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컬렉션 (극장의 시대를 만든 사람과 작품)

셰익스피어 컬렉션 (극장의 시대를 만든 사람과 작품)

$22.00
Description
400년 동안 쉼 없이 진화해온 견고한 성
우리는 왜 여전히 셰익스피어라는
무대 위에 살고 있는가?
이 책은 셰익스피어 연구자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가 평생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성문 안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작을 역사극, 희극, 비극, 문제극으로 나눠 각각이 지닌 특징 및 시대와 맞물리는 텍스
트 바깥의 맥락까지 입체적으로 파헤친 분석서다.

★박제된 고전이 아닌 ‘살아 있는 극본’으로 읽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정적인 텍스트로만 보지 않는다. 2000명의 관객이 숨 쉬던 노천극장의 소
음, 배우들의 애드리브, 관객의 입장료로 운영되던 ‘철저한 상업연극’의 현장감을 복원하여 작품
의 이면을 파헤친다.

★텍스트 너머의 ‘역사적 맥락’ 추적하기★
왜 당시 작가들이 비극을 희극으로 번안해야 했는지, 왜 ‘해적판’ 대본들이 등장했는지 등
400년 동안 덧칠되어온 판본의 역사를 통해 셰익스피어라는 성의 진정한 골조를 드러낸다.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
사악한 정치인의 등장, 권력의 부패, 민중의 목소리 등 400년 전의 대사가 21세기 한국 사회의
격동기적 상황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재해석한다.
저자

진영종

경남함양출생.연세대영문학과를졸업하고영국에식스대학대학원에서‘셰익스피어시대연극’전공으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성공회대영어과교수이자,참여연대공동대표로활동하고있으며,‘월간김어준’에고정출연하면서셰익스피어극과고대그리스비극의세계를대중에게소개하는데도공을들이고있다.비극속인물의심리적기제를분석한「셰익스피어의『햄릿』에나타난죽음과애도」,16세기런던의사회문화적배경속에서연극이어떻게소비되었는지탐구한「엘리자베스시대의극장과관객」,관객중심의문화산업의관점으로바라본「16~17세기영국극장연극과한국마당극의공연적특징비교연구」를비롯해셰익스피어의역사극과문제극에나타난정치성과윤리문제를다룬다수의논문을발표해왔다.그외옮긴책으로『셰익스피어4대비극:햄릿·오셀로·리어왕·맥베스』,『셰익스피어사기극』,『지구시민사회』(공역),『세상의모든기도』(공역),『간디의위대한리더십』
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셰익스피어를만나러가는길

1장셰익스피어역사극
사악한정치인의등장:「리처드3세」
정치지도자의길:「헨리5세」

2장셰익스피어희극
우리의「말괄량이길들이기」는?
복잡한꿈해몽:「한여름밤의꿈」
온세상이하나의무대다:「뜻대로하세요」
「뜻대로하세요」를통해본여러가지에피소드

3장셰익스피어비극
가장빼어나고슬픈비극:「로미오와줄리엣」
정치적이상과냉정한현실:「줄리어스시저」
사랑과정치:「안토니와클레오파트라」

4장셰익스피어문제극
문제적인작품으로다시읽는다:「베니스의상인」
문제적인법집행:「자에는자로」
모든것이끝났는가?:「끝이좋으면다좋다」

에필로그:셰익스피어의퇴장

출판사 서평

윌리엄셰익스피어WilliamShakespeare는근대초기문학을대표하는가장영향력있는극작가다.그는38편의작품을통해역사,자서전적요소,허구를결합한독창적인문학적비전을구축했으며권력의속성,기억,정치적욕망등인간사의심오한주제들을다루었다.
30여년셰익스피어를읽고또읽어오면서수많은논문을써왔으며,주요비극을직접번역하기도해온셰익스피어전문가진영종성공회대교수는정년퇴임을앞두고『셰익스피어컬렉션』을펴내며셰익스피어라는거대한성벽의완전독해에도전했다.당시의작품과사회를함께입체적으로읽고,400년전런던의극장가와현대사회의정치적역동을교차시킨다.또한셰익스피어입문자들을위해작품을역사극,희극,비극,문제극4가지로분류하고대표적인작품을치밀하게읽어냄으로써셰익스피어의철학,언어감각,통찰력,흥행계산등이구체적으로작품창작에서어떻게발휘되고안배되었는지를살펴보았다.결국셰익스피어가어떻게시대와호흡하면서작품을만들어갔고,어떤과정을거쳐시대를대변하는고전의반열에오르게됐는지를말하게된다.

