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 춘추오패의 우두머리, 제나라의 번영과 몰락 - 글항아리 인문에세이 1

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 춘추오패의 우두머리, 제나라의 번영과 몰락 - 글항아리 인문에세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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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잊혀진 제나라를 통해 중국 문명을 다시 읽는다
◆ 대륙 진나라와 해양 제나라의 문명충돌과 융합의 문제 제기 ◆
◆ 춘추오패 우두머리였던 제나라의 문명을 심층적으로 조명 ◆
◆ 중원이 중화 문명의 요람이라는 생각은 단편적이고 부정확하다 ◆
◆ 평론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제나라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


“20년 넘게 몸소 경험한 것과 글쓰기 경륜이 만나 생존적 깨달음으로 가득한 걸작을 탄생시켰다. 평론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제나라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이다.” _ 『중화독서보』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 차고 용기와 책임감으로 넘치는 위대한 책이다.” _ 『연태만보』

“저자의 내면에 농밀하게 스며들어 있는 비극적인 정서는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정한 정신의 여행이자 문화의 여행이며 문명의 여행이다.” _ 『연조도시보』

저자

장웨이

저자:장웨이
중국작가협회부주석.1956년11월산둥성룽커우龍口시에서태어났다.1975년에시를발표하기시작한이래소설,산문,문론등여러장르에걸쳐활발한작품활동을해왔다.대표작으로는『옛배古船』(한국어판제목은『새벽강은아침을기다린다』)『구월의우언』『외성서外省書』『추행혹은낭만』『고슴도치의노래』『너는고원에있다』『독약사毒藥師』등이있다.
장웨이의작품은국내외에걸쳐널리인정받았다.『옛배』는『아주주간』에서선정한‘20세기중국어로쓰인최고의소설100권’에선정되었고,프랑스판이프랑스교육부의고등교육추천교재로채택되기도했다.『구월의우언』은상하이제2차장편소설대상및전국우수장편소설상을수상했다.장편대작『너는고원에있다』(전10권)는중국의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마오둔茅盾문학상을비롯해8개의도서상을수상하며최고의화제작으로주목받았다.영어,일본어,프랑스어,한국어,독일어,세르비아어,스페인어,스웨덴어등다양한언어로그의여러작품이번역출간되었다.
『독서의번뇌』『알프스산에가서보라』『언어의열대우림』등의산문집을비롯해『이백과두보를말하다』『도연명의유산』『초사필기』『시경을읽다』『당나라의다섯시인』등시학관련저서도꾸준히출간했다.시창작에오랫동안심혈을기울여왔으며2021년에펴낸장편시집『불천약서不踐約書』에서는고대제나라와현재를넘나들며현대와고대,과거와미래,동양과서양,산둥과중국,물질과정신,자연과인문의세계를자유자재로펼쳐보였다.전통문화의현대적변용과지식인의정신적구원의문제를고민하는글쓰기를해온저자는자신이산둥출신작가로제나라와노나라문화의자양분을많이받았으며,자신의작품에서는바닷바람이불어오는바닷가분위기가물씬풍긴다고즐겨말한다.

역자:이유진
연세대학교중국연구원전문연구원.연세대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중국신화의역사화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오늘날우리시각으로중국역사와문화를읽어주는인문학자로,복잡한중국역사를대중적인언어로소개하는작업을꾸준히해왔다.
지은책으로는『중국을빚어낸여섯도읍지이야기』『상식과교양으로읽는중국의역사』『한손엔공자한손엔황제:중국의문화굴기를읽는다』『차이나인사이트2018』(공저)등이있다.옮긴책으로는『중국사상의기원-무에서예로,예를인으로』『중국고대건축의이해』『진붕:진시황에서유방까지』『신세계사』『미의역정』『중국철학이등장할때가되었는가?』『중국신화사』(공역)등다수가있다.한국연구재단의지원으로연세대학교중국연구원에서추진하고있는‘당송예악지역주총서’프로젝트에참여중이다.
EBS「클래스e」에서‘여섯도읍지로보는중국’을강연하고,SERICEO에서「도읍지로중국읽기」를강연했다.EBS「세계테마기행」‘신선의땅인간의마을-중국무릉도원’의큐레이터로출연했고,EBS라디오「니하오차이나」의‘중국신화전설’코너를진행했으며,『주간경향』에「이유진의중국도읍지기행」을연재했다.

