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책(큰글자도서) (금서기행)

나쁜 책(큰글자도서) (금서기행)

$43.00
Description
금지된 책을 열어젖힐 독자는 누구인가
겹겹으로 싸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드러나는 세계
망각 속에 묻힌 나쁜 책 30권을 광휘롭게 복권시키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

나쁜 책이 있다. 읽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어 독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판사를 협박하거나 혹은 인쇄된 책을 회수해 폐기한다. 주로 정치권력이나 종교계 권위자들이 나서서 한 일이다. 평범한 어떤 시민들도(그들은 권력자가 아니지만), 역시나 나쁜 책을 묵과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읽는 순간 나와 내 가족이 살인 등의 사건, 부도덕 등의 가치 혼란에 물들거나, 내 아이의 정체성이 바뀌거나, 혹은 이교도들이 내가 사는 곳을 점거할 것 같아서다. 나쁜 책을 두려워한 모든 이는 ‘안전한’ 사회를 원했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의 에너지보존 법칙이 있는 듯하다. 어떤 문학들은 뒷걸음질하는 법 없이 불에 덴 듯한 뜨거운 문장으로 파고들거나 혹은 카프카처럼 차가운 문체로 불길에 맞섰다. 작가들은 각자 다른 나라와 시대에 속해 다른 작품을 썼지만, 하나의 관점을 공유했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역설이다.
김유태의 『나쁜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형된 후 널리 알려진 책 30권을 골라 여행을 떠난다. 여행(혹은 탐험)이라고 한 이유는 30권 모두 독자를 우선 작가의 모국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 책은 그곳에서 찢기거나 방화되거나 국경 밖으로 내쳐졌기에 그 내력을 찾아 독자는 작품이 발표된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이 픽션인 이 순수문학 작품들은 허구의 산물로 대우받지 못하고 현실 법정의 피고인석에 세워졌다. 상상은 늘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걸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둘째, 이 작품들은 겉으로는 사회를 위반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한 시대를 추동하는 정신이 심어져 있다. 그것들은 몇 겹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저자는 중첩된 구조 속으로 독자와 동행하며 상징과 알레고리 등을 손에 만져지는 것처럼 감각적으로 들려준다. 그 안에서 문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예술 그 자체임을 입증하는데, 문장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우리 생을 충분히 떠받칠 만한 상판裳板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금서의 역사는 ‘오독의 역사’와 동의어다. 금서를 둘러싼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초월적인 문장의 합으로 안전하게 만들려는 작가. 둘째, 작가에 대한 질투와 조바심으로 독서를 금지하려는 자. 셋째, 곤경에 처한 책들을 읽는 독자.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류는 금서의 독자다. 그들은 망각 속에 있는 책들을 눈부시게 되살려낸다. 가장 치열하게 사고하는 독자들이 체계 바깥으로 자취를 감췄던 책들을 현실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독자가 책의 불온함을 제거해준다.”
이 책에서는 한국문학도 두 편 다뤘다.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와 마광수의 『운명』이다. 이문열의 책은 1980년부터 7년간 금서였지만 지금은 읽을 수 있다. 마광수의 책은 대법원의 음란물 판결에 아직도 묶여 있어 독자는 시중에서 이 책을 구해 볼 수 없고 유족 역시 재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28권은 해외 작가들 작품인데, 모두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여전히 금서 조치를 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표 격인 미국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자국의 제국주의 만행을 계속 감추다가 이제는 없었던 일로 하려는 일본도 포함돼 있다.
이 책에서 저자 김유태는 생존해 있는 금서의 작가들을 가능한 한 인터뷰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 켄 리우, 옌롄커, 비엣 타인 응우옌, 팡팡, 이문열 작가의 육성이 이 책에 담겼다.
여기 실린 금서들 중 상당수는 작가가 젊을 때 쓴 것이다. 아이리스 장은 『난징의 강간』을 서른 살에 집필했고, 넬리 아르캉은 『창녀』를 20대에 썼다. 힌두교인 학살을 다룬 『라자』 역시 타슬리마 나스린이 서른 즈음에 썼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로 금서 작가가 된 켄 리우 역시 젊다. 텍스트 속에서 현실의 자유를 실현하는 일에 젊은 예술가들이 좀더 대범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금기의 선을 한번 넘은 이들은 후진하는 법 없이 점점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나스린은 금서를 펴낸 이후 30년째 해외 망명 중이며, 작가, 의사, 인문주의자, 페미니스트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서가 역사를 추동케 하는 힘은 굳세다. 따라서 거기에 깃든 작가의 비극을 언급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소개된 몇몇 작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아이리스 장은 서른여섯에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겼는데, 난징 비극의 잔상들이 그녀에게 점점 짙게 배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르캉, 헤다야트, 마광수도 문장으로 사회에 맞서다가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좀더 삶 가까이에 두고 정확하게 통찰하면서 삶의 유의미성을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제목 ‘나쁜 책’은 반어적 의미로 읽혀야 할 것이다.
저자는 금서 작가들의 문장과 문체에도 주목했다. 여기 소개된 이들의 다수가 노벨문학상, 부커상, 전미도서상 등을 수상한 작가여서 그들의 문학적 위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자 역시 시인으로서 다루는 대상에 걸맞게 어둡고 나쁜 책들에 최대한 밝은 빛을 겹치면서 자신의 문장을 가다듬었다. 책을 다루는 책의 작가로서 서른 명 작가의 문장을 제 문장 속에 녹여넣고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독자들은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유태

