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 형식 | 양장본 Hardcover)

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 형식 | 양장본 Hardcover)

$30.52
Description
근현대의 철학들을 뚫고 지나온 길에서 낸 동무론
호의의 에고이즘과 선의의 나르시시즘을 벗어나
극진한 버릇으로 사귀는 동무
나는 동무들을 “시간처럼” 대접한다
근대 이후의 똑똑함을 잃지 않으면서
자아의 지옥과 인식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

공부하며 읽고 쓰는 것, 철학하면서 몸에 버릇이 스미도록 하는 것은 평생에 걸쳐 인간이 할 일이다. 『동무론』은 저자의 가장 핵심적인 저서다. 자아-타자, 지식(인식)-몸 등 근현대 철학에서 주요 이론을 구축했던 이들을 대부분 포괄하면서 비평의 언어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근현대 학자들이 제기한 주요 질문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자아의 지옥, 인식의 감옥, 변증법 고리에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가?(레비나스, 블랑쇼) 개념적 사유의 내재화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아도르노) 내 몸은 어떻게 내 문제에 앞설 수 있는가?(파스칼, 부르디외) 목숨 건 도약의 삶과 그 관계를 어떻게 일상화할 수 있는가?(키르케고르, 고진) 내 거울방, 그 상상적 동일시의 중력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상흔은 어떻게 남아 있는가?(프로이트, 라캉) 사랑하면서 어리석지 않을 수 있는가?(베이컨, 바르트) 새로운 성/사랑의 문화를 정치적으로 재배치하려는 노력은 어떻게 가능한가? 노동-체계의 금기와 사랑-축제의 위반을 조화시키는 삶의 양식은 어떻게 가능한가?(라이히, 바타유, 마르쿠제)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이 미해결된 지점에서 새로운 개념과 길로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이르는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연인, 친구, 타인이 아닌 동무의 길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가?
저자는 우선 ‘세속’의 개념들을 파고든다. 이어서 대안 개념들을 제시하는데, 가령 이렇다. 의도→몸. 친구→동무. 호의→실천. 향수→미래. 세속에선 앞엣것이 강조되건만, 저자는 뒤엣것을 하나둘 버릇으로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왜 선한 의도가 아닌 몸이 중요할까? 저자는 ‘윤리’에서 가장 동떨어진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생각’이라고 말한다. 생각과 의도는 ‘도덕적’ 자아를 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생활에서의 윤리를 생성해낼 순 없다. 생각은 경직된 괴물일 뿐이며, 자아는 거기 얹혀 자신의 도덕성을 되새김질한다. 하지만 세속에서 구원받을 유일한 가능성은 도덕에서 벗어날 삶의 형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원은 흔히 말하는 신의 은총이 아니며, 삶의 양식과 버릇의 문제다. 이를테면 평소의 사귐은 그대로 둔 채 인식의 확장을 꾀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생존, 사랑, 놀이, 권력, 구원 속에서 서로 연대해 친구나 연인이 된다. 이런 관계의 밑바탕에는 이기심, 호의, 적대감, 공포, 희망이라는 심리적 계기들이 있다. 하지만 ‘심리’는 관계에서 가장 먼저 탈피해야 할 기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동무는 부사적 혹은 동사적 개념이다. 저자는 부사적 삶을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는데, 가령 앎이란 의식 속에 확고히 뿌리내리는 것이 아니듯, 사귐 역시 상대를 겪는 과정에서 잠시 생성되는 관계다. 동무는 “체제와의 창의적·부사적 불화를 촉매로 연대”하는 이들이다. 반대로 정과 마음과 추억에 묶인 관계 속에서 진보는 피어날 수 없다. 동무는 진보의 페르소나가 남용되지 않도록 먼 길을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남성의 일과 친구, 여성의 사랑과 가족이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니 동무란 진리를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관계이며, 수행적 일리一理들의 재서술로 생활의 무늬를 조금씩 겹쳐가는 방식이다.
저자

김영민

저자:김영민
철학자.
『동무론』(3부작),『집중과영혼』,『옆방의부처』,『그림자없이빛을보다』등의책을썼다.인문학숙‘장숙藏孰’을이끌고있으며,정기적으로아산,서울,대구등지에서강의한다.
blog.naver.com/kdkgk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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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세속世俗이란무엇인가?
2장동무론(1):연대,혹은인문적삶의양식
3장동무론(2):미래학으로서의지식인교우론
4장동무론(3):현명한복종,현명한지배
5장반우瘢?
6장해바라기콤플렉스
7장공원公園,혹은공원空圓
8장산책,혹은의도意圖의바깥으로외출하기:루소의『산책자의몽상』(1782)
9장산책과자본주의
10장연인과타자
11장연대의사잇길:‘보편-개체’의계선을넘어
12장무능의급진성(1):인문人紋의오래된미래
13장무능의급진성(2):자본주의와애도의형식
14장무능의급진성(3):이미지의침묵과인문人紋의급진성,‘아이’에서‘유령’까지
15장무능의급진성(4):사치의존재론과부재의사치
16장에고이즘과나르시시즘
17장생활양식의인문정치와역사화
18장술:매체와동무
19장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거울사회와휴대폰인간

