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일본식민지배하동남아시아에서
집,정체성,소속감을찾아가는성장기
1권은오래도록바라던중국으로의귀환을시도했다가내전으로18개월만에이포로돌아오는과정을담고있다.소년기의저자가씨름하던주제는동남아시아화교로서겪는정체성과소속감문제였다.그는말라야이포에서17년살았지만그에게고향은열다섯살까지가본적도없는중국이었다.이는그의중국인부모가중국으로귀환할때를대비해중국과집안이야기를거듭들려주고고전한문을가르쳐준덕분이었다.중국을바라보며이포에서살던그의가족은말라야사회에도중국인사회에도속하지않는이방인이었다.말라야에서중국인은외래인이었고,그중에서도그의가족은지역중국인사회에뿌리내리지않고언젠가중국으로돌아가기를꿈꾸던북방출신유교지식인집안이었기때문이다.
그의회고는이방인의감각에머물지않고부모님에게서물려받은중국의세계,식민지교육과대중소설을통해접한영국의세계,생활의터전인말라야이포의세계로점차확장되고서로겹쳐지며세계시민의감각으로나아간다.역사학자의회고록답게역사적사건과사적인순간들이서로긴밀하면서도우발적으로얽혀개인의삶의궤적을만들어나가는과정이탁월하게포착된다.아버지가생일선물로사주신지도책과도서관에데려가서빌려주신영문학소설이제2차세계대전의불안과정체성혼란을잠재우고,일제강점기로학교를나와거리를쏘다니고여러지역,계급의중국인집을전전하면서중국인정체성의복잡성을배운다.이러한순간들의연쇄를거쳐어느새그가영원한것은없고언제든뿌리로부터잘려나갈수있다는것을받아들이게되었을때,그의단편적순간들은의미있는하나의‘역사’로서숨쉬게된다.훗날중국과말라야라는두방향으로의끌림이상충하는게아니라자연스러운일이라는것을깨닫는미래를기다리면서.
그가나아가던순간들의바탕에는앎이있었다.그가지도책을보고공책에지명목록을적어가며배운것은자신이속한작은세계를넘어서는법이다.영어도서관에서빌려읽은소설들또한수많은삶과사회를상상하게했다.세계전체가앎의대상이되자,자신역시이포한동네가아닌세계의일부로자리잡을수있었다.그렇게글을읽고생각을굴릴수만있다면어느상황에도적응할수있다는자신을얻는다.거리에서다양한계층과지역출신의사람들을관찰하면서추상적이론보다사회현상에더깊은관심을품게된다.중국난징에서의대학생활에서는그동안영국의교육이나부모님의고전교육에서다뤄지지않았던혁명과민족주의,자유와평등을둘러싼논쟁을접하면서이후학자로서평생탐구할질문들을만나게된다.중국과동남아시아,해외중국인의관계를연구하는그의역사학은이미이시기에싹트고있었다.
탈식민과냉전의시대,
새로운동남아시아국가의탄생을꿈꾸었던한세대의열망과선택
세대륙을넘나들며집을일구어온디아스포라역사가의사랑과탐구의기록
2권은말라야를새로운고국으로바라보고학자로서그미래를함께만들어가고자했으나끝내오스트레일리아로떠나는이야기다.말라야연방시민권을취득한뒤싱가포르와영국에서대학생활을하고,말레이시아에서역사학자로발을내딛기까지의청년기를담았다.전작에서시작된정체성과소속감에대한탐구는이번책에서사랑과학문,그리고국가건설에대한성찰로확장된다.탈식민과냉전의시대,새롭게탄생하는동남아시아국가들은민족과언어,종교가다른사람들을하나의공동체로묶어내야하는과제를안고있었다.중국계말라야시민이었던저자역시이러한시대적과제를자신의문제로받아들였다.말라야문학을통해말라야고유의복합사회를그려내고자했던재기넘치는대학시절을지나그는역사학자로서말라야대학역사학과의발전에힘쓰고말라야역사교육에참여했으며이신생국가의소개서가될『건국방략』을편찬하며다종족국가건설에기여하고자했다.
이책은독립과냉전사이에놓인동남아시아의역사를한중국계시민의시선으로보여준다.영국을비롯해유럽제국의퇴장과미국중심질서의부상,민족주의와공산주의의대립속에서그는어느진영에도완전히속하지않은채다종족사회의미래를고민했다.이는그가정치적활동에적극적으로나설경우바로추방되는중국계이기때문이기도했으며,혁명보다는협상과공존의길을지지하는정치적성향에서비롯된것이기도하다.그가정치적으로참여한일도종족기반정치를넘어선정당인게라칸당의창당을지원한정도였다.그의회고는냉전시기의특정정치적노선보다그시대를살아간평범한시민과지식인의감각을보여준다.
그의여정은이번에도국가귀속의이야기로끝나지않는다.말라야를고국으로삼고자했던노력은말레이시아연방에서싱가포르가떠나고종족간갈등이격화되는가운데한계를마주하고,그는점차학문을자신의집으로삼는길을선택한다.국가와이념의경계를넘어설수있는학문의자유는그에게새로운소속감의원천이되었다.20세기아시아의격랑속에서집과정체성을찾던소년의과제는여기서비로소새로운형태로마무리된다.
저자의기록한쪽에서는어머니(1권)와아내마거릿(2권)의기록이함께흐른다.어머니는동남아시아로이주한1세대중국인여성으로서의경험을생생하게전하고,마거릿또한저자와함께동서양을오가며학문과가정을꾸려가는삶을솔직하게밝힌다.저자의어머니는중국의항일전쟁을지원하기위해기금을모으는부녀동맹활동을활발히했고,마거릿또한영어교육분야에서경력을이어나가는학자였다.이들은역사학자를뒷받침한아내와어머니이면서,식민과탈식민의시대적조건아래에서스스로삶을개척한여성들이기도했다.
이들의기록은저자의학문적성취뒤에존재했던실제삶의조건들을구체적으로드러낸다.이로써한역사학자의삶을생활의차원으로끌어내리며,사랑과돌봄이어떻게한사람의사유를가능하게했는지보여준다.말레이시아를떠나오스트레일리아로이주하기전날밤,짐을꾸리던마거릿은저자에게“있는곳이집이지”라고말한다.여러나라와도시를거치며집을찾아헤맸던이들에게집은더이상특정국가의이름이아니었다.이회고록은결국그깨달음에도달하기까지의긴여정에대한기록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