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의 목격자들

자기 자신의 목격자들

$19.50
Description
우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와 떨어졌고
낯선 땅으로 보내졌다
이 책은 산산이 부서진 우리의 첫 번째 목소리다

저자

한분영,페테르묄레르,제인마이달,황미정

저자:한분영
1974년에태어났다.생후3개월경덴마크로입양돼작은도시에서사랑하는가족과친구들에게둘러싸여자랐다.스포츠를좋아해고등학생때태권도국가대표로선발되었다.당시태권도코치인고태정사범을통해한국을처음접했다.2002년한국에왔고,현재서울대에서사회복지학박사과정을밟고있다.한국입양인들을위해일한공로로YWCA제21회한국여성지도자상특별상을수상했고,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공동대표를맡고있다.

저자:페테르묄레르
1974년에태어났고,생후6개월경덴마크로입양됐다.입양서류상국내입양이되어야했지만해외로보내졌다.또한서류에는고아로표기돼있으나한국에친어머니가있는것으로추정된다.입양서사가각색된수천명의입양아와동일한서류를공유하고있다.현직변호사로서한국의입양기관들이해외로입양보낸1500건이상의사례를검토하면서입양인들이한국의가족을찾는일을돕고있다.또한전세계가지지하는자기자신에대해‘알권리’를확보하고자다방면으로활동하고있다.현재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공동대표이자뿌리의집공동대표다.

저자:제인마이달
1976년에태어났고생후9개월경덴마크로입양됐다.코펜하겐대학에서사회인류학을전공했고,룬드대학에서아시아학석사학위를취득했다.경영컨설팅분야에서오랫동안일해왔다.첫딸을낳은후입양이자기삶에미친영향을깨닫고한국에서의국가간입양의역사를조사하며입양인운동에뛰어들었다.현재코펜하겐에서남편,세딸과함께살면서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운영위원을맡고있다.

저자:황미정
1974년에태어났다.한국에서덴마크로입양된얀리와결혼했다.현재덴마크에서한국어를가르치고있고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운영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저자:안철흥
고려대경제학과를졸업하고『시사저널』『시사IN』에서기자로일했다.지은책으로『다시희망을묻는다』가있고,옮긴책으로『키신저재판』『이코노크러시』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첫번째.입양인이목숨을던질때대한민국사람은아무도통곡하지않았어_김톰슨
두번째.진실앞에서무너지거나흔들리지말것_크리스틴몰비크보튼마르크
세번째.“네장애때문에너를데리고휴가가는건너무힘들어”_니아토프타게르
네번째.한인간에게닥친비자발적장애와같은것_안안데르센
다섯번째.맥락없는삶은성장할수없습니다_에리카블릭만
여섯번째.유괴되어입양됐다가35년만에친가족을만나다_미아리쇠렌센
일곱번째.제아내는열세살에입양됐습니다_신광복
여덟번째.저는아시아최고의여성먹기대회챔피언입니다_메리바워스
아홉번째.우리는두번이나만났는데,왜엄마는더이상연락을받지않는걸까요_레나테판헤일
열번째.“이여자아기는많이웁니다”_리브마리멜비
열한번째.외조부모가딸의동의없이해외로두손자를입양시키다_황미정
열두번째.평생외국인취급을받는데지쳤습니다_앨리스안데르센
열세번째.우리에게DNA데이터베이스가필요한이유_에바란호프만
열네번째.잘지내고있다고안심시켜드리고싶습니다_미에슐리히터
열다섯번째.서양으로입양된것은행운일수가없습니다_잉에르-토네우엘란신
열여섯번째.생명을갖고노는것은쓰레기같은일이에요_마야,로라,클라라
열일곱번째.양부모님이돌아가신뒤시작된친가족찾기_루이스힐레루프한센
열여덟번째.우리가입양한게올바른일이아님을본능적으로깨달았습니다_벤트쇠렌센,릴리안쇠렌센
열아홉번째.가짜친부모와재회하다_미카엘라디츠
스무번째.내이야기는산산이부서졌다_말레네베스테르고르
스물한번째.친어머니가저를버린이유에대해많이생각해봤습니다_안야케르콜
스물두번째.우리는속았습니다_비타케르콜,아이네르케르콜
스물세번째.성북동골목을돌아다니며어머니를떠올리다_제인마이달
스물네번째.엄마를찾지못하는건세상에서가장힘든일이에요_카렌필리프아르베센
스물다섯번째.26년이지난지금우울감과무력감이밀려옵니다_요안랑
스물여섯번째.제몸과영혼은항상당신을기억하고사랑할것입니다_보르베눔
스물일곱번째.저는제트라우마를방치하지않을겁니다_마리로에
스물여덟번째.쉰살인저는한국어로제이름도못쓰는‘문맹’입니다_마리안네옥닐센
스물아홉번째.공범자가된양아버지는무너지셨다_영피런스
서른번째.가족을잃고산다는것은_신지원
서른한번째.할머니집에간다던딸을수십년뒤미국에서찾았습니다_한태순
서른두번째.불안하고조급한나의결핍을메워줄나라_신서빈
서른세번째.포기와거래_마리루이스왕
서른네번째.양부모의학대를잊지않는것이가장중요했습니다_수산나킴페데르센
서른다섯번째.하늘에서떨어진사람은공허함을떨치지못합니다_요아킴베른
서른여섯번째.저는아기사냥의희생자일까요?_메이브리트코드
서른일곱번째.신의선물이겪은어둠_크리스티나호펜시트닐센
서른여덟번째.사랑하는아버지께_김동희
서른아홉번째.입양은모든아이를비통에빠뜨린다_앨리스플릭베이르트
마흔번째.입양인의자녀도자기인생의이야기를완성못합니다_마이테민탐마음장놀랭
마흔한번째.여자는어머니에게안아달라말못하는자신에게화가난다_마야리랑그바드
마흔두번째.법적고립을넘어서_한분영
마흔세번째.알권리는왜중요한가?_페테르묄레르

