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 근대의 시작 (동학의 길을 걸으며 한국사를 성찰하다)

1860, 근대의 시작 (동학의 길을 걸으며 한국사를 성찰하다)

$24.23
Description
1860, 우리 역사에 중요한 씨앗이 뿌려졌다
그리고 지금 민주주의라는 꽃으로 만개했다

동학혁명의 주요 현장 답사, 동학을 다룬 역사서와 문학작품을 통해
동학혁명의 위대함과 역사적·세계사적 의의를 짚어냈다
『1860, 근대의 시작』은 문학평론가 김인호가 동학혁명을 읽어낸 책이다. 역사가가 아닌 문학 연구자가 어떻게 동학혁명에 빠져들게 되었고, 책까지 펴내게 됐는지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진실한 소회가 담겨져 있다. 이 책은 ‘발로 뛰면서’ 쓰였다.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이었던 주요 유적지들을 답사하고 동학을 담아내온 문학작품을 분석하면서 동학의 실체에 접근했다. 최제우의 『용담유사』부터 이돈화, 김지하, 박태원, 신동엽, 서정주, 이청준, 박경리 등으로 이어지는 문학 세계가 어떻게 동학을 그려냈고 해석했는지, 그들이 드러내고 감춘 것은 무엇인지 등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동학 이미지’의 역사적·문학적 전개를 포착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준비된 혁명인 동학이 어떻게 저평가, 간과되어왔는지 아울러 어떻게 면면히 이어지며 우리 역사 현장에서 부활해왔는지, 그 내적 동학을 푸코의 파레시아 개념을 통해 분석했다. 이 책은 현장답사와 이론적 탐구가 명실상부하게 결합된 동학에 대한 최근의 뛰어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사를 쓴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을 평가했다.

“저자는 동학의 『용담유사』가 가사와 판소리의 문학사적 맥락 속에서 창작된 탁월한 문학이라는 역사적 해석에서 시작하여 여자와 아이와 노비를 최고의 인간으로 존중한 『용담유사』의 평등사상이 박태원과 송기숙의 작품은 물론 박경리와 신동엽 그리고 이청준, 김지하의 작품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동학사상이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 창조적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저자

김인호

저자:김인호
1957년정읍에서태어났다.유년시절내장산까지이어진들판을뛰어놀며자랐고,서쪽고부와뒤숭산쪽에서수런거리는전봉준에대한이야기를들으며삼남길을따라갈재를넘고,고부와배들평야로이어지는황토현유적지를찾아다니기도했다.
고등학교때부터서울로올라와생활했으며대학을다닐때까지주로소설을썼다.대학을마친뒤칸트,헤겔,니체등의현대철학사에관심을두고공부했으며,박사논문을쓰면서라캉,데리다,들뢰즈등근대이후를논의한철학자들을공부하면서『니체이후의정신사』를냈다.1997년문학평론가로등단했고‘최인훈문학의주체성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대소설의지향점을살펴본비평집으로『탈이데올로기와문학적향유』『해체와저항의서사:최인훈과그의문학』『정오의비평』등을출간했다.동국대,경기대,서울예술대에서겸임교수및강사를역임했다.
최근동학이어떻게우리근대사를뚫고나왔는지를동학을다룬문학작품들을통해탐구해왔으며,그를통해우리정신사의맥락을찾아보고있다.
inho1957@hanmail.net

목차


여는글

1부시천주주체성
1장남원과최제우,한글노래『용담유사』
2장영남동학의뿌리―이돈화의『동학당』
3장원주와김지하,최시형의‘실천동학’―김지하의『이가문날에비구름』

2부동학과파레시아
4장정읍과전봉준,19세기혁명의조건―박태원의『갑오농민전쟁』과송기숙의『녹두장군』
5장우금티,신동엽의『금강』,동학의부활

3부외면,숨김,드러냄
6장고창과서정주,새로쓰는‘질마재신화’
7장장흥과이청준그리고천관산의비밀
8장하동,박경리의『토지』와지리산동학

닫는글:준비된혁명,부활하는동학
부록:동학연표

출판사 서평

‘새로운주체’의등장

19세기말동학농민군의기세는망국의시절에도우리의주체성을알린놀라운사건이다.그렇게일본군과싸우겠다고나선농민주체는어떻게만들어졌을까?그주체는가난하고배우지못하고수탈만당했어도,망해가는나라를걱정하고,친일파를공격하고,변절한자를테러했다.그들은올바른가치를위해용기를낸사람들이다.내몸에하느님을모신이들이그런새로운주체인데,그들은한결같이현실에서이상적공동체를세우고자무모하게나선사람들이다.

