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 메리 비어드 선집 1 (양장)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 메리 비어드 선집 1 (양장)

$35.00
Description
치명적인 화산분출물을 피해 탈출하는 도망자들에서 시작해
폼페이 유적지를 안내하는 지극히 실용적인 가이드로 끝맺는
탁월한 역사서이자 여행안내서!
그리스 로마 연구자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독창적인 메리 비어드의 역작
이 책의 저자 메리 비어드는 그리스 로마의 언어와 문학, 역사 분야의 연구자로, 일반 대중에게 친근한 글쓰기 재능과 소통력을 갖춰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전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 외에 텔레비전, 라디오, 각종 잡지, 블로그 등을 통해 왕성히 활동하는 그녀는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런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그의 번역서가 거의 소개된 바 없는데, 이번에 글항아리에서 메리 비어드 선집을 선보이게 되었다. 비어드가 남성 주도적이었던 고전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이유는,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 학문적인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이 쉽게 읽도록 배려하는 글을 쓴다는 데 있다. 그러한 저자를 향한 평가는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편안하고 쉬운 비어드의 문체를 보면 독자를 정말로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정통 학자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마이클 바이워터)
그동안 폼페이에 관한 많은 역사서와 문학서는 폼페이에 화산분출이 있던 마지막 날에 초점을 맞춰 극렬한 비극성을 강조해왔다. 반면 이 책은 “일상적인 것을 다루는” 데 지향점을 두고 현재 남아 있는 유적과 그 화려한 면모들을 통해 폼페이 사람들의 일상을 추적해 들어간다. 사실상 폼페이에 관한 연구나 역사서, 대중서들은 그동안 유적을 통해 지나친 억측을 많이 해왔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은 학술적으로 탄탄한 연구 기반 위에 흥미로운 역사서로 집필되었다는 게 특징인데, 특히 기존의 통념들을 뒤집는 논거도 많이 담고 있다. 내용은 마치 로마의 뒷골목을 탐색하듯 도시를 가로지르며 진행된다. 폼페이 도로에도 마차가 달리는 일방통행로가 있었다는 이야기, 부촌과 달동네 구분 없이 대갓집과 서민 주택이 뒤섞여 있었다는 이야기, 실내장식 취향, 빵집 주인, 금융업자, 가룸 제조업자 등의 먹고사는 이야기, 로마 하면 떠오르는 음식, 포도주, 섹스, 목욕, 오락, 게임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어느 건물에 남겨진 낙서를 통해 보는 폼페이 청년의 짝사랑, 여관방에 요강이 없다고 불평하는 투숙객까지, 때로는 지금의 우리와 비슷해서 공감 가고, 많이 달라서 신기한 고대인의 일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수용 인원이 2만 명이나 되는 원형경기장을 보고 화장실이 없는데 구경꾼들이 어디서 볼일을 해결했을까를 궁금해하고, 발굴 유골의 치아에 끼어 있는 치석을 보며 폼페이는 입 냄새가 심한 도시였을 거라고 추정하는 비어드 특유의 엉뚱함과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화산재에 묻혀 죽어가는 고대인의 단말마의 고통을 포착한 석고상, 폼페이의 역사, 멸망, 발굴 유적의 용도 등을 둘러싼 굵직한 논란의 주제들도 비켜가지 않는다. 독자들은 폼페이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놓으며 알고 있으나 동시에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폼페이 역설’을 제기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게 된 독자들은 폼페이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경험하며 폼페이 역설을 깨부술 생생한 지적 무기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복잡한 흔적을 가진 도시

서기 79년 8월 25일 이른 시각의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분출 희생자를 통해 우리는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고대 세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유골과 석고상을 통해 재구성되는 당시 실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선택, 결정, 그들이 품었던 헛된 희망……. 우리는 비록 고고학자가 아니지만 화산폭발 당시 최소한의 물품만 든 채 집 밖으로 뛰쳐나왔던 이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다행히 발굴된 유해로부터 갖가지 개인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과거에 비해 진보하면서 우리가 만나는 폼페이 사람들의 모습은 한층 구체화되었고 사연도 풍부해졌다. 비어드는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에 주목해 일상을 깊숙이 파헤쳐 거대한 역사를 재구성해낸다. 특히 그동안 지녔던 폼페이에 관한 상식이 깨지는 순간 통쾌함과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어드식 반전 몇몇을 살펴보자.

