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중국의 ‘다음 세대’는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되었는가
그들은 향후 어떤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두 세대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깊은 공감과 진지함을 담아 그려낸 가장 인간적인 저널리즘
그들은 향후 어떤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두 세대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깊은 공감과 진지함을 담아 그려낸 가장 인간적인 저널리즘
나는 젊은이들이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외동들이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은 교육을 받았고
바깥세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어쩌면 이들이 시스템을 바꿀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저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나는 나를 둘러싼 젊은 얼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적응할 거예요.” 한 여학생이 말했고, 여럿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하기는 쉽지만, 분노는 쉽게 잊힙니다.” 또 다른 여학생이 말했다.
그러나 무리 뒤편에 앉아 있던 세레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시스템을 바꿀 거예요.”
_본문 522쪽에서
글항아리의 걸작논픽션 29번째 책으로 피터 헤슬러의 2024년 신간 『젊은 인민의 초상』(원제 Other Rivers)이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피터 헤슬러의 ‘중국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리버타운』 『갑골문자』 『컨트리 드라이빙』을 잇는 네 번째 작품이다. 저명한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로 명성이 높은 헤슬러는 이 책에서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몇 세대에 걸친 중국인의 삶을 깊은 연민과 유머와 진지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충칭의 쓰촨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논픽션을 강의하게 된 헤슬러는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적응시키는 학부모 신분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겪을 만큼 겪었다고 할 수 있는 저자였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전혀 새롭고, 변칙적으로 작동하게 된 이 거대한 사회를 새로운 시점과 감각으로 겪어낼 수밖에 없었고 때론 심각하고 때론 헛웃음이 지어지는 여러 상황을 버무려서 또 한 편의 인간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패멀라 드러커먼은 이 책에 대해 “자신이 가르치던 중국 학생들의 삶과 자신의 딸들이 현지 학교에서 겪는 경험을 통해 재치 있는 관찰과 깊은 공감으로 가득한 현대 중국의 초상을 그려냈다. 중국의 진정한 이야기는 미시사와, 매일 매일의 대화와, 일상을 엿보는 재미에서 드러난다고 믿는 헤슬러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 책은 가장 인간적인 형태의 저널리즘이며, (특히 중국학 학자가 아닌 우리 같은 독자들에게) 진짜 중국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입문서다”라고 논평했다.
이런 평가처럼 피터 헤슬러는 그의 거의 모든 저작이 한국 사회에 지속적으로 소개되어 온 숨은 팬이 만은 저자다. 이번 신간의 번역을 맡은 박경환·윤영수 공동번역가는 후기에서 저자 헤슬러와의 첫 만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의 저술 이력을 짚어주고 있다.
역자들은 2008년 즈음 중국에 있었다. 중국 생활 7년째에 접어들며 누적된 객지생활의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서서히 무너져가던 때 『리버타운』을 읽고 구원받았던 경험이 있다. 1978년에 시작된 개혁개방의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중국에는 돌이켜보면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와도 같은 달뜬 분위기가 있었다.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온갖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가 넘쳐났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월 단위로 바뀔 만큼 부동산이 개발되었으며, 중국 기업들은 줄지어 해외로 나가 화려하게 상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물질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이면에 부조리를 남겼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했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했고, 물질적 부 앞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선입견이 상당 부분 이 시기의 접촉에서 비롯되었다고 역자들은 생각한다. 중국 거주 외국인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은 누리면서도 중국인을 타자화해 그들을 경계하고 희화화하기 바빴다. 나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런 삶이 건강할 리 없었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결국 건강 이상으로 나타났던 무렵 헤슬러의 첫 책 『리버타운』을 만났다. 1990년대 미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쓰촨의 소도시 사범대학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피터 헤슬러의 경험과 시각은 새로웠다. 그가 맺는 인간관계는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단편적인 관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제지간, 동료지간으로 맺은 관계였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전무에 가까웠던 외국 청년이 언어를 익히고 현지생활에 스며들어가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그가 주변을 미화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주변에도 내 주변처럼 온갖 부조리로 가득했다. 다만 그는 주변인들에게 애정을 갖고 이해하려고 애썼을 뿐이다.
어떤 매체에서는 피터 헤슬러의 이러한 태도를 “앎에서 오는 공감informed empathy”이라고 불렀다. 공생의 출발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이 간단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태도의 존재를 깨닫는 것만으로 나는 커다란 위안을 얻었고 스스로 만든 마음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평화봉사단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던 피터 헤슬러는 기자 신분으로 중국에 돌아와 8년가량 머무르며 후속작 『갑골문자』와 『컨트리 드라이빙』을 썼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충칭 사범대학에서 가르쳤던 제자 수십 명이 졸업 후에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가 곳곳에 펼쳐진다. 제자들과 줄곧 편지와 이메일로 안부를 교환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느 특파원들과 달리 피터 헤슬러는 취재원과 오랜 세월에 걸쳐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거시적인 아이템을 찾아 거기 맞는 취재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원들을 오래 알아가다보니 그들이 살아가는 중국의 거시 환경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식이다.
