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죽던 날 - 거장의 클래식 4 (양장)

해가 죽던 날 - 거장의 클래식 4 (양장)

$22.00
Description
악몽에 사로잡힌 마을의 하룻밤 이야기
신화의 거대함과 속도감, 놀라운 은유……
밤과 죽음, 꿈과 현실 사이를 우아하고 뛰어난 실험정신으로 가로지르다
어둡고 불길한 밤, 하루 동안 벌어지는 꿈같은 이야기

이 책은 하룻밤 동안 한 마을이 악몽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다. 건조하고 무더운 6월 6일 오후 5시에 시작되어 검은 밤을 통과한 뒤 해 뜰 시각인 이튿날 아침 6시에 끝난다.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그다음 날 해는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간대별로 권과 절이 촘촘히 나뉘다가 마지막 9, 10, 11권에 이르러서는 시곗바늘이 계속 06:00에 멈춰 있는 이유다.
세계적 거장인 옌롄커는 종종 작품에서 꿈을 활용해왔지만, 마을 사람들이 집단 몽유에 빠지는 『해가 죽던 날』은 그 기법에 있어 가장 독특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홍루몽상을 받으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채가 강하다”는 심사평을 받은 것이나, 서구권 평론가들이 제임스 조이스나 후안 룰포의 작품에 견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차례는 1권에서 11권으로 구성되며, 각 권의 제목은 ‘들새들이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간’ 데서 시작해 뇌 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어지럽게 날다가 뇌 속에서 죽거나 마침내 비상하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몽유를 ‘들새가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가 어지럽히며, 꿈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화자는 열네 살 소년 녠녠으로, 약간 모자라다. 녠녠이 푸녠산맥 꼭대기에 올라가 온갖 신과 정령께 무릎 꿇고 비는 내용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옌롄커는 소설에서 작중인물로 자신을 등장시키는데, 소년은 이웃에 사는 작가인 옌롄커의 글재주가 다했으니 문학적 영감이 “한 차례 또 한 차례 비처럼 그의 몸 위에 뿌려지기를” 간청한다. 또한 하늘의 먹과 하늘의 종이를 내려주어 그가 『사람의 밤』이란 소설을 써내게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이야기의 서막을 열고 종막을 닫는 주인공은 녠녠의 아버지 리톈바오다. 6월 6일 저녁, 마을 주민이 하나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이내 전염병처럼 번져 대규모 몽유가 벌어진다. 꿈속에 머무는 사람들은 본능과 욕망을 좇아 현실에서 도둑질과 강간을 일삼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깨어 있는 사람은 녠녠과 그의 아버지뿐이다. 이 두 사람만이 마을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잠깐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보자. 현재 쉰 살인 리톈바오는 스물두 살 때 마을의 무덤들이 파헤쳐져 시신을 화장시키고 유골을 잿가루로 만드는 데 첩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밤의 악몽은 28년 전 그 일과 무관하지 않다.
리톈바오와 함께 모든 상황을 목격할 뿐 아니라 작중 내레이터가 되는 녠녠은 어린아이인 까닭에 피곤함이 없고, 따라서 몽유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 밤 욕망의 세계에서 옌롄커가 어린애를 목격자로 내세운 것은 이야기를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소년은 어수룩하고 순진해 세상을 투명하게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녠녠은 키가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아버지의 한 많은 삶, 필력이 다해 작품 집필을 못 하는 옌롄커의 초조함, 절뚝발이 엄마의 애환을 함께하며, 그들을 돕다가 마침내 신들에게도 매달리고 호소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홍루몽상 수상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자 선정 도서
『퍼블리셔스위클리』 올해 최고의 도서
저자

