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인간 (나무 사진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느린 인간 (나무 사진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28.00
Description
이 책은 오랜 시간 나무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 이열의 산문집이다. 그는 나무와 아주 깊게 만나는 사람이다. 어떤 한 존재를 사진에 담아낸다는 건 오랜 관찰과 대화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그가 나무와 나눈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무와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무는 사람을 품고 사람은 나무를 품는다. 나무를 이야기하면서 그곳의 마을과 역사와 이런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표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이열은 나무와 인간 사이에 무수히 그어져 있는 인연의 실을 발견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이 있다. 또한 나무를 미적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미화하는 것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나무를 생명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생명은 생로병사의 이슈를 지닐 수밖에 없다. 나무 또한 마찬가지다. 베어진 나무, 뽑힌 나무, 구멍 뚫린 나무에 그의 시선이 자주 가닿는 이유다.
이 책은 국내의 나무만을 다룬 게 아니다. 아프리카, 이탈리아, 히말라야 등 세계 곳곳의 나무들을 만나러 간 이야기도 담고 있다. 그 만큼 더 넓고 웅숭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

이열

저자:이열YollLee
나무사진가.
예술과자연이함께하는‘예술의숲’을꿈꾸고있다.중앙대예술대학사진학과를졸업한후이탈리아로유학을떠나밀라노의유럽디자인대학IstitutoEuropeodiDesign사진학과를졸업했다.대학에서광고사진을전공했으나전업작가로전향하여자연과생명을이야기하고있다.
1998년‘누드가있었다.그리고...’전시를시작으로국내의나무들을소재로한‘푸른나무’‘숲’‘섬나무’시리즈와함께,올리브,바오밥,맹그로브시리즈등세계의경이로운나무들을사진으로기록하고있다.

목차

서문

화보

이야기
1제주의상징폭낭
2천년의올리브나무
3신들이사랑한나무,바오밥
4800년의기다림,볼음도은행나무
5천년을산제주왕폭낭
6지구의지붕,그아래랄리구라스
7수많은생명의안식처,맹그로브
8이순신장군도쉬어간대벽리왕후박나무
9우실로마실가다
10아닐비,비자나무
11동백꽃이언제가장아름다운가요?
12예수의가시관,산사나무
13원시의꽃목련
14숲의지배자,서어나무
15맛있는,그러나매서운망고나무
16참성단소사나무
17비처럼음악처럼,레인트리
18후박엿후박나무
19분계해변여인송
20결혼에성공한준경묘미인송
21시민의숲플라타너스
22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가림성느티나무
23신주쿠교엔벚나무
24가장아름다운반계리은행나무
25화촉을밝히는자작나무
26살아돌아온화석,메타세쿼이아
27팽나무들의친목회,도초도팽나무길
28봉황대느티나무
29화염수,아프리칸튤립나무
30야사리운동장느티나무
31지심도팔색조와동백나무
32나무도아닌것이풀도아닌것이
33충효동왕버들군
34선암사탑비전참나무
35백련사배롱나무
36용문사은행나무
37두물머리느티나무
38아까시는언제나향기와함께
39공세리성당팽나무
40파주아버지느티나무
41법성포숲쟁이와요술상자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저자가처음나무와만난것은초등학교1학년때였다.수안보에살던초등학교저학년시절,1시간이상걸어야하는등굣길중간에마치터널처럼고목이우거진곳에서낭당이있었고,그서낭당누각에는할머니모습의초상화가걸려있었다.그리고그앞제단에는아주가끔떡과음식이그리고약간의동전이놓여있기도했다.아직따스한떡을먹고동전을가져다과자를사먹은어느날하굣길에천둥번개와함께억수로비가쏟아지던순간을저자는생생히기억한다.집에가기위해서낭당을지나야하는데갑자기무서운생각이들었다.잘못을했으니당연한일이었겠지만,차마그곳을지나지못하고몇시간동안비를맞았다.그후로커다란고목을보면나뭇가지를배경으로서낭당에걸려있던할머니의‘그로테스크’한모습이연상되었다.