출판사 서평

심리와취향을지긋이내리누르는공부
동무들을‘시간처럼’대접하다

중요한것은언제나틈,사잇길이다.공부할때도대학이라는제도권안에서의커리큘럼과책을멀리한채불교적수행을강조하는마음공부의사잇길을저자는권면한다.모든공부는사실상‘공부론’을내포하고있는데이책은응해서말하는수행성의반복,즉사회적복합성에의의를둔다.친구가아닌동무라면무엇보다‘들을’수있어야한다.듣기로써섬세한비판적감수성을끊임없이주고받는것이야말로친구로추락하는관계를동무로끌어올리는생활정치다.
공부는자기내면에골몰하는것이아니다.공부란개인의심리와취향을지긋이내리누르는힘으로,가능한한‘마음’이적은게좋다.즉자기마음을죽인채처해있는객관적관계적사태를훑어내는관찰력이공부다.저자는“근대이후의똑똑함을잃지않으면서”명랑하게자기골몰의연쇄를뚫어내실천의연대로나아가야한다고강조한다.그러한동무의사귐은위험한것일수밖에없다.체제의한계와바깥을거닐며전에없던관계를만들어내야하고,그관계를재조정·재구성하면서끊임없이고쳐말할뿐아니라‘고쳐던지기’까지해야하기때문이다.
동무사이에는상식,도덕,사사로운정이없다.있는것은근본부터교란하는섭동이다.섭동의진원지는나와너다.나는동무들을“시간처럼”대접해야한다(시간은그시간속의모든존재를마모시키고,흔들면서미망에서해방시키는모든섭동의근원이다).
동무관계로실천할수있는것은무엇인가?생산주의사회에서체계내에들어선인간관계는언제나상처에둔감하다.반면“동무는무엇보다상처의속도를무력화한”다.지금의인간관계에서비롯되는상처에지속적으로처방을내리지않는다면그건언제무너질지모른다.마찬가지로한국의근현대철학사역시상처라는프리즘을통해재서술될수있어야한다.

공부와동무의원수는타자성의함몰
타자속에내던져지지않은글은아직글이아니다

『동무론』은580쪽에걸쳐동무와연인,호의와신뢰,약속-존재론,산책과자본주의등의논의를전개한다.저자는다음과같이권한다.벤야민처럼인용으로가거나,아도르노처럼부정의변증법을구사하거나,레비나스처럼타자성으로가거나,하버마스처럼의사소통적합리성으로가더라도중요한것은감정이입의안이한나르시시즘에서벗어나는일이다.감정은원천적으로이입되지않는다고봐야실천적으로현명해지며,그이입을알면서도모른체하는가운데신뢰의싹은튼다.
공부와동무의원수怨讐는타자성의함몰이다.타자라는역설의공간속,동정同情과이입이라는몰이해의공간속으로내던져졌을때라야글은비로소글이되기시작한다.따라서글쓰기에따른타자들의불평역시내글의일부다.내글이기존텍스트들속에들어서는순간독자의반응과더불어오해는번성한다.그렇지만타자성으로휩쓸려가보지못한글은아직글이아니다.삶이든글이든그실력은세속적응답에대해어떻게대응하는가에달려있다.
타자를향한움직임을훈련하는데는일상적동선,버릇,연대,극진함,이네가지가중요하다.즉자아의중력으로부터벗어나실천할때동무관계는만들어진다.이때‘약속’이존재론이되는것을깊이새겨야한다.‘미래에서출몰하는모든사건을잠재우면서시간과더불어시간을넘어가는삶의방식’이바로약속이라고저자는정의한다.따라서세속속에서약속을지킨다는것은나를통과하는모든미래에대한극진한환대라할수있고,자아의늪을지나가려는수행성이다.

이책의초판은2008년에나왔고2025년출간된것은제3판이다.그사이에『동무론』을잇는주저는『집중과영혼』이었다.『집중과영혼』에서도‘동무론’은다시논해진다.그는출간이후10년을되짚으면서“동무론은우선그현실적위상을이해시키고개인의생활양식과연계시키는게중요했지만,없는길을만드는것은청사진과설명으로가능한게아니었다”며중간점검을한다.산기슭에길을하나내는데도수백년이걸리건만,여전히친구와연인,가족만번성하고있는사회에서동무의길을만드는것보다는차라리파국을예감하는게쉬울것이다.
따라서에고를깨고비우고넘어서려는총체적집중속에서자신을‘체제와창의적으로불화하는삶의양식’에따른제물로삼음으로써주변을차분하게정화할때에만결심과의도에서벗어나몸에들러붙어있는버릇들을재배치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