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옌 기담집 (기기괴괴한 열한 가지 이야기)

모옌 기담집 (기기괴괴한 열한 가지 이야기)

$18.00
Description
산둥성 가오미 땅에 뿌리를 둔 설화, 전설, 기담
포송령의 『요재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혼돈의 미학
거친 현실 위에 덧입혀진 화려하고 기괴한 판타지
모옌다움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환상소설
모옌은 현실과 상상을 매끄럽게 융합하는 독특한 문체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모옌의 중단편 가운데 요괴와 귀신에 얽힌 작품만 실은 특별판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것들이다. 모옌의 기존 장편들이 보여준 거대 서사와 달리 여기 실린 중단편들은 이야기의 맛, 언어의 아름다움, 상징성을 부각한다.
고향은 작가에게 거대한 재산이다. 열한 편의 작품은 모옌의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시 둥베이향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 시골 마을 출신의 인물들이 물리적으로 혹은 기억 속에서 시골로 돌아와 난데없이 요괴, 귀신, 유령 현상에 맞닥뜨릴 때 느끼는 당혹감과 새로운 발견이 작품의 전면에 내세워진다.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귀신 이야기는 모옌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바람이 불어 수수 이파리가 사각사각 소리를 낼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섰고, 강물 한 줄기,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 경험은 이 책의 기담들에서 독특한 색채와 소리를 입고 되살아난다. 늪지대가 있던 둥베이향의 강물은 그에게 전설 속 자라 귀신이 바람을 일으키고 파도를 일으키는 곳이었다. 청개구리는 커다란 연못의 색깔을 바꾸고, 거리마다 꿈틀대는 것은 두꺼비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근대의 리얼리즘 소설의 규범에서 벗어나 계몽주의적 토착주의 전통과 초자연적 서사 전통을 되살려낸다. 이를 통해 문학적 유령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로 다시 합류한다. 그렇기에 모옌의 이 작품집은 현대판 『요재지이』로 불리며 짐승과 인간, 귀신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받는다. 이것은 독자의 상상력을 넓히면서 인간 세계의 영역을 저 멀리, 더 끝까지 확장시킨다.
저자

모옌

중국최초의노벨문학상수상작가.중국의윌리엄포크너,프란츠카프카로불리며2007년중국문학평론가10명이선정한‘중국최고의작가’1위로꼽힌,중국현대문학의거장.현재중국작가협회부주석겸베이징사범대학교수다.
본명은관모예管謨業.글로만뜻을표할뿐‘입으로말하지않는다’는뜻의‘모옌莫言’이라는필명을쓴다.1955년산둥성가오미시둥베이향다란핑안촌에서태어났다.초등학교5학년때문화대혁명이일어나자학업을중단하고고향에서소와양을치다가열여덟살에면화가공공장에들어가노동자로일했다.1976년고향을떠나중국인민해방군에입대했고,해방군예술학원문학과를졸업했으며,베이징사범대학루쉰문학원에서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1981년단편「봄밤에내리는소나기」로등단한그는1985년발표한「투명한홍당무」로문단의주목을받기시작했다.1987년발표한장편『홍까오량가족』으로큰반향을일으켰을뿐아니라,작품의일부를장이머우감독이영화「붉은수수밭」으로제작해베를린영화제황금곰상을수상하면서세계적인작가로떠올랐다.2000년중편「사부님은갈수록유머러스해진다」가영화「행복한날들」로제작되면서모옌과장이머우감독은다시한번조우했다.
중국다자문학상,이탈리아노니노문학상,홍콩아시아문학상,일본후쿠오카아시아문화대상을수상하고프랑스예술문화훈장을받았다.
주요작품으로『사부님은갈수록유머러스해진다』『달빛을베다』『개구리』『티엔탕마을마늘종노래』『술의나라』『풍유비둔』『탄샹싱』『사십일포』『인생은고달파』『풀먹는가족』『열세걸음』등이있다.

목차

서문을대신하여:두려움과희망

보물지도
살구나무에거꾸로매달린늑대

백양나무숲의결전
양묘업자
비상
가을홍수
꽃을든여자
기이한만남
떡다섯개
냄새족

후기를대신하여:나는포송령에게처음글쓰기를배웠다

출판사 서평

“진실한말은한마디도없다”

