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을 쓰다 : 진실, 그 첨예함을 다루는 방법

나와 타인을 쓰다 : 진실, 그 첨예함을 다루는 방법

$19.47
Description
기억을 빚고 삶을 빚는 나와 타인에 대한 쓰기, 그 방법에 관하여

“선함은 중요하지 않다. 진실을 말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진실하게 적힌 언어는 우리를 겁먹게 하고, 우리를 자극한다”
“진실한 글은 동적이고 기민하며 게으르지 않다”
언어를 갈고닦는 것은 사고와 관점을 갈고닦는 것
어떤 글들이 실패하는가?

일인칭 에세이와 회고록 쓰기가 본격화된 요즘,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다.왜냐하면 글로 표현된 내 삶은 가족과 지인을 비롯해 무수한 타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다년간 글쓰기를 가르쳐온 베스 케파트의 『나와 타인을 쓰다』는 바로 이런 상황을 우리보다 훨씬 먼저 겪은 미국 사회의 여러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쓴 회고록 집필의 지침을 찾아 나선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회고록을 잘못 쓰는지, 따라서 옳게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해 알려준다. 회고록을 쓴다는 것은 삶의 가장자리에 비틀거리며 서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 책은 ‘진실, 그 첨예함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고 삶을 서사화하는 비법을 일러준다.
삶은 진실이면서 동시에 거짓이다. 즉 모순이 삶의 속성이다. 그런 삶을 다루는 글을 쓴다고? 그렇다면 그 글 역시 진실과 거짓을 모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회고록은 ‘사실’을 쓰는 것이 아니다. 회고록 작가는 자료 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사실의 조각들을 재배치해야 하지만, 그렇게 쓰인 책은 ‘사실’보다는 ‘진실’에 가깝다. 진실은 관점에 따라 변하고 시간에 따라 변색된다. 그러니 그걸 다루는 언어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거기 나오는 실존 인물들은 연민과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져야 한다.
많은 회고록은 실패의 역사다. 어떤 회고록 작가들은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했고, 또 다른 작가들은 글의 예술성을 구현 못 해 실패했다. 아름답지 않은 문장을 쓰면서 실패하기도 했고,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했다.
회고록을 여섯 권 집필한 작가인 베스 케파트는 전설 속의 회고록들을 우리 앞에 가져다놓는다. 이 작가들은 자기 생을 한 땀 한 땀 글로 써냄으로써 본보기가 돼준다. 다른 사람의 삶이 언어로 훌륭하게 직조되는 것을 목격할 때 우리 역시 이를 양분 삼아 작가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 이 책은 훌륭한 회고록 작가의 삶과 그들의 글이 알알이 박혀 있다는 점에서 회고록의 총체적인 지도와도 같다.
베스 케파트는 실용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글쓰기 기법을 예시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일러준다. 그러면서도 감탄하게 되는 점은 케파트가 글쓰기의 미학을 결코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실용적인 쓰임새를 분명히 하면서도, 오로지 빛나는 언어들 안에서만 진실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매 페이지마다 증명한다.
언어를 갈고닦는 것은 사고를 갈고닦는 것이고, 사고를 갈고닦는 것은 관점을 갈고닦는 것이다. 회고록을 쓰는 사람은 관점을 얻기 위해 ‘삶’이라는 사안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는 늘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애정을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저자

베스케파트

저자:베스케파트
논픽션과청소년소설,시분야를넘나들며활발한작품활동을하고있다.『우정의얽힘속으로:중요한것들에대한회고록』등여섯권의회고록을포함해스무권의책을집필했다.
『태양의기울기:한아이의용기』는내셔널북어워드최종후보에올랐고,『고잉오버』는캐럴린W.필드아너북에선정됐다.『나와타인을쓰다』는더나은삶을위한책어워드를수상했으며,『오:매거진』『시인&작가』등에서글쓰기에관한최고의책으로꼽혔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회고록쓰기를가르치며,『시카고트리뷴』등여러매체에기고하고있다.

역자:이지예
연세대학교에서서양사와국문학을,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비교문학을공부했다.『그겨울,바르샤바』를썼고,『유령의벽』『밤의경비원』『인생의12가지원칙』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들어가며

1부정의,준비,주의할점
회고록을쓰려는당신에게
회고록은다음이아닙니다
회고록이란
쓰기위해읽자
위대한유산
조심해,지금

2부소재
스스로와씨름하라
시제는감각이다
당신의형식을찾아라
사진가게
종이위에남는것은사랑
날씨가어떠하든
풍경을써라
노래를생각하라
삶의색
목소리를듣다
맛이꼭……
냄새가……생선같은데?
사물의말
세부사항말하기
확인해볼게요
첫번째기억
가장취약한상태로세상에다가가기