목차

여는글:방심이란?

제1장
오랜연애와같은인생/고대의지자/사람과향기로운풀/꺼지지않는연단화로/제나라의괴인/서복/동쪽을향하다

제2장
옛등주/평온의힘/익살꾼들/휘돌아다니다/많은여우들/큰새한마리/바닷가의다섯신/동래와서래

제3장
바둑의형세가좋지않다/간식과천년고/부끄러움/소매안에물건을넣다/천년선/허망한미식

제4장
그들에게미안하다/한그루의나무/세번되돌아갔다가눌러살다/향떡을선사하다/거문고를부수다/등불마을을잃다/거북이또찾아오다

제5장
중의를찾기어렵다/온갖풀과문장/서생/상인이인재를추천하다/은사의자식들/토착어에대하여/말없음과언어의낭비

제6장
발구르며노래하는소리/위대한나무수레/동이의동쪽/석달동안고기맛을잊다/동방과서방/차가운실용주의/축적의어려움

제7장
제나라를그리워하다/잔인함과호기로움/화려한수레와술잔/가장번화한도시/가장오래된케인스/직하학궁/최고의대언

제8장
패자라칭하다/오래된공사/여색을좋아한왕/환락의집단/방종의대가/상대와함께절벽에서뛰어내리다/양화와음독

닫는글-아름다운달빛
제나라연표
옮긴이의말-제나라는왜사라졌는가?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분서갱유의발단,동서문명의충돌

그렇다면한-당-송-명-원-청등의통일왕조를중심으로중국사를인식해온우리가새삼제나라를다시살펴볼이유는무엇일까?이책은우리가미처인식하지못하고있었던매우중요한‘역사인식’의문제를제공하고있다.그것은바로진秦나라와제나라의문화충돌이라는현상이다.장웨이는이책전반에걸쳐고대중국에서동서문명충돌이있었다고주장한다.흔히프랑스인은재기발랄하면서수다스럽고독일인은무뚝뚝하고진중한이미지가있듯이,춘추전국시대의진나라와제나라사람들은극과극의성향을갖고있었다.이것은역시내륙문명과해안문명의차이이다.바다와접해일찍이상업적으로번영했던제나라는호방하고활달한기질인데비해,진나라는자로잰듯한엄숙함과단순함이특징이었다.제나라의도성임치는당나라의장안長安과같은대도시였다.천하에서가장많은부상富商,가장긴상가,가장큰축구장,그리고천하에명성이자자한직하학궁稷下學宮,매력적인소악韶樂연주,기예와몸을파는가희들이있었다.고대중국에서비단업과제철술이최초로발명된곳도바로제나라해안지역이었다.당시세상에서가장큰식량창고와가장많은준마를보유하고있었으며,논벼를최초로재배한나라이기도했다.풍부한물질문명을바탕으로사람들은특이한옷차림을하고다녔으며,신선사상이발달해방사方士들이넘쳐났다.제나라사람들의대화술은당해낼사람들이없었다.저자는제나라출신이었던순우곤과동방삭東方朔의우스꽝스러운익살기를재미나게풀어내고있다.경박함과농담뒤에는강력한내재적논리가있었다.

반면진나라는순수한농경국가이자엄격한형법을고수한나라였다.제나라에서춤과노래와성대한연회가끊이지않던시절에진나라의음악은어땠을까?기록에따르면,왕과신하의버젓한연회에서펼쳐진노래와춤이란것이놀랍게도질항아리를두드리며넓적다리를치면서그박자에맞추어노래하고춤추는게다였다.상앙의변법變法을거친이후의진나라는모든면에서더욱이성적으로변했고치밀해졌다.장웨이는농업입국의보수성과견고성을바닷바람이뚫고들어가기는어려웠다고말한다.진나라의수도함양이세계의중심이되면서많은제나라사람들이이곳을찾아들어왔지만이는그당시에상대적으로폐쇄적이었던진나라에게적지않은충격이었다.역사서의기록에따르면,많은제나라인이진나라의정치에직접적으로영향을끼쳤다.정권을쥐고있던인물들과의접촉이잦았고,심지어는진시황과도밀접한관계를맺었다.이로써한동안그들의말이전폭적으로수용되기도했다.제나라사람들은휘돌아다니는게습성이었고제멋대로놀고자하는마음도아주강했다.그런데이런기질은,순수한농경국가이자엄격한형법을고수한진나라사람들의기질과충돌을빚었다.그러므로후에발생했던분서갱유사건역시정치적인배경에서만그원인을찾으면안된다.거기에는비록미미하지만직시해야하는문제가있다.그것은바로바닷가사람들과서쪽사람들간의기질의충돌이다.

