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중독 : 한 버섯 중독자가 쓴 윈난의 미시생활사

버섯 중독 : 한 버섯 중독자가 쓴 윈난의 미시생활사

$23.00
Description
사계절 내내 버섯과 긴밀히 얽히는 윈난
버섯은 회고의 촉매가 되어 역사를 쓰게 한다

숭배, 감격, 회상으로 쓴 버섯 세계관 독본
버섯 철이던 어느 날, 저자 녜룽칭은 차를 몰고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평소와 달리 표준어가 아닌 쿤밍 사투리를 쓰질 않나 감정도 점차 고조되어갔다. 이내 급히 노래 한 곡이 나왔고 노래가 끝날 즈음 진행자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나중에 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일러주길, 그 진행자가 점심으로 견수청(독성이 있으나, 조리법에 따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손을 대면 파랗게 변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을 먹고는 프로그램 도중에 흥이 나버린 것이었다. 방송국은 이날부터 근무 시간에 버섯을 먹은 사람은 생방송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 한다. 단오가 지나면 버섯에 중독된 환자들이 속출한다. 저자의 아내도 버섯에 중독돼 허공에 떠오른 그림들을 잡겠다고 허우적거린 적이 여러 번이다. 윈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섯 중독과 관련된 일화 몇 가지를 알게 마련이고, 전해오는 이야기들로 마음은 복잡해진다. 행여나 탈이 날까 염려되지만, 일단 버섯이 눈에 들어오면 호기심과 식탐이 번번이 이긴다. 버섯의 마력이란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 힘은 인력이다. 인력引力(끌어당기는 힘) 또는 인력因力(만물의 기원이 되는 힘)으로 쓸 수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버섯균을 “지하의 정교한 레이스 자락, 헴스티치가 된 축축한 균사, 세상의 미끄러운 탯줄”이라고 묘사했다. 조밀하게 형성된 균사체의 세계는 땅속 양분과 생의 가능성을 그러모아 한 송이 버섯으로 피어나고, 동시에 지면 위로도 그물을 치듯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버섯에 홀린 이들은 버섯을 모조리 먹어치울 자세로 덤벼들 뿐만 아니라 버섯의 신비로움을 상징화하여 창작의 소재로 되풀이하고, 버섯의 독성마저 ‘신의 선물’이라 떠받치며 독버섯을 따다 제전祭典 활동에 쓴다. 이 책 역시 버섯의 인력으로 쓰였다. 저자는 펜을 놀릴 때마다 버섯을 먹고 중독된 친구들의 일화가 떠올랐고, 왠지 모르게 신바람이 나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버섯이 이끄는 대로 거닐며 버섯을 향한 숭배와 감격, 회상을 기록한 이 책은 마치 설화 같기도 하다. 버섯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다면 버섯의 인력에 몸을 맡기는 편이 좋다. 그로써 당신과 버섯을 잇는 가느다란 실 역시 막힘없이 뻗어나가며 기억 저편의 감각을 두드릴 것이다.
버섯의 생장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땅속을 수놓는 공생의 그물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때에도 생을 이어나가느라 여념 없다. 그러다 땅 위로 솟아올라 뜻밖의 기쁨을 안긴다. 그 기쁨은 놀라움, 환희 그리고 상상력이다. 언제부터 발밑의 생이 시작됐을까? 탄생의 조력자인 삼림은 언제부터 그 비밀에 공모했을까? 버섯은 창발하는 생명이며 무수한 질문을 배양하는 존재다. 버섯을 보고 삶의 삽화와 얼굴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는 것도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물며 매년 5월이면 버섯으로 뒤덮이는 중국 윈난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버섯이 스미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닐까.

저자

녜룽칭

저자:녜룽칭
쿤밍현대미술관의공동창립자이자관장이다.윈난예술대학교객원교수를겸하고있으며예술기획자로서화가쩡샤오롄,무용가양리핑등윈난을대표하는예술가들의기획전시회를개최해왔다.저서로『해자의색:1980년대쿤밍예술가』,『운명적인초목:쩡샤오롄박물화』(공저)등이있다.

역자:김지민
제주대학에서중어중문학과일어일문학을복수전공했으며,중국시안외국어학원에서어학연수과정을수료했다.현재는중화권도서와웹콘텐츠를소개,번역하고있다.옮긴책으로『지구의고아들』,『거목을찾아서』가있다.