맺음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흔적없이사라졌다
태어나는순간어머니와떨어졌고
낯선땅으로보내졌다
이책은산산이부서진우리의첫번째목소리다

‘없는존재’로서자기자신을입증하다

이책에는마흔세편의이야기가실려있다.한목숨,한생애가손바닥만한지면에담겼다.세상에태어났지만결과적으로친부모에게,가족에게,국가와사회에게없는사람이된이들은존재를스스로입증하며살아야했다.이책의제목이‘자기자신의목격자들’인이유다.
다행인것은이들해외입양인이자기서사를엮어낼만큼의세월을통과해왔다는사실이다(첫번째이야기의주인공만제외하고.그녀는스스로생을마감했다).뿌리,정체성,땅에발딛고있다는감각이이들에게는결여되어있다.“뿌리가없으면아무것도성장할수없기때문에뿌리를아는것은중요하다”면서이들이한국땅을찾는이유다.하지만손에쥐어지는정보는거의없고여태간직해온환상만이산산이부서진다.당신의친어머니는당신을너무사랑해서해외로입양시킨게아니며,당신은고아도아니고납치되거나거래된상품이었을지모른다는팩트를접하면서이들의세계는무너진다.이들이아기때출국하며몸에지녔던서류는대부분조작된것으로밝혀지고있다.