제나라의뒤에내萊나라가있었다

제나라이전에산동반도에서번영을구가한나라가있었으니바로내萊나라다.제나라의핵심문화저력은바로이내나라에서왔다.고고학자들의견해에따르면,내나라사람들은아주먼옛날바이칼호이남에서이광대한교동반도지역으로왔으며용맹한유목민족에속한다.혹한지대에서줄곧남하하여사계절이분명하고토지가비옥한교동반도지역에정착했다.새로운지리환경속에서,준마를몰던민족은점차마음을다잡고서뽕나무심고농사지으며정밀농업의초창자가되었다.같은시기다른지역의것들과비교했을때,이곳에서출토된도기陶器가세상에서가장정교하고아름답다는것이고고발굴을통해계속해서증명되었다.그들은이곳에서내나라를세웠다.가장흥성했던시기의내나라영토는매우광활했다.오늘날의교동반도동쪽을포괄했을뿐만아니라서쪽으로는황하에이르고남쪽으로는태악泰岳에이르렀다.이는후에제나라가가장강성했을때의강역과거의맞아떨어진다.

제나라는바로이내나라를병탄함으로써,해양문명의수혈을받았다.한번에멸망시킨것이아니라오랜시간국경을맞대고교류했으며,점차적으로병합했다.그래서제나라는내나라의고급문명을자기것으로만들수있었다.저자는이책전반에걸쳐바로이내나라의존재를부각한다.

역사,신화,민담속에서길어올린통찰

이책은제나라역사를일관되게서술하는책은아니다.사방에흩어진제나라관련이야기들을수집하고그것을정교하게성찰하고있다.도교와신선술이야기가대표적이다.그가운데진시황을속이고3천명의동남동녀를배에태우고먼바다로떠난서복徐福의이야기가눈길을끈다.‘서복은어떻게진시황을속일수있었을까?’라는게저자의궁금증이었다.아무리불로장생을꿈꾸며3번이나동쪽을순행하고방중술까지마다하지않았던진시황이었지만방사들의속임수에호락호락넘어갈인물은아니었다.저자는서복의프로젝트가성공할수있었던이유는바로“장엄한임무인만큼매우특별한의식이필요하니적당한때에가장성대한인간희생제의를올려야한다”라고둘러댔기때문이라는게역사학계의최근해석이라고소개한다.진시황은서복의말을시험하기위해해안에도착해배를타고나가활을쏘아서상어를쏘아죽이기도했다.수평선끝에신비로운왕국처럼여겨지는신기루를보았을수도있다.1980년대부터산동반도해안일대에서는수평선끝에빌딩숲처럼보이는신기루가일어나카메라에포착되었는데,이는제나라사람중에신기루를보고신선의나라가있다고믿었다는역사기록을뒷받침해주고있다.

그외에저자는『요재지이』의저자포송령이전한여우이야기,등불마을이야기,꽃으로만들어먹는간식천년고이야기,소매안에물건을넣어다니는문화,거문고,거북이,향떡등제나라역사민담속에서많은이야기들을끄집어내들려준다.모두감탄사가터지는이야기들이지만특히‘새’이야기가눈길을끈다.제나라에는새가유난히많았다.해안지역하늘을가득메우는그장엄한새떼의광경.저자는이것이『장자』의들머리에실린“북쪽바다에곤鯤이라는물고기가있는데,그크기가너무나커서몇천리에달하는지알수없다.이물고기가별안간붕鵬이라는새로변하는데,이것역시너무나커서그등이몇천리에달하는지알수없다”라는이야기의근거가되었으리라고본다.즉,발해만渤海灣에서날아다니는큰새에영감을받았을것이라는이야기다.커다란새는사람들에게무한한상상을불러일으켰다.옛사람들은‘홍곡지지鴻鵠之志’,즉‘기러기와고니의뜻’이라는말로위대한사람을형용했다.그리고제나라이전의내나라사람들은큰새를자신들의토템으로삼아봉새,제비,두견이,메추라기,꿩등을각각춘분,추분,하지,동지,입춘,입하를관장하게하고가마우지와새매는군사와법률을관장하게했다.새의이름으로관직명을삼았다.

