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에서 가족으로 (연대와 찢김, 이익과 애정 사이에서 태어나는 근대인들)

가문에서 가족으로 (연대와 찢김, 이익과 애정 사이에서 태어나는 근대인들)

$21.11
Description
199개 묶음의 기록, 연대순 회고록과 서신들, 다양한 문서 조각
치밀한 분석으로 드러나는 다섯 남성과 한 여성의 삶
후손들의 정서적 열망은 어떻게 가문의 명예와 재산을 붕괴·전환시키나
근대인의 심성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 서술의 표본
한 가문을 통해 시대를 조망하는 시도

이 책은 토스카나의 한 문서보관소에서 발굴된 가문의 기록을 토대로 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귀족 가문의 일원으로서 세계를 둘러보고 상인으로서의 감각을 익히며 살아온 저항하는 영혼 레오나르도는 인근의 피사로 이주해 브라치 캄비니라는 가문을 창건한다. 그는 창건자로서 후손들에게 가문을 잘 이끌어나가기 위한 지침을 남기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고, 그의 아들과 손자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는 이어졌다.
피사는 미시사 연구가 처음 시작된 곳이다. 저자 로베르토 비조키는 피사 고등사범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후, 미시사 연구 방법론의 실험실 역할을 했던 학술지 『콰데르니 스토리치』 편집위원을 지냈다. 『가문에서 가족으로』는 미시사 연구의 전범이며, 고전적 미시사 서술의 지평을 문화사 그리고 젠더사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문에서 가족으로』는 굽은 등을 하고 문서보관소의 골방에 틀어박혀 온종일 사료를 읽는 역사가로서 저자의 열정이 잘 반영된 저작이다. 저자는 일기나 편지처럼 사적인 기록들뿐만 아니라 공증인의 기록, 유산 상속과 관련된 법적인 문서들과 소송 기록 등 딱딱한 행정 문서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나간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록의 밀도가 모든 시기에 동일하진 않다. 저자는 간헐적이고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메모를 들춰 기록의 공백을 메우려 시도한다. 또한 사료에 대한 집념과 차별화된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의 큰 줄기를 따라가되, 주요 흐름에서 벗어난 지류까지 섭렵하며 근대적 가족에 대한 관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토스카나의 귀족 브라치 캄비니 가문의 역사를 시대적 감성의 변화를 보여주는 창으로 활용한다.
저자

로베르토비조키

이탈리아피사대학사학과교수.1981년피사고등사범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고,교회사,지성사,문화사,여성사를집중적으로연구해왔다.
하버드르네상스연구센터와런던의워버그연구소,프랑스사회과학고등연구원등에서펠로로활동했으며,학술지『스토리카』『콰데르니스토리치』편집위원및갈릴레이학술상심사위원을역임했다.
저자는피사고등사범학교의미시사전통을계승하는동시에가족과사교,젠더문제로연구의지평을확장시켰다.『가문에서가족으로』에서도고전적미시사의전통을문화사적차원으로확대해가족의윤리와규범변화가어떻게감정변화로이어지는가를장대한서사로다룬다.
주요저서로는『믿을수없는가계도』,『귀부인의남자치치스베오:18세기이탈리아귀족계층의성과사랑그리고여성』,『마키아벨리의독자구이차르디니』,『근대이탈리아의성직계층』,『15세기토스카나의교회와권력』,『이탈리아도서관과왕정복고시기의문화』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문

