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18.00
Description
국내에서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의 빙하 투쟁기
침묵하는 빙하 곁에서 들은 얼음 조각의 증언
사람들은 ‘빙하가 녹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가라앉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의 감각을 회복한다. 반면 자명하다 못해 이제 지루하기까지 한 이 사실에 여전히 처음처럼 놀라고 심지어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빙하학자다. 빙하학자는 지질학자가 지층에 새겨진 역사를 읽듯이 수십만 년 전에 생성된 빙하의 층서를 읽는다. 층층이 포집된 당시의 눈, 에어로졸, 사막 먼지뿐 아니라 심지어 최근에는 그린란드 빙하 코어에서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빙하학자는 누적된 단서들을 조합해 당대 기후 사건을 해석하고 지구 역사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는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주요한 기초 자료로 쓰인다.

이 책은 원시 지구 이후 빙상이 형성되던 시점부터 농업 발달과 산업화 등 인류 활동이 본격화되던 시기를 지나 핵실험이 만연했던 1945년 그리고 오늘날까지, 인류가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떨쳤던 시간을 가로지르며 빙하의 언어를 번역한다. 지난 80만 년을 기억하는 남극 빙하 코어는 냉정하게 말한다. 지금의 인류처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급격한 속도로 배출했던 존재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800피피엠을 웃돌 것이고 그 수치는 3390만 년 전 그린란드에 빙하가 없었던 때와 맞먹는다.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자로 빙하는 인류를 지목한다. 지구의 수십억 역사로 눈을 돌리고 냉소할 때가 아니라 우리부터 똑바로 마주할 때다.

저자

신진화

저자:신진화
지구의과거가궁금한빙하학자.빙하에기록된기후기록을우리의언어로읽어내는지구언어번역가.대한민국에서활동중인유일한여성빙하학자로,고기후와빙하학을연구하고있다.부산대지질환경과학과를수석졸업했으며,서울대대학원지구환경과학부에서석사학위를취득하고,프랑스그르노블알프스대학과IGE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
캐나다앨버타대학에서박사후연구원으로연구했으며,현재는한국극지연구소박사후연구원으로재직중이다.2023년그린란드EastGRIP국제공동심부빙하시추프로젝트현장에한국대표로참가했다.주요논문으로「19만~13.5만년전발생한빙하기동안대기중이산화탄소농도의천년규모변동」「초기홀로세(11.7~7.4000년전)기간동안대기중이산화탄소농도의천년규모변동」등이있다.오마이뉴스와틴매일경제등의매체에글을써왔다.

목차

프롤로그|빙하의냄새를맡는사람

1부빙하는지구의과거를알고있다
지구,그영원한신비
지구에남은지문
한국에빙하코어가있나요?
세상의끝,그린란드와남극대륙
둘리와빙하의상관관계
이산화탄소의하소연
위스키한잔이세상을바꾼사연
이산화탄소가그렇게이상한가요?
바닷속컨베이어벨트
지구가뜨거워진다는새빨간거짓말
인류가지구에무해했던적이있다
핵실험을하자빙하가우리에게건넨말
캐나다로키산맥에오르다

2부빙하학자,그린란드빙하를만나다
여기는그린란드,빙하앞에있습니다
그린란드빙하위에서다
오랜경험을통해서만얻는것
사람의인연은알수없는법
여성과학자로살아가기
전쟁과그린란드
빙하의엑스레이를찍다
매일밤연구를그만두는꿈을꿨다
7월의핼러윈파티
안녕,그린란드
미션임파서블

3부과거의빙하와미래의지구,그리고현재의빙하학자
우리에게내일은있다
남극탐험의꿈
여자의친구는여자
행복하지않습니다
동료들과연대하기
나에게쓰는편지
에필로그|빙하학자로평생살아가기
미주

출판사 서평

현장이허락하는‘세계와감각의확장’
위스키한잔과빙하한조각에서시작한이야기

저자의목소리가특히더생생하게전해지는대목은역시현장에서다.저자는극지연구소소속으로,국내에서활동하는빙하학자중유일한여성이다.2012년부터지금까지빙하만연구했고2023년6월에는그린란드국제심부빙하시추프로젝트에국가대표로참여했다.전세계지구과학영역에서여성과학자의비율이24퍼센트에그치는와중에여성빙하학자가대표로현장에파견되기란결코쉬운일이아니었다.저자는여성이라는이유로현장에서제외되거나아시아인에대한선입견때문에모욕적인일을겪기도했다.하지만현장경험없이는탁상공론에그치기쉬워악착같이현장을자청한다.

그린란드행항공기가막착륙하고꼬리가열리자마자온몸을덮쳐오는막강한한기와건조한대기,대륙을뒤덮는흰눈이반사하는강렬한빛,눈바람이형성한구조물의독특한질감등은오로지현장만의감각적전유물이다.그뿐만아니라현장에서시시각각발생하는변수들에대한대처는오직직접경험을통해전수된다.하물며연구소에서연구할때도현장경험이번뜩이는법이다.가령빙하층서에서관찰되는2밀리미터이하의얇은층은녹은눈이다시얼어서형성된용융층이아니라바람이세게불어서형성된윈드크러스트에불과하고데이터측정에영향을주지않는다.이간단한지식조차현장이아니면쉽게알수없다.물론현장이매사에흥미롭고수월하기만한것은아니다.그린란드는극한환경이고캠프는약해발고도2700미터에위치했다.한국처럼해발고도가0에가까운나라출신의사람은현지에적응하는데만일주일이넘는시간이걸린다.남성연구자보다물리적으로힘이달리는것도사실이다.하지만저자는오히려자기만의강점에주목하고투지를다진다.이후저자가들려주는로빈벨박사와의만남은여성과학자를가시화하는현명하고우아한방식이다.이외에도여성과학자의동등하게일할권리로맺어지는일화들은비단그린란드뿐만아니라연구자로서삶의현장에서분투하며구축한흔들리지않는믿음이다.

빙하를이용한연구가시작된계기를돌아보면그모든게운명적이라는생각이든다.1965년빙하학자클로드로리우스는남극아델리랜드로빙하를시추하러간다.고된작업을마치고위스키한잔을마시는게그의유일한낙이었다.어느날위스키에넣을얼음이떨어져서빙하조각을떼어넣었더니얼음조각에서마치샴페인처럼공기방울이터져나왔다.로리우스는여기서착안해빙하에포집된기체를이용한이산화탄소측정법을개발한다.이게빙하를이용한이산화탄소연구의출발이다.저자는이낭만적이기까지한일화에매료되고그황홀감을동력으로삼아다음연구를추진한다.우연이모여운명이된다는짐짓상투적인말이저자에게는현실이었다.그는연구자로서걸어온길을눈이쌓여빙하가되는과정에빗대며눈앞에놓인삶의단편만이아니라지구적관점으로삶을바라보고의미가확장되는순간들을기록한다.이책의독자또한저자의시선을빌려삶을바라본다면들쑥날쑥한궤적속삶의편린이모여마침내빙하가되어반짝이는것을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