『유럽의문우크라이나』는『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올랐다.

역자:이종민
연세대에서수학했고,일간스포츠와스포츠투데이를거쳐현재한국원자력연구원에근무중이다.옮긴책으로『일터의품격』『기후변화와글로벌그린뉴딜』『퓨처홈:초연결시대의집』『승리,패배,그리고교훈』『3분룰,원하는것을말하기의기술』『어른이되었어도외로움에익숙하지않아』등이있다.

목차


서문_전쟁에대한올바른이해

1장제국의붕괴
2장민주주의와권위주의
3장핵무기를둘러싼파열음
4장새로운동유럽
5장크림을둘러싼공방
6장신러시아의부상과쇠퇴
7장푸틴의전쟁
8장키이우의관문
9장동부전선
10장흑해
11장반격
12장서방의귀환
13장아시아로향한눈길

맺는말_새로운세계질서

감사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최고의우크라이나전문가가쓴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전쟁의압박속에서현재를다룬역사학자의기록
제2차세계대전이후유럽최대의전쟁에대한엄정하고도명쾌한분석

전쟁의압박속에서써내려가다
전장의횡적공간과역사의종적연대기를교차하며이뤄낸걸작

2022년초코로나의악몽이진정될무렵또다른악몽이시작됐다.러시아의우크라이나전면침공.이날이후세계는또다시비상상황에돌입했다.세계무역은곳곳에구멍났고대량인명피해와인권압살이일어났다.그러나러시아의압승은없었다.우크라이나는서방을등에업은채반격에나섰고일부도시를탈환하더니러시아본토공격에나섰다.교량을폭파해보급선을끊는가하면,드론을띄워군사시설을요격하는등재래전과첨단전이복합적으로펼쳐지면서앞날은안갯속의혼전양상으로빠져들고있다.
그러자이전쟁은어디서어떻게단추가끼워졌고,그안에서부풀어오른해묵은갈등요소는무엇인지제대로짚어야할필요성이커졌다.그런면에서전쟁전반을전문가적식견으로정리해낸『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필독할가치가있는책이다.하버드대학교수이자우크라이나역사전문가인세르히플로히의이책은비록2023년초반까지의내용을담고있지만,이전쟁의역사적·정치적·국제적성격을정확하고심도있게짚어내우리의안목을크게넓혀준다.
저자는책의서두를전면전의전날인2022년2월23일빈에서먹구름이몰려오는것을예감하며쓴다.하버드대학교수인그는연구년을맞아빈에머물고있었는데,그곳은제1~2차세계대전과긴밀한관계가있는도시다.거기서저자는푸틴이세계를상대로벌일지모를전쟁의소식을들었다.
그의생각은곧몇세기전으로거슬러올라갔다.전쟁은동시대의횡적공간을침공하는행위지만,역사가의머릿속은종적연대기로향하는법이다.24일아침러시아의우크라이나전면침공이시작됐다는뉴스를접하고그는정장차림부터했다.앞으로어떤상황이전개되든맡은바직분을다하겠다는마음가짐으로옷깃을여민것이다.이후전쟁의한가운데인2022년3월부터2023년2월사이에그는이책을집필했다.
저자는우크라이나계미국인역사학자다.독자들은이런의문을품을수있다.역사학자인데눈앞의현실을기록해도되는걸까?“과거의어둠을탐험하는안내자”인역사가가현안을서술할때는늘찬반논란이뒤따랐다.저자역시이점을의식해“시사문제에관한한역사학자는최악의해석자”이지만보통사람보다는낫다는처칠의말을믿고난관을뚫어보기로마음먹었다.
이런저자의강점은세가지로꼽을수있는데,그셋이과거-현재-미래라는관점에서두드러진다는점도새겨볼만하다.첫째,저자는현재의사태를역사적으로그려볼수있게‘과거’의연대기를서술한다.중세역사는러시아-우크라이나관계를이해하는데핵심열쇠다.러시아는키이우기원신화에뿌리를두고자국의역사를해석해러시아와우크라이나를‘떨어질수없는하나’로여기는데,이는1462~1505년이반3세의통치에서기원한다.러시아작가솔제니친의사상그리고이를이어받은푸틴의머릿속지도도모두여기서나왔다.나아가제국주의권력을향한투쟁의맥락에서우크라이나의정체성을알려면19세기역사는반드시이해해야하며,20세기에우크라이나가소비에트연방에서얼마나빠르게벗어났는지를파악하는것도중요하다.둘째,이책은‘현재’전장에서벌어지는전투를묘사한다.저자의주요관심사는푸틴의핵위협을분석해패턴을찾는것이다.셋째,국제관계를사회과학적으로고찰해‘미래’의지정학적재편을그려낸다.핵정치와군사등안보정치분야에서뛰어난저자이기에신뢰할만한분석이다.서방은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인해결속력이더단단해졌고,러시아는중국옆에붙어조연으로서존재의빛을꺼뜨리고있다.한편사태의향방을좌우할가장강력한존재로떠오르고있는곳은중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2022년2월24일에시작되지않았다.이점은매우중요하다.2014년크림반도병합(제2차세계대전이후유럽에서최초로이뤄진영토합병)과돈바스국지전에서이미싹은텄고,이후8년간하이브리드전쟁이지속됐다.따라서여전히생생한8년전기억과주요인물들의행동을되짚어보면이전쟁의기원및과정을더정확히해석할수있는데,바로거기서일련의패턴이드러나기때문이다.
전쟁은언제나불확실성에관한것이므로현재진행형인이전쟁을정확히예측할순없지만,그럼에도한마디로요약하자면‘현대러시아민주주의의실패’와‘우크라이나민주주의의확립’이부딪치며일으킨갈등이다.그리고저자는이것을우크라이나의독립전쟁이라고부른다.저자는한발더나아가우크라이나는유럽에점점가까워지고있으며,러시아와유럽사이의회색지대는사라지고있다고말한다.