삽화:쩡샤오롄
중국과학원쿤밍식물연구소의식물세밀화화가이자수석기술자다.『윈난백조』,『꽃의운율』『새의노래와꽃향기』등의삽화집을출간했으며2000권이넘는과학서적에삽화를그려왔다.

삽화:양젠쿤
중국과학원쿤밍식물연구소의식물세밀화화가이며국가식물서지50여권의삽화작업에참여했다.저서로『서남부민족생태화:민족적관점에서본생태문화와생태문명』(공저)이있다.

목차

서문_007
버섯중독_021
우간균_035
간파균_057
기와무늬무당버섯_073
계종_089
송이_100
송로_111
곡숙균_121
호장균_133
대홍균_143
피조균_155
싸리버섯_173
곰보버섯_183
꾀꼬리버섯_193
내장균_207
노인두_219
냉균_233
망태버섯_255
영지_269
버섯세계의정수를취하다_283
마발_321
충초_331
백삼_347
후기_357
찾아보기_367

출판사 서평

사계절내내버섯과긴밀히얽히는윈난
버섯은회고의촉매가되어역사를쓰게한다

“버섯을몇끼연달아먹고
손발을몇번덩실덩실할수있다면충분하지않을까.”
위화(『허삼관매혈기』저자)추천

숭배,감격,회상으로쓴버섯세계관독본

버섯철이던어느날,저자녜룽칭은차를몰고집에가는길에라디오를틀었다.그런데듣다보니뭔가이상했다.프로그램진행자가평소와달리표준어가아닌쿤밍사투리를쓰질않나감정도점차고조되어갔다.이내급히노래한곡이나왔고노래가끝날즈음진행자는다른사람으로교체됐다.나중에방송국에서일하는친구가일러주길,그진행자가점심으로견수청(독성이있으나,조리법에따라안전하게먹을수있다.손을대면파랗게변한다고해서이이름이붙었다)을먹고는프로그램도중에흥이나버린것이었다.방송국은이날부터근무시간에버섯을먹은사람은생방송을진행하지못하도록매우주의하고있다고한다.단오가지나면버섯에중독된환자들이속출한다.저자의아내도버섯에중독돼허공에떠오른그림들을잡겠다고허우적거린적이여러번이다.윈난사람이라면누구나버섯중독과관련된일화몇가지를알게마련이고,전해오는이야기들로마음은복잡해진다.행여나탈이날까염려되지만,일단버섯이눈에들어오면호기심과식탐이번번이이긴다.버섯의마력이란쉽사리거부할수없는것이다.
그힘은인력이다.인력引力(끌어당기는힘)또는인력因力(만물의기원이되는힘)으로쓸수있다.올가토카르추크는버섯균을“지하의정교한레이스자락,헴스티치가된축축한균사,세상의미끄러운탯줄”이라고묘사했다.조밀하게형성된균사체의세계는땅속양분과생의가능성을그러모아한송이버섯으로피어나고,동시에지면위로도그물을치듯사람들을사로잡는다.버섯에홀린이들은버섯을모조리먹어치울자세로덤벼들뿐만아니라버섯의신비로움을상징화하여창작의소재로되풀이하고,버섯의독성마저‘신의선물’이라떠받치며독버섯을따다제전祭典활동에쓴다.이책역시버섯의인력으로쓰였다.저자는펜을놀릴때마다버섯을먹고중독된친구들의일화가떠올랐고,왠지모르게신바람이나마음껏이야기를풀어놓을수밖에없었다고고백한다.버섯이이끄는대로거닐며버섯을향한숭배와감격,회상을기록한이책은마치설화같기도하다.버섯세계관을이해하고싶다면버섯의인력에몸을맡기는편이좋다.그로써당신과버섯을잇는가느다란실역시막힘없이뻗어나가며기억저편의감각을두드릴것이다.
버섯의생장은경이로움의연속이다.땅속을수놓는공생의그물은우리가알아차리지못한때에도생을이어나가느라여념없다.그러다땅위로솟아올라뜻밖의기쁨을안긴다.그기쁨은놀라움,환희그리고상상력이다.언제부터발밑의생이시작됐을까?탄생의조력자인삼림은언제부터그비밀에공모했을까?버섯은창발하는생명이며무수한질문을배양하는존재다.버섯을보고삶의삽화와얼굴들이우후죽순떠오르는것도감각적으로이해하지못할일은아니다.하물며매년5월이면버섯으로뒤덮이는중국윈난에서,사람들의몸과마음구석구석까지버섯이스미는건자연의이치아닐까.