그 뒤 미국을 거쳐 이집트 특파원으로 몇 년의 세월을 보내고 그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2019년, 이번에는 대도시 청두의 쓰촨대학에 정식 고용되어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친다. 학생들은 과거 1990년대에 가르쳤던 제자들의 자녀뻘이다. 개혁개방과 함께 자랐던 세대와 시진핑 집권 후 십대를 보낸 그 아래 세대, 이 두 세대를 피터 헤슬러의 변함없이 밝은 눈을 통해 비교해 보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기다. 『리버타운』의 오랜 독자로서, 이제는 40대 후반이 된 과거의 제자들과 저자가 재회해 인연을 이어가는 장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뭉클했다고 역자들은 밝힌다.
책에는 몇 개의 줄기가 더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저자 본인의 초등학생 쌍둥이 딸을 중국의 현지 학교에 보내는 이야기다. 중국어 한마디 하지 못하던 딸들이 중국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며 그는 중국식 교육의 장단점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발병하고 만다. 미중 관계의 악화로 미국 언론의 특파원들이 대부분 추방당했던 당시, 교사 신분이었던 피터 헤슬러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맡아 우한을 방문하는 등 폭넓은 취재를 벌인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명확한 이유 없이 대학에서 재계약을 거부당해 예정보다 빨리 2년 만에 중국생활을 접게 된다. 이 책은 그 2년간의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1990년대에 보냈던 2년간의 기록이었던 『리버타운』과 수미상응하는 형태가 되었다.
피터 헤슬러는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show not tell’의 달인이기도 하다. 행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논픽션의 대가 존 맥피에게 대학 시절 직접 글쓰기를 배웠다. 역자들은 이 책의 번역 작업을 다 마쳤다가 두 번이나 원문 원고가 수정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그가 글을 어떻게 고쳤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불필요한 문장을 들어내고, 단락의 호흡을 조절하고, 직접적인 형용사나 부사를 쳐낸 흔적을 보며, 감정과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의 솜씨를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유의 글쓰기는 자칫 감정의 울림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수도 있으나 피터 헤슬러는 저널리스트의 꼼꼼함으로 균형을 잡는다. 현상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을 조사해 맥락을 입히고, 사실 여부를 교차 확인하고, 의미를 부여하되 섣불리 일반화하지 않는다. 취재원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태도 또한 돋보인다.
위험을 회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은 교육을 받았고
바깥세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어쩌면 이들이 시스템을 바꿀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저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나는 나를 둘러싼 젊은 얼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적응할 거예요.” 한 여학생이 말했고, 여럿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하기는 쉽지만, 분노는 쉽게 잊힙니다.” 또 다른 여학생이 말했다.
그러나 무리 뒤편에 앉아 있던 세레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시스템을 바꿀 거예요.”
_본문 522쪽에서
글항아리의 걸작논픽션 29번째 책으로 피터 헤슬러의 2024년 신간 『젊은 인민의 초상』(원제 Other Rivers)이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피터 헤슬러의 ‘중국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리버타운』 『갑골문자』 『컨트리 드라이빙』을 잇는 네 번째 작품이다. 저명한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로 명성이 높은 헤슬러는 이 책에서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몇 세대에 걸친 중국인의 삶을 깊은 연민과 유머와 진지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충칭의 쓰촨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논픽션을 강의하게 된 헤슬러는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적응시키는 학부모 신분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겪을 만큼 겪었다고 할 수 있는 저자였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전혀 새롭고, 변칙적으로 작동하게 된 이 거대한 사회를 새로운 시점과 감각으로 겪어낼 수밖에 없었고 때론 심각하고 때론 헛웃음이 지어지는 여러 상황을 버무려서 또 한 편의 인간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패멀라 드러커먼은 이 책에 대해 “자신이 가르치던 중국 학생들의 삶과 자신의 딸들이 현지 학교에서 겪는 경험을 통해 재치 있는 관찰과 깊은 공감으로 가득한 현대 중국의 초상을 그려냈다. 중국의 진정한 이야기는 미시사와, 매일 매일의 대화와, 일상을 엿보는 재미에서 드러난다고 믿는 헤슬러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 책은 가장 인간적인 형태의 저널리즘이며, (특히 중국학 학자가 아닌 우리 같은 독자들에게) 진짜 중국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입문서다”라고 논평했다.
이런 평가처럼 피터 헤슬러는 그의 거의 모든 저작이 한국 사회에 지속적으로 소개되어 온 숨은 팬이 만은 저자다. 이번 신간의 번역을 맡은 박경환·윤영수 공동번역가는 후기에서 저자 헤슬러와의 첫 만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의 저술 이력을 짚어주고 있다.