해외입양된사람들,집단으로입을열다

『자기자신의목격자들』은생후몇개월혹은몇년만에해외로입양된이들이쓴에세이모음집이다.해외입양은국내입양과달리언어,관습,문화,정체성에서극심한차이를겪게하고인종차별에노출시킨다.이책에는덴마크입양인21명,노르웨이입양인5명,네덜란드입양인4명,미국입양인3명,벨기에입양인2명의이야기가실려있다.이중친부모와재회한이는4명이다(미아리,레나테판헤일,에바란호프만,김동휘).다른사람들은수없이노력을기울였음에도부모와만나지못했거나혹은서류가잘못되어찾아나설수없는상태다.
입양은입양당사자만의서사가아니다.입양부모,친생부모,입양인과결혼한배우자,입양인에게서태어난자녀들의삶까지바꿔놓는다.이책은입양으로부터영향받는모든이의삶을아우르고자양부모,친부모,형제,배우자,자녀들의입장에서바라보는입양에대해서도논하고있다.책에서저자들은자기삶을직접증언한다.이들의생애전체가몇페이지안되는짧은글을통해드러나고,이어서그들이입양됐을때의사진과현재모습이같이실려있다.사진을보면입양당시의그들은여느아기들처럼천진난만하다.그리고옆에어른이된그들의모습이병치되어있다.그수십년의간극에서독자들은이들의삶을상상해볼수있다.행간에숨어있는사랑,돌봄,배척,신체적·정서적·성적학대,인종차별등수많은상실감이저절로읽힌다.각글마지막에는글쓴이의출생연도,입양시나이,한국의입양기관,입양동의서포함여부,사회적경력을기록했다.이기록들가운데문장하나가계속반복된다.“입양동의서나경찰신고서가입양서류에포함되지않았다.”즉모두불법입양이었던것이다.
입양은아이의삶만뒤흔들지않는다.내가키운아이가알고보니불법입양된것이었다면양부모는죽을때까지‘아이도둑’이된죄책감에서벗어나지못한다.영피런스의양아버지가그런수치심속에서움츠러든어깨를펴지못한채돌아가셨다.입양인부모를둔자녀들역시다른삶을산다.덴마크로입양된니아토프타게르의딸마야는“어른들이아이들의생명을갖고놀았다는점에서입양은쓰레기같은일이에요”라고한다.
“너는왜맨날분노에차있어?감사하는마음을가져봐.”“너가서양에서자란건정말행운이야.네삶이훨씬더나아졌으니까.”생후5~7개월경덴마크로입양돼매사에감사하라는요구를받은메이브리트코드는되묻는다.“우리가한국에서자랐다면삶이힘들었을거라고요?대신새로운부모를만나고덴마크의사회보장번호도받았으니만족하라고요?정말어이가없습니다.”
여기글을쓴입양인들은현재사회적으로인정받는직업을갖고있다(물론입양인들은일반인보다우울증,자살충동,약물남용을더많이겪는다).그건덴마크,노르웨이,네덜란드,벨기에,미국등한국에비해더선진화된국가에서자란것도한가지이유겠지만,입양인으로서이들의생존전략이그렇게만든면도있다.이들은자라면서늘최고가되려고노력했다.“돌이켜보면모든면에서최고가되어야아무도저를괴롭히지않을거라고생각했나봐요.하지만늘최고가될수없다는사실을깨닫는순간저는지쳤습니다.”

