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가기 싫었던 「그알」에서의 8년,
없었던 재미를 찾고 몰랐던 의미를 길어 올린 시간
없었던 재미를 찾고 몰랐던 의미를 길어 올린 시간
‘8년’은 무언가를 “딱 1년만 해보겠다”던 다짐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MBC 예능국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SBS 예능국에 입사한,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아 사직서를 내고도 다시 방송국에 붙잡혀 들어간 저자 도준우는 그렇게 몸담은 교양국에서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매어 둘 「그것이 알고싶다」와 만난다. 스스로를 “관심을 두는 분야가 한두 개쯤 있는” “자기만의 주제가 있는”, 「그알」을 자주 보고 좋아하는 보통의 교양 피디들과 다르다고 여기고도 「그알」의 일원이 되고 만 것인데, 이 책이 아니었다면 끝내 알 수 없었을 어떤 야심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이십 대 초반 힙합에 빠져 반골 정신을 온몸으로 익힌 그에게는 피디가 되어서도 버리지 못한 야심이 있었다. 어쩌면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피디가 된 것일지도……. 바로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는 것. 그는 「그알」을 무사히 졸업한 피디들에게만 주어지는 프로그램 기획의 기회를 잡기 위해 기꺼이 「그알」 팀에 합류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에 관한 호언장담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듯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매력에 금세 감화된다. “두 발로 뛰어다니며 모르던 것을 알아내고, 닫혀 있던 누군가를 걸어 나오게 하고, 막막했던 사건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려내면서 얻는 보람과 쾌감을 아주 살짝 알게 된” 것이다.
알아버린 그는 파고든다. 보이스 피싱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 잠입을 시도하기도, 경찰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다루지 않았던 ‘신정동 사건’을 맡기도, 무모함과 실천력을 무기로 끝내 협조를 얻어내기도, 범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정동 사건’과 ‘노들길 사건’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배산 대학생 피살사건의 범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알」의 오랜 시청자라면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엽기토끼와 신발장-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퍼즐〉 편, 〈토끼굴로 사라진 여인-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퍼즐인가〉 편이 탄생했는데, 그는 이처럼 사건 해결의 작은 실마리라도 건지기 위해 자료와 사람에 끈덕지게 매달리고, 떠오른 의심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떠도는 의혹으로부터 분명한 사실만을 추려낸다. 이 책은 그 파고듦의 기록이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범죄 콘텐츠 제작자의 두려움
「그알」 유튜브 채널에서 목격되는,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도준우는 대체로 쾌활하다. 책은 영상에서 드러나는 육성과 표정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그의 이면을 보여준다. 쓰는 사람이 읽고, 요리하는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범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 그는 범죄 콘텐츠를 부지런히 본다. 그리고 그가 보고 만드는 콘텐츠의 장르가 그가 가진 고뇌의 원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강력 범죄자의 이름과 그들의 범행을 다루고 또 다루는, 범죄자의 자극적인 언행만을 부각하는 방송들을 볼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저자는 그 이유를 “내 뇌리에 줄곧 도사리고 있는 불온함에 대한 공포와 정면으로 마주한 기분이 들어서”라 설명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불온이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높은 조회수나 시청률을 위해 ‘볼 만한’ 무언가로 만들어야 하는 일 그 자체다. 이 불온한 숙명을 의식하는 그가 소재를 정하고, 취재하고, 영상을 촬영해 편집ㆍ송출하는 전 과정에서 제작 명분을 끊임없이 되뇌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범죄 콘텐츠가 많은 이에게 닿되 가벼이 닿아선 안 된다고 믿는 그가 지키는 것이 있다. 흥미와 스릴이 콘텐츠 제일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 그가 말하는 ‘스릴 너머’에는 “경각심 제고, 예방법 공유, ‘증거는 반드시 찍히고 발각된다’는 경고의 전달”과 같은 목적이 있다. 그는 언제나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일하려 노력한다. 그의 고뇌를 통해 우리는 ‘교양 피디란 어떤 무게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가’ ‘교양 프로그램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비교적 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에 앞서 ‘직업인의 책무란 무엇인가’ 그리고 ‘범죄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일상적인 물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 「그알」이 어떻게 지금의 「그알」이 되었는지, 피디들이 그간 어떤 싸움을 통해 지금의 「그알」을 만들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진지함도 진실, 유쾌함도 진실
진지한 소개를 앞세웠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영상 속 그를 닮아 유쾌하다. 진지함도 도준우의 진실, 유쾌함도 도준우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언론 고시’라는 언론사 공개 채용을 통과해 피디가 된 그이지만 그 과정이 대단히 학구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랩이 좋아 랩을 했고, 격투기가 좋아 격투기에 파고들었으며, 연인의 도발(?)에 UCC를 만들었다가 잠시 UCC 스타가 됐다. 각 잡고 시사 상식을 외우거나 매주 스터디 룸에 삼삼오오 모여 쓴 글에 대한 합평을 나누진 않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서 선보인 끝에 비슷한 선상에 있는 직업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가 그만큼 수용자의 반응에 꾸준히 반응해온 사람이란 뜻이다.
