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음식 (역사와 문화에 깃든 탐식의 인류학)

욕망의 음식 (역사와 문화에 깃든 탐식의 인류학)

$23.95
Description
40년 넘게 비건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언어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연호탁 교수가 파헤친
탐식의 기원과 문화적 금기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가? 아니다, 대체로 먹기 위해 산다.
인간의 탐식은 본능이고, 그러므로 죄악이 아니며
오히려 진지하게 추구해야 마땅하다.” _본문에서

이 책은 언어학자이자 중앙아시아사 전공자이며 평생 세계를 여행하며 현지 문화를 자신의 학문세계에 녹여온 연호탁 가톨릭관동대 석좌교수가 자신만의 관점에서 ‘음식의 문화’를 추적해본 기록이다. 인간에게는 ‘식욕’이라는 고유의 본능이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탐식의 인류학’이라는 키워드로 추출해냈다. “인간은 살기 위해 먹기보다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음식은 곧 인간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기능한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이 책은 권력과 아스파라거스의 관계, 전족과 중국의 대중음식 쭝쯔의 관계, 로시니와 다빈치의 삶을 지배한 미식의 미학, 음식의 이름에 새겨진 문명 교류의 흔적, 성적 환희와 불로불사를 꿈꾸며 탐했던 신들의 음식까지 갖가지 문헌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탐식을 돌아보고 미식의 길을 모색한다. 동소완董小宛은 왜 돼지고기를 튀겨서 호랑이 무늬를 닮은 ‘호피육虎皮肉’을 창조했는가? 로시니는 어째서 송로버섯을 채운 칠면조를 물에 빠뜨리고 눈물을 흘렸는가? 비건 채식주의자라는 독특한 위치 덕분에 저자의 관찰은 우리에게 음식의 세계가 훨씬 더 지독하고 매혹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저자

연호탁

충청도에서태어났다.한국외대에서영어학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명지대에서중앙아시아사전공으로두번째박사학위를취득했다.1985년부터관동대(현가톨릭관동대)에서30여년간영어를가르쳤고지금은석좌교수로재직중이다.요즘도틈틈이세상곳곳을여행하고있다.특히세상의오지라고할만한중앙아시아곳곳을여행한경험을바탕으로이지역의다양한민족의풍습과역사를고찰한『중앙아시아인문학기행』을펴냈다.그외에『궁즉통영어회화』등영어와관련된저작다수가있으며,차와의오랜인연으로여러지면에칼럼을쓴것을『문명의뒤안오지의사람들』『차의고향을찾아서』등으로묶어내기도했다.

목차

서문:볼로냐에서쓴편지

1미식과식탐:
염염풍진동소완董小宛

2볼로냐에서‘혀의욕망’을더듬다:
예술가가사랑한음식

3사람은살기위해먹는가?:
음식에담긴인간의욕망

4레오나르도다빈치는왜‘최후의만찬’으로물고기를그렸을까?:
최후의만찬1인간과신의하나됨,성체성사

5신의시계는‘금식’을낳고금식은물고기요리를선물했다:
최후의만찬2참을수없는씹는즐거움

6속이거나죽이거나때로는전쟁까지도:
미식의신천지1새로운맛에눈뜬서구

7네덜란드는어째서몰루카제도에미식의‘정향나무숲’을만들었을까?:
미식의신천지2향신료와서구식민주의

8생존과존엄의경계에서벌어진인간잔혹사,식인의금기를깨다:
아사餓死와식인食人의경계

9권력자를돕는조력자가충성을바치려먹은음식은?:
호위무사코미타투스와그들의음식,의리

10식욕으로확인하는‘살아있음’의기쁨:
충성과복종의음식

11에피큐리언의후예,튜더왕조가사랑한음식은?:
죽음보다깊은유혹:달콤한맛

12설탕의마력에빠진인류를위한디저트예찬:
별별디저트,황홀한맛의향연

13인류가중독된소금기와감칠맛의비밀:
짠맛예찬세상의빛,소금

14이시스여신에서부터예술가들을매료시킨깊은향수鄕愁:
세상에서가장고귀한음식,모유

15‘젖과꿀이흐르는땅’과유목민들의생명수:
신의선물,젖

16죽음에이르는첫번째큰죄폭식,먹어도너무먹은죄:
금식과폭식의줄타기

17단식과폭식사이,염치없는인간식욕의역사:
폭식과대식그리고단식

18사라센인들이가져다준천상의맛,달콤함이선사하는묘미:
설탕이만든기적

19이것이있음으로저것이있다,존재물의상의상관성에대한불교적명제:
국수와인간의인연1밀을만나다

20식객의군침을흘리게한국수의탄생:
국수와인간의인연2인간을웃게만들다

21국수의진화를이끈인간의욕망,신과의소통을꿈꾸다:
국수와인간의인연3조상국수와그후손들

22슬목어머리는어떻게최고의보양식이됐을까?:
별미의탄생

23사상체질에서오상체질까지:
과일의황제귤과섭생攝生과철학

24본능의식사는잠시의만족을,의성의식사는건강한삶을:
체질과섭생

25부처의온기에답해쑤어올린인간의소망과욕망:
숭배와보시의공양물,납팔죽臘八粥

출판사 서평

채식주의자의눈으로바라본‘탐식’