셰익스피어라는천재성의구조적재정의

셰익스피어는사회학적으로‘성castle’이라는비유를통해정의된다.이비유는두가지구조적층위를내포한다.첫째,셰익스피어라는상징은단일저작자의산물이아니라다수의행위자가장기간에걸쳐구축한문화적총체라는점이다.둘째,해당구조의견고함으로인해이를재구성하기위해서는초기형성과정이상의막대한사회적비용이발생한다는점이다.따라서이성채의내부구조와메커니즘을파악하는것은당대문화역량을분석하는필수선행과제다.
현상적으로셰익스피어는‘대문호’혹은‘천재’로규정되나,엄밀한의미에서그를무에서유를창조한인물로보기는어렵다.현존하는38편의희곡중셰익스피어가백지상태에서만들어낸독자적서사구조를가진작품은없다.사실대다수가기존텍스트의재가공이나복합적짜깁기를통해창작되었다.이는현대적기준에서보면당연히저작권침해의소지가있을것이다.하지만당시엔이게자연스러운일이었다.오히려셰익스피어의작품창작은사회과학적관점에서텍스트를재매개하여보편적사회원리를추출해낸고도의재창조역량으로평가해야한다는게저자의입장이다.

자연인셰익스피어:실증적기록과이데올로기적신화의교차

저자는작품분석에들어가기전자연인셰익스피어를어떻게파악해야할지부터짚어준다.자연인셰익스피어의삶은많은부분이명확하지않은설왕설래속에서전해져왔다.저자는생애주기별기록과사후의신화화과정을구분해야한다고말한다.1564년4월26일의영아세례기록을근거로역산된4월23일탄생설은실증적근거가부족하나,그가동일한날짜에사망했다는사실과연결되면서모종의신화적성격을띠게된다.그렇게믿고싶도록사람들을유혹하는것이다.특히4월23일이잉글랜드의수호성인세인트조지의날이라는점은18~19세기민족주의적문화운동과정에서그를국가적이데올로기의상징으로고착시키는장치로활용되었다.이런사실들은우리에게자연인이어떻게성인으로만들어지는지에대해자연스러운경각심을갖게한다.
셰익스피어의생애주기별기록중18세에감행한8살연상앤해서웨이와의혼인과6개월만의장녀출산은후대비평가들에의해런던이주의동기로과잉해석되는경향이있다.학력측면에서대학교육의부재에도불구하고텍스트내라틴어사용빈도가높은점은,고향의문법학교킹스뉴스쿨에서라틴어및수사학중심의인문교육을이수했음을입증하는실증적근거로작용한다.

런던연극시장진입과“벼락출세한까마귀”논쟁

1590년대초셰익스피어의런던시장진입은기존지식인계층의강력한반발을불러일으켰다.1592년대학출신극작가로버트그린이발표한팸플릿「많은후회로산보잘것없는재치」는셰익스피어를“우리의깃털로치장한벼락출세한까마귀”로명명하며공격했다.그리고그를조심하라고동료들에게경고했다.셰익스피어가“배우의외모에호랑이심장을감추고있는자TygershartwraptinPlayershyde”라는그린의표현은그적개심의정도를충분히보여준다.셰익스피어는자신의초기작「헨리6세」3부의대사“연극을뒤흔드는자Shake-scene”라는조어를통해그린의공격에조롱으로응수한다.저자는당시가극장문화가형성되기전대학에서라틴어를배우고졸업한지식인층이귀족들자녀의가정교사정도로좁은취업시장에서벗어나극장이라는새로운시장에서작가로승승장구하던시절임을일깨운다.희곡작가는대학에서라틴어를배워야할수있었던때였다.셰익스피어는그런자부심강한젊은대졸자들에게는듣보잡촌것이자이질적위협이었다.

