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오늘날정치문제에서아무것도할수없다는무력감을느끼는가?
정치는여전히권력을잡기위한야바위노름뿐이라고생각하는가?
·정치에서마음은늘중요한동력이었다!
·링컨대통령의재임시절,오바마대통령당선과정에드러난마음과정치의관계는무엇인가
·택시기사,공무원,의사등다양한시민과의만남을통해민주주의의위기와미래를말하다
·미국의건국신화,9·11테러,2011년애리조나투손총격사건까지미국정치사를재조명하다
·한국의사회학자와미국의사회운동가가깊은교류속에만들어낸정치에세이
이책은어떻게출간되었는가
미국고등교육에가장영향력있는인물이자,왕성한저술과다양한강연으로미국각계각층의뜨거운지지를얻으며미국시민들의멘토로추앙받고있는사회운동가파커J.파머의저작이국내에출간되었다.그간인간미넘치는사회를위한내면의노력과교육의중요성을역설해온저자가이번에준비한테마는정치,마음그리고민주주의다(참고로이책의원제는HealingtheHeartofDemocracy,2011이다).
특히이번책은『돈의인문학』(문학과지성사,2011)『생애의발견』(인물과사상사,2009)『사회를보는논리』(문학과지성사,2001)등을통해일상의다양한현장을관찰하면서,학문적개념과이론을삶의언어로번역하는작업을꾸준히해온사회학자김찬호교수가번역을맡았다.김찬호교수는동료들과함께파커파머가주관하는‘용기와회복센터’의교육프로그램에참여한뒤파머와의인연을이어왔다.이과정에서파머는이책이처음구상되는단계에서썼던에세이를김찬호교수와공유했고,두사람은여러차례서신을교환하며한국과미국두나라가처한정치상황을돌아보고,민주주의의위기를어떻게타개할것인가를함께고민하게되었다.이러한마음깊은교류의시간을거치면서본책의국내출간이이뤄졌다.
우리사회는왜이모양인가!
정치적비통함으로다가온사건들
1963년11월22일.존F.케네디대통령이텍사스주댈러스에서자동차퍼레이드중괴한의총격으로사망하는일이벌어진다.저자는유복한가정환경에서자란백인대학원생인자신에게“여러역할가운데가장중요한것이무엇이냐고누군가물었다면아버지,배우,교사,작가그리고뭐든수입이되는일들이었다고말했을것이다.시민은그목록에들어가지않았을것이다”라고고백한다.그러면서시민이된다는건어떤의미인가를그때서야진중하게생각해보기시작했다고말한다.
2001년9월11일.예순살이넘은저자는나이가들어찾아오는상실감에낙심하면서,사회운동가인자신에게미국문화와21세기의삶을읽어낼능력이점점사라지고있음을슬퍼한다.그순간9·11테러는저자에게엄청난충격임과동시에민주주의의위기를진단할중요한사건으로다가온다.저자는자신이살고있는나라에서난민이되었다는표현으로미국정치의혼돈을설명한다.사람들은정부의언사에휩쓸려아무런관련없는한나라와의전쟁을찬성하기시작했다.당시한저널에서인용한조사결과를보면,미국인중50퍼센트가“정부는테러리즘과싸우기위해법원의허가없이전화나이메일을모니터할권리가있다고믿는다”고답할정도였다.이런분위기를거부하는사람들을향해정치인들은전쟁에반대하는사람들을매국노라고서슴지않고비난했다.저자는이를통해매카시의공산주의마녀사냥,민권운동에대한반대,1960년대의각종정치적암살,베트남전쟁,워터게이트사건,2000년조지부시와엘고어의대통령선거결과를두고벌어진와해등미국의혼돈과분열을야기했던역사적사건을떠올린다.
그리고2011년1월8일.이날은케네디대통령이암살된지거의50년이되어가는시점이다.애리조나주투손의한슈퍼마켓바깥에서어떤사람이총을쏴6명을죽이고,14명에게중상을입혔다.그들은애리조나의제8선거구에서뽑힌하원의원가브리엘기퍼즈가후원하는“당신의동네에서의회를”이란행사에참석중이었다.사망자가운데는학교에서학생자치위원으로선출되어민주주의에대해더배우고자그행사에왔던9살크리스티나테일러그린이있었다.저자는아주어린나이에참여하는시민이되는길을잘가고있던한어린이의죽음에서현실정치가자아내는연민의실패,공감과존중의결여를발견하고선,케네디대통령이죽었을때느꼈던정치적비통함을다시경험했다고진술한다.