생의기본값은불안
최고가아니면살아남을수없다

이책에는극단의이야기들이담겨있다.저자들이어두운내면을드러내며한목소리를내는것은자기삶의제자리를찾아주기위해서다.그절박한목소리를하나하나들어보자.
1968년생니아토프타게르는뇌성마비를앓았다.다섯살경그녀는벨기에의한가정에입양됐다.그가정에는이미네명의자녀가있었지만장애를가진니아가다른데서입양을거부당하자그의양부모가맡게되었다.하지만그들은니아에게어떤애정도,소속감도주지않았다.가족여행때그녀를다른곳에맡기면서이렇게말했다.“네장애때문에너를데리고휴가가는것은너무힘들고귀찮아.”열여섯살때미아는부모님께집을떠나라는말을들었다.미아의고된삶은그러나결혼후낳은딸마야로인해위로받는다.현재중학생인마야는엄마의삶을부정하지않고엄마의한국가족과진짜정체성을찾길온마음으로지지한다.“엄마한테장애가없으면좋겠지만,그렇지않더라도우리삶은정말멋져요.엄마가우리한테한국어를좀더가르쳐주시면좋겠어요.”마야는입양에대해뼈있는말도한다.“엄마는입양가족들에게인형이라불렸어요.제입양이모가생일선물로살아있는인형을받은셈이죠.”
신광복의아내김정아는1964년생(혹은1965년생)이다.1966년에보육원안양의집에입소했다가12년뒤노르웨이의한가정에입양됐다.열네살쯤의일이다.문제는양부모와의나이차가41세나났다는것이다(아버지와어머니각각55세와54세였다).이는불법인데,입양부모와자녀사이의나이차는40세를넘으면안되기때문이다.한국에서중학교까지다니다가입양된그녀는노르웨이에서지옥같은삶을살았다.부유한집안에서그녀는양아버지에게폭행과성폭행을당했다.양어머니는그녀에게허드렛일을시켰다.
김정아씨는불안한지난날을털어놓는다.“저는제가부족하다고생각했고,집안의골동품과예술품을깨뜨리거나망가뜨릴까봐두려웠습니다.양어머니가제다리를보고너무짧다고말했을때이집에서받아들여지지않는다는걸깨달았습니다.양어머니는제가키를늘이는수술을받길원했어요.”김정아씨처럼입양인들은끊임없이자기자신이모자라다고여겨매사에최선을다한다.그러면자기존재가정당화될지도모르기때문이다.아시아최고의여성먹기대회챔피언인메리바워스(미국으로입양됨)역시자신이뛰어나면비인간적대우에서벗어날수있을거라여기며살아왔다.
덴마크로입양된김선아씨는양아버지에게성적학대를당하고,양어머니에게는신체적·정신적학대를당했다.문제는양부모가모두김선아씨의학교교사여서한순간도그들에게서놓여날수없었다는것이다.그녀는자신의어린시절과십대를“뒤에서누가덮칠지도모른다고느끼면서앞으로달려온”삶으로비유했다.현재있는곳에서벗어나고자끊임없이시도했지만결국아무데도가지못하고제자리를맴돌았던세월이라고회상한다.
김선아씨는학대가잘못됐다는것을인지하고있었기에여섯살때부터의기억을빠짐없이머릿속에새겨두었다.“학대를잊지않는게가장중요했어요!”그녀는열여덟살에집에서나왔고이후파양신청을했다.
덴마크에입양되었던요아킴베른은좋은양부모를만났지만성인이되어서도애착문제를겪었다.누군가는생물학적혈연관계가그리중요하지않다고말하지만요아킴베른은이런견해에반박한다.“친부모와의인연이끊어지면서제인생에는공백이생겼습니다.마치하늘에서떨어진것처럼정체성이사라졌어요.저는겉으로는복지국가에서특권적인삶을살고있지만마음속에는늘공허함이있습니다.누군가제이야기를빼앗아갔는데,‘당신이내목숨을구해줬으니감사하겠다’는식으로살고싶지는않습니다.”
두살때덴마크로입양된크리스티나닐센은앞면이반짝반짝빛나는반면뒷면은얼룩덜룩한삶을살았다.“저는양어머니한테사랑받고있다고느낀적이단한번도없었어요.어른이돼서도,아이들아빠랑헤어졌을때도양어머니는저를안아주거나저한테위로의말을하지않았습니다.”그녀는휴가때면가끔한국을찾아거리를걸으면서생각한다.‘저사람이혹시내어머니아닐까?내아버지나형제아닐까?아니면할아버지나할머니?’그리고한국의가족이지금도그녀를찾고있을지모른다는기대를품는다.

***
저자들은성인이된후아무연고도없는한국땅을찾곤한다.직장을다니다휴가를내한국에잠시와머물다간다.이들은난생처음안도감을느낀다.한국여행이이들에게치유의감정을주기때문이다.여행의고정코스중하나는입양기관방문이다.이들은백지상태의서류를마주한다.혹은조금두꺼운서류를들춰보다가허위기재임을깨닫는다.그런서류가버려지다보면서류철은점점더얇아진다.지금까지해외입양의서사는입양부모의시선에서구성되어왔다.저자들은진실된서사를재구축하고싶어함께글을썼다.이제는비밀과거짓말과모호함에서벗어나는삶을찾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