첫작품「보물지도」의첫문장은“이이야기는처음부터끝까지진실한말이딱한마디뿐이다.그건바로이이야기가처음부터끝까지진실한말이한마디도없다는것이다”이다.이문장은이기담집전체를아우르는것인데,그러나허구가가장깊은진실을드러내는통로가됨을열한편의작품은여실히입증한다.첫문장에이어장면은일요일북적한길가로이어진다.길에서초등학교동창인두남자가우연히마주친다.친구마커가베이징에있는나를만나러온것이다.마커는입이크고나는다리가짧다.머릿니가있는데다돈한푼없는마커는빌어먹는처지건만뻔뻔하기이를데없는데,그가쏟아내는이야기가소설의절반을차지한다.둘은만둣가게로들어간다.그곳은노부부가운영하는곳으로부부는나이가각각최소150살은됐다.이어서그할머니가풀어놓는청나라말기의에피소드가소설의나머지절반을채운다.누추한할머니는알고보니청나라말원세개에게도호락호락하게만두를대접하지않을만큼호기로운인물이었다.마커와할머니는멍청하게생긴큼직한자라(원세개)와호랑이이야기를끌어내면서중국의근대가요괴와얽힌격동기를지나왔음을암시한다.
기담은순식간에시간순서를무너뜨리고,개연성을없앤다.‘그럴듯하지않은것’이바로우리삶이라고말한다.작가의머릿속에서삶의이야기는자라나고,그게바로현실이된다.모옌은이성적이고합리적인삶을벗어나위로는유령과소통하고아래로는지렁이와담소한다.이로써경계가허물어진인생은드넓은영역을확보한다.
이기담집의가장큰특징은여우,돼지,늑대,두꺼비,개구리,토끼,당나귀가인간의몸을걸치고등장하거나혹은배경으로나오는것이다.애초에동물과인간의세계는구분되지않았고,정령은동물의몸을빌리곤했다.동물이나자연이배경처럼설정될때조차그것은보조역할을하는데그치지않는다.「살구나무에거꾸로매달린늑대」는원나라때늑대,표범,스라소니,호랑이까지살던땅이근대시기독일인들이놓은철도로사라지는데서이야기가시작된다.그러던어느날마을에서뒷다리하나가묶인채살구나무가지에매달린늑대가발견된다.녀석의머리에서는불에그을린냄새가나고,몸의털은온통잿빛으로이미죽은상태였다.
이때장추라는인물이이늑대는자신에게맺힌원한을갚으려던것이었다며이야기를푼다.자신이늑대의꼬리를자르자늑대는장추를아가리속에넣으려했고,그가나무위로피해기어올라가자늑대는나무를갉기시작했다는것이다.하지만그것도모두옛시절의일일뿐나무가모조리베이자야생동물들은눈물을그렁그렁매단채둥베이대삼림으로옮겨갔다.그러던중늑대한마리가마을에나타나동네꼬마쉬바오의엄마를문다.이작품곳곳에서울려퍼지는동물울음소리와흔적은너무나날카로워달빛조차떨정도다.

홍수의물살속에서지렁이요괴를포착해내는솜씨
주의깊게읽는독자는두려움에떤다

“진창속쇠발굽과작고가늘며생생하게비틀린뱀꼬리,그리고높이쳐들린닭목,음탕하게두터운말입술,기다랗고잔뜩찌푸린양얼굴을바라보았다.암홍색죽은털이뒤덮인녀석의몸에서는퀴퀴한냄새가났고마르고껑충한다리에는밀짚섞인싯누런똥이묻어있었다.”「죄」에나오는단봉낙타의모습이다.모옌은디테일에있어대가다.세부사항의격렬함을관찰하고기억하는것은작가의능력을좌우하는결정적능력이다.위대한작가들은세부를통해우리에게스치듯보지말고주의깊게바라볼것을요청한다.
「죄」는홍수구경을하러나온‘나’다푸쯔와동생샤오푸쯔이야기에서시작된다.부모에게사랑받지못하는‘나’는곡마단의동물쇼를구경하다가나와서동생과강둑길을걷는다.이때동생이급물살에휘말려죽는데‘나’는이를지켜보기만한다.그후마을사람들이동생을살리려애쓰지만,‘나’는동생만아끼고나를싫어했던부모에대한원망으로죄책감마저털어낸다.혼자서땅바닥에앉아있다가무릎아래종기를터뜨린다.그종기에서피가뚝뚝떨어지는걸보고‘나’는인간의양심이고구마모양에썩은생선냄새를풍기는,세상의원흉이라고생각한다.‘나’는그후로나의창자랑만이야기를나누는데,어느날아버지가키우는자라를몰입해보면서자라의생각을흡수하고자라를느끼기시작한다.이이야기는인간의문명세계가새우나게,자라의세계와별다를바가없음을암시한다.자라요괴나지렁이요괴는인간세계에대해논평하는우회적매개체로서등장한다.
「기이한만남」은모옌이자기글쓰기의원류라고한포송령의『요재지이』에등장하는유령이야기의전형적인패턴을보여준다.1982년가을‘나’는둥베이향에있는부모님을뵈러갔다.밤9시가넘어기차역에도착했기에집으로가는버스는이미끊겼다.‘나’는역전에서묵지않고집에걸어가기로마음먹는다.집까지가는40여리의길은수수밭,옥수수밭,고구마밭으로이어지며달빛아래여치우는소리는살과뼛속까지스며소름을돋운다.주인공은여기서부지불식간에불안의문턱으로들어선다.길양쪽의농작물아래에는셀수없이많은비밀이숨겨져있고,셀수없이많은눈이나를보고있다는느낌이든다.도시인이된나는시야가뚜렷하지않자청각,촉각에의존하는원시의감각으로되돌아간다.
모옌의주인공은대도시로떠났다가고향농촌에돌아왔을때공포,상실감,당혹감을느낀다.이소설은특히유령을믿지않는현대인이초자연적현상과맞닥뜨렸을때생겨나는인식과감정을묘사하는데공을들인다.달빛이인도하는대로걷는‘나’에게고향의공기는신선하지만한편공포를고스란히복원시키는저세상과이어지는문턱이기도하다.서둘러마침내마을입구에들어섰는데,이웃집자오싼아저씨가있다.그는내아버지에게아직갚지못한빚이있는데여력이안되니담뱃대를주면서이걸로빚을탕감해달라고말한다.집에돌아온내가그사실을전하자부모님은자오싼이사흘전에이미죽었다고한다.유령은여러차원에서의미를갖는데,이유령은인간과접촉해빚갚는것을완수함으로써현세의임무를마치려한다.이고향길의여정은현대세계를의심하는통로가되지만,환상의세계앞에서주인공은주저하며이를쉽게받아들이지못한다.