·폼페이는 입내가 심한 도시다?
폼페이 사람들 대부분은 치아의 법랑질 부분에 고리 모양 흔적들을 지니고 있는데, 유년 시절에 겪은 여러 차례의 전염성 질환을 말해준다. 이는 로마 시대 유아들이 처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상기시키는 좋은 예로, 그 당시 태어난 아이들의 절반은 10세 이전에 죽었다고 한다. 현대 서구인에 비하면 정도가 약한 편이지만 분명히 드러난 치아 부식의 증거는 당분과 녹말이 많이 함유된 식생활을 말해주며 인상적인 것은 모든 유골의 치아에 치석이 보인다는 점이다. 비어드는 이처럼 치석이 심했던 이유는 칫솔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폼페이는 입내가 심한 도시였을 것이라는 재치 있는 생각을 내놓는다.

·폼페이는 ‘일순간에 모든 것이 정지된’ 도시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폼페이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일상이 진행되다가 화산분출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도시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대부분의 안내서와 여행 책자는 그런 식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저자는 폼페이가 훨씬 더 난해하며 그렇기 때문에 흥미로운 공간임을 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여러 차례에 걸쳐 붕괴와 혼란이 거듭되었으며, 주민들은 철수했고, 이어서 약탈까지 당해 복잡한 흔적과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흔적과 상처를 다룸으로써 ‘폼페이 역설’을 제시한다.

·폼페이는 두 번 죽었다?
이는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오래된 농담이다. 첫 번째 죽음은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말하고,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두 번째는 18세기 중반 발굴이 시작된 이후 도시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죽음을 말한다. 폼페이 고고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여러 원인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발굴 이후 박물관으로 떼어가지 않고 남겨두었던 벽화들은 희미하게 바래어 애초의 화려한 색채는커녕 형태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이는 화산 폭발 때와는 달리 서서히 진행되는 파괴 과정으로, 잦은 지진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관광객이 죽음의 과정을 재촉하고 있음을 전한다. 또한 유적지에 기승했던 도둑과 공공 기물 파괴자들이 두 번째 죽음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폼페이처럼 넓은 유적지는 감시가 어려워 그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방문객들이 보는 로마 시대의 유적은 오늘날까지 기적적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작업이 완료된 결과물이라고 말하는데, 폼페이의 지명과 구획 대부분이 현대식이라는 것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폼페이의 일상 엿보기

폼페이에 생명이 가득할 때, 그곳의 일상은 어땠을까? 우리는 화산이 분출하여 급하게 도시를 떠나던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지 못했던 장면과 재로 덮인 도시로 역사에 남은 신비로움에 압도당해 있었다. 그러나 재로 덮이기 전, 폼페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더욱 주목했어야 할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폼페이는 구역 구분이 없었다?
저자는 폼페이가 전반적으로 지역 간 차이보다는 유사성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고 전한다. 이는 사회지리학자들이 ‘구역 구분’으로 표현하는 현대 서구 도시들의 두드러진 경향과는 매우 상반된다. 현대 도시는 상업, 산업, 주거 등의 활동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 때로는 인종 사이에도 뚜렷한 지역 구분이 생긴다. 그러나 폼페이는 현대인이 생각하는 구역 구분이 없는 도시, 즉 상류층 주거지와 비상류층 주거지의 명확한 구분이 없는 도시였다. 그런 예의 또 하나로 변소 공간을 들 수 있다. 변소 는 주택 규모와 상관없이 하나뿐이며 대체로 부엌에서 발견된다. 부분적으로는 칸막이가 쳐져 있지만 문이 있었던 흔적은 없다. 현대인은 다른 건 몰라도 화장실에서만큼은 완벽한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반면 로마인은 그렇지 않았던 듯하다.

