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책

밤과 책

$21.00
Description
스크린과 텍스트의 경계를 허물며 ‘비교’하는 행위는
인간의 감각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가

작품의 접힌 면들을 펼침으로써 관점을 바꾸고
삶을 전도시킬 만한 순간을 발견하는 읽기와 보기
영화는 밤이다. 어두운 곳에서 시각과 청각으로 펼쳐지는 그 세계는 낮의 텍스트가 다른 형식을 빌려 제 몸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다. 『밤과 책』은 영화와 그 모태가 된 원작(소설, 희곡) 스물세 편을 다룬다. 여기 실린 글들은 스크린과 텍스트의 경계를 지우면서 비교하는 행위가 독자-관객의 감각을 어떻게 극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원작과 영화를 여러 번 다시 읽고 보면서 접힌 면들을 펼쳐 작품을 보는 시선을 광활하게 만들고, 삶을 전도시킬 만한 함의들을 끄집어낸다. ‘반복해서 보는 행위’와 ‘비교’는 밀도 있는 사유로 밀어붙이고 작품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세 겹으로 돼 있다. 원작-영화-저자의 글. 원작과 영화가 저자에게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심원한 글쓰기로 이어질 때, 이는 독자에게 흘러들어 새로운 해석과 감상의 방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저자

김유태

기자및시인.매일경제신문에입사해문화부에서근무하며문학,출판,영화를담당했다.프랑스칸영화제,이탈리아베니스영화제,독일베를린영화제등글로벌3대영화제의레드카펫현장을취재했다.
2024년한국인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한한강인터뷰로한국기자협회주최이달의기자상과한국기자상을각각수상했으며,스톡홀름에서열린노벨상시상식및만찬에도참석했다.
문예지『현대시』에「무국적체류자」외9편이당선되면서시를발표하기시작했으며시집『그일말고는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와독서에세이『나쁜책:금서기행』을출간했다.
서울대국어국문학과에서현대문학을공부했고연세대국어국문학과대학원을중퇴했다.‘책에대한책’‘시가있는월요일’‘라르고’등을연재중이다.

목차

들어가며_두채의집

소진되는무대,침식되는생애
릴리안리『사랑이여안녕』∥천카이거「패왕별희」

은밀한침대를단호히가르는직선의빛
장아이링「색,계」∥리안「색,계」

죽음앞에서만우리는가장진실된사랑을한다
패트릭마버『클로저』∥마이크니콜스「클로저」

이소설의독자는인간이아니라신이어야한다
이언매큐언『속죄』∥조라이트「어톤먼트」

과거밖에없는인생도있다
츠지히토나리·에쿠니가오리『냉정과열정사이』∥나카에이사무「냉정과열정사이」

모독의지점을통과할때더깊이각성된다
엔도슈사쿠『침묵』∥마틴스코세이지「사일런스」

가장정확한방식으로길을잃기
엘프리데옐리네크『피아노치는여자』∥미카엘하네케「피아니스트」

웃음은가장인간적인반론
움베르토에코『장미의이름』∥장자크아노「장미의이름」

그들의우주선은하나의검은렌즈였다
테드창「네인생의이야기」∥드니빌뇌브「컨택트」

말해지지못한욕망은말해진욕망보다위험하다
아르투어슈니츨러『꿈의노벨레』∥스탠리큐브릭「아이즈와이드셧」

동일인이라는형벌
와즈디무아와드『화염』∥드니빌뇌브「그을린사랑」

세계는‘과잉’의인간도,‘결핍’의인간도버티지못한다
토머스해리스『양들의침묵』∥조너선드미「양들의침묵」

생을균열시키며뒷면으로가는여행
파스칼메르시어『리스본행야간열차』∥빌어거스트「리스본행야간열차」

죄의냄새,혹은향에취한자들의세상
파트리크쥐스킨트『향수』∥톰티크베어「향수–어느살인자의이야기」

타인에게손내밀지않는세대의출현
코맥매카시『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코엔형제「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떠돌이주님과이미오신예수
코맥매카시『로드』∥존힐코트「더로드」