기자및시인.
매일경제신문문화부기자.2023년7월부터2024년1월까지연재기획‘금서기행,나쁜책’으로네이버,다음등포털에서6개월간1000만명의독자를만났다.현재문학·출판·영화담당기자로일하며‘영화와소설사이’‘책에대한책’‘시가있는월요일’등을연재하고있다.한국문학번역원기획자문위원으로도활동중이다.
서울대국어국문학과에서현대문학을공부했고,연세대국어국문학과대학원을다니다중퇴했다.문예지『현대시』로등단해문단에나왔으며시집『그일말고는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를출간했다.

목차

들어가며_안전한책들의칵테일파티

1부아시아인들은못읽는책
8만명의성폭행을고발하고죽다
-아이리스장,『난징의강간』
‘상갓집개’처럼버림받은우한의수천만생명
-팡팡,『우한일기』
주사약솜하나로아홉명을문질렀다
-옌롄커,『딩씨마을의꿈』
CIA간첩을고문한소설,베트남에서못읽는이유
-비엣타인응우옌,『동조자』
일본731부대를추적한천재소설가
-켄리우,「역사에종지부를찍은사람들」

2부독자를불편하게할것
우린모두‘강자의안경’을심장에박아넣었다
-토니모리슨,『가장푸른눈』
연쇄살인범들의성경으로불렸던피얼룩같은책
-브렛이스턴엘리스,『아메리칸사이코』
턱뼈전체가날아간한여성의마약사냥
-척팔라닉,『인비저블몬스터』
폭력과증오는사악한세상이잉태하는것이다
-카밀로호세셀라,『파스쿠알두아르테가족』
금기를구원처럼선택하고야마는인간들의자화상
-블라디미르나보코프,『어둠속의웃음소리』

3부생각의도살자들
한번의농담에5년간군대에끌려간남자
-밀란쿤데라,『농담』
생각의도살자여,내사유는폐기할수없노라
-보후밀흐라발,『너무시끄러운고독』
전두환의계엄군도광주시민도이책을읽고똑같이분노했다
-이문열,「필론의돼지」
종이책이마약보다혐오스러운세상은
-레이브래드버리,『화씨451』
돌에묻은피와살그리고거기서들리는비명
-이스마일카다레,『피라미드』

4부섹스에조심하는삶의이면들
낮에는매춘부,밤에는소설가
-넬리아르캉,『창녀』
왜젊은거장은‘자위행위소설’을썼을까
-필립로스,『포트노이의불평』
인간에게죄의식을선물한바울식운명의강요
-마광수,『운명』
주린배를움켜쥐고도내성기는발기했다
-헨리밀러,『북회귀선』
초등학생인내아이가LGBTQ책을읽는다면
-조지M.존슨,『모든소년이파랗지는않다』

5부신의휘장을찢어버린문학
열네살소년예수,죄의연좌제에걸려들다
-주제사라마구,『예수복음』
“예수가두아내와동침”묘사,죽어서도용서받지못했다
-니코스카잔차키스,『최후의유혹』
니캅을쓴여학생들이캠퍼스에오기시작했다
-미셸우엘벡,『복종』
자비와연민을외치다가목을찔리다
-나지브마흐푸즈,『우리동네아이들』
일주일만에쓴소설로30년째망명중
-타슬리마나스린,『라자』

6부저주가덧씌워진걸작들
다읽는순간,자살하는책
-사데크헤다야트,『눈먼부엉이』
과거가현재보다중요하다는것은착각이다
-도리트라비니안,『모든강물』
픽션은더깊은진실이다
-아룬다티로이,『작은것들의신』
두구의시신옆에서상상한미성년자들의교접
-비톨트곰브로비치,『포르노그라피아』
아무도비판하지않은정부의집단통계조작
-조지오웰,『1984』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날것처럼세상을투영하고
선의로가득한책들을구출하다