3부시작하기
무엇에관한회고록인가
서두
빈페이지

4부진실하기를바라며,마지막당부들
진실하라
공감은훈련하는것
아름답지않으면회고록일수없는
가장외롭지않은

에필로그
부록_우리가읽어야할것

출판사 서평

★더나은삶을위한책어워드수상
★『오:매거진』『시인&작가』글쓰기분야최고의책

“거대한절도,표절,스토킹…”
회고록을쓰는건위험한일

우선회고록작가에게는필연적으로도덕성이요구된다.왜냐하면타인의삶을글의재료로삼기때문이다.글감이되는이들에게사전동의를구했다하더라도그들은타인의시선으로자기삶이조형된다는위험을떠안아야한다.
회고록작가에게는자기가족,친구,이웃이글에묘사된자기모습을보고느낄감정에대해통제할권한이없다.베스케파트는주변사람들의반응으로발생할극단적인사태에대비해이렇게경고하기까지한다.“회고록은책속에쌓아둔다정함”일수도있지만,“거대한절도,표절,스토킹의한종류”일수도있다.그러므로작가는“결과에대한도덕적책임감,글의구조를견고하게짤책임감”을지녀야한다.
우리가참조할수있는것은기존에출간된훌륭한회고록들이다.회고록을쓰려면먼저다른사람의작품을읽어보라고권하는이유다.이를테면내털리쿠시의『로드송』은올바른세부사항을선택하는것그리고세부사항사이에여유를주는것의중요성을가르쳐준다.마이클온다치의『가문에흐르는』은파편이가진힘을보여준다.우리의기억은완벽할수없지만,온다치는완벽하지못한기억이‘온전함’에도달할수있는방법을알려준다.다린스트라우스의『인생의반』은여백을가르쳐준다.마크리처드의『기도자의집2』는친밀한이인칭산문체가어떤효과와아름다움을띠는지를펼쳐보인다.패티스미스의『저스트키즈』는회고록이타인의진실성과사생활을얼마나잘지켜줄수있는지,그런넉넉한공간의탄생은어떻게가능한지보여준다.제프리울프의『기만의공작』은용서가무엇인지가르쳐주고,벨훅스의『본블랙』은반복되는말의힘을증명한다.

목소리는분위기이자태도
“지금을기록하면서목소리를훈련하라”

무엇보다회고록은예술작품이다.독자는회고록을읽고충격을받을자격이있다.그들은회고록작가가오랜시간치열하게분투했을거라는믿음을갖고책을집어들기때문이다.그러면이런회고록은어떻게쓸수있을까?
우선써라.일기와기록,사진,인터뷰는회고록의중요한바탕이될수있다.쓸때는세부사항과사실에집착하며끊임없이그것이진실인지아닌지저울질해야한다.만약회고록을쓰는이가끝없이확인하며불안해하는성격이라면장점이될수있다.
지금을기록하라.그리고다채로운목소리를내도록훈련하라.작가의목소리는중요하다.그게곧분위기이자태도이기때문이다.이것을잘구사하는한가지방법은시제선택에있다.현재시제로서술한다면직감적이고즉흥적인리듬이부여될것이다.반대로과거시제를쓴다면감각보다는지혜롭고도덕적인분위기를풍길것이다.과거를회상하면그시간의간극속에서앎이주어지기때문이다.
다루는사건이드라마틱하고극적인가는중요하지않다.회고록은오늘일어난일기를기록하는게아니라과거를돌아보며쓰는것이므로깊이를담보해야한다.예컨대게일콜드웰의회고록『먼길로돌아갈까?』는친구캐럴라인냅의죽음을기록한것이아니라그죽음후에받아들인나의고통에관한기록이다.회상은사건자체를가리키기보다지나온터널속에서응축된시간과감정을펼쳐보여주는힘을지닌다.
저자는회고록을쓰려는이들에게다음과같은핵심질문을던진다.당신은반쯤기억나는일도쓸수있는가?그때의풍경과날씨,색채와맛을기억하는가?당신이쓴글로인해평생꼬리표가달린다면그심정은어떨것같은가?진실의언어는무엇이라고생각하는가?당신은사랑을가르칠수있는가?

회고록에관한흔한오해몇가지
더깊은앎으로한발다가서는글쓰기

회고록은‘나’에관한이야기가아니다.만약나에서‘우리’로확장되지않는다면독자는그책을읽지않을것이다.설득력있는글이될관건은보편성에달려있다.그러면어떻게보편성을구현할까?그것은때로대명사를써서해결되기도하지만,‘진실’하게씀으로써해결되기도한다.독자는진실된글을보면,그것이자신이원하는것이었음을비로소깨닫고,거기서뭔가를배운다.
회고록은‘사실’에관한기록이아니다.오히려꿈과이야기사이에놓인글로보는게맞다.저자는조언한다.“꿈과이야기사이그반반이섞인공간에서서서성여보라.”회고록은과거를가지고현재에싸우면서다가올미래를여는가능성의텍스트라고할수있다.만약사실과세부사항에만집착한다면회고록을쓰는이는더큰세계를잃어버릴것이다.따라서회고록안에는사실만이아니라이미지와감각,계절,바람,날씨,풍경이살아숨쉬어야한다.풍경은등장인물을땅에단단히붙들어둔다.그러면거기서정서가환기된다.시간과공간의질감이살아있을때회고록속인물들은생기를얻고,이야기는진실에한발더다가간다.
무엇보다중요한것은쓰는이의‘언어’다.언어를갈고닦아드넓게펼치는것은당신의사고를,감정을세상이라는현실에드리우는일이다.그리고거기서단어하나,감정하나,사고하나를건져올리는것이다.
회고록을쓰면어떤점이좋을까?지금을살고있는우리는미래에언제나상실을손에쥘수밖에없다.이때기억을일깨우면서의미를향해다가가는노력은그자체로가치가있다.그러면기억의파편들은전체에좀더가까워질것이고,완전한전체를향해갈때진실은점점더자신의모습을드러낸다.즉회고록쓰기는자기자신에게더깊은앎을선물로주는행위다.
어떤글이든마찬가지지만,회고록역시‘결단’을요구한다.세부사항에서무엇을쓰고무엇을배제할것인지,내이야기에누구를들어오게하고누구를뺄것인지결정해야한다.회고록작가가다루는시간은압축될수밖에없고,사건은징검돌을건너듯건너뛰게된다.그것이바로전략이고선택이다.플롯은이렇게할때비로소의미를띠게된다.
마지막으로회고록은누구에게든,특히가장가까운가족이나친구에게상처를줄수있다.이때“당신의유일한보호막은아마당신이쓴글,그자체가될것”이라고케파트는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