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발명 (아테네 폴리스에서 EU까지 유럽의 정치 문법 | 양장본 Hardcover)

정치의 발명 (아테네 폴리스에서 EU까지 유럽의 정치 문법 | 양장본 Hardcover)

$33.10
Description
문명을 관통하는 시각,
여러 시대를 포괄하는 시야로
2500년의 정치 문법을 밝히다
“정치는 정신이자 사유이고 언어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 민주주의와 철학은 왜 불가분인가
로마 시대 공화정은 왜 그토록 권력의 집중을 경계했는가
중세 교회는 어떻게 근대 국가의 모델이 되었는가
유럽 국왕의 통치권이 근본적으로 취약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근대 주권재민의 원칙은 왜 혁명적일 수밖에 없는가
유럽연합은 미래 세계의 정치 모델인가


더 길게 뒤돌아볼수록,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처칠이 한 이 말은 거대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 일찍이 취한 관점이다. 물론 규모가 거대하다고 해서 디테일을 놓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굵직한 흐름은 세부 사항 안에 살아 있는 정신, 추동하는 힘, 콤플렉스, 끈질기게 살아남는 제도, 역사의 우연과 필연을 아울러 하나로 꿴 것이다. 정치학자 조홍식은 『문명의 그물』 등 전작들에서 이미 거대 서사와 장기적 관점으로 유럽의 역사를 고찰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비교의 관점에서 이를 다루어왔다. 비교는 모든 인식의 출발점이다. 고대와 현대를 비교하고 그리스와 그 외 유럽을 견주며, 또 유럽과 동아시아를 나란히 놓는 상상은 오늘날의 세계를 고찰하는 데 바탕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의 주요 연구 분야인 유럽에서 출발하는 『정치의 발명』은 현대의 정치를 분석하는 데 두드러진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은 정치의 발명과 그로부터 이어진 세계에 대해 논하지만 전체를 지탱하는 줄기는 정치의 바탕에 깔린 철학과 문화다. 정치는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는 세계다. 또 인간이 아닌 법에 시민이 복종하도록 만든 추상의 세계다. 따라서 정치 제도의 발전은 사상 및 언어의 발전과 나란히 간다.
오늘날의 정치철학과 수사학, 변론은 발원지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다. 이들 고대인은 연극배우가 비극 공연에서 연기력을 발휘하듯 웅변의 기술을 닦았고, 아울러 공적 공간을 생각하는 역량을 길렀다. 말은 사고능력을 키우며, 철학은 이런 토대 위에서 발전할 수 있다. 더욱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치 체제를 개념화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 문법을 활용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 이미 정점에 이르렀던 사고들이 오랜 시간을 버텨오면서 변화에 적응했고 그 결과 오늘날의 정치를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2500년의 역사를 꿰뚫으면서 유럽 정치의 문법을 파악하려 시도한다. 왜 문법일까? 문법은 보통 언어에 적용된다. 고대 그리스는 정치적 문헌의 풍부함(헤로도토스-투키디데스), 정치 서술의 전통, 분석 개념의 정교함(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폴리스의 문법’을 성찰할 수 있도록 공적 삶의 표준을 물려주었다. 현실 정치가 이들 고대인에 의해 ‘정치학’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개념화되었고, 여기서 하나의 문법으로 정리되어 후대에 계승될 수 있었다.

저자

조홍식

저자:조홍식
1967년서울에서태어나프랑스루이대왕고등학교(Lyc?eLouis-le-Grand)졸업후파리정치대학(SciencesPoParis)에진학해학부와대학원을거쳐1993년유럽통합으로정치학박사학위를받았다.귀국한뒤에는중앙일보,세종연구소,가톨릭대학교등을거쳐2006년부터숭실대학교정치외교학과에서정치경제와유럽정치를가르치고있다.미국하버드대학교,중국북경외국어대학교,프랑스파리판테온소르본대학교(파리제1대학교),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등에서객원연구원및교수를역임했다.지은책으로는『22개나라로읽는부의세계사』,『자본주의문명의정치경제』,『문명의그물』,『파리의열두풍경』,『강대국만핵무기를가져야할까?』등이있다.현재세계일보에‘조홍식의세계속으로’,내일신문에‘조홍식의유럽톺아보기’를연재하고있다.

