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

$17.91
Description
열아홉 편의 픽션과 일곱 편의 논픽션이 보여주는
언어 묘기의 서커스!
아이러니, 생략, 은유는 어떻게 진실에 다가가는가
저자

강챙래

20여년간출판편집기획자로지냈다.건국대와중앙대예술대학에서잠깐강의했다.현재여러분야의글을쓰며활발하게강연활동을하고있다.주요저작물로는서양문학사를다룬『문학의죽음에대한소문과진실』,한국출판평론상대상을수상한『책의정신』,프로가되고싶은아마추어를위한『위반하는글쓰기』가있다.에세이『오늘은좀매울지도몰라』는왓챠오리지널드라마로제작되었다.

목차

프롤로그_어제를돌아볼것

제1부이야기와의미의틈사이로

1.전쟁속에서자란아이들은길들여진다,가장폭력적이고가장윤리적으로
-아고타크리스토프,『존재의세가지거짓말』,1986~1991

2.글이풀리지않으면,이책을읽는다
-조지엘리엇,『미들마치』,1871~1872

3.고통3부작이아니라환희3부작
-한강,『채식주의자』,2007

4.체험화법으로철학자들을매료시킨부조리극가득한장편
-프란츠카프카,『소송』1914/1925

5.미시적삶의마법적사실성이시스템을멈춘다
-이사벨아옌데,『영혼의집』,1982

6.작가도범인이누군지모른다
-마리오바르가스요사,『도시와개들』,1963

7.수많은이야기로뒤덮인현실에욕지기를느낀다
-장폴사르트르,『구토』,1938

8.동성연인을향한가장긴연애편지
-버지니아울프,『올랜도』,1928

9.켜켜이쌓인오래된상징과정체성
-허먼멜빌,『모비딕』,1851

10.완독하는데10년,매릴린먼로가탐독한금서
-제임스조이스,『율리시스』,1922

11.권력의틈들에서들리는으르렁거리는소리
-미셸푸코,『감시와처벌』,1975

12.통치자없는통치구조의악에대한경고
-한나아렌트,『예루살렘의아이히만』,1963

13.우리는우연한사건이수없이복제된필연적존재다
-자크모노,『우연과필연』,1970

제2부벽을뚫고여백으로

1.진실을드러내기위한수많은더블의향연
-도리스레싱,『금색공책』,1962

2.당신과나사이에놓인서슬퍼런칼
-한강,『희랍어시간』,2011

3.여성의몸엔수많은혀가있고제각기다른말을한다
-엘렌식수·카트린클레망,『새로태어난여성』,1975

4.끝까지생존하겠다고마음먹으면세상에균열을낸다
-마거릿애트우드,『시녀이야기』,1985

5.비논리적비판과의도된오역의수난에서살아남다
-시몬드보부아르,『제2의성』,1949

6.언론의폭력성이만들어낸수작
-하인리히뵐,『카타리나블룸의잃어버린명예』,1974

7.진실을맞닥뜨리려하면죽는다
-알베르카뮈,『이방인』,1942

8.남녀의구분을없앤사고실험,기존언어가돌파할수있을까
-어슐러K.르귄,『어둠의왼손』,1969

9.극단적인의식의흐름기법으로쓰인아찔한걸작
-윌리엄포크너,『소리와분노』,1929

10.언어학,세계를비추는거울에대한이해
-월터J.옹,『구술문화와문자문화』,1982

11.진실은없고아이러니만있다
-줄리언반스,『플로베르의앵무새』,1984

12.암시와은유·생략이하는말,문학의언어
-샌드라길버트·수전구바,『다락방의미친여자』,1979

13.언어묘기의서커스
-사뮈엘베케트,『고도를기다리며』,1952

에필로그_카페고도를기다리며

출판사 서평

이책을네번읽었다

‘읽기’는달리말해‘읽기의방법’이다.책을깊이읽는방법을잘모르겠다는독자가있다면,그건심원함을향한열망은강하나작품속낱말들이그에게와충분한의미망을형성하지못했다는뜻이다.이때그에게주어져야할것은정확한가이드라인이나지름길이아니다.그보다는작품속에난틈들로들어가읽기의다른방법을획득하고,인식과감정에지각변동을일으키는일일것이다.
『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는세계를균열하는작품스물여섯권에대한읽기의한방법을보여준다.이책들은수백가지독해의가능성을품고있고,결국언어에다담기지않는잔여물까지남기고있지만,그렇다해도우리각자는해석자로서의미를뚜렷이하고싶어한다.저자는바로이의미화과정에서중심을향한모서리들을세밀하게보여준다.단문을구사하지만아득한넓이로확장하면서.