버섯이쓰는미시생활사,창조성의지도
형이상과형이하사이의파란버섯

중국서남부에위치한윈난은버섯산지로잘알려져있다.특히송이버섯으로유명하며,한국에서5시간이면갈수있다.버섯철마다세계각지에흩어져있던윈난사람들은버섯미식에대한열망으로“버섯이너무먹고싶어”라고외친다.이열망은단지버섯의맛과향을기억해내는것을뛰어넘어버섯에얽힌얼굴과장소들에대한향수로채워진다.가령송이버섯하면전통버섯조리법에능했던친구부터떠오르는식이다.그가알려준대로토종닭을푹곤육수에송이를얇게썰어넣는다.현지고추를화로에굽고손으로으깬뒤육수한국자에소금,후추로간을해서소스를만든다.야들야들하게데친송이를소스에찍어먹으면진한열기가몸안에서부터차오르며,삶의감각이곤두선다.요리의근원과관계의역사는뒤섞이고,마치균사체의실타래처럼버섯-사람-장소는긴밀히엮여그자체로생활사의틀을닦는다.
쿤밍현대미술관관장이자예술기획자인저자는색부터형태까지천차만별인버섯들에서삶의창조성을실현하는윈난출신의예술가들을발견한다.가령중국현대무용의판도를바꾼무용가양리핑,2000여권의책에세밀화를그려넣은연구자쩡샤오롄,말그대로온몸을바쳐현대예술계를충격에빠트린행위예술가아창등그들의혁신은불현듯피어나는버섯의창조성을닮았다.저자는버섯꾼이긴막대기로낙엽위를훑으며송이버섯의기운을감지하듯,자신을포함해사람들의삶에서우연성과합리성을포착한다.버섯은기억의촉매이자기록의동력으로작동하고,그가더듬어도착한곳에는엉터리버섯요리로가족들의빈축을샀던아버지의유머가있으며,손자의얼굴을한번더보려고맛있는버섯요리를해주겠다며꾀던할머니의돌봄이있다.다시만날수없는이들에대한추억과희미했던과거의감각마저버섯의인력에힘입어되살아난다.
버섯의신비로움은그중독성에서도찾아볼수있다.윈난산지의버섯중에는흑우간균,황우간균,대홍균,피조균등섭취해도될만큼의약한독성을띤버섯들이더러있다.윈난에서‘버섯을먹고맛이갔다’는말은조롱이아니다.그이면에는버섯이지닌매력을삶에서자아내는이들을향한존경과부러움이묻어있다.버섯의독성으로인해버섯미식은일종의모험이자실험이된다.‘먹느냐마느냐’라는질문은‘죽느냐사느냐’라는심부의질문을건드린다.“윈난사람대부분은설사죽는다고해도먹겠다는태도다.까짓것먹고죽으면그만이지,생명이란기껏해야하늘을가로지르는유성같은게아니던가.그들에게중요한건지금의아름다움을체험하고감각하는것이다.”시인위젠이말했듯버섯은모종의형이하에서형이상을이끌어낸다.즉버섯미식은단지식문화로서의지위를웃돌며그보다더본질적이고정신적인매개로서작용한다.가령견수청의푸른색은의미심장하다.예술작품에서아득한지평선을채우는파랑을떠올려보면,그건손에잡히지않는갈망을덧칠하는색,멜랑콜리의색이다.버섯을먹는복이란“대지가응원하는신체의모험이자부정확한정신적사건”이며,다시말해중독에빠질수밖에없는황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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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무늬무당버섯,송이,송로,싸리버섯,곰보버섯,꾀꼬리버섯,망태버섯,영지,충초,백삼…….어떤버섯은오늘저녁식탁에오를지모르고,어떤버섯은지난산행에서나도모르는새스쳐지났을지모른다.윈난사람들은버섯을볶고데치고끓이고튀기며갖은방법을동원해최적의조리법을연구한다.미식의길은열려있고어느길도틀리지않다.이책을읽는데에도정해진방법은없다.버섯은커다란비유다.창발하는생명력,신비로운우연,기분과맛을돋우는감각,과거를불러오는향수.문득이같은존재가삶에출현할때,그모두를버섯같은일이라고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