목차

1장서론:유럽의정치문법

2장고대그리스의폴리스

1.폴리스의문법
자유의가치|이소노미아:법앞의평등|민주주의:다수의지배|폴리스:강력한시민공동체|정치와경제의구분|스타시스(내전)와폴레모스(전쟁)
2.보편성의사회적배경
‘폴리스’의시적탄생:호메로스|말의향연:수사학에서철학까지|보편을향한노력과장치
3.폴리스문법의계승
변방이주도한천하통일|개방과융합:로마와기독교|르네상스와근세:폴리스의유산

3장고대로마의레스푸블리카와임페리움

1.레스푸블리카의문법
공화국인가,제국인가|공화정의출범:자유의탄생|나누고제한하는공화정의정치제도|민중의비토:로마의선거제도|로마의개방성과제국의형성|법의지배
2.로마는유럽의모태
로마의이차성|레스푸블리카의도로와건축|고대의능력주의
3.레스푸블리카와임페리움의계승
신성로마제국과도시공화국|미합중국과프랑스공화국|현대정치와로마의그림자

4장중세로마와크리스천돔

1.정치문법의화학
예루살렘과하나의신|로마,기독교를품다|서방의가톨릭,동방의정교|황제와교황|서구법치전통의탄생|사랑과폭력의기독교|기독교의혁명성
2.기독교,사회를통제하다
가족제도:일부일처제의강화|기독교가낳은개인주의|기독교의보편사랑과자율공동체
3.기독교의개혁과계승
종교개혁과민족주의|공산주의와인류구원|기독교민주주의

5장중세의킹덤:프랑스와잉글랜드

1.유럽킹덤의보편성과특수성
비잔티움과게르만의전통|외세의침략과봉건주의|왕의두신체|킹덤과의회|킹덤에서근대로|게르만권의전통:신성로마제국|‘개인적결합’과제도적통합
2.국가와사회의분립
가산제와유럽의다원주의|국가의탄생과관료집단|노블레스오블리주
3.킹덤의생존
평등한국제관계의형성|공동체의의인화|재위와통치

6장근대의네이션:영국,미국,프랑스

1.네이션의경로와문법
킹덤에서네이션으로|네덜란드의사례|네이션의부상|반反네이션|네이션의확산
2.사회통합의용광로
정치적통합|사회문화적통합|경제적통합
3.네이션,계승과변형의문법
아테네의폴리스와프랑스·미국의네이션|로마의레스푸블리카/임페리움과미국·프랑스|네이션과크리스천돔|경쟁과협력의국제사회:킹덤과네이션

7장현대의코스모폴리스,유럽연합

1.인터내셔널:네이션의협력
협력의제도화|강대국중심의질서|주권의풀
2.수프라내셔널:네이션의초월
정책적통합,무역에서과학기술까지|새로운단위의탄생|유럽의화폐와데모스
3.코스모폴리스:새로운질서와문법
새로운제국,중심에서주변으로|새로운원칙,다수보다소수를|새로운과정,효율보다설득을|세계여,유럽을따르라

8장결론:다양한문법과발명의정치

출판사 서평

멀고깊은고대,빠르고실험적인현대
고대폴리스의문법은어떻게현재를지탱하는가

저자는유럽의정치문법을여섯가지역사적유형Type(고대의폴리스와레스푸블리카,중세의크리스처니티와킹덤,근대의네이션과현대의코스모폴리스)을통해분석한다.언어의문법에서형태,통사,음운과같은기본규칙을바탕으로여러종류의어족이존재하듯,유럽정치의문법은이여섯타입이조합되어만들어졌다고보는것이다.‘타입’은복합적인역사적현실과이론적모델사이에놓인중간지점으로보면된다.역사현실은워낙복잡다단한탓에모델로환원될수없는데,타입을통한분석은이론적추상성을인정하면서도구체적역사경험을드러내준다.고대-중세-근현대의연대기적서술을취하는저자는고대의숨결이현대유럽과한국의정치현실에살아있음을구체적으로포착한다.그리스가탁월한점은무엇보다철학과민주주의를동시에발명했다는데있다.고대는멀고깊다.현대는빠르고실험적이다.둘사이의간극에서통찰력을얻으려면가까운것과얼마간거리를두면서시야를확보해야하는데,이에따라저자는거대역사를조망하고자방대한정치의역사를아우른다.

이책은언어학적사유의틀을정치에접목하는면에서도차별성이있지만,또하나독특한점은그동안제도권정치학의커리큘럼에서간과·배제해왔던부분을강한연결고리로만든다는것이다.저자는중세사연구를치밀하게해연대기로는1000년의기간을차지하나서술에서는빈곤했던중세를고대나근현대와동등한비중으로되살려낸다.중세를‘크리스천돔’으로개념화하여이것이오늘날유럽정치의문법으로계승되는점을밝혀내는것이다.중세를상충하는원리들이공존하면서새로운질서를만들어내는실험장으로간주해보는저자의논리는풍부하고설득력있다.고대그리스의치밀한철학적사고는훗날기독교교리의발전에큰영향을미쳐,기독교의날개를달고고대폴리스의문법은유럽은물론아시아나아프리카깊숙이까지파고들었다.

단계적서술을취하고있긴하나이책은고대에서중세로,중세에서근대로넘어오면서앞선시기를흐릿하게만들지않는다.새로움은역사를앞으로나아가게하는진보의힘이되지만저자는연속성을등한시하지않는다.이를테면현대인이살아가는틀에여전히고대그리스의철학과민주주의가작용하고,현대의혁명성과개인주의는무엇보다기독교세계로부터꽃피웠다는것이다.예수의혁명성이오늘날우리가개인주의사회를이루도록만들었다고본다.