조롱당한경험에서피워올리는이야기들

「백양나무숲의결전」은이작품집가운데가장환상적이라할수있다.한무리의잘생긴소년들이다른한무리의잘생긴소년들을쫓고있는것이도입부다.앞에서달리는아이들은몽둥이를들고있고뒤에서달리는아이들은식칼을들고있다.백양나무숲의결전에는물론여느작품에서그렇듯배경으로토끼,당나귀,꿀벌등이등장한다.이결전은강물의빛깔변화,백양나무이파리색깔의변화,기러기의이동에서시간의흐름을드러내고,나는곧이어‘검은남자’와조우하게된다.그남자와의만남에서받는시험,담배심부름을갔다가만나는입에거품문여자를거쳐소설의끝에서나는연거푸석잔의차를마시고는오솔길을나서는장면으로이야기가맺어진다.이작품은모든장면이꿈같이묘하게펼쳐지며,마지막세문장은백미라할수있다.“모든것의모든것을까먹었다.나는앞으로가려고만했고앞으로가고만싶었으며앞으로만갔다.앞에지뢰밭이있든,천길심연이있든상관없었다.”이런한바탕꿈같은분위기는「양묘업자」에서도이어진다.
「비상」의주인공인훙시는곰보자국투성이의얼굴을가진사내다.모옌소설의주인공은대개못생기고머리도모자라다른형제에비해부모에게사랑받지못하는아이,마흔을훌쩍넘겼는데도의지가지없는신세,머릿니가있고돈한푼없는처지,솥과대야를땜질하며산전수전다겪은사람등이다.이건모옌이에세이에서도썼듯이그자신이못생긴데다걸신들린듯먹으며종종겪었던소외의경험에서비롯된것일수있다.
이런주인공에게는비범한미모를지닌여성인물이등장하기마련인데,「비상」의훙시는누이를벙어리에게시집보내는대신그벙어리의아름다운동생을아내로맞이하게된다.하지만그여자는훙시의얼굴을보고놀라나무위로기어올라간다.전형적인여우요괴이야기같지만,작품은의심을끝까지놓지않음으로써이것이완벽한환상적이야기임을입증한다.
중국은초자연적현상을믿는전통을지녔지만근대들어,특히마오시대에이런현상은전면적으로배제되었다.근대적세계관이흔들린것은문화대혁명막바지에이르러서였다.그리고모옌이나쑤퉁같은현대의작가들이기담을쓰기시작했다.
모옌은전통적인기담작가인포송령에게서글쓰기를배웠다고말하지만,물론다른점도있다.포송령이현세와저세상사이의긴밀한연결에대한믿음을작품에구현한다면,모옌은이런초자연적현상에대해반복해서의문을제기한다.즉모옌은자신의주인공들이환상의문턱을자연스럽게넘지못하고주저하는가운데갖게되는인식과감정을세밀히묘사하는데집중한다.현실과환상이매끄럽게연결되기보다그망설임을유지하는덕분에오히려더완벽한환상소설이된다.물론모옌의문체는두세계를자연스레넘나들지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