그렇다고그에게나무가무서운존재는아니었다.인적드문시골의아이에게마을의나무는언제나친구였고,놀이터였다.친구들과나무주위에서모여놀다가밥먹으라는소리에친구들이하나둘사라지고,결국에혼자남아할머니가어서불러주길기다리는그순간에도나무는언제나내게든든한존재가되어주었다.

커서도오래되고멋진나무를보면주위를서성거리며쉬이떠나지못하는때가많았다.광고사진가로사회에첫발을내디뎠으나오랜꿈이던작가가되고자결심했을때,저자스스로사진인생의주제가무엇이어야할까고민이많았다.이미촬영한밀착인화된사진들을뒤적이던어느날,내가그동안촬영해온사진중나무사진이가장많았으며,나무를내평생의주제로정한다면마지막까지흔들리지않고나의작업을해나갈수있겠다고생각했다.

나무사진가로살아가기로결심했으나,저자의첫나무사진전시인‘푸른나무’전시의계기는2012년우연히주어졌다.나무가많고개천이흐르는아름다운양재천둑방길옆에원하던작업실을구하고몇년이지난어느날,양재천둑방길의나무마다번호가적힌붉은노끈이매여있는것을보았다.주변카페에물었으나아무도그이유를몰랐고,심지어많은사람이나무에갑자기번호표가생겼다는사실조차모르고있었다.마침내한카페주인으로부터이나무들이새로지어지는근처보금자리아파트이면도로확장을위해모두베어진다는사실을들었을때그참담함은이루말할수없었다.

하지만궁금했다.
출퇴근시간강남대로의체증이저리극심한데여기에이어지는도로하나넓힌다고차량흐름이빨라질까?한서초구의원을통해시뮬레이션을한결과를들었다.전혀빨라지지않는다는사실을확인했고,그날부터저자는양재동일부시민과함께서명운동을시작했다.석달동안약3000명의서명을받아서울시와SH공사,서초구에진정서를제출했다.동시에그동안촬영해온나무사진과양재천의나무사진들을더하여전시회를추진했다.시민들에게나무의아름다움과소중함을알리기위한목적이었다.

결국일이커지자서초구는이미끝난시민공청회를다시개최했고,참석한시민만장일치로기존도로확장안이아닌,건너편시민의숲둑방길지하로터널을뚫는새로운안이채택되었다.결국나무를지킬수있게된것이다.비록전시는뒷북이되었으나양재천의나무들이아니었다면‘푸른나무’전시는더미루어졌을것이확실하다.나무를살리기위한전시가결국나무사진전시를시작하게된계기가되었고,나무가나무사진가를만들었다.

이후로저자는‘숲’‘꿈꾸는나무’‘히말라야’‘올리브나무’‘바오밥’‘신목시리즈’등많은나무사진을시리즈로발표했다.그시리즈들을통해,밤에조명을받아인간과같이지구의주인공이된아름다운나무들,최종작품으로완성된경이로운나무사진들을전시장에서선보였으나시각예술인사진의특성으로인해그과정에서‘보여줄수없는것’들,하지만아름다운것들은사진에담기지못했고기록으로도남지않았다.

신안의작은섬에서팽나무를촬영할때밭에서일하던노부부가저자에게들려준작지만따스한삶의이야기들,바닷가마을에서죽음이멀지않은노인이들려준,나무와함께한청춘의찬란한기억들이전시장에는담기지않았다.

유한한삶을살아가는인간에게가장중요한것은무엇일까.무엇이우리에게살아갈힘과용기를줄까생각해본다.어쩌면소소하지만따스한기억들,누군가와함께한뜨거웠던순간들,그모든것을겪고마
침내남겨진결정체와같은빛나는기억들이아닐까.

2022년가을,남해에서‘남해신목’시리즈를촬영하며나는나무를‘시간의기억’‘인간의염원을기록한기억의도서관’이란내용의작가노트를썼다.오랜시간인간과함께살아온나무가인간에게그리했듯이,나무를촬영하며알고듣게된,작지만소중한이야기들이어쩌면우리가살면서필요로하는영양분이될수있지않을까.그런소망으로이기록을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