저자는깊이읽는다.이일이쉽지않은이유는적어도세가지방법이뒷받침되어야하기때문이다.첫째,최소네번을반복해서읽는다.처음읽을때는작가의메시지에집중하며통독한다.두번째는감각을총동원하면서문장을하나하나곱씹는다.감각은머리가놓친것을붙들며,되새김질은각도를조금씩달리하면서의미를열어젖힌다.세번째는건축적읽기다.구조를분석하고세부를검증한다.그러면작품속무대설정의정교함과텍스트에담긴상징들이이해되기시작한다.예를들어저자는한강작품속상징구조와섬세한필치가세번째읽을때확실히손에잡혔다고한다.그리고글을쓰면서네번째독서를한다.조지엘리엇의『미들마치』는1400쪽분량으로두껍지만,저자는스펙터클없는이밋밋한작품이읽으면읽을수록자극적으로느껴져네번읽었다.
둘째,원서와영어판과한국어판을대조하며읽는다.한국어판에여러번역본이있다면그것들끼리도견주며뉘앙스를파고든다.가령카뮈의『이방인』처럼언뜻아름답고명료한작품은절제된묘사때문에의외로맥락이잘잡히지않는데,이럴때프랑스어판과영어판,한국어판을대조해서보면주인공뫼르소의심리속으로더깊이들어갈수있다.
셋째,해당책을원작삼은영화나드라마가있으면함께본다.우리는고래잡이배를타본적이없어『모비딕』의내용을상상하기어렵다.이럴때이미지와영상은상상력의크기를키우며감각의오류를바로잡아준다.사실소설을영상화하는감독들은그책의가장뛰어난독자라고할수있다.
이같은방법은저자가한권의책으로진입하기위한것이다.하지만독서는무엇보다한사람의지적체계이자그가그리는세계에대한지형도다.그렇다면이책의저자는스물여섯권책의지형도를어떻게그리며,체계화하고있을까?

문학을읽는도구단련하기
각자가더깊은정확성과아름다움속으로

1부는‘이야기와의미의틈사이로’다.첫작품으로수많은철학자가극찬한아고타크리스토프의『존재의세가지거짓말』을다룬다.이것은윤리와존재에관한책이라할수있다.하지만전쟁고아로서살아남아거짓말하고,협박하고,살인하는이책의주인공쌍둥이형제는비도덕적인것이가장윤리적일수있음을보여준다.이런존재에게세상은부조리를드러낸다.의미에균열이생기는것이다.이책과카프카의『소송』을함께읽으면좋다.주목할것은특히화법이다.화법은때로문체처럼소설에서혁명적인효과를낼수있는데,카프카는자유간접화법을극단적으로밀어붙여아예등장인물의시점으로말하거나서술자가등장인물속으로스며들어가버린것처럼말해부조리를가장가독성있는텍스트로내놓는다.
다른한편소설의기본은무엇보다서사성에있다.역사소설로볼수도있는엘리엇의『미들마치』는읽으면읽을수록자극적이다.150여년전에쓰였는데,제대로된한국어판은최근에야나왔다.소설의부제는‘지방생활연구’이며,미스브룩과그주변인물세쌍을통해영국지역의생활상을보여준다.하지만흔한연애소설들과달리이작품은결혼‘이후’를보여주면서평범한사람들의세속적삶에담긴타인에대한배려,자기반성이뛰어난리얼리즘작품임을입증한다.한편세계최고의작가가운데한명인아옌데는『영혼의집』에서여성이중심이되어세상의변화를이끌어내는데마술적사실주의를구사한다.그렇지만단순히이렇게만볼게아니고새로운스타일의역사소설로읽을수도있다고저자는말한다.어떤계열의작품이라는구획화가편견을줄수있으니페미니즘색채가강한이책이얼마나강력한화해와포용으로독자에게침투하는지주목할필요가있다.
한편현실을뒤덮고있는수많은이야기는그자체로점검대상이다.사르트르의『구토』는이야기로점철된현실에욕지기를느껴쓴것으로,우리는뛰어난작가들이자기시대에열어젖힌새로운세계의단면들을종합해냄으로써진실의한조각에가닿을수있다.
사실많은작품에는상징과알레고리가있다.독자가이것을해석해야그의미가비로소밝혀진다.하지만그게말처럼쉽지않다.이책에논픽션일곱편이포함된이유는그것들이해석과분석의도구를마련해주기때문이다.저자는문학작품을제대로읽기위해먼저현대철학으로뛰어들었다.하지만역사적맥락에대한이해가없어깊이진입하지못했다.다시정치경제학과문학사,미시세계사를공부했고,미술사와과학으로까지확장하자문학작품들의틈이보였고,작품들의장엄한성채에자신만의해석을가할여지가보였다.『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는그렇게30년간단련한뒤작가만의관점과언어로풀어낸것이다.

