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두려워하지 말기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기

$18.50
Description
나는 모든 감정의 발아가
삶의 보호자이자 체화된 선조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나 역시 조상이 될 테다

연인 간 폭력 생존자의 존재감 수선
미미 주는 연인 간 폭력 생존자다. 함부로 짐작할 수 없는 사적이고 긴밀한 이야기가 묵은 감정을 털어내며 쓰였다. 자신의 정체성, 누리는 특권, 박탈된 자격,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한 관계, 폭력과 학대의 온상, 회복과 치유, 투쟁과 저항 등 이 이야기는 모든 순간을 겪고도 살아남기를 택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미미 주는 그의 정체성과 특권(호주에서 태어나고 이후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중국계 비장애인 퀴어 펨)을 적시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는 “이러쿵저러쿵 감정을 논하”기보다 “감정의 끊임없는 전진운동”을 새로운 통찰로 돌보자고 제안한다. 자책과 채찍질 없이 나라는 존재를 동정하기로 결심한 뒤, 파생되는 감정들을 윤색하지 않고 현실에 뿌리내린 실제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연인이나 가족 등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이 어째서 치명적인지 알게 된다. 이때의 가해는 몸을 멍들게 할 뿐 아니라 내면 깊이 파괴적인 목소리를 심는다. ‘넌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사실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 이 같은 목소리는 존재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고 고립과 왜곡된 자아상을 낳는다. 폭력이 반복되며 존재는 길들고, 기형적인 권력관계에 휘둘리면서도 그렇게나마 얻는 사랑에 목매게 된다. 벗어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도움을 구할 공동체로부터 멀어져 있거나, 가까스로 관계에서 빠져나와봤자 권력에 휘둘리는 게 차라리 익숙해서 제 발로 수렁에 빠지기 일쑤다. 그러므로 존재를 회복하는 일은 패착을 일삼는 늪지대를 벗어나는 일이며, 끊어진 관계의 고리를 복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 맺기란 결코 타인에 의해 수행될 수 없다. 오로지 자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회복과 치유는 나라는 존재를 추스르고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미미 주가 존재를 되찾기 위해 동원하는 것은 밑바닥에 웅크려 있던 감정들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기’는 회복과 치유를 돕는 유일한 지침으로, 마치 돌림노래처럼 책을 휘감는다. 그가 어떻게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온갖 폭력도 끝내 빼앗지 못한 이 믿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헤아리려면 우리는 실제 삶을 들여다봐야만 한다.
저자

미미주

저자:미미주
퀴어작가.호주의중국인이민자가정에서태어났다.현재는뉴욕브루클린에거주하며,사랑과두려움의교차점을탐구하고글을읽고쓰는치유의워크숍에전념하고있다.

역자:류진오
한국계미국인1세.UC버클리여성학과를졸업하고,UC샌프란시스코법·의대에서보건정책을전공했다.2021년계간『문학동네』여름호에에세이를발표했다.옮긴책으로『도플갱어』가있다.

목차


서문
소개사랑과공포의서막
제1장멍함감정의광활함에관하여
제2장분노활력의숨불어넣기
제3장불안나를잊는과정
제4장애도모든결말은애도해마땅하다
제5장불신변해가는나를믿기
제6장수치심망령들과마주할차례
제7장현존다시만난나의세계
제8장공동체소속감이라는합창곡
제9장기적존재의경이로움
제10장사랑조건없는사랑의품
감사의말
자원목록
추천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모든감정의발아가
삶의보호자이자체화된선조와같다고생각한다
어느날,나역시조상이될테다

연인간폭력생존자의존재감수선

미미주는연인간폭력생존자다.함부로짐작할수없는사적이고긴밀한이야기가묵은감정을털어내며쓰였다.자신의정체성,누리는특권,박탈된자격,헤어짐과만남을반복한관계,폭력과학대의온상,회복과치유,투쟁과저항등이이야기는모든순간을겪고도살아남기를택한사람만이전할수있다.그렇기에우리는그의이야기에귀기울인다.미미주는그의정체성과특권(호주에서태어나고이후싱가포르에서성장한중국계비장애인퀴어펨)을적시하며자신의한계를인정하고존중한다.그는“이러쿵저러쿵감정을논하”기보다“감정의끊임없는전진운동”을새로운통찰로돌보자고제안한다.자책과채찍질없이나라는존재를동정하기로결심한뒤,파생되는감정들을윤색하지않고현실에뿌리내린실제의이야기를전하기로한것이다.
그의이야기를통해우리는연인이나가족등친밀한관계내폭력이어째서치명적인지알게된다.이때의가해는몸을멍들게할뿐아니라내면깊이파괴적인목소리를심는다.‘넌사랑받을자격이없어’‘사실아무도널사랑하지않아’.이같은목소리는존재의신뢰기반을무너뜨리고고립과왜곡된자아상을낳는다.폭력이반복되며존재는길들고,기형적인권력관계에휘둘리면서도그렇게나마얻는사랑에목매게된다.벗어나겠다고마음먹었을때이미도움을구할공동체로부터멀어져있거나,가까스로관계에서빠져나와봤자권력에휘둘리는게차라리익숙해서제발로수렁에빠지기일쑤다.그러므로존재를회복하는일은패착을일삼는늪지대를벗어나는일이며,끊어진관계의고리를복구하는일이다.하지만진정한관계맺기란결코타인에의해수행될수없다.오로지자기로부터시작해야한다.즉회복과치유는나라는존재를추스르고다시세우는데서시작된다.
미미주가존재를되찾기위해동원하는것은밑바닥에웅크려있던감정들이다.이책의제목이기도한‘사랑을두려워하지말기’는회복과치유를돕는유일한지침으로,마치돌림노래처럼책을휘감는다.그가어떻게사랑을두려워하지않을수있었는지,온갖폭력도끝내빼앗지못한이믿음의실체가무엇인지헤아리려면우리는실제삶을들여다봐야만한다.