책전체에진동하는방심芳心의향기

제나라이야기를통해저자가의도하는것은우선,오늘날중화문명이라는것이내륙기질과해안기질의주고받음속에서형성되었다는점이며,궁극적으로는제나라지역옛사람들의삶을관통하는핵심을잡아내는것이다.그것이바로이책의원제에도쓰인방심芳心이라는말이다.저자는이단어가주로십대여성을형용하는데쓰이지만그내밀한의미를살펴보면꽃이막피어나기직전의단계를가리킨다고본다.활짝피어나는것이아니라활짝피기전의상태를오랫동안유지하는마음이바로방심이다.모든욕망을불태워버리면남는것은재뿐이다.문명도마찬가지다.제나라는그역사의마지막에환락을불태웠다.그리고결국진나라에망했다.진나라도마찬가지다.끝도없는제국의욕망은가장짧은통일왕조라는오명을남겼다.

이책에실린많은이야기들이바로‘방심의테크놀로지’이다.그가운데‘바둑의형세가좋지않다’라는이야기에눈길이간다.예로부터산동반도의바닷가동래東萊지역에는바둑과거문고의고수들이많았다.전설에따르면,이곳의바둑고수들은바둑에이기고도긴탄식을내쉴때가있었다.그이유는바둑에서이기려고만한것이아니라보기에도좋은바둑형세를만들고자했기때문이다.판이끝나는시점에,바둑형세가보기에좋지않으면바둑에서진것보다도더유감스러워했다.한제나라노인은바둑의형세를너무중시한나머지연신지고말았다고전설은전한다.저자는말한다.“아름다움을극도로추구하며의리를지키려는관념은,생활에굉장한영향을미칠뿐만아니라뿌리가깊고튼튼한문화가되어한시대의정치와경제의틀을바꿀수도있다”라고말이다.

동이東夷의우수성에대한이야기

앞서내나라이야기를했지만저자는예전에동이東夷라고불린동쪽해안가문명이중화문명에큰영향을미쳤음을계속강조한다.당시의‘단각도蛋殼陶’는박태고병배薄胎高柄杯의경우,배부분의두께가겨우0.5밀리미터이고주둥이부분은그두께가1밀리미터의3분의1도되지않는다.이처럼얇은기물은,지금의현대기술이라하더라도그대로따라만들기가결코쉽지않다.이러한도기는형태와기술에있어서전세계상고시대도기예술의정화라고할수있다.작업과정에서당시내나라는이미물레를사용하는기술을보편적으로채용했는데,이는질적·양적비약이었다.어쨌든도기의과학성,예술성,다양성등의여러방면에서내나라의도기는중국신석기말기의최고수준을대표한다.고고발견에따르면,일찍이칠천년전에내이사람들은이미반도동쪽에서유구한문화를창조했다.내이의고문화에는자기나름의발전순서가있었으며중원의고문화에도깊은영향을주었다.그영향은동쪽에서서쪽으로전해졌으며,상·주시기까지쭉이어졌다.이로써내이문화가중원에끼친영향이얼마나뚜렷한지를알수있다.이곳의도문陶文은중국의가장오래된문자로공인되었으며,상대의갑골문甲骨文보다도천여년이나앞선다.

이로써볼때이전에형성되었던전통관념,즉중원이야말로중화문명의요람이라는생각은단편적이고부정확한것이다.
저자는제나라의온돌문화도소개한다.중국중원의문화는탁자에앉아서식사했지만제나라지역은방바닥에양반다리를하고모여앉아서식사했다.바닷가는바람과추위와습기가심해과거에는집마다대형온돌을설치했다.널찍하고견고한온돌위에다갈대를엮어만든자리를깔고,그위에다단식서랍장같은목제공예품을두면어느덧집안에온기가가득해진다.이러한내용은이책에실린이야기들이왜우리에게친숙하게다가오는지를잘말해준다.즉,제나라의이야기는우리에게도단순하게다른나라의이야기가아니다.저자가책의전반에걸쳐말하는제나라동래東萊라는지명이한국의남쪽동래東萊라는지명에도남아있듯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