저자는식탐과탐식을구분한다.식탐食貪과탐식貪食두단어의뉘앙스는미묘하게차이가난다.식탐을경계하라는말을쓸때,식탐은부정적의미를지닌다.먹는것을지나치게밝히거나,무엇이든많이먹을때식탐이라칭하고그런상태를죄나금기로대하는느낌이다.한편탐식은많이먹는다기보다는그냥음식자체를탐한다는인상을준다.맛난음식에대한인간의욕망은때로죄악이된다.더러는파멸을부르기도한다.그럼에도사람들은오늘도맛난음식을탐한다.이것이저자에게“음식에투영된인간의욕망”을들여다보고픈생각을불러일으켰다.그래서이책은사람들이무엇을먹는가,즉식재료나음식자체에만관심을두지않고,왜그리고어떻게먹는가에초점을맞춘다.음식의발상지를알아보고언어의이동과변천은물론음식과관련된인류역사상흥미로운이야기를전개한다.자연스레음식과성의관계도다룬다.음식언어와성에대한말이연결되어있는부분도놓치지않고보여준다.사람은먹지않고살수없고,끊임없이누군가와말을하며또성을추구한다.이들의공통점은소통이다.소통으로서의음식,말,성을이야기했다.
인류는음식을사랑의비약,성의환희를보장할명약으로섭취하기도했다.중국황제들의일화가그것을말해준다.그런가하면소식이나단식을통해반대의길을택하기도한다.인류역사속에서불화를화친으로바꾸려노력할때면음식은빠지지않는주요한수단이었다.갈등때문에독특한음식이탄생하고이색적인문화가생겨나기도했다.만한전석,만두,크루아상,불스블러드등이대표적인예다.
인간은종교를떠나살수없다.어떤종교든숭배대상이있다.숭배대상인신은비록우리눈에보이지않으나인간과마찬가지로음식을섭취한다.종교에따라신을위해바치는신들의음식이다르다.지금은평등한세상이나(최소한법적으로),과거계급사회에서는계층에따라먹고마시는음식이달랐다.음식의질뿐만이아니라종류,양,먹는방법,도구등이현격하게달랐다.그렇다고하층계급의음식문화가없었다고말해서는안된다.동양의기녀들은상상이상의아름다운음식을즐겼다.이런일이가능한배경을살펴보는일은인간의삶과역사를엿보는중요한단서이기도하다.
이책은불한당들의호사스런삶도다룬다.도둑이하는포식은어쩐지화가나는일이다.사라센해적이든아랍해적이든,왜구든남의물건을약탈하고목숨을위협하는도둑이산해진미를즐긴다는건상상만으로도기분이나쁘다.그러나유감스럽게도세상의현실은그렇다.음식을즐기는일은강자의특권이었고,오늘날도그러하다.왕족과귀족,성직자,기사들도당연히강자에속한다.이런반反정의의음식사를독자의감정을건드리지않는범위내에서기술했다.궁극적으로저자는음식에관한수수께끼를풀고자한것이다.이책은인간에게음식이란무엇인가라는원초적질문에대한답을여러측면에서살펴음식의언어학,음식의역사학,음식의문화사,음식의인문학에두루걸쳐있다고할수있다.

음식의언어기원을파헤치는고고학자

미식학美食學(gastronomy)의기원은고대그리스어에서왔으며원래뜻은‘위를조절하는법칙’이라고한다.반면저자는미식을‘사람이아름다워지기위해먹는음식이나식사법’을뜻하는용어로사용한다.물론둘은통하긴한다.이런의미에서의미식은중국명나라말기의동소완이잘보여줬다.““소완小宛은천성이담박했으며기름지거나단음식을좋아하지않았다.작은호로병小壺에든개차芥茶물로쌀을따뜻하게일어밥을짓고또한병의개차물로는두접시의미나리芹를넣고향시(된장)국을끓여먹었다.이것이그녀의먹거리였다”는문장에서보듯동소완은담박한식단을즐겼다.물론다른사람들을위해서는호랑이가죽무늬와비슷하다고해서이름이붙은‘동육(호피육)’을만들었고,오늘날양저우의명물인관향동당灌香董糖,권소동당卷酥董糖등은동소완이처음만든음식이다.저자는요리연구가로서의동소완의면모를소개한다.기름이식재료를슬쩍지나쳐간過油정도로튀긴다는의미를내포한과유육過油肉도동소완의작품이다.과유는기름위를쏜살같이달리듯금세튀겨낸다는의미에서주유走油라고불리기도한다.
로시니는천재음악가였다.동요나클래식소품도아니고십대중반부터오페라를쓰기시작했다.그러다서른일곱되던해인1829년마지막오페라「윌리엄텔」을끝으로돌연은퇴선언을한다.그의은퇴의변은이랬다.“미식과요리와트러플(송로버섯)을찾는돼지사육에전념하렵니다.”
이탈리아사람들,특히토리노일대의주민들은송로버섯을채취할때돼지를이용한다고한다.돼지가버섯냄새를잘맡는다는것이다.로시니는오페라소품의제목을음식이름으로짓기도하고,직접와인을담그기도하고,지인을집으로초대해직접요리를만들어대접하기도했다.또이탈리아전역과세계각국에서요리재료를공수하기도했는데,그목록을보면입이다물어지지않을정도다.아내콜브란이죽은뒤,1846년펠리시에와재혼한그가볼로냐에두번째신혼집을마련한이유가볼로냐의질좋은송로버섯때문이라는이야기가있다.
영어아스파라거스는그리스어‘아스파라고스ἀσπάραγος’에서유래되었는데이말은또새싹이나잔가지를의미하는페르시아어‘아스파라그’에서비롯되었다.숙취해소에좋은아스파라긴산은바로아스파라거스에서처음발견되었기때문에붙여진이름이다.