·로마인은 매일 격식을 차린 저녁 식사를 즐겼다?
폼페이 주택의 부엌은 워낙 규모가 작고 볼품없어서 관광객들이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식당은 확실히 눈길을 끄는 공간이다. 폼페이 사람들이 가장 공들여 우아하게 꾸민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식당이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식당은 ‘트리클리니움’이라고 하는데 풀이하면 ‘세 개의 긴 의자’란 뜻이다. 이것은 참석자 세 명이 비스듬히 앉아 식사를 하는, 격식 있는 로마 만찬의 일반적인 형태가 반영된 명칭이다. 그러나 저자는 로마인들이 매일 이렇듯 격식 차린 저녁 식사를 즐기진 않았다고 말한다. 이는 몇몇 단편적인 사례를 토대 삼은, 빈약한 근거에 의존한 일반화의 오류다. 사실 대부분의 폼페이 주택에는 트리클리니움 자체가 없으며, 부유한 집에서도 트리클리니움 만찬이 일상이라기보다는 이례적 행사였던 것이다.

·로마에는 해방노예가 있었다?
그리스와 달리 로마에서는 장기간 의무를 다한 민가의 노예들에게 자유가 주어지곤 했다. 이는 인도적 차원에 따른 주인의 동정심과 경제적 이익의 결합으로부터 비롯된 관대한 처분이었다. 집안 노동을 소화하기 어려운 늙은 노예를 풀어줌으로써 먹는 입을 줄일 수 있고, 더불어 다른 노예들로 하여금 성실한 노동과 복종을 유도할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해방노예는 다양한 방식으로 예속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주인의 상업활동을 돕거나, 어엿한 가정을 꾸린 뒤에도 예전 주인의 집에 계속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라틴어 ‘파밀리아familia’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가족family’이 아니라 노예와 해방노예까지 포함하는 넓은 범주의 가족household을 의미한다.

·폼페이에는 신과 여신들이 바글거렸다?
실제로 폼페이에 존재하는 여러 신의 이미지는 성별을 떠나 수천 가지 모양을 한다. 다채로운 표현 수단을 통해 형상화된 신들을 모두 세어본다면 당시 거주하던 시민들 수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대 신들의 이미지를 천편일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보통은 어떤 신인지를 확인해주는 핵심 특징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칠 뿐 그 이상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태도는 신의 이미지가 고대 세계에서 지녔던 문화적, 종교적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시에는 세상에 신성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지적인 관점에서든 종교적인 관점에서든 무신론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견해였다. 폼페이 사람들이 일생생활에서 마주했던 여러 신과 여신의 이미지는 훨씬 더 다양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과 물리적인 형상을 달리 표현하여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폼페이 속 육체의 쾌락

폼페이의 음식, 섹스, 목욕 등 그들이 추구한 육체의 쾌락이 궁금하다! 폼페이에서 발견된 한 쌍의 은잔에는 해골들이 유쾌한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장식되어 있고,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름과 함께 철학적인 문구까지 덧붙여져 있다. “쾌락이야말로 인생의 목표다!”

·로마의 여자들은 음탕하며 자유분방하다?
로마 시인과 역사가들이 말하는 선정적이고 음탕하며 자유분방한 로마 여자들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이 허구이며, 황실에 속한 극히 예외적인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당시는 여자가 자신의 인생, 운명, 성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존경받는 기혼 여성의 주요 역할은 두 가지다. 첫째는 출산이라는 위험천만한 일이고(현대 이전 모든 시기에 그렇듯이 고대 로마에서도 출산은 주요한 사망 요인이었다), 둘째는 주택과 가정을 건사하는 일이었다. 로마 시대의 어느 유명한 묘비명에서는 이런 세태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비문의 핵심은 “그녀는 두 아들을 낳았고 (…) 가정을 잘 지켰고 모직물을 짰다”는 것이었다.

