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기록자

알츠하이머 기록자

$19.06
Description
인지증을 앓는 어머니가 20년간 쓴 일기들
일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환자의 감정을
정신과 의사 아들이 분석하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일상과 감정
관찰일지가 드러내는 것들
일기라는 고유한 기록은 살이 연하다. 꿰뚫어 보려다간 구멍이 나고 함부로 펼쳤다간 찢어진다. 『알츠하이머 기록자』는 머뭇거리고, 주춤대며, 천천히 다가간다. 이 책의 저자처럼 노년 인지증(치매)을 연구한 전문의라면 능숙하게 자기 어머니의 인지증을 논하고 치료 과정을 마칠 것이라는 짐작은 조금도 맞지 않는다. ‘알츠하이머 기록자’들은 쓰기와 읽기의 보법을 새로이 한다. 어머니가 말년에 찾아온 인지증을 낯설어하며 덜그럭거렸듯이, 날마다 달라지는 몸과 정신에 머뭇거렸듯이, 차차 공백으로 남은 지면이 넓어졌듯이, 이 책의 저자 또한 어머니의 일기를 읽다 망설이고 이따금 말을 끝맺지 못한다. 병태를 낱낱이 파헤치는 전문가의 소견을 예상했다면 이 글은 기대를 비껴간다. 한 사람의 생애는 무언가의 징후로서 주어지지 않기에, 저자의 어머니 역시 어떤 전형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세이자正坐(せいざ,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책과 마주 앉으면, 저자의 간곡한 당부가 들려온다. “이 책은 인지증을 이해하기 위한 실용서가 아닙니다. 어머니의 일기를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일기로서, 그 속에서 병의 조짐을 찾는 방식으로 읽지는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4년 전인 87세에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았지만, 그 조짐은 67세의 기록에서부터 나타난다. 저자는 20년의 세월을 4기로 나눈다. 1기(67~75세)는 인지 기능 저하의 낌새가 보이지만 활발히 사회할동에 열중했던 시기이며, 2기(76~79세)는 차츰 실수가 반복되고 혼란스러움이 더해지는 시기다. 3기(80~84세)에 이르러서는 병태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지고 증상이 악화하며 요양원 입소가 불가피해진다. 4기(85~87세)는 기력이 쇠해 사실상 간헐적인 기록과 여백들이 대신하는 시기로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끝맺어진다. 특히 마지막 시기는 어머니가 거의 기록을 남기지 못했기에 인지 기능 재활을 도왔던 신경심리학 전공 대학원생의 리포트로 뒷받침된다. 흔히들 인지증 환자가 자신의 병태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일기 곳곳에는 혼란스러움, 불안, 걱정, 어쩌면 상태가 호전될지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까지 배어 있다.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당황하면서도 스스로 단속하고 주의했던 어머니는 정신이 무뎌져감을 섬세하게 느끼고 기록했다. 오래전부터 대비했던 죽음의 모양을 헤아리며 서툴게 말년을 관찰한 것이다. 저자 또한 반복되는 어휘나 행위의 빈도를 측정하며 두드러지는 양상을 추적한다. 다만 어머니를 추월해 삶을 속단하는 대신 신중하게 그 뒤를 따라 걷는다. 의사이기 이전에 아들로서, 병태를 진단하기 전에 삶의 면면에 귀 기울임으로써 기록 위로 해석이 드리운다.
한국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다섯 사람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의 고령이다. 저자는 인지증을 초고령 인구가 증가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의 90세 이상 인구 200만 명 중 인지증 환자는 100만 명으로, 유병률이 무려 50퍼센트에 육박한다. 고령 인구 절반이 의학적으로는 인지증을 진단받을 수 있으며, 인지증이 아니더라도 노화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90세를 넘어서면 표준 능력이 인지증 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우리 중 누가 ‘알츠하이머 기록자’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더더군다나 치료나 치유 등 특정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닌, 생활 양상이자 습관으로 기록된 말년의 관찰일지로서, 이 책은 우리 삶에 바짝 달라붙어 있다.
저자

사이토마사히코

저자:사이토마사히코
도쿄대의학부를졸업하고의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도립마쓰자와병원의명예원장이자게세이회노년학연구소대표다.노년기인지증의료·돌봄,고령자의의사능력및행위능력에관한사법판단이주요연구분야다.지은책으로『치매케어상식100가지』,『약없이치료하는치매』,『부모의‘인지저하’를알아차리면』,『임상정신의학강좌』,『정신의학과법』,『오늘의정신과치료지침』,『오늘의노년기치매치료』,『신노년학』등이있다.

