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살인사건을읽는다면누구의관점을취하는게가장좋을까?게다가역사에획을그을만큼지각변동을일으킨커다란사건이라면.읽기는‘관점’이다.관점은기본적으로사실(진실)과관찰에기반한다.그리고맨슨패밀리의살인사건을진실에가장가깝게풀어낼역량을지닌사람은다름아닌담당검사다.그는자신이수집한증거와관찰에근거해서만이야기하고,상상력은억누르며,맨슨이지녔던신비주의적종교의관점을배격하고,당시여론이맨슨에대한옹호로이어졌던것에전혀휩쓸리지않았기때문이다.부분만보는것은현상을왜곡한다.모든자료,모든사람,모든입장과가능성까지고려해야전체시각을확보할수있다.이점에서보자면변호사는좋은관찰자기되기힘들다.그는자신의의뢰인을변호하고형량을낮추는데온힘을기울이기때문이다.기자역시여론의영향을크게받고직접증거를많이수집할수없어추측할가능성을배제할수없다.
검사부글리오시는이사건을통해인간사회의단면을들여다본다.어떤범죄는한사회를관통한다.그사건을기점으로거기있던이들은가령집단살인과같은공포에둔감해지며비슷한사건이반복돼도그것을일상으로받아들이기때문이다.또한그사회는결코사건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
우선맨슨살인사건을간단히요약해본다.
·사건1:1969년8월8일밤,로스앤젤레스시엘로드라이브10050번지에서샤론테이트,제이세브링,애비게일폴저,보이텍프라이코프스키,스티븐페어런트가살해됨.
·사건2:이튿날인8월9일,웨이벌리드라이브에있는슈퍼마켓체인사장레노와그의아내라비앙카가살해됨.
·범인:찰스맨슨그리고그의패밀리(찰스“텍스”왓슨,수전앳킨스,퍼트리샤크렌윙클,레슬리밴하우튼).맨슨은살인에직접가담하지않았으나모든것을지시하고영향력을발휘함.린다캐서비언은범죄현장에함께갔으나살인하진않았고이후주요증인이됨.
·재판과정과결과:찰스맨슨과그외4명모두에게사형선고가내려짐
똑똑하고명민하고강하고공정했던부글리오시검사는사건을배정받을때만해도이렇게오래끌줄몰랐다.배심원단역시마찬가지였다.이들은배심원판결에영향을미칠수있는뉴스나여론으로부터격리되어야했기에예기치않게8개월간호텔에갇혀지내게된다.
사건이대중의관심을끌었던큰이유중하나는희생자한명이영화감독로만폴란스키의아내이자영화배우인샤론테이트였기때문이다.나머지희생자들역시캘리포니아의저명하고부유한사람들이었다.게다가이것은과잉살인이어서공포를불러일으켰는데,이를테면라비앙카는41회찔렸고,프라이코프스키는51회찔린데다총을두발맞았으며,권총손잡이로머리를13회가격당했다.시신이된그들은사후상태에서도계속찔렸다.주검을하나씩확인하는과정은마치악몽속으로끌려들어가는것과같았다.
부글리오시의가장큰공로는‘범죄의동기’를재구성해낸데있다.“검찰은동기를증명해야할법적의무가없다.하지만동기는대단히중요한증거다.배심원은이유를알고싶어하며,동기가없으면무죄의정황증거가된다.”이사건에서동기를증명하는것은다른사건에서보다훨씬더중요했는데,왜냐하면이살인들이완전히무의미한것처럼보였기때문이다.
이책의제목은‘헬터스켈터helterskelter’다.살인사건현장에범인들은피해자의피를찍어서‘일어나라’‘돼지에게죽음을’그리고‘헬터스켈터’라는문자를남겼다.헬터스켈터란단어를들어본독자들도있을텐데,바로비틀스의노래가사에서따온것이기때문이다.찰스맨슨이쓴이단어는심판의날,아마겟돈과같은의미로,자신이선택한이들이온세계로나가사람들을무작위로골라처형하고(기성체제에속하는사람은누구나‘돼지’다),세상을해방시킨다는것이다.특히이것은억눌렸던흑인들이승리자가되는인종대학살을뜻했다.