·로마 상류층 남자들은 성생활을 쾌락 및 권력과 직결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 로마 상류층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성기 삽입을 쾌락 및 권력과 직결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성행위 상대는 어느 성별이든 가능했고 남성 간의 성행위도 많았으며 동성애를 배타적인 생활 방식으로 간주했다는 단서도 거의 없다. 로마 남자들은 요절한 경우를 빼고는 모두 결혼했고, 기혼남이 아내에 대해 정절을 지키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거나 특별히 존경할 만한 행위로 보지 않았다. 다만 쾌락 추구에 관한 한 다른 상류층 남자의 아내, 딸, 아들은 금지 대상이었으며 노예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먼저 취하는 사람이 임자였다. 남자가 자기 노예와 잠자리를 갖는 것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부분적으로는 그것이 노예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노예와의 성관계가 여의치 않은 가난한 시민들은 밖으로 나가 매춘부를 찾았을 것이다.

·로마의 목욕 문화는 도덕성에 관해 모순된 견해가 병존했다?
로마에서 목욕은 ‘로마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로마인은 어디를 가든 목욕을 했다고 한다. 목욕은 단지 청결 수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의 종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목욕탕 건물은 로마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첨단 건물에 속했음을 알 수 있다. 목욕탕은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인 동시에 로마사회의 불평등한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목욕할 때는 꾸밈이나 표식 없이 날것의 로마를 보여주는 곳이므로 현대의 어느 역사가의 말처럼 “사회계급 제도라는 오존층에 난 구멍”이었다. 그러면서도 목욕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습관이라는 강한 의혹도 제기되었다. 당시는 소변이나 인체 오물로 인한 오염을 완화시킬 염소 소독 같은 방법이 없던 시대였으므로 그 자체로 대량의 박테리아 번식장이었을 것이다. 목욕탕은 폼페이 서민들에게 경이와 쾌락, 화려한 아름다움을 두루 맛볼 수 있는 경이로운 공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들을 죽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로마인의 휴일을 위해 도살당한다?
폼페이 주민의 휴일 외출은 검투사와 맹수, 검투사와 검투사의 싸움을 관람하기 위함일 때때가 많았다고 한다. 때로는 한쪽이 죽어야만 경기가 종결되는 잔인한 볼거리였지만 검투사 경기 관람은 분명 로마인들의 중요한 여가활동이었다. 검투사 경기와 동물 사냥이 치러지던 원형경기장은 지금도 폼페이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유적지로 손꼽힌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폼페이에는 그다지 이국적인 동물들이 없다. 저자는 현재까지의 증거를 종합해보면 폼페이 쇼에 나오는 동물들은 현지에서 조달되었으며, 심지어 황소나 곰보다는 개나 염소를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폼페이 원형경기장의 동물사냥은 요즘으로 치면 ‘야생동물 보호구역’보다는 ‘어린이 동물원’에 가까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저자

메리비어드

저자:메리비어드
현역고전학자로그리스로마연구자가운데가장유명하고독창성이돋보이는인물로꼽힌다.케임브리지대학뉴넘칼리지특별연구원이자고전학과교수직을맡고있으며『타임스리터러리서플리먼트』의고전분야편집장이기도하다.
저서로는『공화정말기의로마』를시작으로『제인해리슨의발명』,키스홉킨스와공동집필한『콜로세움』,『로마의개선식』,『파르테논』,『그리스로마고전독서의최전선』,『로마는왜위대해졌는가』외다수가있다.
‘영국에서가장유명한고전학자’라는수식어가따라붙는비어드는BBC다큐멘터리시리즈「로마인을만나다」,「메리비어드의궁극의로마:무한한제국」등의진행자로활약했다.또한『타임스리터러리서플리먼트』웹사이트에고정으로소개되는블로그「어느대학교수의생활ADon’sLife」을통해학문적인관심부터사회이슈,소소한개인일상까지건강하게공유하고의견을나눈다.
영국정치잡지『프로스펙』독자들은2014년비어드를세계의영향력있는사상가7위로꼽았고,젊은이위주의대중문화에반기를들고장년층,노년층을위한잡지로차별화를선언한『올디』는2013년올해의인물로비어드를선정했다.2016년에는스페인의아스투리아스왕세녀재단에서수여하는아스투리아스왕세녀상사회과학분야수상자로선정되었다.