실제의삶이쓰는퀴어감정의계보

삶의내밀하고궁극적인부분은말로써종종어긋난다.또한감정이나사유를세밀히되살피는회고록은자칫이상적이라는인상을주기쉽다.그러나마사누스바움이『정치적감정』에서말했듯좋은이상은“인간의삶을있는그대로인정”한다.달리말하자면실제삶,현실은언제나이상과맞닿아있다.육체적이고궁핍하고허약하며우수한실제의삶이야말로나아질가능성을상상하며그것을현실화하려고애쓰는삶을포착한다.이책의이야기에서도실패와낙담이거듭된다.거기서어떤독자는애틋하고한심한친구에게짓는표정을내비칠지도모른다.그러나미미주가거듭강조하고우리역시타협의여지없이견지하는믿음,그어떤가해도피해자탓이아니라는믿음에기대어다음이야기를청해듣게된다.실제삶이란원래이런식이다.매끄럽긴커녕봉합되지않는불편한진실이우후죽순으로고개를드미는법이다.게다가나를까뒤집거나트라우마의기저를파헤치는일은민망하고언짢다.여과없이말하려하지만과잉과과장으로발을헛디딜때도많다.이일에는분명용기와결단이필요하며,미미주작업의특별함도여기에있다.
우리가실제삶을외면하지않고받아들일때뜻밖의가능성이열린다.그삶은멍함,분노,불안,수치심등에씌워진장막을걷어내고,그로써감정들은반작용을일으킨다.가령우리는분노하고불안해하기때문에오히려내가포기할수없는것,싸워서라도지키고싶은것들을걸러내며,멍하고무뎌지기때문에감정의홍수를견딘다.또한수치심의망령들이매순간내안팎을배회함으로써나는좀더나은쪽으로등떠밀린다.가역적이고불확실한감정들은변혁적이고결정적으로삶을구성한다.이상적이고도현실적이며정치적이고도개인적인지대가교차한다.
우리는한발더나아가기존관념을탈피한퀴어한감정들을토대로삶을재구성해볼수도있다.미미주가안착했던공동체들이단서가된다.호혜와상호부조의논리를촌스럽다고치부하지않는이공동체는다채로운존재를주축으로관계망을확장한다.무수하고구체적인저항과투쟁의언어가이곳에들어서며,모든실제의삶은퀴어해진다.풀뿌리운동,감옥폐지운동,흑인트랜스와아시아계노동자를위한인권운동,주거정의투쟁,무료식자재와약재의상호부조네트워크등모두변혁적인감정을허락하고존재를온전히수긍함으로써세워진공동체다.이들은끝없는계보에자리한다.우리는그곳에서한사람의삶이곁가지를뻗어내며선택한가족과친족들로연결되는장면을지켜볼수있다.미미주는더이상폭력에움츠러들지않는다.그의포부는이렇다.“어느날,나역시조상이될테다.”

사랑의돌림노래

미미주는정해진답을찾는게아니다.그가단언했듯느끼지말아야할감정은없기에,그의여정은“회오리치고술렁”인다.묻어뒀던감정은사막이나해변,절벽,숲에서터지기도하고정원과공원,방창가에서뻗어가기도한다.이책은1장‘멍함’에서시작해‘분노,불안,애도,불신,수치심’을살펴보고‘현존,공동체,기적’을체험한뒤마지막10장‘사랑’에이르지만,사실이모두는매순간공존한다.저자가이책을마음가는장부터읽어도된다고말하는이유이기도하다.감정의여로는굴곡지고사랑은곳곳에있다.우리는미미주와함께휘청였다가다시털고일어나면서이일이마치살아가는일과살아남는일을닮았음을깨닫는다.그러므로우리는사랑을말할때삶을말하지않을수없으며,이책을다읽을즈음태곳적부터시작된강력하고끈질긴힘,삶을에워싸는힘이바로사랑이었음을받아들인다.사랑은무형이아니다.
이책은저자의끝나지않는사랑의돌림노래이자우리에게건네는초대장이다.초대장에는한줄기글귀가적혀있다.‘사랑을두려워하지말기’.이에우리도노래로화답한다.“고통과광기와어리석음의나날들,오직사랑만이행복과기쁨을가져다주리”(『피가로의결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