아스파라거스의화려한역사

인간이다년생식물인아스파라거스를먹기시작한것은5000년전부터다.기원전3000년경이집트의피라미드프리즈frieze(방이나건물윗부분에그림이나조각으로장식하는것)에제물로묘사되어있다.2세기그리스의사인갈레노스는아스파라거스를유익한허브라고하면서최음효과가있는식품이라는말을덧붙였다.고대로마의쾌락주의자들은알프스에서나는아스파라거스를특상품으로치고대량으로사들여냉동보관했다가축제에사용했다.
로마의상류층이아스파라거스에열광한까닭은그것이최음효과가있다고믿었기때문이다.생김새때문인지이른봄흙속에서불쑥솟아오르는아스파라거스는오랜세월동서양에서강정제나최음제로통했다.인도의고대성애교본『카마수트라』와15~16세기에쓰인『아낭가랑가AnangaRanga』라는성교본에도아스파라거스가등장한다.
아스파라거스는칼로리가낮고비타민과미네랄이많다.요리로만드는법은간단해서잘다듬은아스파라거스에홀랜다이즈소스나무슬린소스를곁들여낸다.홀랜다이즈소스는허브를우린화이트와인과달걀노른자,버터,레몬즙으로만드는데중탕으로적절한온도를유지하며거품기를이용해재료를잘섞어주는것이중요하다.

종교와금식,육류대신생선이라는타협

기독교를떠나서서양중세를논할수없다.하지만종교의너무과도한지배는중세의어둠을낳았다.르네상스를거치며재탄생한인간은다른세상을보려했다.
식욕이란본능앞에서종교가만들어낸타협적음식문화가‘금식’이다.단식은고통스러우나금식은견딜만하다.여기서의금식이란생으로굶는것이아니라평소맛있게먹던음식을잠시금하는것이다.핏물이흐르는육류는맛있기는하나예수의죽음을떠올리게하고어쩐지께름칙하다.마침내사람들은대체음식을찾아냈다.살해의이미지를떠올리는육류대신물고기를먹으며주예수와하나되는기쁨을누리고,비로소신앙인의의무를다한듯느낀다.물고기섭취는양자의타협이었다.교회입장에서는육고기만아니면됐다.속인에게는물고기살이육고기만은못해도씹는재미가있었다.금식일에육류섭취금지는인간의욕망절제로이어지기는커녕오히려먹는일,씹고뜯는재미에더몰입하게만들었다.잠든욕망을일으켜세웠다.금지하니오히려더간절해졌고,결국물고기요리를발전시켰다.그결과강에서잡는민물고기만으로는생선수요를충당할수없었다.문제가있으면해결책도있다.유럽인들은위험을무릅쓰고바다로눈을돌렸다.연안어업에서벗어나원양어업에뛰어들었다.북해는물반청어반의보고였다.청어는주요한교역품이됐다.산업구조가바뀌고,가난했던식탁은물고기의등장으로아름다워졌다.뜻하지않게물고기가어제의빈국을오늘의부국으로만들었다.

채식주의자인저자는자신이“60여년나름대로음식을즐긴사람이고,음식문화를주의깊게관찰한사람이다.그러므로당당한음식전문가”라고말한다.육류와생선요리는그에게관찰의대상이지만,면류와과일,채소,디저트류는그에게탐식의대상이다.특히이탈리아파스타,강릉장칼국수,이슬람권의머리가하얘질정도로단디저트류,상트페테르부르크의카페‘백치’에서설탕을듬뿍쳐서마시는에스프레소는그에게영혼의위안이다.이책은저자가즐기는면종류,디저트종류,과일종류에서풍부한경험적읽을거리를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