옌롄커

저자:옌롄커
중국허난성에서태어났고,허난대학정치교육과를거쳐해방군예술대학문학과를졸업했다.1978년부터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해제1,2회루쉰문학상과제3회라오서문학상,프란츠카프카문학상,홍루몽상최고상,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비롯한20여개의문학상을수상했으며,문단의지지와대중의호응을동시에성취한‘가장폭발력있는작가’로평가받고있다.중국에서는유력한노벨문학상후보로꼽히고있으며,그의작품들은미국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를비롯한세계20여개국에번역출간되었다.
옌롄커는자신의고향땅에대한기억으로소설을써냈는데,『일광유년』『물처럼단단하게』『딩씨마을의꿈』『풍아송』『사서』『작렬지』등이모두대지에대한비판과배반이었다.『물처럼단단하게』는‘혁명’과‘성적인주제’면에서모두금기를범한책으로간주돼쟁론을비껴가지못했고『레닌의키스』를발표함으로써작가는군복을벗어야했다.군인의신분을벗어나면서옌롄커는해방을느끼며『인민을위해복무하라』를썼는데,또다시중국에서엄청난파장을일으키며비판과금지대상이되었다.중국현실세계에대한도피와풍자를담은『사서』와『작렬지』역시금서가되었다.
옌롄커자신은『딩씨마을의꿈』이“인성의따뜻한온정으로가득한정신의여행”이었다고하며,“쓰는과정에서최대한도로스스로현실과역사에대해너그럽고포용하는태도를보였다”고평가했다.하지만이책역시금서목록에올랐다.이런과정을거치면서작가는자기검열을수없이해스스로를“인격적결함과연약성의실천도감”으로묘사하기도했다.
옌롄커는자신이“어둠을가장잘느끼는사람”이라고말하면서,산문집『침묵과한숨』에그가목격한중국현실과문학의어둠을한글자한글자눌러썼다.불안,두려움,초조함이평생그의뒤를따라다녔지만오히려이로인해그는남들이보지못하는중국의현실을봤고,이를작품으로쓸수있었다.

역자:김태성
한국외국어대학중국어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타이완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중국학연구공동체인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운영하면서중국문학및인문저작번역과문학교류활동에주력하고있다.중국의문화번역관련사이트인CCTSS고문,『인민문학』한국어판총감등의직책을맡고있다.『인민을위해복무하라』『사람의목소리는빛보다멀리간다』『고전의배후』『방관시대의사람들』『마르케스의서재에서』『번화』『가장짧은낮』『귀신들의땅』등140여권의중국저작물을우리말로옮겼다.2016년중국신문광전총국에서수여하는‘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수상했다.


목차


앞:제말좀들어주세요

제1권일경:들새들이사람의뇌속으로날아들었다
1.17:00~18:00|2.18:00~18:30|3.18:31~19:30

제2권이경·상:새들이그곳을어지럽게날고있었다
1.21:00~21:20|2.21:20~21:40|3.21:40~21:50

제3권이경·하:새들이그곳에둥지를틀었다
1.21:50~22:00|2.22:01~22:22

제4권삼경:새들이그곳에알을낳았다
1.23:00~23:41|2.23:42~24:00|3.24:01~24:15

제5권사경·상:새들이그곳에서알을품었다
1.24:50~01:10|2.01:10~01:20|3.01:21~01:50

제6권사경·하:둥지가득새들이부화했다
1.01:50~02:20|2.02:22~02:35|3.02:35~03:00

제7권오경·상:큰새와작은새들이어지럽게날고있었다
1.03:01~03:10|2.03:11~03:31|3.03:32~04:05

제8권오경·하:산사람도있고죽은사람도있었다
1.04:06~04:26|2.04:30~04:50|3.04:51~05:10|4.05:10~05:15

제9권경후:새들은밤의뇌속에서죽었다
1.05:10~05:30|2.05:30~05:50|3.05:50~06:00

제10권무경:아직한마리가살아있었다
1.06:00~06:00|2.06:00~06:00|3.06:00~06:00

제11권상승:마지막한마리큰새가날아가버렸다
1.06:00~06:00|2.06:00~06:00|3.06:00~06:00|4.06:00~06:00

뒤:또무슨말을할까요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거침없이쏟아지는은유와상징
독특한부조리를펼치는소름끼치는작품

이소설은중국어로쓰인문학작품에수여하는가장권위있는상인홍루몽상을받았다.심사위원장인쭝링은“상징적의미가매우깊”고,“시간처리방식에서창의성을보인다”고평했다.옌롄커의작품들이언제나그렇듯『해가죽던날』역시국가권력이손을뻗어숨통을조여올것을감수하고쓴글임을알수있다.옌롄커는산문집『침묵과한숨』에서자신은“태어나면서부터어둠을느낄수있는사람으로지명됐다”고말했는데,이장편에서화자또한해가죽어밤이지배할때인간의가장어두운내면과그역사를목격하는사람으로지목된다.