전문극장의출현:문화의자본주의적산업화

셰익스피어가런던극장가에서존재감을드러낸것은1590년대초반이다.그에대한최초의기록은의외로혹평이었다.대학출신작가인로버트그린은1592년팸플릿을통해그를"우리의깃털로치장한벼락출세한까마귀"라고비난하며,배우출신주제에무운시를잘쏟아낼수있다고자만하는“연극을뒤흔드는자Shake-scene”를경계하라고동료들에게경고했다.이는셰익스피어가주류학벌사회의견제를받을만큼위협적인천재성을발휘하고있었음을반증한다.당시런던은20만인구의근대대도시로팽창하고있었고,1576년제임스버비지가설립한최초의전용극장‘시어터theTheatre’의등장은연극을하나의독립된‘문화산업’으로격상시켰다.중세의유랑극단과달리,이제관객이직접입장료를내고극장을찾아오는자본주의적교환이시작된것이다.작가들은더이상소수귀족의취향에만얽매이지않고,돈을지불한일반시민들의일상과고민을무대위로소환해야하는새로운환경에직면하게되었다.

“연극은악마의산물이다”

이러한변화는극장을둘러싼이데올로기적격전을불러일으켰다.스티븐고센같은도덕주의자들은연극을“악마의산물”이라며맹렬히공격했으나,토머스헤이우드는연극이국가의위상을높이고거친모국어영어를순화시키는세련된문법의보고라고옹호했다.셰익스피어는이역동적인현장에서극단전속작가이자주주로서매년두세편의대본을공급하며철저히극장에헌신하는삶을살았다.그는배우들의특징을고려해지시문이간단한대본을썼으며,극단에서벌어들인수익으로고향에대저택‘뉴플레이스’를구입할만큼실리적인면모도보였다.그러나한편으로는소네트를통해생계를위해대중의취향에복종해야하는자신의처지를"염색인의손dyer’shand"에비유하며예술적고뇌를토로하기도했다.당시극단은대본유출을막기위해출판을꺼렸기에,우리가접하는초기판본들은대개배우들의기억에의존해복원된‘불량해적판’이었다.하지만셰익스피어사후7년뒤동료들이펴낸『제1차폴리오전집FirstFolio』은흩어져있던대본들을인류의고전으로묶어냈고,이는훗날청교도혁명으로극장이폐쇄되고왕정복고를거치는단절의시기에도셰익스피어가다시부활할수있는생명력이되었다.
셰익스피어의작품은인쇄된문학으로정착된이후에도끊임없이변용되었다.17세기후반에는시대적분위기에맞춰비극을행복한결말로바꾸는번안극이유행하기도했으나,18세기에들어서며비평가와학자들에의해학술적판본들이나오기시작했다.벤존슨이예언했듯그는"지혜를가지고찬양하며읽히는한"영원히살아있는‘묘비없는기념비’가되었다.특히셰익스피어연극의특징인수많은등장인물과방대한시공간의이동은현대영화의문법과놀랍도록닮아있다.노천원형극장에서배우와관객이나눴던정서적밀착은오늘날영화의클로즈업이주는몰입감으로계승되었다.결국셰익스피어를읽는것은400년세월동안축적된문화유산을현재의시선으로재해석하는행위다.저자는비상계엄과대통령파면이라는한국사회의격동기속에서정치지도자의사악함과민중의역할을고민하며이책을집필했다.셰익스피어라는거울을통해우리는시대를관통하는인간본질과마주하게되며,그의성채는오늘도새로운해석을통해진화를거듭하고있다.