이시대의정치는‘분노의정치’를넘어선‘비통한자들의정치’가되어야한다
미국현대사를수놓은굵직한사건들을직접경험해온저자의연륜속에서솟아난오늘날정치상황에대한진단과대안은이러하다.
“이시대의정치는비통한자들의정치다.이표현은정치학의분석용어나정치적조직화의전략적인수사학에서는발견되지않는다.그대신인간적온전함의언어에서그표현이나온다.오로지마음만이이해할수있고마음으로만전달할수있는경험이있다.정치에도그러한측면이있는데우리모두가의지하는일상생활을잘다듬어가려는핵심적이고영원한인간적인노력이그것이다.이것은링컨이인간적이라고할수있는모든것을향해상한마음을개방해나갈때실행했던정치다.”(38쪽)
오늘날비통한자들의정치가발현되어야할이유를저자는근대성에서비롯된마음의상태에서찾는다.“무심한상대주의,정신을좀먹는냉소주의,전통과인간존엄성에대한경멸,고통과죽음에대한무관심등이그것이다.”저자는여기서분노로비롯된정치적앙심을경계한다.이른바‘분노의정치’라고부르는데서오는‘적의악마화’는오늘날정치와민주주의에전혀도움이되지않는다는것이다.저자는“분노는비통함이걸치고있는가면가운데하나일뿐이다”라고지적하면서비통한자들의정치는자신의신념을적에게돌처럼던지는것이아니라,서로의고통을나누는데서출발한다고말한다.
링컨대통령의우울증극복기에서발견한정치적긴장감을끌어안는다는것의중요성
이책에서저자가유난히강조하는것은정치적긴장감을끌어안는행위다.파머가미국의정치적혼돈과훼손된민주주의의가치로우울증을겪고있을때만난책한권이있었는데,바로조슈아솅크가쓴『링컨의멜랑콜리』였다.미국의16대대통령인에이브러햄링컨의우울증기행을면밀하게파헤친이책에서,저자는링컨이자신에게찾아온우울함의어두운내면과현실그리고보다밝은세상을만들기위해노력해야한다는당위사이에서줄곧씨름해온과정을인상적으로받아들인다.저자는링컨의사례를비유로들며,오늘날정치문제를둘러싼현실과당위사이에서정치는자신을곤란하게만들것인가,혹은스스로의삶을개선할기회인가라는순간의선택그자체를회피하려는사람들의마음을분석한다.그러나파머는사람들을꾸짖거나비난하려는것이아니다.무엇보다그가정치와시민의관계속에서발견한것은정치가상처에대해무관심하며,이로인해정치에낙담한사람들은점점정치세계에서내가아무것도할수없다며자신감을상실하고,내요구를담은정치적발언을시도하면다른사람의언어공격에의해더나쁜일에시달릴지모른다는두려움에빠졌다는점이다.
오바마대통령의당선과정에는비통한자들이모여만든공적서사가있었다
그렇다면사람들은정치에대한두려움과불안을어떻게이겨낼수있을것인가.파머는우리의일상에서무척간단하지만용기를필요로하는,‘정치적갈등을둘러싼이야기하기의공간창조’를제안한다.이공간은정치문제에서이견을가진사람과대화로풀어야한다는마음그자체의가능성이자,그마음을실현시킬물리적장소를뜻하기도한다.여기서파머의제안이흔한자기계발식치유법이강조하는자기책임의측면과다른것은당면한정치문제를극복하기위한연대와협력이개입된공공적프로그램을강조하기때문이다.
그는이프로그램의역사적성공사례를테네시주에위치한‘하이랜더연구와교육센터’의흔들의자모임에서찾았다.과거‘하이랜더민족학교’라불렸던이곳은인종차별문제를비롯한다양한사회상황과비폭력적사회변화를위한이론,전략,전술을연구하던장소였다.우리가너무도잘알고있는마틴루서킹과로자파크스는바로이흔들의자모임출신이었으며,파머는이들이추구했던이야기하기의노력을조명하며,사람들이정치문제에서서로이야기하는행위를안일하고낭만적인것으로여기는것을경계한다.