역자:강혜정
서울대동양사학과를졸업하고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폼페이,사라진로마도시의화려한일상』,『오로지일본의맛』,『알려지지않은미국400년계급사』,『1만시간의재발견』,『반지성주의』,『주키퍼스와이프』,『역사가당신에게들려주고싶은이야기』,『누구도멈출수없다』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삶이멈춰버린도시
복잡한흔적을간직한도시
폼페이,두번살다
놀라운도시폼페이

1장유서깊은도시,폼페이
폼페이의과거엿보기
로마이전
로마되기
로마세계안의폼페이

2장도로
발밑을주목하라
도로의용도는?
대로와뒷골목
급수시설
일방통행로
인도:공적공간이면서동시에사적으로활용된공간
거리의사람들
잠들지않는도시?

3장주택과가정
‘비극시인의집’
복원기술
주택의위층과아래층
과시용주택
부잣집과서민집:그냥‘폼페이주택’이란없다
이름과주소
서기79년:온갖수리와재단장

4장벽화와장식
작업중이던화공들
폼페이의색깔
실내장식규칙
신화로방을채우다
전망좋은방?

5장먹고살기:빵집주인,금융업자,가룸제조업자
수익추구
로마의경제
교외생활과농산물
도시생활과각종직업
빵집주인
금융업자
가룸제조업자

6장누가도시를통치했는가?
투표,투표,투표
공직에따르는부담?
성공한인물들의면면
상류층남성이전부는아니었다?

7장육체의쾌락:음식,포도주,섹스,목욕
전채요리용겨울잠쥐
폼페이의식생활
카페문화
유곽둘러보기
기분좋은목욕

8장오락과게임
주사위게임
스타에빠지다?극장과배우
유혈게임
여자들의우상?검투사의삶

9장도시를가득채운신들
폼페이의또다른주민
경전없는종교
도시의신전
신에대한경배
정치와종교:황제,신도,사제
이시스숭배

에필로그:죽은자들의도시
재에서재로
무덤에새겨진다툼의기록

폼페이방문
참고도서
감사의마음을전하며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치명적인화산분출물을피해탈출하는도망자들에서시작해
폼페이유적지를안내하는지극히실용적인가이드로끝맺는
탁월한역사서이자여행안내서!
그리스로마연구자가운데가장유명하고독창적인메리비어드의역작

★2008년울프슨역사상수상
★세계의영향력있는사상가7위_『프로스펙트』
★2013올해의인물_『올디』
★2016년아스투리아스왕세녀상사회과학분야수상자
★세계10대페미니스트_『가디언』