미셸푸코의개념에‘파레시아’라는말이있다.‘자기고백’을넘어서‘목숨걸고말하는자기진실찾기’라고할수있다.역사는진실을말할수있는용기로주체선언을하면서시작한다.새로운시대,새로운나라를열때는더욱그렇다.조선시대선비들은목숨을내놓고임금께상소문을올리고는했다.어떤점에서조선이세계사에서파레시아가가장활발했던나라라고할수있습니다.
최제우나이필제,전봉준에게서나타난파레시아는그들을따르던농민들에게전이되어,우금티고개에서온몸을던져파레시아를보여준다.그랬으니그들이죽은뒤에도당대사람이건,백년후의사람이건,그장엄하면서도처참한죽음을잊지못한다.그래서우금티전투뒤로도독립운동을하고,독재자에게저항하고,평화통일을추구했던것이다.우리가오늘날누리는번영은우리내부로부터찾아낸그런주체성의영향속에서이루어진것이지만,달리말해파레시아정신으로부터비롯된것이다.

‘갑오개혁’이근대의출발이라는잘못된인식

동학은그자체로목숨걸고말하기다.최제우는시대와불화하는발언을했기에처형되었고,이필제는최제우와동학을받아들이지못하는사회와싸우다가목숨을바쳤고,전봉준은최제우가기획한보국안민과‘다시개벽’을위해목숨을바쳤다.최시형은그들과같은혁명가는아닐지라도동학을포덕하고,조직화하고,마침내삶의실천으로만들면서세상과맞설조건을만든사람이다.최제우가터득한시천주侍天主주체성은최시형에게서소통적주체로보완되었고,이필제를행동적주체로나아가게했다.

동학농민혁명은우리나라근대를알리는출발점이다.거기서아직산업화를제시하지못하고,과학과기술에대한뚜렷한인식을보여주지못했지만,그것은우리스스로의힘으로찾아낸‘내장內張근대’다..이는‘안에서스스로성장한문명’이라는뜻인데,동학의이념이근대의개념에딱맞아떨어지지는않더라도,신분해방과주체획득,민관협치의집강소실시등의내용은프랑스대혁명이후에,저멀리극동에서벌어진놀라운사건이라고말할수있다.우리가일본이강제한‘갑오개혁’을근대기점이라고말하는것은우스운일이라고저자는강조한다.동학혁명의기간에내놓은폐정개혁의조항들을갑오개혁에서대부분받아들였다는점에서,집강소시대의개시를근대기점으로삼아야하는것임은다시말할필요가없는문제다.

프랑스혁명과러시아혁명사이에동학혁명이있다

최제우와최시형,전봉준으로이어진동학의정신이사라진것은아니었다.우금티전투에서동학농민군이몰살당한뒤에도자신을성찰한양반들이의병을일으켰고,일제강점기에는동학교도들이기독교도와협력해3·1운동을일으켰고,그후로는민중과양반이서로힘을합해독립운동을했다.동학혁명은프랑스혁명과러시아혁명사이에서우리의정신적틀을완성시킨사건이다.그사건은우리의근대성을자리잡게하고,그이후로부족한것을보완하면서민주주의국가를만드는데절대적으로기여했다.4·19혁명,5·18민주화운동,6·10항쟁,촛불항쟁등은모두동학농민혁명을뿌리로해서발생한사건들이다.