역자:조지혜
대학에서건축학을전공한뒤,여성,청소년,인권분야단체및기관에서오랫동안일했다.또하나의문화편집장으로일하면서책의세계를좀더본격적으로경험했고,현재는일본어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인문서『실패없는젠더표현가이드북』,『가족과국가는공모한다』,『만년동안살았던아이』,소설『의대생다이어리』가있다.

목차


서문

1장어머니의생애
어머니의양친
5세,모친을잃다
12세,부친을잃다
22세,둘째오빠의시베리아억류와사망
24세,결혼.28세,큰딸의요절
삼남매의어머니이자아내로서
64세,남편과의사별,몽골성묘와이후의생활

2장어머니의일기와생활
-1기뒤늦게온어머니의청춘,살며시다가온세월의발소리
가방을잃어버리지않으려고꼭안고있었다
인생의집대성과엔딩노트
1시28분남자아이출생,52.5센티미터3694그램
희미하게도등나무꽃송이를살랑흔드는
몽골성묘
노인이란이런것인가
도라야키쇼크인가?
예루살렘으로
내장례에관한노트,예의서류철에넣어두다
이탈리아여행“올해도무사히저물어간다”
-2기균열이생기기시작한생활,인지기능저하와싸우다
세탁소소동“절대정신을놓지않도록심신을다잡자”
귀찮아서죽으로때웠다
도쿄요양원에들어가고싶다
비참하고,부끄럽고,어서사라져버리고싶다
-3기늙음에휘둘리는나날,무너져가는자아의공포
이대로정신을놓아버린다고생각하면……
끝내온건가?
이대로정신을놓을까보냐,“힘내!레이코!”
정신을놓아버린것같다……정신을놓았다!
하루하루정신이흐려지는것같아서무서워견딜수가없다
-4기그후의어머니
전화를너무많이건다고혼이났다
오랫동안감사했습니다
힘들다고하잖아!
빨리뭐라도좀해줘
잘가요

3장인지증이란무엇인가
알츠하이머형인지증이란무엇인가
알츠하이머인지증급증현상의의미
알츠하이머병완치약개발은가능한가
어머니에대한진단을생각한다

4장어머니의여로

후기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인지증을앓는어머니가20년간쓴일기들
일상과사물을바라보는환자의감정을
정신과의사아들이분석하다

알츠하이머에걸린사람의일상과감정
관찰일지가드러내는것들

일기라는고유한기록은살이연하다.꿰뚫어보려다간구멍이나고함부로펼쳤다간찢어진다.『알츠하이머기록자』는머뭇거리고,주춤대며,천천히다가간다.이책의저자처럼노년인지증(치매)을연구한전문의라면능숙하게자기어머니의인지증을논하고치료과정을마칠것이라는짐작은조금도맞지않는다.‘알츠하이머기록자’들은쓰기와읽기의보법을새로이한다.어머니가말년에찾아온인지증을낯설어하며덜그럭거렸듯이,날마다달라지는몸과정신에머뭇거렸듯이,차차공백으로남은지면이넓어졌듯이,이책의저자또한어머니의일기를읽다망설이고이따금말을끝맺지못한다.병태를낱낱이파헤치는전문가의소견을예상했다면이글은기대를비껴간다.한사람의생애는무언가의징후로서주어지지않기에,저자의어머니역시어떤전형으로주어지지않는다.우리가세이자正坐(せいざ,무릎을꿇고앉은자세)로책과마주앉으면,저자의간곡한당부가들려온다.“이책은인지증을이해하기위한실용서가아닙니다.어머니의일기를‘알츠하이머병에걸린사람’의일기로서,그속에서병의조짐을찾는방식으로읽지는말아주시기를부탁드립니다.”
저자의어머니는돌아가시기4년전인87세에알츠하이머병을진단받았지만,그조짐은67세의기록에서부터나타난다.저자는20년의세월을4기로나눈다.1기(67~75세)는인지기능저하의낌새가보이지만활발히사회할동에열중했던시기이며,2기(76~79세)는차츰실수가반복되고혼란스러움이더해지는시기다.3기(80~84세)에이르러서는병태에대한두려움이심해지고증상이악화하며요양원입소가불가피해진다.4기(85~87세)는기력이쇠해사실상간헐적인기록과여백들이대신하는시기로어머니의죽음과함께끝맺어진다.특히마지막시기는어머니가거의기록을남기지못했기에인지기능재활을도왔던신경심리학전공대학원생의리포트로뒷받침된다.흔히들인지증환자가자신의병태를자각하지못한다고생각하지만,일기곳곳에는혼란스러움,불안,걱정,어쩌면상태가호전될지모른다는희미한희망까지배어있다.물건을잃어버리거나당황하면서도스스로단속하고주의했던어머니는정신이무뎌져감을섬세하게느끼고기록했다.오래전부터대비했던죽음의모양을헤아리며서툴게말년을관찰한것이다.저자또한반복되는어휘나행위의빈도를측정하며두드러지는양상을추적한다.다만어머니를추월해삶을속단하는대신신중하게그뒤를따라걷는다.의사이기이전에아들로서,병태를진단하기전에삶의면면에귀기울임으로써기록위로해석이드리운다.
한국은고령사회를넘어초고령사회로진입하고있다.다섯사람중한명은65세이상의고령이다.저자는인지증을초고령인구가증가한데따른당연한결과라고말한다.이를뒷받침하듯일본의90세이상인구200만명중인지증환자는100만명으로,유병률이무려50퍼센트에육박한다.고령인구절반이의학적으로는인지증을진단받을수있으며,인지증이아니더라도노화를피할수있는사람은없다.게다가90세를넘어서면표준능력이인지증환자와별반다르지않다.즉우리중누가‘알츠하이머기록자’가되어도이상할게없다는얘기다.그렇기에더더군다나치료나치유등특정의도로작성된것이아닌,생활양상이자습관으로기록된말년의관찰일지로서,이책은우리삶에바짝달라붙어있다.