수많은혀를내몸에새기는독서

2부에서는우리현실에세워진거대하고도견고한‘벽을뚫고여백으로’나아가는작품들을읽는다.벽을넘어나아가는것은진실에가닿기위해서다.진실은‘존재’처럼손에쉽게잡히지않지만도리스레싱의『금색공책』처럼네권의노트에네가지관점으로기록하면그나마근접할수있다.더블의향연,즉다중자아는엄청난에너지를축적하며세상을바꿔나갈방편을마련한다.이건엘렌식수와카트린클레망이함께쓴『새로태어난여성』에서여성의몸엔수많은혀가있고,그혀들은각기다른말을하는데서도입증된다.저자는책전체에걸쳐남성거장들이이룬세상에균열을내는여성작가들을특별히주목한다.애트우드의『시녀이야기』에서는틈과금에서존엄을찾는여성들을다룬다.
번역은작품이다른나라와사회에서어떤방식으로받아들여지는가를측정할수있는바로미터이기도하다.달리말해그사회의인식뿐아니라윤리의수준까지드러낸다.보부아르의『제2의성』은먼저오역부터검토해야하는책이다.백과사전적자료를제시하며가부장제의부당성을증명하는이작품은40여개언어로번역됐지만오역투성이였다.문제는이것이의도된바였다는것이다.예컨대영어판은생물학자가옮겼는데10퍼센트이상의분량을작가의동의도없이덜어냈다.자신들의입맛과세계관에맞지않았기때문이다.어떤이상하고도위험스러운것이사회에스며들때기존세력은일부러오역을한다.
문학작품은결국언어실험이기도하다.르귄의『어둠의왼손』은기존언어로과연남녀의성구분을없앨수있는지를실험한작품이다.나아가단순히지배적언어뿐아니라인간의심리와사회구조에대한사고실험을작품속에서하면서기존의주류흐름에최대한으로저항한다.이책『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의저자는오랜세월언어에천착해왔는데,인문학공부의시작을언어학부터하길권한다.그중고전의반열에오른것가운데한권만꼽으라면단연월터옹의『구술문화와문자문화』다.언어는세상을비추는오목하거나혹은볼록한거울인데,이거울에대한이해가깊을수록세상도우리에게속살을내보이기때문이다.

***

이책을읽으면서우리는현실이어떤면에서진실이고사실인가,우리인생의이야기는모서리의한부분일뿐이지않을까,그렇다면어떻게협곡에서빠져나와다른곳으로건너갈수있는가등을알게된다.언어가그걸다감당하지는못하지만,결국언어가그모든것을시도하게된다.
책제목‘우리사이에칼이있었네’는보르헤스가자신의묘비명에써달라고했다는구절이라전해진다(실제로쓰이진않았다).이것은한강의『희랍어시간』첫문장으로쓰였다.우리사이에놓인칼은가령시력을잃은희랍어선생과말을잃은제자사이에놓인칼로도볼수있으며,다음과같은질문을끌어낸다.보지못하게되는사람과말하지못하는사람이어떻게만나서소통하고사랑할수있을것인가?
이책또한작가와독자사이에놓인칼을넘어서는방법에대한것으로읽어도좋을것이다.온감각을일깨우며텍스트에빠져드는독자는아마진정한사랑을느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