동학과파레시아

저자는지난몇년간삼남길을따라해남에서서울로올라가면서혹은지리산둘레길을돌면서,경주와영해,금강유역,원주와보은의동학길을더듬으면서동학인물들의흔적을찾아다녔다.그때마다농민군의함성이들리는것같았고,그들이발자국을남긴곳에서새롭게생긴문화와동학에서비롯된그지역만의고유한정신을발견하기도했다.

경주구미산용담정에서는최제우의사상적기반과전복적힘의원천을찾아보고자했다.검곡의화전민터와영해의병풍바위아래서는최시형의강인한삶의뿌리를확인했다.남원의교룡산성에서는최제우가농악패의풍물과판소리의애절한호소를들으면서『용담유사』의한글노래를썼는데,남원이그에게어떻게‘다시개벽’의모티프를주었을지생각해보았다.원주에서는최제우의일대기로쓴김지하의『이가문날에비구름』이라는시집을읽으면서,최시형과장일순으로이어지는동학의연장선상에서김지하가어떻게현대적활로를찾았는지확인해보았다.거기서1970년대최고의저항시인이던김지하가사상적굴절을하게되는양상도살펴볼수있었다.

정읍,고부,태인,백산,원평,삼례등지를돌아보면서박태원의『갑오농민전쟁』과송기숙의『녹두장군』을읽었다.공주와부여를답사하면서신동엽의『금강』을만났는데,동학혁명이4·19혁명에미친영향,즉동대문에올라온소년이우금티고개를치고올라가다가희생된농민군의자식일것이라는환영과만났다.서정주의『질마재신화』를읽으면서는동학의핵심지역에살던시인이바로집부근에서동학장수손화중이붙들려가서처형되었는데,『질마재신화』에서왜그이야기만쏙빼놓고노래할까생각해보았다.이청준의『비화밀교』를읽으면서장흥석대들에서벌어진동학혁명의최후전투를떠올렸고,군사정권의억압속에서도그저항의불씨를어떻게보존했는지확인했다.박경리의『토지』를읽으면서하동과통영,원주등지를돌아보았는데,강인한영남의여성들이가문을지켜내는모습을확인하면서,영남의힘이지리산으로대표되는동학세력과결합해새로운문화,새로운가문,새로운국가를이뤄내는장면에감탄하기도했다.

풍자와해학으로통찰해낸삶의진실

저자는이들작품을읽으면서진실을찾고보존하려는용기와만났다고고백한다.최제우의『용담유사』와신동엽의『금강』,김지하와김남주의시에서는강력한파레시아를만난다.우리문학을이끌어온힘은어쩌면그것이었는지모른다.노골적으로체제와권력에저항한작품도많지만,박경리는『토지』에서지리산이라는알레고리를통해동학을이야기했고,이청준의소설에서도이데올로기의억압속에서저항의불씨를감춘채숨겨놓은파레시아를보여준다.한편어느시인은자신의가장깊은존재의내면에서두레박을던져뭔가길어올린다고하지만,자기주변에서자기를이루던동학을외면했기에자신의존재자체까지도잃어버린모습을확인하기도했다.

저자는판소리의해학과풍자의이면에도파레시아가담겼다고주장한다.농악패와어우러져신바람내면서왕권의무능을폭로하고,양반을조롱하고,잘못된시스템을폭파하자고말하는내용이『수궁가』『춘향가』『흥보가』에담겨있다.그러다가『심청가』에이르면지성이면감천이라고심봉사뿐만아니라세상모든장님의눈을뜨게만드는장면에서,백성이무지에서깨어나고살아가는방법을다시확인해주는파레시아를만나게된다.몰락양반인청송심씨심청이나,반남박씨박흥보,기생출신성춘향에이르기까지자기스스로주체가되어근대를연자들이다.그런기운속에서임술민란이일어났고,동학농민혁명이터진것이다.저자는경주,영해,원주,공주,정읍,고창,남원,장흥,하동지역을돌아다니며그런기운을느꼈다.조선500년역사에서19세기는비극적시대이지만파레시아의정신이종합적으로터진시대이고동학농민혁명은미완으로끝났지만그랬기에더위대한사건이되었다.그래서그것은다시쓰이고새로운활로를찾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