정신의학의미신을타파하는실재의기록

삶이란매번뒤늦게도착한것들과어긋나는것들로빼곡하다.이를테면어머니말년에도착한열망,충동,의욕같은것들이다.어머니는다이쇼(1912~1926년)말기에태어나쇼와(1926~1989년)초기에어린시절을보냈다.제2차세계대전과청춘이맞물렸고패전후에는곧바로결혼해가정생활에전념했다.사별후에야단카모임,피아노레슨,스페인어공부등으로열정적인생활을만끽했지만,아들의눈에는인지증을부추길만큼부산했던날들이기도했다.노화가어머니를잡고늘어지며삶의속도를늦출때도어머니는‘이제부터만회하겠다’는마음을다급하게먹었다.이는어머니만의존재방식이기도했지만,동시대에나고자라노인이된세대의해소되지않은염원이기도했다.저자가엮은기록들은내밀한미시생활사이자동시대일상사이기도하다.한편저자가그기록을반추하며깨닫는것들역시한발늦게도착한다.문장들은당시에알수없던어머니의속내를꺼내보인다.전화를자주한다고다그친것,짜증을섞어대답한것,자식들의도대로어머니의거처를논한것,인지증으로인한실수겠거니하고넘겨짚은것……그때마다어머니는주변뿐만아니라자신의삶으로부터유리된다는소외감을느꼈다.뒤늦게일기장을읽으며얻은깨달음은저자의마음에응어리진다.
저자는그자신이전문의로서누구보다인지증을잘알기에오히려객관적이고날카로운관찰,판단,결정을유보한다.어머니가“나는원래덜렁대곤하니까”라고쓴것처럼그역시어머니의변화를감지하고도“우울증?혹은인지증일까.원래그런성격이기는했다”라고쓰고마는것이다.그조차도그때는몰랐지만차마인정하고싶지않은마음,확언하는순간사태를걷잡을수없다는두려움이저자마음에스몄고이는시간이흘러후회로돌아온다.저자는당시자신의일기를꺼내같은날짜에쓰인어머니와아들의기록,혹은환자와의사의기록을대조해서보여준다.아들이자의사로서사적이고공적인성찰을교차시키는것이이책의가장큰차별점이다.
어머니와저자외에도차남,딸,며느리들역시어머니의병태를살피고기록을주고받았다.더해진기록들은추상적으로나분류되던질병의테두리에구체적인형상을부여한다.이로써우리는인지증환자의주관적인괴로움에얼마나둔감했는지를새삼스레알아차린다.인지증환자를기억또는정신과요원한존재로만바라봤던정신의학의미신은실재하는기록앞에서무색해진다.이책의저자를비롯해많은의학전문가는알츠하이머병은노화에따른불가피한것으로,이를완치하는약이란사실상불가능한바람이라고말한다.따라서우리는인지증환자의가족이거나잠재적당사자로서,그리고초고령사회의일원으로서‘나이듦’에따른인지기능의저하를어떻게이해하고,대처하고,맞이하며살아야할지질문해야한다.이책은여정의이정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