녠녠의집은푸뉴산맥의가오톈촌에있다.그의부모는마을에서‘신세계’장례용품점을운영한다.어느저녁녠녠은이상한현상을보게된다.잠잘시간이다됐는데마을사람들이여전히탈곡장에서밀을털거나가게일을계속하고있는것이다.알고보니이들은모두몽유상태에서낮의일을끊임없이하고있었고,그런면에서꿈속에기거하는것은나빠보이지않았다.하지만그수가늘어나수백명의주민이몽유상태에들어가자이웃샤씨의아버지는도랑에빠져익사하고,팔십먹은후씨노인은강물에뛰어들어자살한다.다른한편젊은이나중년들은낮동안억눌러두었던욕망을행동으로옮겨,밝은대낮의노동과근면성은암흑세상이되자도덕의심연으로빠져든다.서로를죽이는살육이일어나자리톈바오의장례용품점은호황을맞는다.사람들이화환,수의,부장품,지찰을사러가게를들락거리기때문이다.그리하여리톈바오의가족은갑자기자신들이삶과죽음,현실과비현실이교차하는세계의중심에놓였음을깨닫는다.

옌롄커는오직한가지사건을중심소재로삼아커다란이야기를펼쳐나간다.그것은바로어느날정부가더이상매장을허용하지않고시신을모조리화장해야한다는법률을만든것이다.개혁을위해정부는몰래매장하는집안을밀고하는자에게포상금을내리기로했다.당시여자키에도못미치는데다여드름자국투성이인리톈바오는볼품없는외모뿐아니라집안도가난해결혼을못하고있었다.탈출구는바로밀고였다.그는집지을벽돌과기와살돈을벌고자매장하는이웃을하나둘고발하고그돈으로마침내집을지어아내를얻는다.곧녠녠이태어나지만그는자기때문에무너진이웃들의삶을계속지켜보면서속죄의세월을보내게된다.즉이웃들이몽유에빠지자리톈바오는성인같은일을하기시작한다.이웃들의얼굴을씻어잠을깨우고커피와각성차를끓여먹인다.하천으로뛰어드는노인을건져내고길에버려진시신을업고마을로돌아온다.

옌롄커의소설은늘현실의부조리에대한날카로운목소리를담고있다.이작품역시초현실과풍자를넘나들며현실을조명한다.특히서구권일각에서는하룻밤사이에일어나는일을다룬조이스의『율리시스』와나란히할만하다는평가를하기도했다.하루동안의시간을분절해흘러가는이야기의속도감,한동네안에서분주하게돌아다니는주인공들…….

몽유로인해죽은사람이“병충해로떨어진낙과만큼이나많아”질때까지마을의폭력성은증가한다.주인공리톈바오는시간이흐를수록졸리고,잠들까봐무섭다.하지만꿈속에빠지는것이꼭나쁜일일까?꿈은대낮의‘이성’이지배하는정신을느슨하게해사람들이솔직해지고자기과오를뉘우치는효과도보이지만,더큰흐름은욕망의거침없는분출로나타난다.그런이유에서이소설에서도꿈은점점악몽으로변해가며,녠녠은이를정확히꿰뚫어본다.“사람들은꿈을믿으면서현실은믿지않았습니다.”꿈에빠지는사람들에게는현재가없다.소설속등장인물들역시과거가끊임없이괴롭히는현재에시달리며,현재를인정하지않기위해꿈속으로빠져든다.

대체로이소설에대하여사람들은“현대중국을어둠에가려진세계로은유하고있다”고해석한다.옌롄커는이전의산문집에서도“사람들이행복감에젖어춤추고노래할때,나는누군가그들발밑에서오라에묶이고,걸려서넘어지고,구속되는모습을본다.인간의영혼속에감춰져있는불가사의한추악함을본다”고말한바있다.이작품역시인간의꿈에깔린어둠을밝히고자하며역사의악몽에서깨어나길바라는마음에서쓰였을것이다.소설의결말은그런면에서장엄하고도낙관적인면이있다.세살때부터부모를쫓아화장장을들락거리고다섯살이후부터는아버지를도와시신기름을옮겼던녠녠은해를집어삼키는마을에서광이비치게하고자자신의두다리를분주히움직이며산정상으로기름통을실어나른다.그리고그기름에불이붙어해가떠오르기를,일출이만들어지기를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