역자들은 2008년 즈음 중국에 있었다. 중국 생활 7년째에 접어들며 누적된 객지생활의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서서히 무너져가던 때 『리버타운』을 읽고 구원받았던 경험이 있다. 1978년에 시작된 개혁개방의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중국에는 돌이켜보면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와도 같은 달뜬 분위기가 있었다.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온갖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가 넘쳐났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월 단위로 바뀔 만큼 부동산이 개발되었으며, 중국 기업들은 줄지어 해외로 나가 화려하게 상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물질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이면에 부조리를 남겼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했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했고, 물질적 부 앞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선입견이 상당 부분 이 시기의 접촉에서 비롯되었다고 역자들은 생각한다. 중국 거주 외국인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은 누리면서도 중국인을 타자화해 그들을 경계하고 희화화하기 바빴다. 나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런 삶이 건강할 리 없었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결국 건강 이상으로 나타났던 무렵 헤슬러의 첫 책 『리버타운』을 만났다. 1990년대 미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쓰촨의 소도시 사범대학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피터 헤슬러의 경험과 시각은 새로웠다. 그가 맺는 인간관계는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단편적인 관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제지간, 동료지간으로 맺은 관계였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전무에 가까웠던 외국 청년이 언어를 익히고 현지생활에 스며들어가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그가 주변을 미화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주변에도 내 주변처럼 온갖 부조리로 가득했다. 다만 그는 주변인들에게 애정을 갖고 이해하려고 애썼을 뿐이다.
어떤 매체에서는 피터 헤슬러의 이러한 태도를 “앎에서 오는 공감informed empathy”이라고 불렀다. 공생의 출발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이 간단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태도의 존재를 깨닫는 것만으로 나는 커다란 위안을 얻었고 스스로 만든 마음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평화봉사단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던 피터 헤슬러는 기자 신분으로 중국에 돌아와 8년가량 머무르며 후속작 『갑골문자』와 『컨트리 드라이빙』을 썼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충칭 사범대학에서 가르쳤던 제자 수십 명이 졸업 후에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가 곳곳에 펼쳐진다. 제자들과 줄곧 편지와 이메일로 안부를 교환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느 특파원들과 달리 피터 헤슬러는 취재원과 오랜 세월에 걸쳐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거시적인 아이템을 찾아 거기 맞는 취재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원들을 오래 알아가다보니 그들이 살아가는 중국의 거시 환경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식이다.
그 뒤 미국을 거쳐 이집트 특파원으로 몇 년의 세월을 보내고 그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2019년, 이번에는 대도시 청두의 쓰촨대학에 정식 고용되어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친다. 학생들은 과거 1990년대에 가르쳤던 제자들의 자녀뻘이다. 개혁개방과 함께 자랐던 세대와 시진핑 집권 후 십대를 보낸 그 아래 세대, 이 두 세대를 피터 헤슬러의 변함없이 밝은 눈을 통해 비교해 보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기다. 『리버타운』의 오랜 독자로서, 이제는 40대 후반이 된 과거의 제자들과 저자가 재회해 인연을 이어가는 장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뭉클했다고 역자들은 밝힌다.
책에는 몇 개의 줄기가 더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저자 본인의 초등학생 쌍둥이 딸을 중국의 현지 학교에 보내는 이야기다. 중국어 한마디 하지 못하던 딸들이 중국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며 그는 중국식 교육의 장단점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발병하고 만다. 미중 관계의 악화로 미국 언론의 특파원들이 대부분 추방당했던 당시, 교사 신분이었던 피터 헤슬러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맡아 우한을 방문하는 등 폭넓은 취재를 벌인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명확한 이유 없이 대학에서 재계약을 거부당해 예정보다 빨리 2년 만에 중국생활을 접게 된다. 이 책은 그 2년간의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1990년대에 보냈던 2년간의 기록이었던 『리버타운』과 수미상응하는 형태가 되었다.
피터 헤슬러는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show not tell’의 달인이기도 하다. 행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논픽션의 대가 존 맥피에게 대학 시절 직접 글쓰기를 배웠다. 역자들은 이 책의 번역 작업을 다 마쳤다가 두 번이나 원문 원고가 수정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그가 글을 어떻게 고쳤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불필요한 문장을 들어내고, 단락의 호흡을 조절하고, 직접적인 형용사나 부사를 쳐낸 흔적을 보며, 감정과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의 솜씨를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유의 글쓰기는 자칫 감정의 울림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수도 있으나 피터 헤슬러는 저널리스트의 꼼꼼함으로 균형을 잡는다. 현상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을 조사해 맥락을 입히고, 사실 여부를 교차 확인하고, 의미를 부여하되 섣불리 일반화하지 않는다. 취재원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태도 또한 돋보인다.
젊은 인민의 초상 : 개혁개방에서 시진핑 시대까지 중국의 두 세대가 건너온 강 - 걸작 논픽션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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