전쟁을읽고쓰기
과거는어떻게귀환하는가

전쟁에대해쓰고읽는것은어떤의미를지닐까?저자는“충격과고통,좌절,분노”에서책을집필하기시작했다고밝힌다.하지만정작글속에서감정은눌러지며학문적거리를유지한채냉정한분석을한다.마찬가지로전쟁서를읽는독자들도전쟁터에서들리는포격소리와비명에서한발떨어져사태의추이와역사의향방두가지를가늠하려한다.현재예측되는바는지독한교착상태,우크라이나의갑작스러운승리,푸틴의전복,전면적인핵전쟁등으로나뉘어정확히알순없지만,저자는어떻게여기까지왔는지에대해서만큼은명철한분석과설명을제시해앞으로펼쳐질세계질서에대한혜안을갖게한다.
대부분의역사학자가러시아-우크라이나관계를다룰때러시아사료들을활용하는것과달리저자는우크라이나의1차사료들을활용한다는점에서차별성을지닌다.더욱이러시아제국의역사에서우크라이나가차지하는중심적위치를확고히설정한가운데몇세기에걸친복잡한역사적순간들을압축적으로설명하는데서탁월함을입증한다.책을마칠즈음전장에서들려온저자지인의동생올레피렌코중위와사촌홀로포우의전사소식은서두의문장들과겹쳐지면서이책이어쩔수없이역사가의자아가투영된기록임을상기시킨다.
이책의전반부는러시아-우크라이나역사를짚는다.부제가‘역사의귀환’이듯러시아가수백년동안구축해온‘하나의러시아’에대한신화를분석해야그제국주의적집착이제2차세계대전이후유럽최대의지상전으로이어진원인을정확히파악할수있기때문이다.저자는푸틴이원칙과실용주의를혼합해정책을펴는인물이라면서,그의왜곡된역사의식이어떻게우크라이나침공으로이어졌는가를설득력있게제시한다(푸틴은“키이우는러시아도시의어머니다.우리는서로가없이는살수없다”고말했다).
중세에두나라는긴밀한관계였다가19세기에우크라이나민족주의가발흥했고1917년가을우크라이나인민공화국이수립됐다.그럼에도우크라이나는러시아와연방관계를유지하길바랐는데1918년1월볼셰비키의침공으로이는불가능한일이돼버렸다.이후의역사에서특히주목할시점은1991년12월1일이며,이때우크라이나인들은국민투표에서소련으로부터벗어나독립하는것을압도적으로지지했다.소비에트연방에서두번째로큰국가이고슬라브계이며러시아기원의신화를보유한우크라이나가빠진연방은더이상유지될수없으니소련의붕괴에서우크라이나의역할은아무리강조해도지나치지않는다.이에따라러시아와우크라이나사이에는1990년대내내긴장이이어졌고,최대의긴장고조는2014년돈바스국지전으로,2022년에는마침내전면전으로번져제2차세계대전이후최대규모의살상과파괴,난민위기를불러일으켰다.
책전체를관통하는주제는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확장이다.푸틴이전쟁을일으킨이유도여기에있기때문이다.우크라이나는서방과러시아사이에서완충지대가될것인가,아니면나토회원국이될것인가?젤렌스키의우크라이나는유럽쪽으로한발씩더옮겨가고있고,그에대한전망은이책마지막부분에서자세히다뤄진다.2022년6월우크라이나는유럽연합회원국후보자격을얻었다.또핀란드와스웨덴은같은달나토에가입하도록초대받았다.이두가지는푸틴의전략적실패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커다란사건이었다.전쟁이전개될수록서방은더강하게결속되고나토도한목소리를내고있다.
전면침공이후젤렌스키대통령및우크라이나군대와시민들의대응에대해저자는탁월한전문가의감각으로이야기를들려준다.특히군사행동과외교정책,전쟁의전략전술을오가는해석가운데서도우크라이나인들이보여준인간적인면모또한놓치지않는다.
2022년가을우크라이나군은드디어하르키우와헤르손등을탈환했는데,이는러시아제국의신화에균열을내고우크라이나의독립과정체성에새로운서사를열어주었다.우크라이나군대는세가지점에서전쟁수행을잘했다.첫째,군대의사기가하늘을찌를듯높았다.둘째,나토가제공한무기는러시아산무기보다훨씬더우수했다.셋째,우크라이나군의군사독트린이놀랍도록변했다.이전과달리현재우크라이나군은전쟁상황속에서내려진어떤결정에대해서든처벌하지않고적극적인결정을하도록보장해줌으로써러시아군이상대적으로구식으로보이게만들었다.
플로히는2023년2월이책의집필을마쳤다.그럼에도이책에서제시한단서들은여전히중요한질문을던지게만든다.푸틴은전쟁에서살아남을것인가?러시아의미래는어떻게될까?지정학적변화는어떤궤도를따르게될까?이전쟁의끝은어떻게마무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