저자는이와유사한사례로2008년오바마캠프의선거전략에나타난‘공적서사’프로그램을소개한다.오바마캠프의리더십계발프로그램의일환인이것은하버드대교수이자커뮤니티조직가마셜간츠가만들었다.프로그램에서강조하는것은사람들을정치에참여시키는건단순한이익추구가아니라가치의실현이라는점이다.간츠는이가치실현의절차를‘공적인서사’라고불렀다.공화당,민주당의양당구도속에서양산되는실망스러운정치행태,갈수록커가는소수세력의부富독점등으로인해깊어가는분열구도속에서사람들은“나혼자만그렇게무기력하고,고립되어있고,희망이없다고느끼는것”인가라는마음을갖고있었다.여기서공적서사프로그램은이런어려운시간을기회로삼아나의아픔을정치적행동으로변화시킬수있는함께이야기하기의과정을마련한다.저자는물론책에서오바마캠프의이프로그램이오바마가당선될수있던제1의요소라고과신하지않는다.다만이프로그램을통해민주주의를사실상포기했고투표도거의하지않던젊은이들과유색인종들이투표장으로향했던지점은서로가이야기함으로써만들어가는공공적희망의모색에기반을두었던것임을강변한다.
토크빌의『미국의민주주의』,보드리야르의『아메리카』……
그계보를잇는새로운정치적삶을향한신미국기행의시작
이책의장점은미국현대사의굴곡을몸소체험한저자의시각과미국전역을다니며다양한문화를시민들의일상에서관찰했던풍부한경험담이라할수있다.한국사회의가장긴박한시사동향은택시기사에게물어보라는흔한말은비단우리만의경험은아니며거리의심층관찰자로불리는파커파머의경험담에서도접할수있는대목이다(제5장「낯선사람들과함께하는삶」참고).파커파머는다양한사람과의만남을통해민주주의의위기와미래를진단하며사람들이정치에대해희망을품는장면을놓치지않고기록해두었다.이런과정은마치1831년~1832년,유럽국가의구태의연한정치체제에회의를느끼고새로운차원을모색하던토크빌이미국을여행하던순간을연상케한다.파머는이책에서토크빌의『미국의민주주의』에서나온‘마음의습관’이라는개념에착안해오늘날상처받은민주주의의회복을위한새로운마음의습관을제안한다.아울러오늘날미국사회와견주어미국의건국신화에숨겨진허상을비판하면서도,그신화의근본정신에깔려있는건국자와민중의열망에대해찬사하는파머의양가적시선은1970~1980년대미국을여행하며그현대성에대한냉소와찬사를동시에표출했던장보드리야르의『아메리카』를떠올리게도한다.
파커파머가한국사회에건네는제언
숨가쁜속도로휘몰아치는정치뉴스에저항하라!
다른의견은민주주의의위대한선물이다!
“이책에서는민주주의를걱정하는사람들에게두가지를기억해줄것을간청합니다.첫째,이른바정치뉴스를숨가쁜속도로광범위하게보여줌으로써결국우리의무력감을자아내는대중매체에우리가저항해야한다는것입니다.(…)이책에서핵심적으로담고있는두번째간청으로이어집니다.우리국민은많은쟁점에서언제나이견을드러내야할것입니다.동의하지않을자유는민주주의의위대한선물가운데하나이자,그위대한힘가운데하나입니다.”
-한국어판서문중에서(16,17쪽)
파머는미국사회내정치,경제,교육,언론,종교등을전면적으로비판하면서도특히7장「근원적민주주의를위한안전한공간」에서오늘날대세가되어버린인터넷과SNS가정치와맺는관계의중요성을역설하고있다.그는이책의저술과정을공개하면서페이스북을통한정치적견해의동의와마찰이라는긴장감을주목하고,디지털민주주의라고일컫는사람들의웹기반정치담화가갖는한계를지적한다.그는디지털미디어덕분에많은사람이정치적견해와정보의생산자가된다는것은민주주의에보탬이되지만,스스로정보의소비자로서읽은내용에의문을제기하지않고,다른자료들과비교하는노력을기울이지않는다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