그는 책에 자신이 직접 쓴 랩의 가사를 실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학 시절 적은 그의 랩 가사와 교양 프로그램에까지 활용된 그의 랩 가사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만드는 콘텐츠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형식상의 유쾌, 내용상의 진지眞摯!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도준우를 딱 이 맥락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그의 정체성을 ‘범죄 전문 피디 도준우’라는 단 한 줄로 기술하는 건 태만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는, 또 모르는 범죄 전문 피디의 면면을 부지런히 발견할 시간이다.
이십 대 초반 힙합에 빠져 반골 정신을 온몸으로 익힌 그에게는 피디가 되어서도 버리지 못한 야심이 있었다. 어쩌면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피디가 된 것일지도……. 바로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는 것. 그는 「그알」을 무사히 졸업한 피디들에게만 주어지는 프로그램 기획의 기회를 잡기 위해 기꺼이 「그알」 팀에 합류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에 관한 호언장담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듯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매력에 금세 감화된다. “두 발로 뛰어다니며 모르던 것을 알아내고, 닫혀 있던 누군가를 걸어 나오게 하고, 막막했던 사건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려내면서 얻는 보람과 쾌감을 아주 살짝 알게 된” 것이다.
알아버린 그는 파고든다. 보이스 피싱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 잠입을 시도하기도, 경찰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다루지 않았던 ‘신정동 사건’을 맡기도, 무모함과 실천력을 무기로 끝내 협조를 얻어내기도, 범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정동 사건’과 ‘노들길 사건’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배산 대학생 피살사건의 범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알」의 오랜 시청자라면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엽기토끼와 신발장-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퍼즐〉 편, 〈토끼굴로 사라진 여인-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퍼즐인가〉 편이 탄생했는데, 그는 이처럼 사건 해결의 작은 실마리라도 건지기 위해 자료와 사람에 끈덕지게 매달리고, 떠오른 의심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떠도는 의혹으로부터 분명한 사실만을 추려낸다. 이 책은 그 파고듦의 기록이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범죄 콘텐츠 제작자의 두려움
「그알」 유튜브 채널에서 목격되는,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도준우는 대체로 쾌활하다. 책은 영상에서 드러나는 육성과 표정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그의 이면을 보여준다. 쓰는 사람이 읽고, 요리하는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범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 그는 범죄 콘텐츠를 부지런히 본다. 그리고 그가 보고 만드는 콘텐츠의 장르가 그가 가진 고뇌의 원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강력 범죄자의 이름과 그들의 범행을 다루고 또 다루는, 범죄자의 자극적인 언행만을 부각하는 방송들을 볼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저자는 그 이유를 “내 뇌리에 줄곧 도사리고 있는 불온함에 대한 공포와 정면으로 마주한 기분이 들어서”라 설명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불온이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높은 조회수나 시청률을 위해 ‘볼 만한’ 무언가로 만들어야 하는 일 그 자체다. 이 불온한 숙명을 의식하는 그가 소재를 정하고, 취재하고, 영상을 촬영해 편집ㆍ송출하는 전 과정에서 제작 명분을 끊임없이 되뇌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범죄 콘텐츠가 많은 이에게 닿되 가벼이 닿아선 안 된다고 믿는 그가 지키는 것이 있다. 흥미와 스릴이 콘텐츠 제일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 그가 말하는 ‘스릴 너머’에는 “경각심 제고, 예방법 공유, ‘증거는 반드시 찍히고 발각된다’는 경고의 전달”과 같은 목적이 있다. 그는 언제나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일하려 노력한다. 그의 고뇌를 통해 우리는 ‘교양 피디란 어떤 무게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가’ ‘교양 프로그램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비교적 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에 앞서 ‘직업인의 책무란 무엇인가’ 그리고 ‘범죄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일상적인 물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 「그알」이 어떻게 지금의 「그알」이 되었는지, 피디들이 그간 어떤 싸움을 통해 지금의 「그알」을 만들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진지함도 진실, 유쾌함도 진실
진지한 소개를 앞세웠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영상 속 그를 닮아 유쾌하다. 진지함도 도준우의 진실, 유쾌함도 도준우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언론 고시’라는 언론사 공개 채용을 통과해 피디가 된 그이지만 그 과정이 대단히 학구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랩이 좋아 랩을 했고, 격투기가 좋아 격투기에 파고들었으며, 연인의 도발(?)에 UCC를 만들었다가 잠시 UCC 스타가 됐다. 각 잡고 시사 상식을 외우거나 매주 스터디 룸에 삼삼오오 모여 쓴 글에 대한 합평을 나누진 않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서 선보인 끝에 비슷한 선상에 있는 직업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가 그만큼 수용자의 반응에 꾸준히 반응해온 사람이란 뜻이다.
그는 책에 자신이 직접 쓴 랩의 가사를 실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학 시절 적은 그의 랩 가사와 교양 프로그램에까지 활용된 그의 랩 가사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만드는 콘텐츠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형식상의 유쾌, 내용상의 진지眞摯!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도준우를 딱 이 맥락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그의 정체성을 ‘범죄 전문 피디 도준우’라는 단 한 줄로 기술하는 건 태만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는, 또 모르는 범죄 전문 피디의 면면을 부지런히 발견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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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너머 : 범죄 전문 피디의 묻기, 뚫기, 그리고 뒤집어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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