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밤
Description
미루고 피해왔던 권태, 고독, 불안 그리고 해방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
누군가에겐 일상, 누군가에겐 비일상인 ‘그 밤’에 바치는 여섯 개의 진담
밤夜과 연관되는 단어를 떠올릴 때 술은 과연 앞줄에 놓인다. 이는 술을 마시는 이에게도 마시지 않는 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마시는 이에게는 역시나 그 밤에는 술이 꼭 알맞기에 중요하고, 마시지 않는 이에게는 술을 멀리하거나 거부해온 장구하고도 지겨운 지난날을 상기시키기에 중요하다. 삶의 유희를 논하는 책을 들춰볼 때도, 맛을 논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때도 술, 그리고 밤은 따로 떨어지지 않는다. 술 있는 밤이 구체적일수록 술 없는 밤의 형체는 모호하게만 느껴진다. 굳이 그 밤에 관한 이야기를 불러낸 이유다.

『술 없는 밤』은 작가, 번역가, 싱어송라이터,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6인이 통과한 술 없는 밤을 담고 있다. 이들은 술을 마시기도 하고 마시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려앉는 것. 그들은 매일 당연하게 찾아드는 그 밤 시간을 술이 없거나 있는 상태로 보낸다. 그러다 그 없는 찰나(혹은 일상)에 대한 정념을 붙잡아 글로 적었다. 그리하여 그 밤은 술 마시는 이들에게 자꾸만 안 마시겠다 거절을 놓아야 하는 밤, 술 취한 이들을 맨정신에 챙겨야 하는 밤, 그들의 주정을 보고도 잊어야지 다짐하는 밤, 술이 없어 불안이 증폭되는 밤, 벗어나고 싶은 내 내면으로 자꾸 불려 들어가는 밤이다.

숙취에서 깨어나듯, 짙은 농도의 알코올에서 세척되듯 건져올려진 그 밤에 저자들은 “가끔 눈치도 살핀다. 누군가 나한테 왜 술을 먹지 않느냐고 물을까 봐”라며 토로하고, “불안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럴 때는 늘 최악의 이야기가 쓰이고 만다”라며 울부짖고, “그와 헤어져서 내 방으로 돌아오는 그 길의 컴컴함과 시원한 공기가 내게는 무엇보다 야한 것”이었다 반추한다. 그들의 고난과 역경이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우리가 같은 밤, 같은 마음으로 술을 염원하거나 저주한 적이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순을 안고 있다. 술의 ‘없음’에 집중할수록 ‘있음’이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서한나는 한 인물과 포장마차에 방문했던 일화를 적으며 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모험과 그 시간의 관능에 대해 적는다. 김선형은 음주는 예부터 도피적 행위였음을, ‘나’와 세계 사이의 인식의 괴리를 잊기 위해 술로 도망친 수많은 예술가를 언급하며 증명한다. 오지은은 술 취한 지인들 주위에 드리워진 ‘알코올 우주’를 보며 그들의 주책맞음, 다정함, 잦은 웃음, 4절까지 이어지는 농담을 사랑한다. 오한기는 시 창작 수업에서 거의 드물게 만취한 뒤 ‘힙합 동아리’를 향해 고했던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후회한다.

그럼에도 책은 다시 술이 없는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술 있는 밤이 파놓은 함정을 정확히 주시하며. 저자 김일두는 책에 이렇게 썼다. “술은 주고 도로 뺏는 힘이 있”다고. 김세인도 자기 인식을 자꾸만 방해하는 술의 작용을 인식하며 아래와 같은 말로 그것을 견제했다. “술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게도 적당히 마셨을 땐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주지만 그 ‘적당히’를 넘어서는 순간 아주 무섭도록 칼같이 사방의 셔터를 쾅 내려버린다. 냉엄한 셔터는 술을 마실 때는 물론이고 술을 마시지 않는 순간에도 점차 나를 고립시켜갔다.”

이 책은 얼핏 금주를 권하는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는 있던 것이 없어진 밤의 공백, 그 어두운 빈칸과 나란히 눕고자 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환기하는 책이다.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 없이 세계와 직접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배짱을 직시하는 책이다.
저자

서한나,김선형,김일두,오지은,오한기,김세인

저자:서한나
산문집『사랑의은어』와『드라마』를쓰고『피리부는여자들』을함께썼다.

저자:김선형
영문학박사,문학번역가,아마추어화가.알고싶고이해하고싶고사랑하고싶다.내안의(신경)다양성을발견하고있다.서로다른모든것을가르는금을지우고장벽에틈새를내고다리를놓는꿈을꾼다.