이책의저자메리비어드는그리스로마의언어와문학,역사분야의연구자로,일반대중에게친근한글쓰기재능과소통력을갖춰‘영국에서가장유명한고전학자’라는수식어가따라붙는다.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연구하는것외에텔레비전,라디오,각종잡지,블로그등을통해왕성히활동하는그녀는BBC다큐멘터리시리즈의진행자로도활약하고있다.그런명성에비해국내에는그의번역서가거의소개된바없는데,이번에글항아리에서메리비어드선집을선보이게되었다.비어드가남성주도적이었던고전학분야에서두드러진성과를보이는이유는,그녀의가장큰장점이학문적인전문성을잃지않으면서도대중이쉽게읽도록배려하는글을쓴다는데있다.그러한저자를향한평가는이를테면다음과같다.“편안하고쉬운비어드의문체를보면독자를정말로소중히여긴다는생각이든다.정통학자들사이에서는흔치않은일이다.”(마이클바이워터)
그동안폼페이에관한많은역사서와문학서는폼페이에화산분출이있던마지막날에초점을맞춰극렬한비극성을강조해왔다.반면이책은“일상적인것을다루는”데지향점을두고현재남아있는유적과그화려한면모들을통해폼페이사람들의일상을추적해들어간다.사실상폼페이에관한연구나역사서,대중서들은그동안유적을통해지나친억측을많이해왔다.그런가운데이책은학술적으로탄탄한연구기반위에흥미로운역사서로집필되었다는게특징인데,특히기존의통념들을뒤집는논거도많이담고있다.내용은마치로마의뒷골목을탐색하듯도시를가로지르며진행된다.폼페이도로에도마차가달리는일방통행로가있었다는이야기,부촌과달동네구분없이대갓집과서민주택이뒤섞여있었다는이야기,실내장식취향,빵집주인,금융업자,가룸제조업자등의먹고사는이야기,로마하면떠오르는음식,포도주,섹스,목욕,오락,게임이야기도빠지지않는다.어느건물에남겨진낙서를통해보는폼페이청년의짝사랑,여관방에요강이없다고불평하는투숙객까지,때로는지금의우리와비슷해서공감가고,많이달라서신기한고대인의일상이생생하게펼쳐진다.수용인원이2만명이나되는원형경기장을보고화장실이없는데구경꾼들이어디서볼일을해결했을까를궁금해하고,발굴유골의치아에끼어있는치석을보며폼페이는입냄새가심한도시였을거라고추정하는비어드특유의엉뚱함과반전이읽는재미를더한다.물론화산재에묻혀죽어가는고대인의단말마의고통을포착한석고상,폼페이의역사,멸망,발굴유적의용도등을둘러싼굵직한논란의주제들도비켜가지않는다.독자들은폼페이에대해많이알고있다고생각하겠지만저자는미처생각하지못했던것들을풀어놓으며알고있으나동시에아는것이거의없다는‘폼페이역설’을제기한다.그리하여이책을읽게된독자들은폼페이의이모저모를속속들이경험하며폼페이역설을깨부술생생한지적무기를소유하게될것이다!

복잡한흔적을가진도시

서기79년8월25일이른시각의폼페이.베수비오화산분출희생자를통해우리는수천년의세월을뛰어넘어고대세계와직접적으로연결되는강렬한느낌을받는다.유골과석고상을통해재구성되는당시실존했던사람들의이야기,그들의선택,결정,그들이품었던헛된희망…….우리는비록고고학자가아니지만화산폭발당시최소한의물품만든채집밖으로뛰쳐나왔던이들의심정을헤아릴수있다.다행히발굴된유해로부터갖가지개인정보를찾아내는능력이과거에비해진보하면서우리가만나는폼페이사람들의모습은한층구체화되었고사연도풍부해졌다.비어드는사람들이무심히지나쳐버린것에주목해일상을깊숙이파헤쳐거대한역사를재구성해낸다.특히그동안지녔던폼페이에관한상식이깨지는순간통쾌함과공감을느낄수있을것이다.비어드식반전몇몇을살펴보자.

·폼페이는입내가심한도시다?
폼페이사람들대부분은치아의법랑질부분에고리모양흔적들을지니고있는데,유년시절에겪은여러차례의전염성질환을말해준다.이는로마시대유아들이처한위험천만한상황을상기시키는좋은예로,그당시태어난아이들의절반은10세이전에죽었다고한다.현대서구인에비하면정도가약한편이지만분명히드러난치아부식의증거는당분과녹말이많이함유된식생활을말해주며인상적인것은모든유골의치아에치석이보인다는점이다.비어드는이처럼치석이심했던이유는칫솔이없었기때문이라고하며폼페이는입내가심한도시였을것이라는재치있는생각을내놓는다.