책의앞부분은일부수사관의무능함과안이함,변호사들의재판방해전략을다루다가본론에서재판과정을조명한후에는사형언도를받았던범인들의최후를쫓는다.독자라면누구나사건이후를궁금해한다.사건은‘과거’에벌어졌고,‘현재’그에대한심판을받는다면,‘미래’에그들이어떤대가를치르며살지가우리의관심사다.범죄의동기는언제나범인의성장배경이라는과거에서찾아지며,현재는범행을저지른자의결단의시간이다.아무리불행한배경을가진자라도범죄를저지르는데는행위자의결정이가장크게작용한다.나아가범죄자의미래가참회나죄책감으로이루어져있을지,우리는그과정을목격하길바란다.
이사건은1960년대말에서1970년대초,수많은여론에휩쓸렸다.이에따라‘사회’가범죄자들을만들어냈다는시각도있었다.하지만이사건을사회의책임으로돌리는것은이성적사고를멈추게한다.따라서가장중요한것은현실에서법이작동하는방식,증거규칙,판사의역할,제한사항등을살펴보는것이며,이것은시스템안에서이뤄진다.물론시스템에는약점이많은데,가령증거수집이제대로이뤄지지않는다거나정신과의사의정신감정을악용해범인이보석금으로풀려나는것등이있다.저자는이런점들도철저히검토한다.
또하나놀라운점은저자가모든피해자에게동등한비중과관심을기울인다는것이며,저자의주석도유의해서볼만하다.전체적인흐름을방해하지않으면서검사로서사건의조사및발표방식에대한설명,인물에대한배경정보,분위기등을내부자로서상세히적어본문만큼이나흥미롭다.
이범죄는미국역사상가장긴기간동안진행되고가장비용이많이든살인재판으로,9개월반이걸렸고,약100만달러가투입됐다.그리고가장요란했던재판이다.배심원들은225일동안격리되었는데,이전의어떤배심원들보다긴시간이었다.재판기록은209권,3만1716쪽,약800만단어로,소형도서관규모였다.이배심원들이치른사후대가도컸다.고용인에게급여를받을수있을거라고기대했던몇몇배심원은뒤늦게급여를받을수없거나일자리를잃었다.또한피고측변호인들이입은재정적손실은어마어마해서말그대로“거덜났다”.반면다섯명의피고인은모두사형선고를받았다가1년후캘리포니아대법원이사형제도를위헌으로판결함에따라종신형으로감형되었다.
살인집단의리더맨슨은비도덕적인게아니라,총체적으로무도덕적이었다.그는여성들한명한명에게칼을주며“돼지들의목을가르는”시범을보였다.머리채를잡고고개를젖힌후귀에서귀까지칼로긋는것이었다.또한그는“귀나눈을찌른다음칼을휘저어서치명적인조직에최대한닿게해야한다”고했다.맨슨은또한추후경찰돼지들을죽이고,작게토막내서머리는삶고,해골과제복을장대끝에꽂아다른사람들을겁줘서몰아내야한다고했다.그가즐겨쓴격언중하나는“어떤의미도의미없다”였다.그는여성셋을이살인에동원했는데,사실“그의기본신조중하나는,여자들이란떡치는용도밖에없다”는거였다.이책을읽어가노라면여성을끌어들이는데그가성性을어떻게활용했는지드러난다.
저자부글리오시검사는수많은증인의입에서나온조각하나하나를모아파괴력있는묶음으로만들어낸다.그리고아주강하게,확신에차서,오직찰스맨슨만이동기를만들어낸주범임을입증해나간다.
이책은더욱이법정에서의문답을상당부분그대로재현해현장감과사실성,구체성을뛰어나게드러낸다.나아가책말미에긴분량으로쓰인살인자들의생애추적역시책의탁월함을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