금서의역사는곧그사회의현실과연결된다.우선,전세계에서아시아인들만못읽는책들을1부에서다뤘다.첫번째글부터강렬하다.8만명에대한성폭행을고발하는책을다루기때문이다.일본은자국이저지른중일전쟁때의범죄를조명한『난징의강간』을일본국민이읽지못하도록오늘날까지금지하고있다.현재SF작가중가장큰명성을얻고있는켄리우의「역사에종지부를찍은사람들」역시일본에서는읽지못한다.악명높은731부대이야기를다뤄일본출판사는이작품만빼고켄리우의책을출간했다.옌롄커는여덟권이중국당국에의해출판금지처분을받아세계에서가장많은금서를낸작가로꼽힌다.저자는옌롄커를세번인터뷰해책에실었는데,그내용이심금을울린다.
2부는독자를불편하게하는책들이다.이책들은표면적으로는폭력성때문에금지됐다.책이폭력의민낯을포장지없이비추면사회는이를금지했다.하지만저자는그은폐된민낯속에서선의와통찰을캐낸다.‘나쁜책’은끊임없이‘안전한사회’에균열을낸다.균열을내는가장전략적인방법은독자를불편하게만드는것이다.인간은무섭고끔찍한것을피하려한다.하지만세상은끔찍하고무섭다.그러니우리본성이,혹은감정적습관이현실을외면하면서세상을자꾸고정된이미지로가둬두고더는생각하지않게만드는면이있다.『파스쿠알두아르테가족』에는살인사건이등장하지만,주인공은살인을‘사유’하기때문에이책은걸작이라고할수있다.즉어머니를살해한이스페인소설을읽으면서독자들은그원망스러운어머니로상징되는국가를고찰하게된다.치명적으로아름다웠던여주인공이습격으로얼굴의반쪽을잃으면서일어나는사건을다룬『인비저블몬스터』는총격테러,방화와폭발,납치와살인등의소재때문에모든출판사가출간을거절했지만,세밀히읽어보면이책의핵심은“나는누구인가,나를나이게하는것은무엇인가”를사유한다는데있다.
3부는생각의도살자들에맞선작품들을다룬다.즉체제와불화한작품들이다.쿤데라의책은농담이허락되지않는공산주의사회에서농담을시도했다는이유로,보후밀흐라발의책은폐지를쓸어담는노인한탸의이야기가현정권을겨냥한다는이유로금서가됐다.하지만정권이책을폐기하더라도사상의자유는폐기되지않은채두작가는세계적으로독자들을확보해냈다.
이책에서다루는몇몇작품은외설적이라는이유로독서가금지됐다.왜많은작가는포르노로오해받을여지가있는작품들을써낼까?“창조의동력은에로스이고,에로스의창조만큼흥분되는일은없기때문”이라고저자는말한다.그리하여4부는섹스에조심하는삶이어떤왜곡된사회상을낳고,또인간을억압하며결국비극까지불러오는지다섯작품을통해들여다본다.독자는적나라한성적묘사를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가령『포트노이의불평』은책전체가자위행위에관한내용이어서금서가됐다.하지만주인공의자위는개인의병증이아니라사회적병증의한형태로읽는것이이소설을보는방법이라고저자는강조한다.즉변태의탄생이유를첨예하게사유한다는점에서필립로스의이소설은문학적성취를이뤄낸다.독자는알것이다,주인공을히스테리컬한인물로만들어낸부모의실체를.그유대인부모는한번도자식에게영혼의휴식을허락하지않고도덕과질서에순응하게끔숨막히는인생으로이끌었다.
문학이가장큰도전을한다고여겨진때는종교에맞섰을때다.종교는늘선한얼굴(가면)을하고있어자신들의경전과다르게상상하는문학을신성모독으로여겼다.가톨릭최고권력자인교황이불쾌한기색을드러내거나,혹은정치권력의수장이독실한신자라면종교비판을결코좌시하지않았다.주제사라마구,니코스카잔차키스와같은작가들이바로신의이름으로내쳐졌다.하지만이작품들은“인간고통의원인을묻고자하는눈물의서書로읽어야한다”.
마지막6부는저주가덧씌워진걸작들을다룬다.‘다읽는순간,자살하는책’‘과거보다현재가중요하다는것은착각이다’‘픽션은더깊은진실이다’‘두구의시신옆에서상상한미성년자들의교접’‘아무도비판하지않는정부의집단통계조작’이란제목을달고있는글들은이작품들에씌워진재앙을한꺼풀씩벗겨낸다.

***

이책은‘나쁜책’을이렇게정의한다.“날것처럼세상을투영하고반영하는것이거부된세상에서무형의마지노선인‘윤리’를고민하며그것을회복하기위한선의로가득한책.”저자는이선의로가득한책들을구출하기위해『나쁜책』을썼다.
절망의씨앗이삶의풍경을망쳐서그것을작가들이거울처럼비추면,그말을한혀는잘리고그것을쓴손가락은절단됐다.이것은나쁜책을쓴작가들에대해권력과사회가한행위를은유한말같지만,실제로살만루슈디와같은이는테러를당해한쪽눈을잃었고,이책에소개된나지브마흐푸즈역시한청년의칼부림에목이찔렸다.
『파스쿠알두아르테가족』이라는작품을보면살인자두아르테를교화하려던교도소는실패하고(제도의실패),가톨릭사제도그의재범을막지못했다(영성의실패).결국폭력을억누르지못한두아르테이야기는한시민의실패이자인간의실패라는주제를형성해나간다.권력은이런책을읽는독자를막으려고금서로지정하지만,언제나실패하는것은권력자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