·폼페이는‘일순간에모든것이정지된’도시다?
대부분의사람은지금우리가보고있는폼페이가여느때와같이평범한일상이진행되다가화산분출순간모든것이정지된도시라고생각한다.과연그럴까?대부분의안내서와여행책자는그런식으로묘사하고있지만이는사실과다르다.저자는폼페이가훨씬더난해하며그렇기때문에흥미로운공간임을전한다.우리가알고있는것과는다르게여러차례에걸쳐붕괴와혼란이거듭되었으며,주민들은철수했고,이어서약탈까지당해복잡한흔적과상처를고스란히간직하고있다는것이다.저자는이책을통해서그러한흔적과상처를다룸으로써‘폼페이역설’을제시한다.

·폼페이는두번죽었다?
이는고고학자들사이에서오래된농담이다.첫번째죽음은베수비오화산폭발로인한갑작스러운죽음을말하고,이책을통해알수있는두번째는18세기중반발굴이시작된이후도시에서서서히진행되고있는죽음을말한다.폼페이고고학계의노력에도불구하고도시는여러원인에의해서서히파괴되고있다.관광객의출입이금지된지역에는잡초가무성하고,발굴이후박물관으로떼어가지않고남겨두었던벽화들은희미하게바래어애초의화려한색채는커녕형태를확인하기조차어려운지경이되었다.이는화산폭발때와는달리서서히진행되는파괴과정으로,잦은지진과끊임없이밀려오는관광객이죽음의과정을재촉하고있음을전한다.또한유적지에기승했던도둑과공공기물파괴자들이두번째죽음을부추긴원인으로꼽힌다.폼페이처럼넓은유적지는감시가어려워그들의집중공격을받을수밖에없기때문이다.또한저자는방문객들이보는로마시대의유적은오늘날까지기적적으로보존된것이아니라작업이완료된결과물이라고말하는데,폼페이의지명과구획대부분이현대식이라는것에서그증거를찾을수있다.

폼페이의일상엿보기

폼페이에생명이가득할때,그곳의일상은어땠을까?우리는화산이분출하여급하게도시를떠나던사람들이죽음을피하지못했던장면과재로덮인도시로역사에남은신비로움에압도당해있었다.그러나재로덮이기전,폼페이의일상을들여다보면더욱주목했어야할것들을발견하게된다.

·폼페이는구역구분이없었다?
저자는폼페이가전반적으로지역간차이보다는유사성이훨씬더두드러진다고전한다.이는사회지리학자들이‘구역구분’으로표현하는현대서구도시들의두드러진경향과는매우상반된다.현대도시는상업,산업,주거등의활동이특정지역에집중되는경향이있으며부유층과빈곤층사이,때로는인종사이에도뚜렷한지역구분이생긴다.그러나폼페이는현대인이생각하는구역구분이없는도시,즉상류층주거지와비상류층주거지의명확한구분이없는도시였다.그런예의또하나로변소공간을들수있다.변소는주택규모와상관없이하나뿐이며대체로부엌에서발견된다.부분적으로는칸막이가쳐져있지만문이있었던흔적은없다.현대인은다른건몰라도화장실에서만큼은완벽한‘사생활보호’를원하는반면로마인은그렇지않았던듯하다.

·로마인은매일격식을차린저녁식사를즐겼다?
폼페이주택의부엌은워낙규모가작고볼품없어서관광객들이그냥지나치기도하지만식당은확실히눈길을끄는공간이다.폼페이사람들이가장공들여우아하게꾸민공간중하나가바로식당이기때문이다.라틴어로식당은‘트리클리니움’이라고하는데풀이하면‘세개의긴의자’란뜻이다.이것은참석자세명이비스듬히앉아식사를하는,격식있는로마만찬의일반적인형태가반영된명칭이다.그러나저자는로마인들이매일이렇듯격식차린저녁식사를즐기진않았다고말한다.이는몇몇단편적인사례를토대삼은,빈약한근거에의존한일반화의오류다.사실대부분의폼페이주택에는트리클리니움자체가없으며,부유한집에서도트리클리니움만찬이일상이라기보다는이례적행사였던것이다.