동일한사회적모순,다양한장르로해석되다

1595년경은셰익스피어가습작기의장르적실험을끝내고본격적인비극의시대로진입하는사회학적전환점이다.이시기발표된「로미오와줄리엣」은단순한연애비극을넘어,중세적가문위계와근대적개인의지가충돌하는사회적공간을정밀하게조명한다.같은해집필된낭만희극「한여름밤의꿈」이가부장적질서의일시적일탈과복원을다룬다면,「로미오와줄리엣」은그질서의경계에서발생한균열이죽음이라는실존적파멸로치닫는과정을보여준다.이는셰익스피어가동일한사회적모순을장르적장치에따라어떻게변주했는지를실증하는대목이다.특히「로미오와줄리엣」은셰익스피어사후가아닌생전에도이미수많은해적판이나돌정도로상업적성공을거두었는데,이는당대대중이이‘빼어나고안타까운비극’속에담긴인간본성의해부에깊이공감했음을방증한다.
「로미오와줄리엣」의구조적핵심은프롤로그에서제시되는‘운명’과주인공들의‘주체적결단’사이의긴장관계에있다.줄리엣이파리스백작과의정략결혼을강요하는부모의권위를거부하고로미오에게가문의이름을버릴것을제안하는행위는,신분제질서에기반한명명을거부하고근대적개인으로거듭나려는의지의표명이다.로미오또한줄리엣의가짜죽음을접한뒤“나는너별들을거부한다!”라고선언하며자살을택하는데,이는자신을억압하는운명적질서를파괴하고죽음을통해사랑의자율성을획득하려는역설적투쟁으로분석된다.결국이들의죽음은사회적화해를이끌어내는희생제의가되어베로나에‘슬픈평화’를가져온다.
작품의비극성을강화하는요소인‘우연’또한단순한문학적장치를넘어선다.로런스신부의편지가역병때문에전달되지못한사건이나,로미오의하인발타자르가전달한‘가짜뉴스’가로미오를죽음으로내모는과정은당시사회시스템의불안정성과정보전달의불완전성을상징한다.이러한시스템의오작동은개인이쌓아올린주체적결단을무화시키며,인간이통제할수없는외부변수가실존을어떻게파괴하는지를보여준다.


독백과방백을통한정치적소통

셰익스피어시대의극장공간은이러한텍스트가관객의현실과직접적으로교차하는정치적장소였다.무대가장자리는극적환상과사회적실재가만나는접점이었으며,셰익스피어는독백과방백을통해관객과소통했다.로미오가만투아에서가난한약제사에게독약을요구하며던지는대사는극적흐름에서이탈하여당시런던빈민계급의구조적빈곤을환기한다.“세상의법은당신을부자로만들어주지않는다”는로미오의일갈은법이지배계급의이익을수호하는장치로전락했음을고발하는사회비판적수사학이다.또한작품곳곳에배치된음담패설과비속어는지배계급의언어가가진위선을폭로하는전복적기능을수행한다.유모나머큐시오가구사하는노골적인성적농담은관객들에게언어적유희를제공함과동시에,연극의세계를상스러운현실의생동감과일치시킴으로써작품의사회적수용범위를전계층으로확장했다.

인간욕망에대한이해심화…그리고퇴장

이러한인간본성과권력매커니즘에대한해부는「줄리우스시저」와「안토니와클레오파트라」에서더욱심화된다.브루투스의고결한이상주의가안토니우스의선동적현실주의에패배하는과정은,정치가사상이아닌대중의정서장악과감각적수사학에의해결정된다는냉혹한진실을폭로한다.클레오파트라역시로마적질서에편입되기를거부하고여왕의예복을입은채자결함으로써자신의정치적자결권을수호한다.셰익스피어는이처럼역사적인물들을통해권력의생리와인간의욕망이부딪히는지점을치밀하게재구성했다.
1608년실내극장인블랙프라이어스의인수는셰익스피어극작세계의기술적전환을가져왔으나,셰익스피어는자신의창작에너지가시대의변화와충돌함을감지하자과감히은퇴를선택했다.1611년「태풍TheTempest」의에필로그에서프로스페로가마법의지팡이를꺾듯,셰익스피어는런던의화려한생활을뒤로하고고향스트랫퍼드로돌아갔다.그는경제적자립을완수한실리적인경영자였으며,은퇴후에도고향의부동산을관리하며안정적인노후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