이책은보편사에초점을맞추고있어연속성이서술의중심이된다.물론보편이꼭중심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가령로마는중국의황제와달리변방에위치하면서열등감을극복하려는자세를취했는데,제국을세웠을때조차자신들이세상의지리적중심을차지한다거나다른모든문명보다우수하다는식으로생각하지않았다.다만그리스의철학이보편성을띤다는것,혁명적인기독교가개인주의와복지라는양가적개념을모두품어보편적종교가될수있었던점,유럽이이들유산을이어받아끊임없이보편을향해스스로를가다듬어나갔다는것이이책서술의핵심적인줄기다.

현대의뿌리에가닿는거대한연구
비천한기원은어떻게정치와문화에정점에올라서는가

고대그리스인들은특수하고개별적인성향보다는일반적·추상적·보편적인방향으로나아가는성향을보였다.이것이공적인세계에서그들의존재감을드러내며,그들이세운폴리스는정신적바탕을시로표현하면서강화시켜나갔다.공동의사유를하는데탁월하고서로힘을합치는그들의방식은정치의본질과핵심을구성했다.고대그리스인들의보편성은철학과정치학이결합되어만들어진정치체제의유형에서도발견되는데,현실에서특정한정치체제를보고귀납적으로정치체를구분하기보다는,통치자수를하나-소수-다수로구분하여통치권을유형화한뒤연역적인방식으로체제를나눴다.

정치현상에대한철학적이고체계적인접근은유럽의특징으로자리잡았다.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의그리스정치학,폴리비오스와키케로의로마정치학에이어,중세크리스천돔에서는성아우구스티누스나토마스아퀴나스가등장하고,킹덤에서는보댕이나홉스가중심이론을제시한다.이후근대네이션의시대에는루소나로크가기본이념을제공한다.이러한흐름속에서각세력은돌출되는지점을만들어낸다.가령저자는로마가정치문법을달리하면서아테네보다훨씬더개방적인태도로군사적확장을이루어제국으로성장하게된방식을분석한다.

로마는미천한사람들이모여집단적여성납치처럼자랑스럽지못한행동을통해세워진나라다.그러나로마는자신의문화에콤플렉스를느꼈어도미래만은영광스러우리라는확신을정체성으로삼았다.기원의비천함을감추지않고기억한이들은이민자를차별하지않을뿐아니라노예를시민으로받아들이는정책도안착시켰다.이것이유럽의정치문법으로자리잡아중세에는신성로마제국과이탈리아의도시국가들이로마의유산을이어받았고,근대에는미국과프랑스가혁명을통해이를확산시켰다.이후현대에이르러서는아메리카대륙의수많은신생국에전파되며공화정의보편화를통해현대민주정치의기본문법을제공했다.

네이션의유럽,세계정치를깨우다
유럽은왜네이션을딛고다시코스모폴리스로나가는가

유럽에서근대적민주주의의그릇이라할수있는네이션이탄생한배경에는전통적킹덤의취약성이결정적으로작용했다.그리스와로마로부터유럽은폭군에대한거부감을정치문화의유전자로이어받은것은물론,킹덤을세운집단은게르만,바이킹,마자르등외부에서공격해들어온점령세력으로기존주민의눈치를볼수밖에없었다.게다가대륙적영향력을확보한교회의견제를받았다.이처럼킹덤은취약했기때문에킹덤의문법이유럽에서처음네이션으로이행할수있었다.

유럽에서네이션의발명이혁명적일수밖에없었던이유는왕이나라의주인이라는가산제적문법을타파하고주민집단이국가의주인이라는새로운질서를세웠기때문이다.네덜란드와프랑스,미국까지최초로네이션을만들어정치무대에등장시킨세력들은모두타민족과의투쟁이아니라같은문화집단안에서지배질서를뒤엎으면서근대의정치문법을발명해냈다.이같은혁명적변화를이끈사상적바탕은앙시앵레짐과전통을부정하는자유와평등이었고,보편적이고개방적인가치관이었다.

고대부터출발하는이책은애초에유럽연합이라는독특하고도신기한정치실험을이해하려는문제의식에서비롯되었다.동아시아에서는납득하기어려운지역통합을유럽은어떻게성공시켰을까라는질문이출발점이었다.유럽연합의성공요인을추적하다보니,네이션의특성에서시작해크리스천돔이라는공통기반,유럽킹덤의네트워크연결성,로마의레스푸블리카와그리스폴리스라는뿌리에다다랐다.그과정에서협력과통합의정치에대한질문은정치영역전체에대한의문과고민으로연결되었다.이여정은결국하나의질문에서출발해정치전체에관한탐구로확장되었다.따라서긴역사의흐름속에서현대라는시작점을계속해서환기한다면이책을쌍방향적이고입체적으로읽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