·로마에는해방노예가있었다?
그리스와달리로마에서는장기간의무를다한민가의노예들에게자유가주어지곤했다.이는인도적차원에따른주인의동정심과경제적이익의결합으로부터비롯된관대한처분이었다.집안노동을소화하기어려운늙은노예를풀어줌으로써먹는입을줄일수있고,더불어다른노예들로하여금성실한노동과복종을유도할수있었다.또한대부분의해방노예는다양한방식으로예속관계를유지했다고한다.대표적으로주인의상업활동을돕거나,어엿한가정을꾸린뒤에도예전주인의집에계속머무는경우가많았다.그래서라틴어‘파밀리아familia’란오늘날우리가말하는‘가족family’이아니라노예와해방노예까지포함하는넓은범주의가족household을의미한다.

·폼페이에는신과여신들이바글거렸다?
실제로폼페이에존재하는여러신의이미지는성별을떠나수천가지모양을한다.다채로운표현수단을통해형상화된신들을모두세어본다면당시거주하던시민들수보다많을수도있다는것이다.우리는고대신들의이미지를천편일률적으로생각하는경향이있고보통은어떤신인지를확인해주는핵심특징을파악하는정도에그칠뿐그이상의관심을기울이지않는다.저자는이런태도는신의이미지가고대세계에서지녔던문화적,종교적역할을과소평가하는것이라고지적한다.당시에는세상에신성한힘이존재한다는사실에대해아무도의심하지않았고,지적인관점에서든종교적인관점에서든무신론이라는것은납득할수없는견해였다.폼페이사람들이일생생활에서마주했던여러신과여신의이미지는훨씬더다양한의미를지녔다는것과물리적인형상을달리표현하여눈에보이는이미지를중요하게여겼음을알수있다.

폼페이속육체의쾌락

폼페이의음식,섹스,목욕등그들이추구한육체의쾌락이궁금하다!폼페이에서발견된한쌍의은잔에는해골들이유쾌한파티를벌이는모습이장식되어있고,그리스철학자들의이름과함께철학적인문구까지덧붙여져있다.“쾌락이야말로인생의목표다!”

·로마의여자들은음탕하며자유분방하다?
로마시인과역사가들이말하는선정적이고음탕하며자유분방한로마여자들의이야기는많은부분이허구이며,황실에속한극히예외적인사람들에게나해당되는이야기다.당시는여자가자신의인생,운명,성을통제할수있는사회가아니었던것이다.저자가전하는존경받는기혼여성의주요역할은두가지다.첫째는출산이라는위험천만한일이고(현대이전모든시기에그렇듯이고대로마에서도출산은주요한사망요인이었다),둘째는주택과가정을건사하는일이었다.로마시대의어느유명한묘비명에서는이런세태를정확하게묘사하고있다.이비문의핵심은“그녀는두아들을낳았고(…)가정을잘지켰고모직물을짰다”는것이었다.

·로마상류층남자들은성생활을쾌락및권력과직결된것으로생각했다?
그렇다.로마상류층남자들은기본적으로성기삽입을쾌락및권력과직결된것으로생각했다고한다.성행위상대는어느성별이든가능했고남성간의성행위도많았으며동성애를배타적인생활방식으로간주했다는단서도거의없다.로마남자들은요절한경우를빼고는모두결혼했고,기혼남이아내에대해정절을지키는것을가치있게여기거나특별히존경할만한행위로보지않았다.다만쾌락추구에관한한다른상류층남자의아내,딸,아들은금지대상이었으며노예와사회적지위가낮은사람들은남자든여자든먼저취하는사람이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