다같이패배하는데서얻는위로
피터셰퍼『아마데우스』∥밀로스포먼「아마데우스」

희망은구원을초월한다
스티븐킹『리타헤이워드와쇼생크탈출』∥프랭크다라본트「쇼생크탈출」

개의아가리에서구하소서
토머스새비지『파워오브도그』∥제인캠피온「파워오브도그」

신은사건을통해서만자신을드러낸다
로버트해리스『콘클라베』∥에드워드버거「콘클라베」

파도에올라타지말것
토머스핀천『바인랜드』∥폴토머스앤더슨「원배틀애프터어나더」

검은명단에새겨진하얀구원의빛
토머스케닐리『쉰들러의방주』∥스티븐스필버그「쉰들러리스트」

죽은자의이름으로영원을살다
매기오패럴『햄닛』∥클로이자오「햄넷」

출판사 서평

시간을한뼘씩잡아먹으며감정을일렁이게만드는영화
느린속도로나아가다가끝에이르러폭발시키는문학

영화와문학은오랜세월경계를허물며서로의호흡을섞어왔다.저자는문학과영화분야글을쓰면서장르를넘나들며‘비교문학’의개념이확장될수있지않을까하는문제의식을오래품어왔다.거기서출발해이책은문학과영화를나란히놓고,둘을교차시킴으로써예술이얼마나더커질수있는가를시도해본다.
출발점은원작인문학이다.문학을읽은감독은이를영화화하면서새로운감각과정서를열어젖히며완전히다른세계로나아간다.따라서책이나영화는‘어떻게’보느냐가관건이며,이책역시보기의한방법을제시한다.소설은영화로각색될때더감각적이고부드러워진다.두장르가똑같은줄거리를취하더라도영화감독은선율을집어넣거나이미지를압축함으로써음조와운율을바꾸기때문이다.또한소설을읽는데는며칠씩걸리는반면,영화는두시간의러닝타임안에감정,감각,꿈등모든것을응축한다.응축과부드러움에서어떤윤리를도출해내는것,그것이바로영화의문법이라고할수있다.
영화는압축하고,소설은한걸음씩나아간다.그단적인예를이책은「사일런스」와그원작『침묵』을비교하며보여준다.「사일런스」는주인공로드리게스가느끼는각성의과정을상대적으로압축해서제시하는반면,『침묵』은독자가이를천천히뒤따르게만든다.두작품은‘함께울어주는그리스도’라는같은결론에이르긴하나영화는처음부터이를제시하고,소설은끝에이르러서야이를폭발시킨다.즉둘의시간은균질한성질을띠지않는다.
저자는원작과영화둘중하나만본이들을위해,둘을비교함으로써서로갈라서는지점과폭발적시너지를내는지점을포착해보여준다.영화가감각과속도의세계를펼친다면,소설은발목을붙잡고문장속에멈추게만드는데,저자는두가지호흡을동시에쫓으면서가장깊은사유와느낌에이르도록이끈다.
탁월한영화는소설의텍스트를넘어서는힘을보여준다.원전의방향성을비틀지않으면서도주제를확장하는것이다.대표적인예로이책은「아이즈와이드셧」을든다.『꿈의노벨레』를원작삼아만든「아이즈와이드셧」의감독큐브릭은작가슈니츨러가포착했던어두운욕망을계승하면서도자기만의암호를곳곳에심어두었다.그리고이를비교하는저자의글은그암호들을해독하며(오비디우스의책,베토벤의오페라「피델리오」등)욕망의밀실로입장했다가귀환하는출구를제공한다.
문학과영화의차이가운데핵심적으로살펴볼만한것은‘시간’의사용이다.가령저자는「향수」를통해영화와소설의시간을분별해낸다.거기서둘의균열이일어나며각기다른방향으로나아가기때문이다.우선주인공그르누이는영화에서후각이주는쾌락에본능적으로이끌려자두파는소녀의입을틀어막으면서우발적으로살인을저지른다.즉,살인은냄새에압도당한직후의돌발적인실수였다.반면소설에서그르누이는충분한시간을두고서서히목을졸라소녀를살해한다.소설은살의를충분히입증하는데,따라서원작에의하면그르누이는태생적악인으로해석될수밖에없다.저자는이둘을비교한뒤다음과같은문장을내놓는다.“영화에서윤리는악인그르누이의갈망속에서천천히붕괴되지만,소설은이미무너진윤리속에서그르누이의악마적선택을보여주고있다.”