1부레오나르도:가문의시조
*레오나르도
배경|회고록의성격|개인적관계와사업적관계|독서|사교와가문|여자아이들|남자아이들|가문의미래|안식

2부안토니오마리아와안나의사교그리고루소리오의결혼
*안토니오마리아
멋쟁이신사|차남이하의아들들과가문|현명한삼촌

*안나
춤추고싶은열망|유산의분할|폐허

*루소리오
반항적인차남|선택으로서의결혼|가문에대한거부

3부장자안토니오와아타나시오의정체성
*안토니오
남편과가장|가문의재건자와그의누이들|가문의재건자그리고그의동생과어머니|시골마을의영주

*아타나시오
순종|반항

출처에대한설명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다섯남자와한여자의회고록

다섯명의남성과한명의여성이이야기의주인공이다.첫번째주인공인레오나르도는창시자로서가문의번영을위한지침을남기고자회고록작성을시작한다.이회고록이바로『가문에서가족으로』의시발점이다.토지와재산매입과관련된문서뿐만아니라일기와편지,사적인메모등가문에서생산되는모든기록을보존하는것이이탈리아귀족가문들의전통이었지만,할아버지-아버지-아들세대에걸쳐브라치캄비니가문이남긴기록은양적인풍부함이나기록의일관성측면에서뚜렷한차별성을갖는다.게다가이기록은과거의시대적감수성을생생하게재구성할수있게해준다.당시는사교문화와계몽사상의확산,유럽문화의세속화와부르주아계층의윤리적전환등사회·문화적격변기였다.저자는이러한격변속에서‘이익’과‘애정’의비중이미세하게달라지는것을예리하게포착한다.사회적,문화적변화는마침내인간사이에흐르는감정으로귀결된다.어느시대에나이단아가존재했던것처럼어느가문에나반항아가존재했다.전자가사회적,문화적변화를이끄는주체라면후자는사적인관계속에서정서의변화를이끈다.
『가문에서가족으로』안에재구성된브라치캄비니가문의역사를이해하기위해반드시염두에두어야할점이하나있다.과거의귀족들은가문의정치적영향력이나경제적부를유지하기위해재산의분할이일어나지않도록하는데강박에가까운집착을보였다.차남이하의아들들이독신으로남아자유연애에몰두했던것그리고딸들이수녀원에서생애를보내야했던것은바로이런‘가문의논리’때문이었다.‘가문의논리’에일어나는변화가바로이책전체를관통하는흐름이다.
첫번째주인공레오나르도가남긴회고록은내밀한감정의고백이라기보다는회계출납부혹은도덕교과서에가깝다.그는감정을드러내는법없이주로후손들에게귀감이될만한말과행동만을기록했을뿐이다.기록작성의임무는레오나르도의맏아들조반니바티스타에서셋째아들안토니오마리아에게로이어진다.안토니오마리아는당대유럽에새롭게등장한사교문화의예찬자였다.그는몸을치장하는일에집착했고,이를위해구매한사치품들의목록을기록으로남겼다.승마용부츠,블랙실크로안감을덧댄영국식밀짚모자,흰색조끼,조끼에다는사치스러운단추,모과모양의장식을단지팡이,가죽바지,신발,복권등은당대사교계에진입하기위한입장권과도같았다.
레오나르도가평생견지했던검소함의미덕은자취를감추기까지단한세대만으로충분했다.사교문화에젖은안토니오마리아는가문의지속가능성을위협하지만,결과적으로그는유산의분할을막는적극적인협력자로남게된다.
안토니오마리아세대가늙어가며조반니바티스타의네아들,즉맏이필리포와루소리오,알레산드로,오노프리오가다시무대의주인공으로등장한다.이들가운데막내오노프리오는유산분할을막기위해성직자의길을걷지만,나머지형제들이가문의논리에균열을만들어낸다.