저자:김일두
부산에서활동하는음악가.「문제없어요」「해당화」「가난한사람들」등을직접쓰고불렀다.산문집『우물쭈물하다이럴줄알았지』를함께썼다.

저자:오지은
작가이자음악가.책『익숙한새벽세시』『마음이하는일』『아무튼,영양제』등을썼고,앨범「지은」「3」등을냈다.

저자:오한기
2012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홍학이된사나이』『나는자급자족한다』『가정법』『인간만세』『산책하기좋은날』『의인법』『바게트소년병』등을썼다.제7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저자:김세인
장편영화「같은속옷을입는두여자」를만들었고,드라마「대도시의사랑법」중「늦은우기의바캉스」파트를연출했다.

목차


서한나|어째서그는멜랑콜리도없는얼굴을좋아하게됐을까
김선형|술없는밤
김일두|믿고선택한건이것이다
오지은|술없는술있는밤
오한기|나의즐거운알쓰일기
김세인|술이덜어진몸은느슨해졌고틈새가벌어지더니어느순간북-하고갈라졌다

출판사 서평

미루고피해왔던권태,고독,불안그리고해방과정면으로마주하는시간
누군가에겐일상,누군가에겐비일상인‘그밤’에바치는여섯개의진담

밤夜과연관되는단어를떠올릴때술은과연앞줄에놓인다.이는술을마시는이에게도마시지않는이에게도마찬가지다.마시는이에게는역시나그밤에는술이꼭알맞기에중요하고,마시지않는이에게는술을멀리하거나거부해온장구하고도지겨운지난날을상기시키기에중요하다.삶의유희를논하는책을들춰볼때도,맛을논하는유튜브영상을시청할때도술,그리고밤은따로떨어지지않는다.술있는밤이구체적일수록술없는밤의형체는모호하게만느껴진다.굳이그밤에관한이야기를불러낸이유다.

『술없는밤』은작가,번역가,싱어송라이터,영화감독등다양한분야에서활동하는6인이통과한술없는밤을담고있다.이들은술을마시기도하고마시지않기도한다.그러나밤은누구에게나공평하게내려앉는것.그들은매일당연하게찾아드는그밤시간을술이없거나있는상태로보낸다.그러다그없는찰나(혹은일상)에대한정념을붙잡아글로적었다.그리하여그밤은술마시는이들에게자꾸만안마시겠다거절을놓아야하는밤,술취한이들을맨정신에챙겨야하는밤,그들의주정을보고도잊어야지다짐하는밤,술이없어불안이증폭되는밤,벗어나고싶은내내면으로자꾸불려들어가는밤이다.

숙취에서깨어나듯,짙은농도의알코올에서세척되듯건져올려진그밤에저자들은“가끔눈치도살핀다.누군가나한테왜술을먹지않느냐고물을까봐”라며토로하고,“불안은사람을미치게한다.그럴때는늘최악의이야기가쓰이고만다”라며울부짖고,“그와헤어져서내방으로돌아오는그길의컴컴함과시원한공기가내게는무엇보다야한것”이었다반추한다.그들의고난과역경이흥미롭게읽히는이유는우리가같은밤,같은마음으로술을염원하거나저주한적이있다는데있을것이다.

이책은모순을안고있다.술의‘없음’에집중할수록‘있음’이강렬해지기때문이다.서한나는한인물과포장마차에방문했던일화를적으며술이있었기에가능했던모험과그시간의관능에대해적는다.김선형은음주는예부터도피적행위였음을,‘나’와세계사이의인식의괴리를잊기위해술로도망친수많은예술가를언급하며증명한다.오지은은술취한지인들주위에드리워진‘알코올우주’를보며그들의주책맞음,다정함,잦은웃음,4절까지이어지는농담을사랑한다.오한기는시창작수업에서거의드물게만취한뒤‘힙합동아리’를향해고했던최초의,그리고최후의일격을후회한다.

그럼에도책은다시술이없는세계로돌아가려한다.술있는밤이파놓은함정을정확히주시하며.저자김일두는책에이렇게썼다.“술은주고도로뺏는힘이있”다고.김세인도자기인식을자꾸만방해하는술의작용을인식하며아래와같은말로그것을견제했다.“술이라는것은참이상하게도적당히마셨을땐대화의문을활짝열어주지만그‘적당히’를넘어서는순간아주무섭도록칼같이사방의셔터를쾅내려버린다.냉엄한셔터는술을마실때는물론이고술을마시지않는순간에도점차나를고립시켜갔다.”

이책은얼핏금주를권하는책처럼보인다.그러나그보다는있던것이없어진밤의공백,그어두운빈칸과나란히눕고자하는사람들의용기를환기하는책이다.‘나’와세계를연결하는매개없이세계와직접만나고자하는사람들의배짱을직시하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