원작을향해다가가게만드는통로
해석의위험을안고가장멀리뻗어가기

소설이나희곡이먼저쓰이고,이를바탕으로영화가만들어졌다해도많은사람은영화를먼저본뒤원작을찾곤한다.즉영화는종종원작을향해가는통로가되어준다.작가와영화감독은결코같은방식으로표현하지않는다.감독에게는여러선택지가있어원작과모순되는방식으로만들수도있는데,이때그모순은작품의핵심을붙잡는키가된다.감독은원작과저울질하기보다등장인물의움직임,목소리,공간의질감속에서작품을생동감있게체현하기에영화와문학은서로다른의미와무게를지니게된다.
원작에서닫힌결말을제시하거나혹은비극으로마무리한것을영화감독들은종종열린결말로그리면서미래에빛을던진다.영화「클로저」마지막장면에서주인공앨리스는댄과이별한뒤뉴욕으로향한다.즉이장면은그녀가또다른누군가와사랑의‘운동’을재개하리란기대감을품게한다.하지만애초에원작은앨리스가차에치여죽는것으로끝냈다.또한영화「피아니스트」결말에서에리카는자신의몸을찌르고건물밖으로나간다.이때카메라는에리카의발걸음을쫓지않으며,그행선지를제시하지않기에무대를떠난에리카는어디로든갈가능성을지닌다.반면원작에서에리카는고통과억압의원천이었던집으로되돌아간다.
원작과다른결말을택할때,하나의결말만이가능하다는필연성을무너뜨리면서영화는자유를획득한다.소설이문장으로가장미세한떨림을담으려한다면,영화는그것을음악이나시각장치로표현해느낌으로받아들이게끔한다.영화는분량과시간의제약때문에원작의많은것을생략하기도한다.하지만엄청난축약의압박에도불구하고「장미의이름」과같은영화는감독이자신만의언어를곳곳에배치하는데성공하고있다.또한「로드」에서눈먼노인이“나도예전에아들이있었지”라며회고하는장면이나오는데,이는원작에는없는것이다.저자는영화에서“회복하는대신회고할뿐”인이노인을“가장무능한신”,즉떠돌이신으로해석한다.즉『로드』가「더로드」로만들어질때,‘의식없는회고(회상)’는결코윤리적일수없다는메시지를감독은심어놓았을수있고,저자는이를차이로분별해낸다.
다른한편,원작을봐야더깊이이해할수있는지점들도있다.예를들어「리스본행야간열차」에서아버지프라두는설명없이등이굽은모습으로나오지만,원작을읽으면이것은독재자밑에서침묵할수밖에없었던하수인의운명을시각화하는문학적장치임을알수있한다.「아마데우스」에서신을향한분노역시영화보다희곡에서더선명하게전면화된다.그건두작품에서살리에리의고백을듣고있는청자가서로다르기때문인데,영화만본관객들은살리에리의마지막말을신과의대결로보기보다정신질환자의자기항변서사로만축소해받아들일가능성이높아진다.
저자는원작을영화로옮기는과정에서이뤄진변주와생략을세밀히분석하지만,그것의목적은오로지영화가이뤄낸예술을더경외감있게들여다보기위함이다.다른한편원작은영화화된이후에도여전히그자리에남아언어의지층으로독자를이끌면서진실이더오래,깊이남아있게만든다.

문학이영화가될때
거대한세계에맞서삶의조각을완성해가는행위

영화는소설의서사흐름을따르지않고,시작이같지도않다.예컨대「리스본행야간열차」첫장면에는체스판의잘못된한수가등장하는데,저자는이것이영화의서사전체를움켜쥐는상징이라고본다.상징은실체와등가를지니며,그자체로세계를구성한다.원작처럼영화도장면마다해석되어야할알레고리와상징으로가득차있는데,그중「색,계」의세로로곧게뻗은직선의빛은이책에서저자가영화를분석하는방법의대표적인사례라할수있다.
저자는마지막까지사유를요구하는장면들을포착하기도한다.가령「더로드」와그원작『로드』에서다르게그려지는도둑의오른손이그렇다.영화에서도둑은열손가락을모두펼치며자신의빈손을보여준다.반면소설속도둑의오른손은훼손되어있다.이는공동체에서쫓겨난그에게남은추방의흔적으로짐작된다.소설이영화언어로충실하게번역되고같은질문을향해나아갈때도미세한차이를발견하는여정은두작품에담긴더넓은의미를노출시킨다.영화「콘클라베」는원작을굴절하고증폭시키는데,이때영화와소설의의도는각자의방향으로뻗어나가각자의핵에닿는다.
텍스트와영화를세심하게보는일은거대한세계혹은거대한메시지에맞서자기삶의조각들을좀더아름다운그림으로완성해가는행위다.작품을한번보면기억에남긴하나세부는제대로인식되지못한채사라진다.게다가영화를볼때우리는자신의회상과감정을작품에섞어버리기도한다.이책은원작과그에바탕을둔영화를여러번교차시켜보면서멈추어감상하고해석하는행위가새로운삶의출발을약속할수있다고암시한다.
영화와소설을겹쳐서보고,둘이분기하는지점을살피는일은독자-관객안에서상승작용을일으켜한작품이감상자에게부여할수있는인지적,감정적공감과사유를최대한으로확장한다.이것이모든소설이나희곡에해당되진않기에,영화화된작품들은장르를넘어새로운예술을추동하는힘이강력하다고할것이다.
이책에서다루는23편의작품중몇편에대해저자는종교적알레고리를주요한틀로삼아해석을시도한다.예컨대「쇼생크탈출」의주인공듀프레인의이야기에서‘원죄없이세상에내려와수난을겪는초월자예수의실루엣’을발견하는것이나「어톤먼트」에서“이소설의독자는인간이아니라신이어야한다”고말하는것은저자가지닌관점을두드러지게나타낸다.이는신학적사유에서촉발되었다기보다서구문학이지닌상징성이인간의죄와구원의문제로회귀하곤하기때문이다.종교영화가아닐때조차종교적코드를분별해내는이책의영화해석은맥락을훨씬더풍부하게만든다.
저자는예술과삶을최대한세밀하게들여다보려는열망에서이책을써내려갔다.가장인간적이고감각적인두장르가만날때순간의삶들은끊임없이축적되며,꿰뚫을수없는어두운심연이나태고를향한독해는그의미들을집어우리의감각과인식을일깨운다.