당대인의마음에들어가읽는독자
이익과애정사이에서탄생하는근대적감수성

이책의여러곳에서저자는오늘날의독자들에게역사를읽어내는방법에대한지침을제공하려시도한다.우선과거의사람들보다우리가더낫다는생각,그리고우리방식만이정답이라는생각을내려놓아야한다.예를들어과거의가문공동체가이익이중심으로결속되어있었다고해서그들사이에애정이결여되어있었다고생각하는것은곤란하다.또한안토니오의조카알레산드로가씀씀이에절제가없었다고해서그를그저‘방탕한젊은이’라고매도할수만은없다.저자에따르면이러한모습들은“앙시앵레짐하에서나태와낭비를자신들의특권으로여겼던귀족문화의전형으로이해되어야한다”.
이책의주인공들가운데유일한여성은필리포의아내였던안나다.그녀는생애마지막시기에단몇줄의기록만을직접남겼을뿐이다.남편과격렬한갈등을겪던시절그리고유산분할분쟁의중심에있던시절의기록은전무하다.우리는단지주변남성들이남긴기록을통해그녀의삶에접근할수있을뿐이다.저자는가부장적윤리에물든당대남성들의시선을걷어내고“역사적맥락속에서”그녀의삶을이해하기위해노력한다.명석한두뇌와까칠한성격의소유자였던시동생루소리오와의갈등에대한서술에도이러한태도가그대로유지된다.
안나는성서에묘사된이상적인여성상,즉“집안의안주인”으로서의여성상과는거리가먼삶을살았다.필리포와그녀는당대의‘유행에따른결혼’,즉개인의감정보다경제적,사회적조건을토대로한결혼을했다.이렇게결혼한부부는대개서로의감정이아닌가문을이어가는소명에집중했다.그러나필리포는가문의이익보다는사교문화에대한안나의욕망에휘둘렸다.이것이바로가문의다른남성들이안나를비난했던주된이유다.그러나저자는이들남성역시사태를악화시키는데있어결정적인영향을미친주범으로지목한다.
저자는가문구성원들사이의갈등을계몽주의가야기한거대한사상적변화,즉가문이아닌개인중심으로조직되어야한다는요구와결부시킨다.바야흐로과거귀족가문의관행이뿌리째흔들리고있었다.안나의시동생루소리오는이러한이념의변화를무대로삼아서사의주인공으로우뚝선다.다시말해가문의논리에개인이희생되는관행에반기를들고나섰던것이다.루소리오는볼로냐에서학업을마치고돌아온후가문의시조레오나르도가쓰던회고록을이어가기시작했다.그가자신의개인적감정을풀어냈던회고록은과거이탈리아상인귀족들의전통에서완전히벗어나있었다.회고록의마지막에서그는이전세대와의완전한결별을선언한다.그는차남이하의아들이었지만결혼을했고,자신의유산을아내에게모두물려주었다.레오나르도가평생지켜왔던전통이루소리오에이르러완전히다른역사의막을열어젖힌것이다.

순종과복종이조롱의대상이된시대
수녀가되길거부했던딸들

이제필리포의자녀들가운데안토니오가주인공으로무대에오른다.그는전통적인가치관에따라가문을다시일으켜세우기위해온힘을쏟았다.이미시대가변했지만필리포는여전히자신의형제와누이들을가문의이익을위한억압의대상으로바라보았다.그는자신의누이들을모두수녀원으로보내려고시도했다.그러나누이들은그에맞섰고,이로인해안토니오의의도와달리가문은와해의길로접어든다.
이책의대미를장식하는마지막주인공은아타나시오다.그러나그의삶은이야기의커튼콜을내리는것이아니라새로운절정을향해이끌어간다.아타나시오는앞서어머니안나에게학대받는소년으로서그리고가문의부흥을위해삼촌루소리오와언쟁을벌이는모습으로등장한바있다.책말미에서저자는성인이된아타나시오의모습을생생하게보여준다.아타나시오는장남이아니었던탓에11세에신학교에들어가성직자의길을걷기시작한다.신학교적응에어려움을겪었던그는17세가되어수도서원을하고다시수도원에입회했다.처음에는수도생활의고충으로가득했던그의편지는점점가문구성원으로서의정당한권리를인정받고자하는요구로변해간다.수도사가된후2년반이지났을무렵이미그의마음은심각한불안으로가득차있었다.“아버지저는더이상이곳에머무르고싶지않습니다.”이후의이야기는뜨거운불길처럼역사의장막을찢으며전개된다.
저자는이야기가진행되는중간자꾸만독자를멈춰세운다.그러고는각인물이내린결정과선택이실은시대적맥락에서결코자유롭지않다는사실을강한어조로드러낸다.이야기의기본이되는사료는문서보관소의기록들이지만,저자는당대철학자와문학가들의대표적인작품도폭넓게활용한다.이작품들안에표상되는시대의초상이브라치캄비니가문구성원들의삶안에서구현되고있기때문이다.저자는무엇보다문학작품역시시대의감수성을재구성할수있는중요한사료가될수있다는사실그리고정치적,사회적변화못지않게사상의변화역시중요한역사발전의요인이될수있다는사실을대단히효과적으로보여준다.저자가인용하고있는18세기의새로운법률들도마찬가지다.당대에편찬된법전들또한가문에서가족으로넘어가는시기의실정법과전통으로회귀하려는움직임사이의괴리를입증하는값진사료로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